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혹의 보석 · 매혹의 시간

THE ART OF JEWELLERY

2024. 12. 6 FRI - 2025. 3. 16 SUN


1. 잠실역에 있는 롯데 뮤지엄이다. 6층에 위치해있다.






2. 티켓은 김달진미술연구소에서 후원해주셨다. 지면을 빌어 다시 한 번 감사 인사를 전한다. 


김달진미술연구소에서 발행하는 서울 아트 가이드가 있는데 많은 전시회를 다니다보니 뒤쪽의 전시정보 일람 지도와 전시정보를 꼼꼼히 보고 피드백을 몇 번 주었더니 이번에 티켓을 보내주셨다.




3. 전시 제목이 고혹의 보석이다. 끌린다보다 조금 더 고급스러운 표현이 매혹적이다이고, 그것보다 더 문학적인 표현이 고혹적이다이다. 끌린다 < 매혹적이다 < 고혹적이다


XX의 XX라는 제목을 들으면 일본식 표현법이라는 느낌이 든다. 일본어를 모국어처럼 배웠던 세대가 20세기 초에 썼던 신소설에는 이런 일본식 표현들이 많이 있었다. 예를 들어 이인직의 혈의 누(1906년작). 피 혈에 눈물 누로, 피 눈물이라는 뜻이다. 일본어의 '의'는 の노인데, 영어의 of처럼 여러 번 쓸 수 있다. 그러나 한국어의 '의'는 1번만 써야하고 그 의미가 가리키는 바도 영어나 일본어처럼 많지 않다. 그 언어들에서는 of, の가 ~에 대하여, ~와 함께, ~에 있어서, ~에 대해 말하자면, ~에 속해있는, 등 여러 의미값이 있고, 두 번 이상 쓸 수 있다.


한국어의 표현의 풍부함이라고 '의'를 두 번 쓰면 어색한 표현이 된다. 여기서 두 번 등장하는 '의'를 다른 표현으로 적절히 바꿔줘야 자연스럽다. 우리말의 용언을 활용하면 좋다. 한국어에 있는 풍부한 표현이라고 한다든지. 


고혹이라는는 한자는 蠱惑이고, 일본어로는 코와쿠こわく, 중국어로는 구훠guhuo라고 읽는다. 

혹은 매혹, 미혹하다할 때의 혹이고, 고는 뱃속벌레 고이다. 蠱. 벌레 虫가 세 개가 있고, 아래 피 혈이 있다. 피와 함께 있는 벌레, 즉, 독충으로, 사람을 매혹하거나 컨트롤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는 독충을 의미한다. 그런 독충이 옛날 사람들의 상상 속에는 어떤 주술적 파워를 가진 매력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대만 중국어는 일본, 한국과 마찬가지로 원래 한자를 쓰지만 대륙 중국어는 간략히 생략된 간체자를 쓰는데, 원래 한자 蠱惑가 蛊惑으로, 벌레가 세 마리에서 한 마리로 줄었다는 점이 재밌다.


고혹적이다를 영어로 치면 attractive, seductive, alluring 등이 해당되는데, attract에서 tract(끌다), seduct에서 duct(이끌다)라는 라틴어 유래 표현에 "끌어당기다"라는 의미가 들어있어서, 누군가를 홀리듯이 끌어당기는 매력이라는 뜻을 잘 전달한다.


소장가인 아라카와 카즈미씨가 붙인 전시 제목일 듯하다.




