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365일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유홍준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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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정말 명서이다.

일전에 청소년을 위한 시리즈로 4권을 나눠서 '답사노트'와 함께 나왔던 책도 전권 샀었는데, 이번 책은 '여행자를 위한 만년 다이어리'로 답사기에서 엄선한 이달의 추천 여행지 24곳이 수록되어있다는 표제가 보인다. 이번에도 '나'에 초점을 맞춰 내가 채워가는 답사기가 완성되는 책이다.


다이어리라 불릴 수 있을 만큼, 달력, 스케줄표, 갔던 곳 표기, 메모지, 그리고 인터뷰형식의 몇가지 질문을 두고 기억하기 좋게 구성되어 있다.

추천하는 장소와 이유, 그리고 장소와 관련된 역사 정보가 짧게 실려있고 나머지는 내가 채워나가는 형식이다. 사진이나 글귀등으로 나만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완성해 나갈 수 있는 좋은 구성이다.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면 보이나니

그때 보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보통 책은 읽고, 덮어두고에서 끝나지만,

이 책은 읽고, 쓰고(기록하고), 다시 읽고, 쓰고를 반복하게 된다.

그 사이 사친첩처럼 들춰보고도 포함되어 있으리라.



1. 서울 종묘와 무계원

가을 겨울에 좋은 곳

종묘는 삶을 영위하는 궁궐과는 달리 죽음의 공간이자 영혼을 위한 공간으로 봄여름보다 가을겨울이 좋다. 단풍 속 황혼녘에 처연한 미학을 느낄수 있으며 눈덮인 거대한 수묵 진경산수화를 볼수있기 때문이다.

2. 부여 무량사, 해남 대흥사

사계 모두 좋은 곳

일년 열두달 무량사보다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하는 만수산과 오붓한 시고내음이 나는 사하촌이 어울리는 무량사, 국토 최남단에서 사계의 제빛을 놓치지않는 두륜산 구림리의 나무숲 장관 속 대흥사

3. 순천 선암사, 강진 무위사

매화꽃 피는 3월에 가기 좋은 곳

3월에 피는 매화꽃이 장관이며 우리나라 궁궐,정원에세 대할 수 있는 100종정도의 나무를 모두 볼수 있는 정원수의 표본이자 산사의 전형 선암사, 가장 오래된 후불 토벽의 붙박이 벽화 아미타 삼족 벽화와 수월관음도 원화가 보존된 무위사

4. 고창 선운사, 여주 신륵사

동백꽃 피는 4,5월에 가기 좋은 곳

동백나무 자생지의 북방산계선상에 가까이 있어 4월말에서 5월초 동백꽃의 절정을 볼수 있는 선운사, 보기 드문 강변사탈로 유유히 흐르는 남한강변의 높은 절벽위에 자리잡은 신륵사

5. 서산 마애불과 보원사터, 문경 봉암사

4월에만 출입을 허락하는 곳

동동남 30도로 동짓날 해뜨는 방향이라 일년의 시작을 알려주는 서산마애불과 백제의 숨결과 백제지역의 지방적특성이 나타나는 보원사터.

4월 초파일 부처님 오신날에만 출입을 허용하며 남한에 있는 금석문 중 최고봉인 지증대사비문이 있는 봉암사

6. 지리산 동남쪽, 제주 해녀불턱과 돈지할망당

초여름이 아름다운 곳

6월 산천의 초록과 연둣빛의 푸르름이 아름다운 지리산자락, 제주 올레 제 20코스의 종점이자 마지막 코스인 24코스의 출발점에 있는 해녀들의 쉼터이자 사랑방 해녀불턱과 종달리 수국꽃이 몇 킬로비터나 장하게 피어있는 환상적인 해신당 돈지할망당

7. 공주, 영양지역 답사

한여름이 아름다운 곳

금강변 따라 동서로 길게 뻗은 해발 110미터, 2킬로미터의 공산성과 주위 민가 돌담에 매해 여름 피어나는 능소화가 장관이 절터, 그리고 무령왕릉이 있는 공주.

봄이면 산수유, 여름이면 담배, 가을이면 고추가 제철을 구가하며 아름다움을 자아내지만 특히 주실마을 숲의 250년된 느티나무와 느릅나무가 우거지고 서석지윽 연꽃이 피어나는여름(7~8월)이 아름다운 영양.

