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시간 전 올라 온 악뮤의 신곡 <기쁨, 슬픔, 아름다운 마음> 들었다. 따뜻한 곡이다.

"조화로운 너의 눈물" 싸비가 세 번 반복되는데 모두 다르다. 처음은 하향이고(마치 이찬혁의 해병대 자작곡 후렴의 반음처럼), 두 번째는 밴드풍이며 세 번째는 힘빼고 속삭이며 사라지다가 마지막에 음이 콩나물 끄트머리처럼 살짝 올라간다.

지난 <소문의 낙원>에서 보였던 크루가 보이고 동일한 미국 원주민 무대 디자인인데 셰익스피어의 한 여름 밤의 꿈에 나올 듯한 왈가닥 요정(페어리)이 포인트를 준다.

순환 모티프가 보인다.

햇빛과 그늘

기쁨과 슬픔

환희와 우울

성공과 슬럼프

우주에서 보이는 강한 태양광과 지구에 어린 짙은 그림자

무엇보다 파티하며 다같이놀고난 후 지쳐 누워 자는 이를 돌보는 찬혁이 눈에 들어온다

괜찮아 다 그런거야, 하는 무의미한 위로도, 너만 그래? 하는 비난도, 수호와 보호라는 도덕적 구호도 아닌, 그저 공감하며 함께 있는 모습이다. 설교하지 않고 삶으로 함께 걷는다



낮은 해상도에 필름 그레인 질감이 두드러지는 화면에 화이트 밸런스가 튀는 2000년대 초반의 캠코더 특유의 스크린이, 가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 잘 부합한다.


최근에 이런 입자 물성을 주는 뮤비는 구 뉴진스(NJZ)의 버블검이었는데 캠코더 노이즈를 주며 MZ멤버를 80년대로 소환해 복고적 감각을 주었다. 어찌보면 어른들이 자신의 어린시절을 어여쁜 배우로 치환해서 회고하는 레트로한 감성이다.


같은 따뜻한 기억과 몰캉몰캉한 감성을 전달하려는 공통분모가 있으나 악뮤는 정말 친한 이들과 함께 하는 사적 순간, 어설프고 못난 자신에 대한 진실된 고백이 더 주된 감성이다.


구세대들은 나 때는 전쟁, 기아 등 물질이 결여된 시절의 고난을 호소하나 그때는 그래도 모두 함께 똘똘 뭉쳐서 고난을 헤쳐가려했다. 지금은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저마다 사회적으로 고립되어 자기 마음과 내전을 하고 있다. 공적인 전쟁은 통일된 구호와 정당한 논리가 있으나 사적인 전쟁은 쉬이 공감받거나 그 의미를 남에게 이해시키기 어렵다. 전자는 모두의 전쟁, 후자는 개별적 전쟁이다.


그런 의미에서 곡은 우울과 슬럼프의 지옥에서 버텨 살아 돌아 온 자들의 생존신고처럼 느껴진다.


마지막에 운석이 떨어지는데, 시사하는 바가 크다.


개인적으로는 과감한 리셋을 상징한다고 본다. 작게는 YG를 떠나 새로운 곳에서 출발한다고 볼 수도 있고, 메시지에 맞춰서 해석하면 마치 대운이 바뀔 때 인간관계가 다 갈리고 새로운 환경에서 시작하듯이 자기를 둘러싼 환경이 급변한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기쁨과 슬픔을 아름다운 마음으로 다독이다 영원할 것 같았던 짙은 어둠이 끝나 동이 트고 생각보다는 느리지만 결국 신선한 햇살에 어린 날이 도래하면 그전의 고난과 아픔으로 얼룩졌던 시절은 어느새 잊어버린다. 음양의 간극은 서로를 아예 잊어버리는 수준의 차이다


이는 반대로 성공하다가 슬럼프로 거꾸러지는 것도 한 순간이고, 고생하다가 올라서는 것도 한 순간이다. 어떤 벡터방향이든 변화는 운석충돌처럼 급진적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도쿄대 패션론 강의
패션은 깊이가 없는가?
패션이란 무엇인가를 유행, 산업, 역사, 젠더, 미술, 사회학, 철학으로 분석
샤넬은 디자인 우수성뿐 아니라 브랜드 언어와 서사덕분에 고평가
http://aladin.kr/p/oSEfD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우연히 도서관 서가에 있길래 재밌게 읽었다
토기의 이면에 원상징이나 자연주의 등 더 큰 이데올로기는 없다고 기존 학계를 다소 과도하게 흥분한 톤으로 비판하며
토기에는 고대인의 세계관이 드러나며 패턴 자체를 자연에 대한 묘사로 읽어야한다 일갈하는 책이다

˝<유명학자 실명OOO>의 논지에 동의하지 않는다. 독자도 나와 같을 것이다˝
라는 문장이 반복된다. 학계의 학설을 꼼꼼히 읽고 비판한 것은 좋으나 문체는 정제되지 않고 때론 진술과 주장이 섞여있다. 광주 초등학교 4학년 아이의 그림을 거론해 도상을 해석한건 재밌는 시도지만 제한적이다

대상의 스코프를 줄이는 데 실패해서 하우저나 젠슨 같은 미술사 서적도 파헤치다가 세계 신석기 토기사로 마무리를 했다

세계 박물관에 토기가 매우 많다. 이를 해석하는 하나의 양립가능하고 유효한 접근방식으로 받아들였다. Impressed를 꾹꾹 누른 이라는 관형격으로 해석한 것이 독특하다. 저자가 제안하는대로 보아도 기존 사례를 신선하게 볼 수 있을지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잘 만든 시각자료
나프타 분리 용도
조선일보 신문은 선생님
아이를 위한 글이 이해가 편하다
마치 통번역사가 청중을 중2라 간주하고 그 수준에 맞춰 말해야 대다수의 사람이 이해할 수 있는 것처럼
쉽게 설명하는 것도 멋진 능력이다

https://www.chosun.com/national/nie/2026/04/07/72ARZNQQ5BCHNNOX6FLPLYZFQQ/?outputType=amp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용산 효창공원 부근에 있는 김세중 미술관은


외관은 김종영 미술관 혹은 전쟁과여성인권박물관같은 경사면의 낮은 집에


회색 벽돌로 마감한 건축이 흡사 천주교 수도원을 닮았고 입구의 조각이 최종태의 성스러운 청동 종교도상처럼 보인다.


안은 층고가 높고 채광이 밝아 성북 최만린같고, 혹은 조각이라는 점에서 양주 장욱진미술관 같다


그런 전통적인 외관에 비해 안은 마치 세화 노노탁 같은 컨템포러리한 전시를 하고 있으니 내일4.8까지 하는 신승연의 빛의 윤슬을 실험하는 교차의순간 전시다.


겉바속촉처럼 겉트속컨(겉은 트레디셔널 속은 컨템포러리)

겉관속당(겉은 관습적 보수적 속은 당대적 창의적)이랄까


그러나 김세중 조각가의 아들과 며느리가 김범, 유현미라는 것을 최근 청담 갤러리나우전에 가서 알았기에


왜 이런 창의적인 빛 반사, 굴절, 중첩, 배열을 다루는 설치예술을 하는지 알 듯하다. 조각의 입면과 물성을 고민한 옛 조각가의 청동, 돌, 나무이라는 재료에서 디지털로 비물성으로 옮겼다.


https://www.instagram.com/p/DWdNbg5lFij/?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NTc4MTIwNjQ2YQ==

https://www.instagram.com/p/DWlM4UNlDM6/?utm_source=ig_web_copy_link&igsh=NTc4MTIwNjQ2YQ==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