4. 일본 소장가 이름이 특별하다. 우측 하단에 흘림체로 쓰여있다. 有川一三 유천 일삼이다. 보통 아라카와씨는 荒川 사나운 시냇물을 쓰는데, 이분은 있을 유를 쓴다. 일본어로 감사하다, 아리가또할 때 있을 유有를 쓴다. 아리가또는 아리가따이에서 유래한 말로, 다들 히라가나로 배우지만, 한자로 바꾸면 有難い이다. 있기 어렵다라는 뜻인데, 있기 어려운 일을 했으니 감사하다는 뜻이다. 우리도 습관적으로 안녕이라는 말을 한글로 쓰지만, 安寧의 한자 의미를 뜯어서 편안하고 몸이 건강하다는 의미를 매번 풀어서 생각하지 않으니, 대부분의 경우 그냥 아리가또를 thank you 고맙습니다로 치환해서 토큰을 전달해, 의미가 통하면 된다. 다만 이렇게 더 깊게 생각해보면서 단어 안에서 스며나오는 깊은 뉘앙스를 음미해보는 시간은 필요하다.


이름은 하나 일, 석 삼. 카즈미라고 읽고 一三라고 쓴다. 이것도 조금 특이하게 쓰는 표현이다. 보통 かずみ는 和美 평화와 아름다움으로 쓰는 경우가 많다.


야후 일본에서 검색해보니 여러 인터뷰가 뜬다. 


https://myphilosophy.global/interview/arikawa_k/


https://www.uyedajeweller.com/archive/column/column_13.html


뉴욕타임즈에서도 소장가에 대한 기사가 있다.


https://www.nytimes.com/2020/01/25/fashion/jewelry-kazumi-arikawa-collection-tokyo.html


뉴욕타임즈 2020년 1월 25일 기사인데, 이 기사에서도 소장가가 의도한 바대로 그레고리안 성가가 흘러나오는 분위기에서 보석을 감상했다. (As Gregorian chants played in the background, he and a small coterie of staff members presented piece after piece, each in its own custom-made box.)


그래서 그런지 롯데뮤지엄 전시에서도 짜임새있는 화성이 경건하고 성스러운 분위기를 조성하는 그레고리안 성가가 흘러나온다. 이 그레고리안 성가는 무신론자마저 마음이 숭고해지는 누미노오제의 경험을 조성하는 데 특화된 음악인데, 특히 도리안 C♯(Protus Authenticus)기준으로 C♯, B, A♯, G♯으로 떨어질 때, 그리고 그 다음 D♯에서 C♯으로 떨어질 때 피에타의 마리아가 느낄 법한 애처롭고 성스러운 느낌이 든다. 음이 떨어질 때 샾이 붙어있어서 반음만 떨어지는데 거기서 영혼 저 깊은 어느 곳에 숨겨져있는 잃어버린 어떤 숭고함, 인류 전체에 대한 희생에 대한 고양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성가 덕분에 소장가가 의도한 대로 그대로 보석들을 그 자체로 느끼는 순간이 빚어진다.




그림자마저 전시 일부로 만드는 작품은 구마 겐고가 디자인한 것이다. 수미쌍관으로 전시장 입구에 백색 배경으로 하나, 끝날 즈음에 흑색 배경으로 하나 두 번 전시되어있다. 존재하지 않는 검은 그림자 선을 차경으로 빌려와 추상마저 구상으로 만들었다. 유럽의 종교와 왕정이라는 두 추상적인 제도 권력이 실제하지 않으나 보이는 그림자로 구현된 것처럼 보인다. 그림자선이 원래 구조물보다 더 큰 범위를 거느리듯, 소수의 중심부가 거대한 영역을 추상적인 이데올로기로 지배하였다. 그것을 가능하게 한 것이 보석, 혹은 원래 구조물이다. 보석이 갖는 장신구적 아름다움이 빛으로 인해 퍼지듯, 권력 또한 중앙제도에서부터 널리 확장된다.




5.



전시장 앞에 있는 전체적인 설명이다. 뒷 부분 두 문장만 뜯어보자.


1) 천연 보석 속에 함유된 내포물은 인간의 지문처럼 제각각 달라 보석을 구별하는 척도가 된다.

Imperfections in a gemstone, called inclusions, are unique like human fingerprints and help with identification.


- 이 문장은 한국어 영어 둘 다 잘 쓰였다. 한국어와 영어의 순서가 달라 먼저 들어오는 정보가 다르다. 

