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적이 일어나기 2초전/ 아녜스 리디그


십대때 엄마가 되는 바람에 대형마트에서 캐셔로 일하고 있는 줄리는 지금의 삶이 만족스럽지는 않지만 아들 룰루 때문에 버텨내고 있는 싱글마더다. 어느날 마트에서 울고 있는 그녀를 본 한 중년의 신사가 줄리에게 여행을 제안한다. 그의 이름은 폴, 처음엔 온갖 나쁜 상상을 하던 줄리는 폴의 거부하기 힘든 진지함에 넘어가 함께 여행에 따라 나서게 된다. 세살난 아들에게 바다를 보여줄 생각에 들뜬 줄리는 함께 여행할 사람이 하나 더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가 바로 폴의 아들 제롬으로, 그는 아버지가 난데없이 젊은 여자와 그녀의 어린 아들을 데리고 나타나자 경계심을 품게 된다. 줄리 역시 뚱한 채 못마땅한 기색을 감추지 않는 제롬이 부담스럽기만 하고, 자신이 왜 이 여행을 온다고 했을까 후회하기 시작한다. 이 여행이 잘 될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모두를 아는 폴과 아무것도 모르는 룰루뿐...과연 이 여행은 잘 마무리 될 수 있을까. 여행 가기전까진 서로를 몰랐던 그들이 2주나 되는 시간동안 잘 지내는 것이 가능하기는 할까? 줄리와 제롬은 회의적인 가운데, 다만 폴만이 느긋하게 이 상황을 즐겨 보자고 하는데...


작가의 경험과 진심이 부표처럼 떠있는 덕에 진부한 트릭과 감상이 넘실대는 바다에서 용케 익사하지 않고 헤어나올 수 있었던 책이다. 작가가 조산사인 자신의 경험을 적절하게 활용하고, 백혈병으로 아들을 잃은 아픔을 진심으로 담아냈기에 가능했던 일. 그걸 보면 이 작가는 상상력보다는 자신이 아는 것을 잘 쓰는 타입인듯하다. 그래서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나머지가 좀 개연성이 떨어진다. 진부한데다 감상적이고 개연성마저 떨어지니 좋은 작품이라고 하기는 어렵고... 그럼에도 이 책이 그럭저럭 읽히는 것은 작가 자신의 경험에서 오는 울림 때문이다. 떠나 보낸 아들을 잊지 않으면서도 오늘을 살아가야 한다는 것에 대한 슬픈 다짐 같은 것 말이다. 그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아는 나로써는 작가에게 응원을 보내는 수밖엔 없었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런 심정일 듯...



★★☆☆☆ 나의 세번째 가족/ 홀리 골드버그 스로운 


뉴욕 타임스 베스트 셀러, 아마존 올해 최고의 책이라는 문구에 속았다. 어쨌거나 최고라는 말이 붙은 것에는 약한 경향이 있어서 솔깃하고 말았던 것이다. 반드시, 꼭 좋은 작품일거라 라고 생각했었는데, 결론은 참 미국 사람들은 어린 천재를 좋아하는구나 라는 것. 이 책 속에서도 조숙하고 모르는 것이 없는 어린 천재가 등장한다. 그녀의 특징이라면 태어나자마자 입양이 된 입양아이자 백인이 아니라는 것. 자신을 친딸처럼 키워주고 있는 양부모에게서 전격적인 사랑을 받고 자라난 그녀지만 부모의 사랑도 그녀가 학교 생활에 적응하는데 도움이 되지는 못했다. 너무도 머리가 좋은 탓에 학교에서 왕따 신세가 된 윌로우는 컨닝을 했다는 누명을 쓰고 행동상담을 받게 된다. 상담소에 들르게 된 윌로우는 그곳에 먼저 와 있던 남매를 보고 드디어 자신에게도 친구가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천재가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는 이제 진부하다. 그것이 12살밖에 안 된 7에 광적으로 집착한 천재일지라도 말이다. 위기에 처한 천재를 이웃들의 협력으로 구해주었더니 그녀가 그들을 도와준다는, 미국 버전 흥부 이야기라고나 할까? 이런 이야기에 감동을 받기엔 이젠 익숙하다 못해 식상하다는 것이지. 이젠 나 정말로 천재가 아니라 그냥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싶다. 감동 받지 않아도 돼. 그냥 우리 주변에 있음직함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고 싶다고...


