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 사전 - 라스트 아날로거 시인이 포착한 요즘 언어의 이면
이소호 지음 / 마음산책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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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산책 출판사에서 나온 이소호 시인의 젠지사전 읽었다. 특이한 용례가 있을까하고 아무 생각없이 손에 집었다가 산문이라 한 호흡에 빠르고 산뜻하게 읽었다. 시인이 쓴 산문은 형용모순은 아니겠고 기대의 불일치인데 즐거운 디싱코페이션이다. 앞부분의 밤티와 뒷부분의 포엣코어가 가장 좋았다.

편집적으로는 이제 사계절이 없어지고 여름 겨울이 길어진다며, 봄 여~름 가을 겨~울의 자간을 떡의 양볼을 잡고 늘어뜨린듯한 글자조정이 흥미로웠다. 글 구성은 일기형식의 라인이 가지런히 그려져있는 노트로 시작해 젠지어휘에 대해 소개하며 이에 착안해 이런 저런 신변잡기류의 아무 말 대잔치를 풀어나간다. 마지막에 블로그 일기같기도 시같기도 한, 행이 구분되어 있는 자유시가 생각의 한 단위를 매듭짓는다.

사전이라는 부제가 있지마 젠지어휘를 자세한 용례와 함께 설명을 베푼 사전은 아니다. 그렇게 보기엔 각주와 보충설명이 더 주가 된 배보다 배꼽이 큰 책이 되겠다.

88년생으로 젠지 어휘를 소비하는 저자가,젠지 어휘를 생산하는 세대에 대해 숟가락을 얹으며 자신의 생각을 풀어나가는 글로, 샘터풍의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에세이다. 원래 마음산책이 그렇게 사람냄새 진하게 풍기는 글을 많이 내는 담백하고 소박한 출판사다. 아무튼, 시리즈를 내는출판사 세 연합도 같은 신념에 기반한 듯하다, 아무튼.

책 전체에서 여기저기 흩어져있는 정보를 긁어모아 퀼트처럼 엮어보면 문창과를 나왔고 불교재단에서 대학원을 다녔으며 88년생으로 4년의 (힘든) 공백기를 거쳐 엄마는 인정해주지 않는 김수영 문학상을 받고 프리랜서로 있다. 나무위키나 인터넷에도 있는 공식정보가 아니라면 5월을 좋아하고 뉴욕에 자주 출몰했으며 3번 살았고 앞으로도 살고 싶으며 광고회사에 다닌 적이 있다는 점. 작가가 에세이로서 인정받고 싶어하고 개인사를 알아주기를 원하는 듯하기에, 스스로 공개하기로 결정해 지면에 늘어뜨린 이야기를 그러모아 박음질해보았다,

밀레니엄세대, 젠지와 알파세대는 구분해야한다고 하고 업무용폰과 개인용폰이 분리되어있으며 개인용폰의 유심을 구매해 사용하니 번호가 바뀌고 프리랜서로서 불안해하는 부동산 미소지자로서 시인은 강의실에서 젠지세대 학생들에게 ‘이 시에서 화자가 느끼는 감성이 무엇이 생각해요? 라고 묻고 젠지 제자에게 EDC소개받는다.

작가와 함께 뉴욕에 가서 당뇨로 인한 개인 도시락을 먹은 엄마는 에세이를 집안망신이라 싫어했고 소설가로서 딸을 좋아했으나 작가는 시인으로서 인정받고자 평론을 기다리지만, 독자에게는 에세이를 인정받고 싶어한다. 10년 전 그이와 못내 아쉬운 정다운 감정도 있다.

누구의 에세이든지 한 권을 다 읽고 나면 뇌 속에서 퍼스널 네러티브가 퍼즐처럼 이리저리 조합되고 글로 간단히 독후감을 쓰면서 정리된다.

세대구분이 의미있나 거칠게 포착해 포박하는게 아닌가 싶으면서 젊음밖에 사회적으로 가진 것이 없는 이들에겐 한 살이라도 유의미한 구분이다. 소년만화와 학원물에서는 그 학생들을 가르치는 선생어른이 보기엔 조막만해 그게 그거인 아이들이 선후배관계를 계급단위로 치환해한 살 차이선배를 영관급 장교로 대우한다. 그런 젊은 세대가 생산하는 어휘를 어른들이 역으로 배우고 소비하고 의미를 역추적하고 아는 척한다는게 아이러니다.

자기는 밀레니얼이라고 선을 확실히 그은 작가가 젠지 단어를 배우며 생각한 단상. 개중 밤티와 포엣코어가 인상깊었고

‘시는 응시하는 언어이고 울고 있는 등의 배후를 똑바로 쳐다보며 자신을 허물어서라도 타자의 진실을 마주하려 한다‘는 시인의 입장에서, 정식으로 분노하기엔 애매하고 청자가 직접 찾아보아야하는데다 공격하되 도망가고 시선을 돌리면서 규정하기에 문제가 있다는 p39-47의 밤티. 이집트인의 까만 머리카락 칭찬이 사실 성희롱이라는 것을 인지했다는 마지막의 단어, 음모로 임팩트있는 방점을 찍은 것까지 글 전체가 좋았다.

이와 비등한 좋은 글은 p183-192에 이르는 포엣코어였다. 시란 무엇인가, 미국 시집 출판에 대한 분석과 젠지의 시사랑을 다루는 시인의 본업 모먼트였다. 이 글도 AI 개새끼로 끝나서 감정이 일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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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6-09-04 1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시인의 시집이 나왔을때 관심이 가서 읽어본 적 있고, 최근엔 한국일보에 젠지 세대에 대한 글을 연자하고 있기도 해요. 산문집을 내기에 이르렀군요. 일단 재미있을 것 같다는 선입견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