영어의 경우, 보석의 불완전함은 두 내포물이라고 불리는데, 인간의 지문처럼 특별해(달라).. 이렇게 쓰여져있다.

불완전성imperfection이 먼저 들어오지만 한국어는 그런 느낌의 말이 없다. 두 관객의 특성을 이해하고 쓴 것이다.


우리 말로 "함유, 제각각 달라, 척도가 된다"같은 표현도 적절하고, 영어에서 쓰인 바도 적절하다. 

이런 표현들이 각자 언어의 맛을 잘 살린 글쓰기다. 한 언어에서 다른 언어로 억지로 번역하는 게 아니라 두 언어 각자의 장점을 살려서 각기 다른 글쓰기를 해야한다.


2)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은 천연 보석의 레드, 블루, 그린, 핑크 빛깔은 그 자체로 아주 매혹적이다.

The natural hues of red, blue, green, and pink in untreated stones are indeed mesmerizing in themselves.


빛깔은 hues, 인위적으로 가공하지 않은 천연 보석은, 손 대지 않은 돌(untreated stones)로 적절한 표현이다.


아름다운 작품을 보고 '와' '예쁘다' '대박' '야바이' '스고이' 정도만 말할 수 있다면 그만큼 나의 세계가 좁다는 것을 말한다. 예쁘다의 동의어를 아주 많이 알고 있어야한다. 매혹적이다라는 표현도 attractive, seductive, alluring, 여기서는 mesmerizing. 영어권 화자들은 같은 표현을 중복해서 쓰지 않고 동의어를 활용해서 다채롭게 표현한다. 예쁘다는 한 번 탄성으로 족하다. 다음 번에는 다르게 표현해보아야한다. dazzling gems도 좋은 표현이다. 눈부신 보석들



6. 눈 부신 보석들을 2억 화소로 찍었다. 그래도 다 그 아름다움이 온전히 화면에 담아지지 않는다.



주얼리의 특별함은 두 가지다.

하나는 시각적으로 입체적이다. 시야를 보석에 고정하고 앞에서 움직이면 빛이 다른 각도로 반사되어 번쩍번쩍하는 애니메이션 효과를 준다. 이 황금의 보석 앞에서 여느 아이돌 콘서트 레이저 빔 못지 않게 휘황찬란한 빛이 번쩍번쩍한다.



또 하나는 아주 자세하게 볼수록 더 많이 보인다는 것이다. 아주 미세하게 관찰해야 보석의 다른 절각, 세공기법, 표현방식, 장식 등이 눈에 들어온다. 설치예술 같은 거대한 작품을 보는 것과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햄버거나 피자나 아이스크림처럼 이미 하방이 낮고 이미 맛있는 음식을 어떻게 더 맛있게 만들까하는 고민이

주얼리 세공사들의 고민했던 결과 같다. 단 것을 입에 넣고 악 맛없어 하고 뱉는 사람은 없듯이, 보석을 보고 뭐야 이 추한 것은! 하고 말하는 사람은 없다. 이미 예쁜 것을 어떻게 한 차원 더 예쁘게 만들까하는 고민이 들어있다.




재료의 물성에 대한 깊은 고민이 있다. 예컨대 철을 이정도로 가공하려면 천도 이상의 온도가 유지되는 상황에서 작업했을 것이다. 



육안으로는 다 보이지 않아 30배 이상 클로즈업을 했다. 미시경제학처럼, 미생물학처럼, 가격변동 하나, 세포 하나 까지 보는 미시적 시각으로 보아야 주얼리의 가치가 다 보인다.


7.



보석을 기준으로 세계사를 다시 공부한다. 물질을 기준으로 역사를 재구성해서 공부하는 것도 창의적인 접근방식이다. 영어 공부하기에도 좋은 표현들이 많다.


8. 

소장자가 일본 사람이라 일본의 영향을 받은 세공품도 전시해두었다.


