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노자가 렌즈를 정밀한 곡률로 가는 일과 에티카의 사유법을 비교하는 글에 대해..정신과 신체는 불가분의 관계라는 좋은 통찰이예요. 사유를 하는 사람의 생활의 리듬과 그 일상적 행동패턴이 정신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고 생각해요펜을 쥐고 원고지에 글을 쓰는 김훈의 스타카토와 같은 간결한 문장의 호흡과 커뮤니티와 댓글에 키보드를 두드려 글을 쓰는 자가 글을 매듭지는 종결어휘가 다른 것이 작게 관찰되는 지점이고.. 라틴어와 희랍어를 배웠던 17-18세기 유럽문예공화국의 지식인들이 단행본이 아닌 서간체에서마저 고전어 특유의 수식구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는 문화적맥락에서도 그런 특성이 관찰되는 것 같아요행복의 정복을 쓴 버트란트 러셀도 주어와 술어가 한 페이지에 걸쳐있기도 하고 칸트의 글은 가끔 라틴어의 번역체 같은 느낌도 있어요
초속으로 영화를 소비하고 금방 상영관에서 존재를 감추는 한국의 영화풍토에서, 아직도 박스오피스에 호프가 걸려있는 곳이 남아있는데 이례적으로 호프 평론서가 번갯불에 콩 볶듯 출간되었다.필진 확정에 하루, 계약서에 하루, 북펀딩에 하루를 소요했다. 아마 펀딩이 진행되며(사람들이 돈을 들이 붓는 시점에) 글이 쓰여지고 목업으로 교정을 보고 있었을 것 같다.하루에 네 시간쯤만 자고 이 영화를 생각할 정도였던 공동 기획자는 이 책의 급박함은 우리가 만든 것이 아니라 영화가 만든 것이라고 하였다. 글 아홉 꼭지 중 다섯 편이 좋았다.나홍진의 가랑이 찢기:고구려-영화 그리고 씨발p24 신정원과의 비교p38 자막p65 차유턴과 카메라워킹p85-98 곡성과 비교와 속도p124마티스와 클리셰, 시는 쓰다만 설익은 글인데 특히 마지막 글은 안 게재하는 편이 나을 뻔 했다. 착상이 좋아 시간이 있었다면 더 흥미로운 글이 되었을텐데 지금은 무엇을 말하려는지 명확하지 않아 짜임새가 부족한 이미지만을 주었다. 교수님 사랑해요 A+주세요로 끝나는 마감에 쫓겨 급하게 제출한 학부생의 쓰다만 글 같아서다.차라리 싣지 못해 아쉽다고 p11에 언급한 그 글 다섯 꼭지(로로, 무진, 권구윤, 김림, 이버든)를 읽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