★★☆☆☆ 교장/나가오카 히로키 


경찰학교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묶어 놓은 것. 아, 물론 실화는 아니고 소설이다. 왜 이것에 정색을 하는가 하면 진짜로 이런 일들이 벌어진다면 이건 경찰학교가 아니라 범죄자 학교라고 해야 하기 때문이다. 범죄자를 잡으라고 가르치는 곳인데, 이미 범죄자 못지 않은 마인드를 가진 학생들이 수두룩 하다는 것은 아무리 봐도 이상하다. 원래 경찰학교가 이렇단 말인가 하면서 조금 의아해하며 보게 된 책. 난 경찰 학생들은 그래도 범죄자를 잡는 다는 사명감이나 정의 관념이 있는 줄 알았는데, 이 책을 보니 아니더라. 그냥 직업이 필요해서 학교에 등록하게 된 사람들은 부적응자도 있고, 새롭게 천직을 발견하게 된 자들도 있고.문제는 그들이 범죄자를 잡는 것뿐 아니라 범죄를 구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때 등장하는 것이 척하면 척, 부채가 떨어지기도 전에 점꽤를 맞춘다는 부채 도사의 재현을 보여주는 듯했던 가자마 선생님이다. 그의 눈을 통해 학생들이 벌이는 범죄를 간파하고 그를 해결한다는 것이 이 책의 주요 구성 거리인데, 가히 셜록 홈즈 수준의 수사력이라고 보면 되지 싶다. 물론 매력적인 면에서 보자면 셜록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 이 책의 단점이지만서도...그럭저럭 시간 때우기 용으로는 괜찮다. 남는 것은 별로 없다는 것은 감안하시고 보심 되실듯.


★★★☆☆ 신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크리스토퍼 히친스


몇년 전 그가 사망했다는 뉴스에 놀랐던 기억이 난다. 그렇게 빨리 돌아가실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었기 때문에...영자 신문이라도 들여다 보았더라면 그가 투병중이었다는 사실 정도는 알 수 있었을텐데, 영자 신문을 끊은지 오래되다 보니, 어느날 갑자기 결론만 들려 오는데 충격이었다. 마음의 준비가 전혀 되지 않은 상태에서 듣게 되었어서 말이다. 평소에 하도 짱짱하셔서 아주 아주 오래 사실 줄 알았는데, 아니 그런 카리스마를 누가 죽일 수 있겠는가라고 나는 당연하게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 누가 달겨 들어도 조금도 주눅들지 않고 할 말 다 하시던 불독 같은 분이시다보니, 그에게 죽음이란 가장 어울리지 않은 단어였지 않았는가 한다. 그 자신이 너무도 생명력이 충만한 분이었으므로.  그런데 이 책을 읽어보니 그런 생각을 했던 것이 비단 나만은 아니었던 모양이더라. 가족들이나 본인 조차도 자신이 죽을 줄 예상하지 않았었다고 하니, 이해가 간다. 글에서 짐작이 되는 것과 그는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이었다는 것을. 그래서 더 아쉽고 안타까웠다. 그의 깜찍한 매력을 더이상 볼 수 없다는 사실이 말이다.


그가 암으로 죽어가는 과정속에서 남긴 몇 편의 글을 모은 것이다.신없이 어떻게 죽을 것인가? 라는 물음에 어떻게긴? 잘이지...라고 퉁명스럽게 대꾸할 듯한 크리스토퍼 히친스는 자신이 식도암에 걸렸다는 말을 듣고 과연 자신이 어떻게 달라지려나 궁금해진다. 그가 평소에 무신론을 과하게 주장하고 다녔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가 혹시라고 개종이나 개과천선을 하지 않을까 라면서 종교인들이 희망을 가졌다고 한들 그들의 잘못만은 아닐 것이다. 원래 그들의 천성이 그러한 것을 어쩌겠는가. 하여간 그렇게 불난 집에 부채질을 열심히 하면서, 혹시라도 지금에라도 생명을 구걸하면서 나에게 오면 광명이나 최소한 천국의 한 자리 정도는 내주겠다는 종교인들의 열화와 같은 성원에 조금은 짜증을 내고, 조금은 유머로 받아치면서, 그는 끝까지 자신이 믿었던 것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지 않는다. 어찌나 속시원하고 후련하던지 말이다. 내가 왜 예전에 그를 그렇게도 좋아했는지 기억이 났다. 그렇다고 이 책이 종교를 경멸하기 위해 죽음의 두려움을 숨기는 그런 책이라고 생각하심 안 된다. 그는 제정신으로 그 모든 것을 받아들이고, 신체의 고통에 수반되는 모든 감정적인 변화들을 적어내려 가려 노력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다. 그는 끝까지 글쟁이였고, 그 자세만큼은 변화하지 않았다. 그는 말한다. " 나는 항상 스스로의 이성적인 사고능력과 엄격한 물질주의를 자랑스러워했다." 고...나 역시도 그렇다. 그의 이성적인 사고 능력이야말로 이 시대의 빛같은 것이었고,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광명과 속시원함을 가져다 주었는지 나는 잘 안다. 늦었지만, 이렇게 그를 일찍 잃었던 것에 대해 애도를 표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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