우리나라가 세계사의 전면에 등장하지 않았을 시기의 문화이다. 일본이 자포니즘으로 곳곳에 등장한다.


일본의 국립서양미술관 창립자 마츠카타 코지로는 모네와 함께 찍은 사진마저 있다.


이제 우리도 BTS가 스웨덴 공주에게 준 보석, 이런 식으로 22세기 콜렉션에 등장할 날도 오지 않을까?





9.



영어 표현이 아카데믹하고 세련되었다. 

한국어로도 번역투가 느껴지지 않게 신경써서 잘 번역했다.


After the upheavals of the French Revolution 프랑스 혁명 이후

Europeans saw Rome as the pinnacle of civilization 당시 유럽은 고대 로마를 문명의 이상향으로 동경했고

a burgeoning middle class 중산층의 성장


맨 처음 문장은 본 문장의 주어 동사가 19세기는 ~시대였다, 라고 고정된 상황에서

뒤에 with N Ving를 추가 문장으로 부연설명하면서 문장을 합친 문장이다. 라틴어의 ablative absolute에서 유래되었고 문장 두 개를 느슨하게 연결하는 기능을 한다. The Korea Times같은 영자신문에 자주보인다. 접속사 없이 두 문장을 붙여서 사용하고, ~해서, ~하되, ~하지만 등 다양하게 해석한다. 여기서는 두 문장을 끊었다.


The 19th century was a time when various jewellery styles coexisted, with Neoclassicism emerging as a dominant trend in the early years.

19세기는 다양한 스타일의 주얼리가 공존하는 시대였다. 그중에서도 19세기 초반에 두드러진 사조는 과거의 영광을 되돌아보는 신고전주의였다.


with Neoclassicism에서 with은 빼고, 신고전주의가 주어고

emerging은 그냥 술어로 해석한다.

신고전주의가 (19세기) 초반에 지배적인 사조로 등장했다.


다시 영어 원문에서 번역하면

19세기는 다양한 스타일의 주얼리가 공존하는 시대였고, 신고전주의가 초반에 지배적인 사조로 등장했다.


한국어는 뒷 표현을 조금 더 다듬어서 의역했다. "그중에서도 19세기 초반에 두드러진 사조는 과거의 영광을 되돌아보는 신고전주의였다."라고.




10. 익스트림 클로즈업이다. 이정도까지 클로즈업을 해야 보인다.


어떤 재료를 어떻게 사용할까 - 금, 은, 에메랄드, 사파이어, 황수정 등등 각기 다른 물성에 대한 이해


어떻게 표현할까, 구부릴까, 음각할까, 팔까, 동그랗게 만들까 - 세공법에 대한 이해


무엇을 표현할까 - 신화, 문학, 문화적 이해


누구에게 주는 것이고 용도는 무엇일까 - 권력제도에 대한 이해


가격은 얼마일까 - 시장과 경제논리(희소성)에 대한 이해


장인은 그저 단순하 생산직이 아니라 인문학과 재료공학을 결합한 크리에이터였고, 그들의 고민에는 사회 다방면에 대한 심도 깊은 이해가 묻어난다.


장인들은 유럽왕가의 인적 재산이고 그들이 만든 물품은 국가적 자산이었다. 오늘날로 말하면 바이오, 반도체, 철강, 조선, 전력통신망 같은 핵심 기술이었다.





11.  중세의 보석은 오늘날의 반도체 집적기술과 같다. 반도체에 스택하듯이, 보석 위에도 레이어를 올려 입체감을 준다.




왼쪽 아래를 보는 두상이 전형적인 상황에서 오른쪽 위를 보는 각도가 특별해보인다.


12.





전시는 단순히 보석의 찬란한 아름다움을 늘어놓는 데서 멈추지 않았다. 반짝이는 원석 하나하나에 깃든 이야기를 따라 유럽 고대 로마를 지나 중세를 거쳐 아르누보 시대까지 발걸음을 옮기듯 훑으며, 시대별로 보석이 지닌 사회적 기능과 세공 기법의 변천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그저 장신구에 그치지 않고, 보석을 예술로 자리매김하게 한 역사적 흐름이 오롯이 담겨 있다.


