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의 쓸모 - 평범한 대화를 더 근사하게 만드는 어휘의 힘
차민진 지음 / 21세기북스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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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괜찮은 예시가 많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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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움 티노세갈 퍼포먼스 모두 다 보았다. 3-6월에 1달씩 돌아가는 로비의 세 점도 다 보았다.


로비

1. 로비에 3명이 외치는 Oh~ This↘ is↘ so↘ 컨.템↑포러리↗의 <이건 너무 현대적이야>(2004)


B1

● 녹색, 흰색 비즈커튼인 펠릭스 곤잘레스-토레스〈무제(시작)〉(1994)

2-4. 중정에 1달씩 다른 구성으로 돌아가는 퍼포먼스 세 점


5. 안쪽에 로댕조각을 둘러싸고 미술사의 키스 장면을 오마주해 남녀 2명이 복희와 여와처럼 자웅동체로 얽혀 딥키스하는 <키스>(2002)


1층

6. 권오상의 조각 2점이 보고 있는 바닥에서 무기력하게 뒤척이는 1인 퍼포먼스 〈무언가 당신 코 앞에 나타나게 놔두는 대신 춤추는 브루스와 댄 그리고 다른 것들〉(2000)


● 1층의 여러 조각(솔르윗, 엘름드라그셋, 자코메티, 강서경, 이우환 등)


정원

7. 1명이 즉흥적으로 노래 불러주는 〈이 당신〉(2006)


로비

8. 세 명이 벽 만지고 zz소리 내며 천천히 돌아다니다가 옹기종기 모여 화음 싱크로 맞추는 <무제>(2026)


이렇게 총 퍼포먼스 여덞 구성이다.

특히 로비의 세 점은 한 달씩 돌아가며 해서 나도 세 번 방문했다.


https://www.leeumhoam.org/upload/exhibition/TS-Broschure-KR-v3.pdf



2. 3-4월에 했던 〈이 입장〉(2023)은 무용수, 바이올린 연주자, 축구 선수, 사이클 선수가 각 직업에서 요구하는 형식적이고 습관적인 행동이 아니라 특이하고 비전형적인 동작을 느리게 수행했다. 누워서 바이올린을 켠다든지 드리블 슛이 아니라 묘기를 한다든지 사이클 반대로 탄다든지.


3. 4-5월의 〈이 환희〉(2020)는 3명이 베토벤 교향곡 제9번(합창)의 4악장 환희의 송가를 돌아다니면서 부르는 것이었다. 여기에 참여한 무용수 이승아는 지난 피에르 위그전 때 에스컬레이터에서 보였던 아티스트라고 이전에 글을 쓴 적이 있다.


4. 5-6월의 〈이 당신나나당신〉(2023)는 무용수와 아기와 보호자가 참여한다. 3월에는 팜플렛이 이 이름들이 있지 않았고 이제 풀리스트가 뜬다.


돌 전후의 베이비를 보호자가 데리고 중정에 들어오면 퍼포머 두 명이 아이에게 노래 부르며 교감하는 퍼포먼스다.


지금 하고 있는 <이당신나나당신>이 제일 재밌었다. 예측불가능한 변수가 많아서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 걸음마를 뗀 베이비도 있고 거의 갓난아기도 있고 아이의 나이와 사정이 저마다 다르다. 베이비가 로비를 어떻게 돌아다니냐에 따라 거의 무한대의 가능성이 발생한다. 관객에게 다가갈 수도 있고 다른 전시실에 들어갈 수도 있고 비즈커튼을 잡고 흔들 수도 있다. 티노 세갈의 가이드였겠지만, 안전의 무리가 없는 선에서 아이의 의지에 모든 것을 맡기고 보호자도 아이를 거의 저지하지 않는다. 퍼포머는 아이의 관심을 끌기 위해 노래를 부르거나 비트박스를 하지만 아이는 그에 반응할 수 있고 울음으로 답할 수도 있고 무시할 수도 있다. 교감은 의외로 완전해질 수도 있지만, 교감이 아예 실패할 수도 있는데 이 모든 사건이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재밌다.


아기와 보호자 페어의 수가 많은 것은 베이비라는 존재가 장시간 퍼포먼스에  부적절하기 때문이다. 돌 전후의 아이는 갑자기 똥을 싸고 말을 듣지 않고 배고파 울고 맘에 안 들어 운다. 그래서 베이비는 수시로 퇴장하고 재입장한다. 베이비와 보호자가 게임의 몹처럼 계속 리젠되는 느낌이다.


