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일가 - 교토 로쿠요샤, 3대를 이어 사랑받는 카페
가바야마 사토루 지음, 임윤정 옮김 / 앨리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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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일가(가바야마 사토루)

원제 京都·六曜社三代記喫茶の一族 (교토 ·로쿠요샤 삼대기찻집일족)


찻집이란, 어디까지나 멍하니 자신만의 시간을 보내는 곳이자,

책을 읽고, 친구와 이야기하고, 낯선 사람과도 어울리는 장소다.

내가 카페에 가는 이유,

그리고 내가 아닌 누구라도 그 이유가 되어줄것이다.

" 찻집에 있을때 만큼은 느긋하게 시간을 보냈으면 좋겠다.

일견 비효율적으로 보이는 대처가 긴 안목으로 보아 가게의 미래로 연결될 것이다."


패전 이듬해인 1946년 구 만주의 고도에 문을 연 작은 커피점(喫茶(きっさ)店)에서의 인연에서 시작되는 이 커피집은, 이후 교토에서 레인보우(レインボウ), 코니아일랜드(コニアイルランド)커피집을 거쳐, 로쿠요샤(六曜社)라는 이름의 가게를 이어받아 2020년, 로쿠요사가 처음 발걸음을 뗀 지 70년을 맞이했다. 그리고 이대로 천천히 '100년을 잇는 커피점'이라는 타이틀을 향해 묵묵히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100년 찻집'이라는 목표는 어느덧 종착점이 아닌 통과점이 되어 있었다.

'늘 죽음을 의식하며 아슬아슬하게 매일을 보내던 중에 만난 것이

바로 '작은 커피점(小ちな喫茶店) 포장마차였다.

융드립으로 정성스럽게 내려주는 커피는 힘든 나날을 잠시나마 잊게 해주었다.

어느덧 야에코에게 그곳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장소가 되었다.

그 커피점을 운영하던 남자가 훗날 야에코의 남편이 되는 오쿠노 미노루다. ㅡ26p'

'야에코는 미노루와의 (교토에서의) 재회를 기뻐했던 찻집에서

다시금 출발하게 된 것에 어딘가 운명 같은 걸 느꼈다.

여섯명의 여성이 경영을 하고 있었던 데서 가게 이름이 유래했다는 사람도 있었다.

길일이네 흉일이네 하는 달력에서, 길흉의 기준이 되는 여섯날을 연상케 하는

로쿠요샤는 어딘가 신비스러운 울림이 있어 좋았다.

로쿠요사에서의 새출발, 미노루는 27세, 야에코는 25세였다.ㅡ41p'

'손님에게 붙임성 좋게 응대하는 것이 우리들의 일이야ㅡ36p'

'접갭업은 무엇보다 청결함이야.ㅡ51p'

'접객은 웃는 얼굴로, 어서오세요와 감사합니다는 큰소리로, 물은 잔이 비기 전에 따르러 간다, 머리가 길면 반드시 뒤로 깔끔하게 묶는다, 앞치마 끈은 예쁜 리본 모양으로 묶는다, 매니큐어는 절대 금지, 등등 무엇보다 청결이 가장 중요하다.ㅡ103p'

그렇게 시작되어 운영된 이 커피 가게는 '가족끼리 꾸려가는 편안함'이 감도는 분위기를 풍긴다. 이 가게를 찾은 손님중 한명은(세토우치 자쿠초 작가) 이곳을 '데이트에서 남녀가 은밀하게 있을법한 분위기가 아니라 장소 전체가 우리집 부엌같은 느낌이라 마음이 편했지요' 라고 회상한다. 엽서 그림을 그려놓고, 클래식을 중심으로 재즈와 샹송 레코드를 틀었으며, 휴대 전화가 없던 시절 가게의 메모장에 전언을 남겨 손님 사이의 가교가 되주기도 했다. 때문에 60년대 학생운동 시절의 단골은 '시위 후 돌아가는 길에 좌절과 허무감에 망가진 기분을 치유할 목적으로 들르는 코스이자 동료들과 연락을 취하는 곳'이였다고 말하기도 한다. 로쿠요샤는 다양한 인간군상의 목격자이자, 때로는 삶의 희비가 교차되는 곳이기도 했다.