펜던트, 반지, 티아라까지 가지각색의 고혹적 보석들이 마치 밤하늘의 별처럼 반짝이며 눈앞을 수놓는다. 비단 별이 아니라 별들이 흐르는 흔적인 은하수와도 닮았다.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보석들은 찰랑찰랑 빛을 머금고, 눈부신 세공품은 마치 속삭이는 별빛처럼 창조자 세공사의 손길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그레고리안 성가의 아련하고 성스러운 울림 속에서 나를 둘러싼 시간의 결이 아득해지고, 인간을 넘어선 거대한 뜻을 어렴풋이 깨닫는다. 어느새 전시장 안은 보석의 눈부신 향연을 넘어, 거룩한 파도 물결에 휩싸인듯한 황홀함이 온몸을 감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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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의 대전환 - 경제 질서의 변곡점에서 글로벌 통화의 미래를 말하다
오건영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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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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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포스팅에 이어 시립미술관 계속






가운데 두 작품만 캡션을 읽어보자







손에 국화를 들고 춤을 추는 여성의 모습이 역동적으로 그려져 있다.


팔다리를 유연하게 왜곡시킨 포즈와 


주위에 부유하는 원형이나 구형이 호응하여


경쾌한 움직이 강조되는 한편


어딘가 애수를 띤 서정적 분위기도 감돈다


작자는 짧은 화업에 있어서 격렬하게 화풍을 변화시켰는데


1939년부터 본 작품이 그려진 41년까지의 기간 동안 큐비즘적 경향을 보여주는 좋은 작품을 차례로 발표했다.


제11회 독립미술협회전출품작.


-손에 국화를 들고 있다. 춤을 춘다. 팔다리가 유연하고, 포즈가 왜곡되어 있다. 이를 통해 경쾌한 움직임이 강조된다.

-경쾌한데도 슬프고 서정적 분위기도 있다.

-큐비즘적 작품이고, 작품이 화풍을 완전 바꾸었을 때 그린 것이다.



캡션을 읽고 나면 다시 보인다. 국화, 춤, 유연하면서 왜곡된 포즈, 경쾌하면서도 슬프고 서정적 분위기




의자에 깊이 걸터앉아 멍한 눈을 하는 남자


굵은 윤곽선으로 표현함으로써, 인물의 존재감을 강하게 부각시키고 있다.


모델은 작가 카타다의 친구 서양화가 나카데 산야.


몸을 약간 비스듬히 기울인 불안정한 자세한 표정은 작가 카타다의 무거운 마음 속이 투영되고 있는 것 같다.


- "걸터 앉는다" "비스듬히 기울였다" 라는 객관적이고 기술적 표현이

- 불안정하 자세라는 해석을 거쳐, 작가의 무거운 마음이라는 주관적 해석으로 나아간다.


우선 작품을 제대로 시각적 분석을 하고 나서 해석을 해야한다. 해석에 대해서는 설득 된다, 되지 않는다라고 토론할 수 있다.


캡션을 읽고 나면 다시 보인다.










이데미츠 미술관은 사진 촬영 금지여서 전시장 전경 사진만 찍었다.


카타콤을 닮은 매우 적막한 곳에서 경건한 그리스도교 도상 작품을 전시하고 있었다. 감상에 적절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설립자 사진



이곳에는 심장을 멎게하는 듯한 작품이 있었으니





광활한 바다 속에서 거친 파도에 시달리며 고뇌하는 난파자.


하지만, 그런 거친 바다에도 언젠가는 바람이 그치고, 바람이 멎고(凪のように) 고요해지는 때가 온다.


루오에게는 그런 내용을 읽은 시가 몇 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루오는 그 난파자를 예술가의 모습과 겹쳐 놓았던 것이다.


