<진격의 거인> 만화책 2권까지 읽고 애니도 해당 화까지 보았다. 워낙 예전부터 많이 들어 익숙하던 이름이라 언젠가 읽어야지 생각만 공회전하고 있었다. 신조오 사사게요같은 구문을 풍문으로만 듣다가 <시부야의 초급반>에서 (장송의 프리렌, 주술회전, 귀칼도 언급했지만) 자신의 인생 애니메이션이고 일본어를 공부하기로 마음 먹게 된 계기로 설명해서, 긴급업무가 많은 응급의학과 의사마저 내용을 알고 있는 마당에 이제 더이상 미뤄둘 때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지난 달의 성과로는 슬램덩크 신장재편판 20권을 읽은 게 있고, 그 기세를 몰아 도대체 사람들의 심장을 사로잡은 이유가 무엇일지 알고 싶었다.
그런데 만화책의 표현법은 실망스러울 정도로 부족했다. 구체적인 근육표현이 죠죠만큼은 우수하지는 않더라도, 그래도 어느정도 요구되는 레벨이란게 있는데 원근감, 비례표현 등 수많은 부분이 눈에 밟혔다. 아니 익 ㅔ맞아?
애니는 발군이다. 좋은 설정의 스토리를 애니메이터가 업스케일링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귀칼처럼 그림체가 점점 더 나아지겠지? 만화가 한 명에게 배경, 스토리, 설정, 작화, 캐릭터 모두를 맡기는 것도 참 어려운 일이다. 흡사 영화감독, 중소기업 사장이나 대기업 부장에게 요구되는 정도로 다양한 능력을 갖춰야하는데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일단 2권까지 읽었을 때 생각한 점은 이렇다.
설정이 약간 부족한 듯 싶은 부분에서 작가가 아주 노련하고 영리하게 비켜가는 점이 있다. 초대형 거인이 접근할 때 큰 질량의 물체게 내는 발자국은 어떻게 할 것인가? 알 수 없는 이유로 순식간에 왔다가 사라진다, 처럼. 거인의 발자국이나 거인의 존재는 어쩐지 일본의 지진 재난을 은유하는 듯도 하다. 이전에 일본애니 좋아하는 아랍친구가 꾸란에 계속 기도해서 마귀를 막는 성벽이 유지되고 기도 안하면 성벽이 내려간다는 구절이 진격거와 같아서 재밌었다고 했던게 기억난다. 롤랑 바르트가 말했던 저자의 죽음. 저자의 의도와 관련없이 독자는 자신에게 읽히는 방식으로 읽고, 그런 독해가 반대로
개인의 관점을 드러내기도 한다. 그러니까 어떤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에 나아갔을 때 각 문화별로 이해하고 수용하는 방식이 다르고, 원저자는 거기까지 알 수도 컨트롤 할 수도 없다는 말이기도 하다. BTS의 선풍적인 인기는 사실이지만 프랑스, 멕시코, 일본, 한국의 팬들은 같은 존재를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미야모토 시게루의 게임론에서는 이 바르트의 생각을 게임 플레이에까지 밀고 나가 결국 기원과 이유는 별로 의미 없고, 상호 작용과 체험만 남는다고 하기도 했다. 유의미한 통찰이라고 생각했다. 게임 캐릭터의 기원, 나의 존재 이런 것보다, 그냥 기기를 들어 플레이를 하고 죽으면 다시 리플레이하는 어떤 영원회귀의 과정만 있다. 플레이어와 게임이라는 두 축 속에 게임 디자이너는 지워지게 되는 것.
돌아와서, 처음부터 훈련병단 동료가 상당히 몰살된다. 이름은 부여했는데 독자가 교감하고 동일시하기 전에 금방 죽는다. 그렇다면 주인공도 계속 스포트라이트 받다가 어느 순간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될텐데 스토리가 어느정도 디벨롭되고 퇴장할지 궁금하다. 과묵한데 능력이 좋은 여성 캐릭터는 전투미소녀의 정신분석이라는 책에서 상세히 분석했기도 했고, 아즈마의 데이터베이스적 소비로도 이해할 수 있겠다.
거인은 하악(아래턱)이 과하게 벌어져서 기괴한 바디호러 같다. 캐릭터나 전개방식이 후지모토 타츠키같이 으아아악! 급발진하는 구석이 있다. 가스를 이용한 분사기는 기계공학적 아이디어같고, 거인은 해부생리학적이라 물리-생물의 균형이 있다. 화학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 생물도 거시만 있고 미시는 없다. 생화학, 유기화학.
권력 내부에 있는 존재가 궁금하다. 도시 공간도 원형 설계는
특이하고, 도시를 한 군데 희생양처럼 몰아둔 것도 특이하다. 성벽의 높이와 그에 비례한 거인의 크기가 매 화마다 계속 바뀌고 일관적이어서 전체적 도시 건축 설계 디자인이 잘 가늠이 안되긴하다. 연재하면서 설정을 디벨롭하는 과정인 것 같다.
아직 도시 내부에 무엇이 있는지, 의사 선생은 무엇을 숨겼는디, 845, 844하며 기억이 깜빡이는 건 무슨 의미인지(톰 크루즈와 에밀리 블런트의 그 영화같이 반복플레이하는 카운팅인가?), 미카사 엄마만 왜 동양인인지 밝혀지지 않았다. 캐릭터는 공간적으로도(외곽배치) 사회위계적으로도(초급군인) 주변부에 있고, 외부로 발산하려는 파(조사병단)과 안으로 수렴하려는 파(헌병단)으로 진로가 나뉘는데, 주인공들은 결단코 밖으로 튀어나가길 원하지만, 안쪽에 있는 권력자들도 무언가 속셈과 음모가 있을 듯하다. 비밀 연구소에서 만들어낸 화학병기의 실패작같은 클리셰.
애니는 만화의 인체표현을 제대로 보정했을 뿐 아니라 컷과 컷 사이에 있는 입체기동을 애니에서 매우 잘 살렸다. 이정도면 원작의 2차 창작이 아닐까. 주술회전도 애니는 아직 안 보고 만화책만 살짝 읽었는데 숏츠로 본 애니작화와 액션이 엄청난 퀄리티였다. 귀칼의 무한성 공간감도 그렇고. 만화는 필선이 똑바른 편은 아니다.
그러나 부족해보이는 그림체를 넘을 정도로 몰입감을 제공하고 화마다 어느정도 완결성이 있다. 추리극처럼 하나씩 세계의 비밀을 탐구해나가고, 스토리가 진행되며 조금씩 세계의 진실이 밝혀진다.
입체기동이라는 설정이 킥이라 생각한다. 공간의 상단을 확장해 공중전을 방불케하고 중세유럽도시의 지붕을 배경으로 삼아 액션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유럽여행을 가서 언덕에 올라가면 보는, 사진에서 많이 보는 그 유럽도시의 익숙한 풍경이 액션의 무대가 되었다.
거대한 물체를 작은 인간이 사냥한다는 점도, 킹콩 고질라 퍼시픽림 같은 거대메카닉 괴수물 같다. 지능이 있지만 인간보다는 아니고, 언어는 없는 것 같고, 사람을 공격해 먹는 단순한 동작만 반복하는 구세대 거대생체로봇과 싸워 쿵 하고 무너뜨리는 액션의 맛이 있다.
이정도 규모의 도시 성벽건설 유지 보수에는 더 큰 규모의 인구와 기술력이 필요한데 케파가 맞지 않고 피난규모도 적절하지 않다. 외벽이 가장 두꺼워야하는데 첫 공격으로 월 마리아가 뚫렸는데 괜찮은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