아가는 몸을 제대로 가눌 수 없는 가분수 대갈장군이기에 뇌에 자기 주장은 있는데 몸이 그 의지를 제대로 받들 수 없다. 하지만 베이비는 성인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느끼지 않는 것을 느끼며, 알 수 없는 이유로 무언가에 예측 불가능한 강도로 반응해, 이전 퍼포먼스를 정제된 의례로 느껴지게 할만큼 거칠고 통제되지 않은 자유도를 보인다. 원래도 포유동물은 아가를 보호하고 아가에게 눈길이 가기 마련인데 남의 눈치를 신경쓰지 않는 베이비의 퍼포먼스라니! 티노 세갈 정말 서프라이즈를 마지막에 마련해두고 있었구나


4월까지만 해도 브로슈어에 <이당신나나당신>에 대한 내용이 없어 무언가 했었다.


보호자는 나이가 있기도, 젊기도 하고, 엄마이기도 하고 아빠이기도 하다. 퍼포머리스트에 보호자와 아가의 성이 같다면 최온(최산)처럼 양육아빠겠거니 생각해볼 수도 있지만, 서솔라(서새롬) 이율린(이재인)처럼 엄마이름처럼 느껴질 경우 부부의 성이 같다고 추측해볼 수도 있다.



이런 디테일에 눈길이 간 것은 3회차까지 보고나서 퍼포먼스 아트란 무엇인가에 대해 조금 더 딥하게 생각해보았기 때문이다.


리움전시의 퍼포먼스 작품 중 바뀌는 구성과 바뀌지 않는 구성이 있었다.


키스, 이 당신, 이건 너무 현대적이야, 놔두는.. 같이 4개월간 계속 진행되는 퍼포먼스는 단 한 번도 같은 퍼포머를 본 적이 없다. 그렇다면 바뀌는 사람이 아니라 바뀌지 않는 본질적 행위에 집중하게 된다. 퍼포머들의 외적 조건의 개인차도 있고 각기 퍼포머의 행위에 대한 숙련도와 이해도가 다르다.


다들 처음에는 이게 뭐야! 부끄러워! 현대 예술 어렵다! 하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정말 진입장벽은 사실 시간이다. 퍼포먼스의 처음과 끝을 다 지켜볼 수 있는 어떤 느린 관찰이 필요하다. 차분히 지켜보야한다. 그래서 다음 일정이 있거나, 빨리 나와 언니!, 야 너 어디야! 하는 전화/카톡에 떠밀려다니는 사람은 이 전시를 충분히 잘 감상할 수가 없다. 설령 일정이 있더라도 일단 30분은 지켜본다는 느긋한 태도여야한다. 빨리 사진 찍고 전시장을 빠져나가는 급한 마음으로는 이 예술이 요구하는 리듬과 템포로 즐길 수가 없다. 무엇을 하는지 천천히 보고 있어야한다. 한국인에게 특별히 어려운 감상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지위고하, 재력과 학력을 막론하고 모두에게 평등하게 열려있는 예술이지만 요구되는 애티튜드는 있다. 사진 촬영하지 마세요! 는 금지이면서 동시에 핸드폰 보지 말고 사람에게 집중하세요! 라는 초대이기도 하다. 이를 부정적 뉘앙스의 통제가 아니라 긍정적 뉘앙스의 참여로 읽어야한다. 관객이 보는 것에서 퍼포먼스의 의미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나의 봄이 그들의 함과 함께한다. 나의 봄으로써 그들의 행위를 비로소 완성시킨다. 그렇게 객체의 행위는 주체의 관음으로서 세상에 의미화되는 것이다.


느리게 퍼포먼스를 관찰하면 이제 망신스러움, 부끄러움, 사회적 눈치같은 것이 흐려지고, 사람의 외모품평을 너머 어떤 본질이 보인다. 그것은 행동, 행위다. 형식과 구조에 집중할 수 있게 된다.


행위는 반복될 때마다 차이가 발생한다. 데리다적으로 말하면 차연이다. 매 번 올때마다 각기 다른 퍼포머들이 같은 행위를 하는데 이 행위 속에서 각기 다른 숙련도, 퍼포먼스 이해도, 감정적 교감정도를 보인다. 그들의 옷, 키, 머리칼, 시간에 따라서도 차이가 있다. 어떤 이는 소매를 활용해 감정을 나타내고, 어떤 이는 시선을 다르게 처리한다. 어떤 이는 저음역이고 어떤 이는 고음역이며 어떤 이는 손을 잘 쓰고 어떤 이는 발을 잘 쓴다. 어떤 이는 장발이거나 숏컷이기에 머리카락 떨어지는 속도가 다르고 이러한 수많은 차이를 통해 같은 행위가 미세하게 다르게 보인다.


그 다름이 가장 두드러지게 차이나는 것이 5-6월의 마지막 구성 <이당신나나당신>이었다. 자유로운 베이비의 예측불가능성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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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미술관 20주년 아카이브전시 중에 미술관 설계를 맡은 건축가 렘 콜하스의 스피치에서 exploit(착취하다)라는 단어가 있었다. 저지대를 매립하고 자연을 개발하며 살아 온 네덜란드인의 문화에서 익스플로잇은 영어의 operate, make use of에 가까운 뉘앙스다. 캡션에 적극적으로 이용하다고 잘 번역했다.