사나운 하늘에도 맑은 하늘이 찾아오듯 고난의 길을 걷는 예술가에게도 분명 밝은 미래가 기다리고 있다고.



-이 작품의 아우라와 캡션의 문학적 표현에 심장이 멎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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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메이징 유아 패턴 영어 121 - 0~7세 아이의 입을 여는 엄마표 영어 발화 놀이법
유진아 지음 / 래디시 / 202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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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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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북서울 미술관


2024 타이틀 매치: 홍이현숙 vs. 염지혜 《돌과 밤》

20241205-20250330


1. 중계역과 하계역 사이에 있다. 방문해보면서 어떤 역에서 나가는 것이 빠를까 궁금했는데 하계역이 더 좋은 것 같다. 





2, 우선 타이틀 앞에 등장하는 홍이현숙 작가만 먼저 다룬다.


돌과 밤. 


한국어에 있는 한 글자 어휘의 감각이 좋다. 돌, 불, 밤, 꿈, 봄, 물 등.


홍이현숙작가는 돌을 담당한다.


참고로 돌 석石은 한중일 다 쓰고 다 rock의 의미를 공유하지만, 이름 돌 乭이라는 한자는 한국이 개발한 한자다.


돌 석을 위에 올리고 아래 새 을 乙을 달아 ㄹ의 발음을 넣었다. 발음은 돌이지만 rock의 의미가 아니라 사람 이름이라는 뜻이다.


안국역 MMCA서울의 <순간이동> 전시 참여 작가 유태경의 VR작품 <시네마틱 스크리닝: 근로의 끝에는 가난이 없다>에서 보이는 무성영화의 주인공이 복돌인데 福乭이라고 썼다. 뒤로 가면서 한자가 복돌이라고 한글로도 보이고 섞어서 福돌이라고도 했던 것이 기억난다.


한글로 돌이라고 하면 사람이름 돌도 되고 광물 돌도 된다는 뜻이고, 사람 이름 돌은 을乙을 돌 석石 아래 붙여 새로운 한자를 만들었다는 뜻이다. 


만약 이 전시 제목인 돌과 밤을 한자로 번역했다가 다시 한글발음으로 옮기면 석과 야 (石과 夜)가 될테다.



3. 작가는 무슨 돌을 말할까?


작가는 '돌을 만지고 본다는 것'에 대해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시장 전체를 양껏 써서 작품을 전시했다. 일본어에는 풍성하고 풍부하게 양껏 사치한다는 의미를 나타내는 贅沢な라는 표현이 있는데, 그런 제이타쿠한 느낌이 느껴진다. 이 전시장 아니면 이정도의 느낌을 구현할 수 없다. 그리고 이렇게 넓은 공간을 양껏 지배하고 있기 때문에 더더욱 돌이라는 매체의 적막하고 지배적인 느낌을 전달하는데 적합했다.






북한산 인수봉에 올라 프로타쥬한 작품이다. 32분 가량의 작품 메이킹 영상도 있다. 사운드 녹음에서 인수봉에서 자주 들리는, 까마귀의 목구멍 안쪽 깊은 곳에서 소리가 나오는 까악까악 울음과 바람 소리가 들린다.



인수봉 자체의 일부만 땄음에도 전시장에서 보이는 작품은 매우 거대하다. 자연의 웅대함이 느껴진다.



전시장 안에 옮겨오면 이렇게 거대해보이는 작품이 자연 안에서는 얼마나 작은가. 우리가 만드는 모든 인공적 물품의 하찮음이여



4. 전시장 중간에 있는 아미동 비석 마을이라는 거대 영상 작품은 뒷 부분에 숨겨져있는 작가 둘의 녹음을 스크립트와 함께 읽으면 풍부하게 읽혀진다. 작품 앞부분에 있는 일부 대사는 뒷편의 스크립트와 연관성이 있다. 대부분 관객은 그렇게까지 다 보고 들을 여유가 없고, 그냥 휙 둘러보고 나갈 뿐이다. 마음의 여유가 있는 사람은 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영상이든 녹음이든 러닝타임 동안 다 지켜보면 훨씬 더 풍부하게 감상할 수 있다.