'사랑이 시작되는 곳이자 말없이 음반을 듣는 곳, 주먹다짐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한 찻집은, 과거를 가진 사람들이 일순 교차하는 이야기의 무대였다.ㅡ80p'

'커피숍에서 커피를 마시고 멍하니 있는 것 자체가 하나의 오락이었다.ㅡ85p'

이후 지하에서 1층으로 옮기면서 지하점은 선술집(바)으로 개점한 이자카야 로쿠요로 재출발해 스낵바를 열어 샌드위치, 필라프, 스파게티 등 젊은 사람들로 북적이게 되었다. 지상점은 차남인 하지메가, 지하점은 장남인 다카시가 가게를 돕게 되면서 두 형제가 가업에 참여하게 되었고, 아주 먼 길을 돌고돌아 온 막내 오사무는 저녁에 바가 오픈하기 전인 낮시간에 지하 커피점을 열게 되어 결국 세형제가 모두 가업에 참여하게 된다.

'가게에서는 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이 주요 손님층이라고 생각되는, 편안한 옷차림을 한 손님들이 저마다 커피를 즐기고 있었다. 가게 분위기에도 점원에게도 기를 쓰지 않고 거리에 녹아든 느낌이 강했다. 사람들의 일상에 능숙하게 파고 든 가게, 대중적이고 제대로 맛있는 집, 오사무가 목표로하는 이상형의 근원이다.ㅡ106p'


언젠가 로쿠요샤를 이어가고 싶어요.

앞으로도 가게가 계속 남아 있었으면 해요.

그렇게 한참이 지난 후에 오사무의 아들 군페이가 이어가면서 가게는 지속되고 있다. 한 작은 커피가게가 어떻게 70년을 이어오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이 글 속에는 전쟁의 시대를 보낸 그들이 고스란히 지내온 시대적 배경과 역사가 들어있었고, 자연스럽게 그들이 자리잡은 장소인 교토의 상업화 과정, 그 중 커피집의 발전과정과 가격 변화등 전반적인 도시 발전과 경제성장기, 소비 문화의 변화, 시대별 유행들이 담겨있었다. 뿐만아니라 가족 경영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기에 가족간의 소통 방식과 믿음에 대한 이야기도 들어있었고, 그들이 추구하는 가치관과 인생도 담겨있었다. 이 작은 책한권에, 그것도 교토의 한 작은 커피가게 이야기가 이렇게 두루두루 포괄적이고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을 줄이야. 시간여행과 교토여행을 동시에 하는 기분이었고, 천천히 가게에 스며들어 로쿠요샤에서 커피 한잔 마시는 기분이 드는 책이다.


이것이야말로, 내가 계속 찾던 길인지도 모른다.

오사무 116p

헛된 경험은 없구나.

지금까지의 경험을 살려서 이상으로 삼는 찻집을 만들고 싶다.

군페이 169p, 172p

어디로 넘어질지 모르지만 따라와주면 좋겠어

군페이 175p

끝으로, 책속의 책으로 지나가는 문장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 하나.


로쿠요(六曜社로쿠요샤를 六曜(ろくよう)로쿠요라고 썼다)에서 혼자 술을 마신뒤

나는 잘 웃었다. 그리고 울었다.

울고 웃는 묘한 감정으로 지냈다.

저 웨이터 아저씨에게

'Do you know yourself? (자기 자신을 아세요?)'라고 말했더니,

'Yes, Perhaps, I know myself.'(네, 아마도요. 저는 제 자신을 압니다.)'라고 답했다.

'나는 I don't know my self.(저는 저를 모르겠어요)'하며 웃었다.

64p

자신있게 내가 가는 길에대해서, 내가 추구하는 가치에대해서, 그렇게 나에 대해서 I Know myself, Perhaps. 라고, 대답할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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