언어에서 이런 가짜 친구 혹은 거짓 짝말(false cognate)문제가 종종 있다. 겉모습은 같은데 내용은 다른, 말하자면 어휘의 사이비다. 같을 사 다를 비, 같은데 달라 공자도 경계했다.

네덜란드어 exploiteren (엑스플로이터런, 운영, 활용하다)를 그대로 사용한 렘 콜하우스는 영어의 착취라는 부정적 뉘앙스가 아니라 운영 관리라는 중립적 의미로 썼다. 일견 같은 라틴어 어원을 공유하는 두 낱말이 발음은 살짝쿵 같은디 문화지형에서 배양된 뉘앙스는 정반대다.

이런 비근한 예시는 영스 한일 영러 영프 등에서도 생각해 보았다.

영어의 마침내 finally는 스페인어로 últimamente (울티마멘테, 최근에)인데 다시 영어로 ultimately라고 하면 궁극적으로, 최종적으로 같은 무거운 종결감이 생긴다. 번역을 왕복할 때 정신 똑디 차려야하는 이유다. 거짓 짝말 사이에서 의미 이동(semantic shift)을 하다가 평행세계로 가버리는 수가 있다.

한국어의 괜찮아는 일본어 平気 (헤이키)다. 담백하게 문제없다, 아무렇지 않다 정도의 일본어 일상 표현을 다시 한국어식 한자 감각으로 평상시의 기운이라고 직역해버리면 갑자기 동양철학이나 무협지 같은 기기묘묘한 분위기가 생긴다.

잘 지내?에 대한 러시아어 대답 중 하나인 нормально (나르말나, 그럭저럭)는 실제 회화에서는 아주 자연스러운데 영어 대화에 그대로 옮겨
How are you?
Normal
이라고 하면 기계적이고 사회성 없는 인물같이 들린다.
노멀은 영어로는 소소다. 노멀의 대체어는 обычно (아븨치나, 평소처럼, 늘 그렇듯)이다.

프랑스어 actuellement (악튀엘망)은 영어 actually처럼 사실은이 아니라 현재는(currently)에 가깝다. 알파벳뿐 아니라 한자도 마찬가지다. 중국어 勉强 (미엔창, 억지로 하다)는 마지못해서 억지로 하는 부정적 뉘앙스인데 일본어로는 성실하게 공부하다 벵쿄다. 마치 같은 씨앗이 파종된 기후와 토질에 따라 다르게 발아하듯, 단어를 공유하더라도 각 문화적 토양에서 배태된 정서마저 공유하지 않는다.

다언어 화자들은 이런 섬세한 번역 뉘앙스 차이를 언어 간 의미 간섭(cross-linguistic semantic interference)혹은 화용론적 전이(pragmatic transfer)로 체감한다.

사전적 의미로서 어휘와 더불어 그 언어 공동체가 오랫동안 축적한 언어습관에 민감해지고 신조어처럼 언어가 해당 언어공동체 안에서 새로운 내적 화학적 변화를 취득하는 것을 매섭게 캐치하게 된다

단어의 외관이 같아도 속모습은 다를 수 잇고 국경과 기후를 건너며 성질이 바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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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백과 - 하이델베르크, 1817 아카넷 한국연구재단총서 학술명저번역 674
게오르그 빌헬름 프리드리히 헤겔 지음, 서정혁 옮김 / 아카넷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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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이 평생 세 번에 걸쳐 펴낸 『철학백과』 중에서도 초판(1817)을 한국어로 처음 완역

헤겔이 하이델베르크 대학 교수직에 부임한 후 학생들이 강의에 참고할 수 있도록 한 지침서이자 자신의 철학 체계를 개괄적으로 정리한 책

○마치 박사 받고 교수 임용된 역자 자신을 대변하는 것 같기도

논리-자연-정신’의 삼중 구조로 전개되는 ‘철학백과 체계’가 가장 간명한 형태로 제시제 철학 강의에 대한 길잡이를 제 수업을 듣는 수강생들의 수중(手中)에 제공해야 할 필요가 시급한 동기로 작용하여, 철학의 전체 범위에 대한 이 개관(槪觀, Ubersicht)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일찍 세상에 내놓게 되었습니다.(서문)

○그러니까 갓 임용된 헤겔의 강의원고 초안

정신’을 중심으로 체계가 구축된다는 점이 ‘철학백과 체계’의 가장 중요한 특징

신적인 절대자가 유한자의 지평으로 현현하는 하향 운동과, 유한자인 인간이 정신을 매개로 신적인 지평으로 고양되는 상향 운동의 맞물림으로 발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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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의 스토킹 율리아 스타르크 시리즈 2
알렉스 안도릴 지음, 백주연 옮김 / 필름(Feelm) / 202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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