여기서 시간을 갖고 다 들어보면,  파라스파라 삼받드하, 수 해파리 사바하, 말미잘 말미잘 말미잘이여!를 녹음하는 작가 둘의 음성이 드라이한 사무직의 음성톤과 전문 성우가 아닌 일반인이 스크립트를 기계적이면서 어색하게 읽는 듯한 음성톤의 어떤 중간의 매력이 느껴진다.


솟구친다!! 빠방!!에 기왕 느낌표를 두 개나 넣었는데.. 수슉, 푸와와앙!!이라고 했는데 이런 톤으로.. 꽈르릉 꼬르릉도...






다른 형태의 돌을 아주 꼼꼼하게 관찰하고 영상에 담았다.


퍼포머 히로무 사토의 무브먼트가 참 좋다. 지하 바닥의 거미, 전갈, 쥐의 움직임을 아주 감각적으로 표현했다.


스크립트도 잘 썼다. 존재의 목적이라는 한글 자막이 보였는데 들리는 음성에서 아카시(存在の証)라고 들렸다.


보통 存在の目的 손자이노 모쿠테키라고 해도 의미는 통하지만


목적 대신 証(아카시, 증거)라는 보다 일본스럽게 자연스러운 표현을 썼다.




5. 다음 전시장에서 여러 단채널 비디오 영상을 상영하고 있는데 다른 시간대에 다른 의도로 만든 두 작품씩 병치하면서 새로운 의미가 생기는 것들이 있다. 


그중 두 작품 한 세트로 두 세트가 인상적이다. 


한 세트는 수어에 대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돌에 대한 것이다.


먼저 전시 주제인 돌부터.


두 영상 속에서 작가는 돌 부처상을 꼼꼼하게 만지고 본다. "꼼꼼하다"는 표현을 최대한으로 구체적으로 표현하면 이런 것이다.


꽤나 전문적인 락 클라이머로 보이는 작가는 큰 돌부처상을 맨 손으로 만지면서 오른다. 이것이 정말 제대로 돌을 만지는 것!


옆의 작품에서는 돌부처상의 모든 명칭을 기술적으로 분석하고 묘사하면서 아주 꼼꼼하게 훑는다. 빌 브라이슨 같이 발칙하면서 집요한 느낌이다.


야릇하면서 동시에 매우 테크니컬한 새로운 감각을 선사한다. 정말 돌부처를 사랑하는구나.


작품의 감각과는 상관없는 예시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기사단장 죽이기 뒷 부분 어디에서 사람 가죽을 벗기고 가죽 해체 기술에 대한 기술적인 논의를 하는 사람들이 나온다. 


부처 가사 명칭부터 시작해서 두툼한 손에 대한 애정어린 표현까지, 정말 본다는 것이 무엇인지, 제대로 작품을 관찰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이 작품을 통해 알 수 있다. 






작가에 의해 꼼꼼히 만져지는 우리 돌부처님.


6. 수어 영상은 따로 만들어졌으나 두 개를 병치하면서 새로운 의미가 생겼다.


좌측은 수어를 9명이 배우는 장면을 촬영한 것이고,


우측은 여호와의 증인 야외 예배에서 수어를 하는 모습을 촬영한 것이다.





작가의 노트에 동생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였고 어머니와 간다고 함께 참여를 권유해서 참석했다고 했다.


일반적인 도슨트 설명에서는 이런 작가의 사적 배경이나 비하인드 스토리로 관람객의 흥미를 유도할 것이다.


도슨트를 경유하지 않는 일반적인 관객들은 이게 뭐야? 예배랑 수어네 주제만 하고 넘어갈 것이다. 