8. 안동 병산서원, 제주 다랑쉬오름

한여름이 아름다운 곳

유유히 흐르는 낙동강과 백사장(모래밭), 강변의 솔밭, 마주하는 병산 사이에서 강산의 경관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으며 건축적, 원림적 사고의 탁월성을 보여주며 배치된 한국 서원건축의 최고봉 병산서원.

대칭미, 균제미를 보여주며 매끈한 풀밭과 한여름에도 더운줄 모르는 시원한 제주바람이 살랑살랑 불어오는 깔대기 모양의 분화구. 그 깊이가 한라산의 백록담과 같은 굼부리의 진면목을 보여주는 다랑쉬오름.

9. 평창 봉평, 정선 정암사

만추에 단풍이 아름다운 곳

개울길과 감자,옥수수밭이 여지없는 강원도 산길을 느끼게하는 봉평마을과 푹꺼진 천변에 준수한 바위와 소나무가 어울어지는 작은 명승지 팔석정은 가을꽃 필 무렵의 향촌향기가 느껴지는 곳.

태백산 깊은 산골에서 가장 아름다운 단풍 절경을 보여주는 정암사.

10. 영주 부석사, 양양 선림원터

늦가을 낙엽이 아름다운 곳

은행나무가로수와 사과밭이 있어, 은행잎이 떨어져 샛노란 낙엽이 길게 펼쳐지며 사철 중 늦가을이 가장 아름다운 부석사 진입로.

늦가을 단풍의 절경을 보여주는 설악산과 오대산 사이 움푹 꺼진 골짜기로 응복산 만월봉 미천계곡을 따라 향신제로 이름난 산초나무가 길게 늘어진 하늘아래 끝동네의 끝번지 선림원터.

11. 경주 감은사터, 안동 봉정사

늦가을에서 초겨울의 풍경이 아름다운 곳

산과 호수, 고갯마루와 계곡, 넓은 들판과 강, 바다가 어우러져 조국강산의 모든 아름다움의 전형을 축소하여 보여주는 11월 중순의 감포가도(경주에서 감은사로 가는길)

참나무의 갈색낙엽과 노랗게 물든 은행잎, 붉은 홍시가 익은 만추의 안동. 현존하는 목조건축중 가장 오래된 극락전이 있는 가을의 명소 봉정사.

12. 담양 소쇄원, 단양 적성

사계 모두 좋은 곳

무등산 북쪽 산자락과 증암천 냇물을 끼고있으며 사계마다 절정인 나무와 대나무가 모두있어 현존하는 우리나라 원림(교외에서 동산과 숲의 자연상태를 그대로 조경으로 삼으며 집칸과 정자배치)중 단연 으뜸인 소쇄원.

죽령천과 단양천이 남한강으로 흐르는 모습이 조망되고 옥수수밭, 도라지밭, 엉겅퀴같은 억센 야생화들이 사방에 있으며 겨울철 눈덮인 사자락 나목 행렬이 굵고 긴 산수화를 보여주는 천연의 요새 적성.


이 책의 말머리에는 이런 문구가 있다.

인간은 자신이 경험한 만큼만 느끼는 법이다.

그 경험의 폭은 반드시

지적인 것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시각적 경험, 삶의 체험 모두를 말한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365일

여행자들이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시야가 넓어졌어"라고 말하는

여행의 이유이기도 하다.

그럴 수 있는 질문들이 담겨있는 책이기도 하다.

어디를 다녀왔지? 왜 그곳으로 갔지? 그곳에 간 이유를 이루었나 혹은 이루지 못하였나, 무엇이 계획대로 되지 않았나, 새로운 것을 알게 되었나? 어떤 사람들을 만났고, 어떤 헤프닝이 있었나? 어떤 점이 좋았고, 어떤 점이 아쉬웠나.

그리고 책표지에도 있는,

'(경험 이후에 보고 느끼는 것은) 전과 같지 않으리라' 라는 말.

그 말을 이 곳에 남기면 된다.

여행 후에 그곳, 그 장소는 여행가기 전의 내 머릿속에서 알고만 있던 장소와는 분명히 다르리라.

여정과 일대기가 있고, 추억을 남기고 왔고, 어떠한 감흥을 내게 주었을 수도 있겠지. 그래서 너에게 어떤 곳으로 남게되었는지 기록하는 나만의 답사기.

완성된 책이 아니라 완성해 가는 책,

나의문화유산답사기 365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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