둘 다 한계가 있다.


우선, 작가의 사적 배경이 작품 감상에 중요한 요소일 수도 있고 아닐 수 있다. 가족 구성원이 여호와의 증인 신도니까 찍을 수 있는 기회가 있었겠다. 그러나 그런 것은 별 관련 없다. 남 이야기를 좋아하는 호사가들이나 좋아할 법한 것이다. 


작가의 퍼스널한 부분은 아무럼 어떤가. 남의 뒷담화일 뿐이다.


진지한 관람객은 그러나 굳이 왜 그 기회를 영상으로 작품으로 만드는 수고를 했고, 전체를 롱테이크하는 게 아니라 어떤 부분을 촬영했으며, 왜 이 두 작품을 병치해서 한 작품으로 구성했는가를 탐구하는 것이다. 


동생이 여호와의 증인이라는 말보다 더 흥미로운 작가의 말은 다음에 있다. 이런 부분을 포착하면 작품을 읽을 때 풍부한 해석이 가능하다.


언니는 예술을 믿고 나는 종교를 믿는거야.


그럼 여기서 우리는 저 영상에 보이는 종교적 특성과 예술의 특성을 비교해볼 수 있겠다.


열광적인, 메시아에 의지하는, 추상적인 것을 말하는, 거대 퍼포먼스를 하는, 권위에 저항하는 듯 하면서 어떤 권위에는 저항하지 않는 등등..


그리고 한 발 더 나아가서 이 작품이 병치되어 있다는 점에서 관객은 비교분석하는 시각적 훈련을 할 수 있다.


작품 안에서 작품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오래 생각해보는 이런 심도 깊은 생각이 우리를 한 걸음 더 지적으로 나은 시민으로 만든다.




작가의 말에서 아티스트로서 어떤 가벼움이 느껴진다. 그들에게도 멋진 부분이 있다. 




좌측과 우측을 비교해서 공통점과 차이점을 구별해내고 이를 언어로 표현하고 의미와 맥락을 이끌어내는 작문 훈련을 해볼 수 있다. 미국 AP 미술사의 핵심 작문 문제이다. 다음 두 작품을 시각적으로 분석하고 맥락을 말해보세요.


대상의 공통점

좌측 수어: 닐리리맘보라는 노래와 춤

우측 예배: 기독교 노래와 춤


대상의 차이점

좌측은 지금 막 배운 자유로운 메시지의 가사와 어색하지만 흥겨운 리듬 

우측은 단선적 방식의 춤과 이미 공유되고 학습된 단일한 메시지의 가사


장소의 공통점

전투기 엔진소리가 들리는 공군기지 근처의 수원

상암 월드컵 경기장. 경기와 공연으로 인해 주변 아파트 단지의 민원이 많다

둘 다 소음이 있는 공간이지만


장소의 차이점

좌측은 밖에서 안으로 외부소음이, 원하지 않는 시간, 훈련 일정이 사전 공지되지 않은 알 수 없는 시간대에 불규칙적으로 굉음이 들린다

우측으 안에서 밖으로 소음이 나가고 주변 아파트 단지의 생활에 불편함을 가한다.


연출의 공통점

청각장애의 시선을 담아 경험을 공감할 수 있도록 했다.

좌측은 닐리리 맘보 노래와 춤을 수어로 배우면서 청각 장애자의 환경에 공감한다.

우측 예배 촬영 카메라는 수어 쓰는 사람들을 촬영할 때는 음소거를 하고 다른 부분을 카메라에 담을 때는 음성을 넣어서

마치 수인들의 시선처럼 연출했다.


그외 생각해볼 점

둘 다 무언가를 배운다. 수어를, 기독교 구원의 메시지를

등장인물 좌측은 나이대가 다른 한국 여성 9명이고 우측은 동남아 등 전세계 각국의 사람 일부를 포함해 대부분 한국인 5만명이다. 이들을 묶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그들로 하여금 한 장소에 모이게 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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