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7] 찬호께이 ★★★★☆

처음으로 읽어보는 홍콩 작가의 추리 소설. 홍콩작가의 책이라면 추리 소설이건 로맨스 소설이건 간에 이것이 처음이긴 하지만서도. 실은 홍콩에도 글을 쓰는 작가가 있다는 것을 오늘에서야 깨달았으니 뭐...말 다했지. 그런데 이 책을 보니 외국에 번역을 해서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을 정도로 퀄리티가 좋다. 내용은 홍콩 경찰 총국의 전설적인 인물이라는 관전 둬를 중심으로 1967년 그가 초짜 경찰관으로 일을 시작했을때부터 2013년 은퇴후 자문관으로 일을 하게 되기까지 세월동안 그가 해결한 여섯가지의 사건들을 모아 놓은 것이다. 특징이라면 역순으로 사건이 전개된다는 것과 여섯개의 사건이 독창적이고 신선하다는 것. 관전 둬라는 기개와 신념이 있는 경찰관이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 가는가에 촛점이 맞춰져 있는데, 그에 못지 않게 나오는 인물들을 입체적이고 생동감있게 그려낸 것도 책의 재미를 더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중국작가의 추리소설은 어떤지 궁금하신 분들에게 추천.

 

[걸 온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

 

알콜중독자인 레이첼의 인생을 거의 쫑난 것이나 다름없다. 유산한 후 바람난 남편에게 이혼을 당한 뒤 , 마지막 자존심이라고 할 수 있는 직장에서까지 해고된 그녀는 날마다 아무일 없다는 듯 출근길 기차에 오른다. 자신 외에 모든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살아가는 듯 보이는 풍경들을 멍하니 구경하던 그녀는 기차길 옆에 살던 한 부부에게 관심을 갖게 된다. 더할나위 없이 사랑하는 사이처럼 보이는 아름다운 부부에게 선망과 친근감을 느끼던 레이첼은 어느날 아내가 실종되었다는 뉴스에 깜짝 놀라게 된다. 왜냐면 실종 전날 그 아내가 바람 피는 광경을 목격한 것 때문에 자신이 심하게 분노했었기 때문...더군다나 그녀의 실종 당일 자신도 그 거리에 있었고, 다음날 아침 피가 묻은 채 집에 돌아왔던 것을 기억해낸 레이첼은 자신이 그녀의 실종에 모종의 관련이 있는게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문제는 그날 저녁의 일들이 술로 인해 아무것도 기억 나지 않는 다는 점. 과연 레이첼에겐 무슨 일이 일어났던 것일까? 실종된 아내가 바람을 피고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레이첼은 남편에게 죄가 없다고 확신하게 되는데, 그녀의 확신은 과연 믿어도 좋은 것일까?

알콜 중독자의 황량한 내면을 통찰력있게 그려낸 점은 합격점. 무엇보다 자신이 어제 무엇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하는 알콜성 섬망증을 실종사건의 연결 고리로 활용한 점이 탁월했다 싶다. 다만, 좀 무리하게 사람들과 사건들을 연결시킨다는 점과, 과연 알콜중독자의 황량한 내면을 책 한 권 분량으로 읽고 싶은가 하는 점이 별로였다. 한마디로 다크하다. 책의 성공에 힘입어 영화로도 만들어진다는데, 조금은 우울하고 암울한 분위기의 영화가 되지 않을까 한다. 진상이 무엇인지 끝까지 궁금하게 한다는 점에서는 추리 영화로써는 제격이지 않을까 싶지만서도.

 

 

 

 

[아들] 요 네스뵈★★★☆☆

 

아버지를 우상처럼 여기던 소니는 그가 부패 경찰로 몰려 자살하자 실의에 젖어 삶을 포기하고 만다. 촉망받던 학생에서 순식간에 마약 중독자가 되어 버린 소니는 남의 죄를 뒤집어 쓰고 감옥에 갇히게 된다. 그곳에서 무한정 공급되는 마약으로 평정심을 얻고 살아가던 그에게 재소자들은 감명을 받게 되고, 죄수들은 그에게 성자라는 타이틀을 붙이고 고해 성사를 해오기게 이른다. 그러던 중 소니는 동료 재소자의 고해로 인해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된다. 바로 아버지 죽음의 배후를 알게 된 것. 이는 삶의 미련 따위는 전혀 남아 있지 않던 그에게 진실을 알고자 하는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주고, 그는 천재적인 머리를 활용해 탈옥을 감행하기에 이르는데... 과연 소니는 아버지의 누명을 벗길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아버지를 죽인 범인은 ?

요 네스뵈의 책 답게 박진감있게 전개되는 것이 특징. 아버지를 우상처럼 떠받들던 아들이 아버지의 명예회복과 복수를 위해 신출귀몰한 솜씨로 적들을 상대해 나가는 것들이 압권이다. 전반이 좀 지루하게 흐른다면 아들이 탈옥하는 그 순간부터 요 네스뵈의 진가가 드러난다고 보면 된다. 아들이 천재적인 머리과 감옥에서 얻은 연줄을 가지고 몇가지 단서만으로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들이 통쾌하게 전개되는데 <아들>이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피붙이에 대한 끈끈함과 운명에 저항하는 아들의 애잔함이 잘 그려져 있었지 않는가 한다. 요 네스뵈의 책들 중에서 단품적인 성격이 강한 책이었는데, 마지막을 보니 어쩌면 이 책 역시 시리즈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긴 하더라. 힘들게 만들어낸 주인공을 알뜰하게 활용하는 작가의 전작에 미루어 짐작컨대 , 불가능한 추측은 아닐 듯...

 

 

 

[야간시력] 카린 포숨 ★★★★☆

 

살인범의 내면을 설득력있는 필치로 그려낸 작품. 겉으로 보기엔 평범하고 조용해 보이는 독신남 릭토르는 자신의 잔인하고 불안한 내면을 감춘 채 수년 간 요양원에서 일하고 있다. 같이 일하는 여 간호사에게 반한 그는 어떻게 해서든 그녀의 관심을 끌어 볼 수 있을까 고민을 하지만 그녀의 태도는 친절과 냉랭 그 중간 어디쯤일 뿐이다. 그녀를 제외한 세상 모드 사람들에게 적의와 무관심과 경멸과 혐오를 간직한 릭토르는 어느날 조난을 당한 사람의 비명을 못들은 척 지나치고 만다. 요양원에서도 고령환자들을 육체적으로 학대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던 그는 아무도 그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는 것에 쾌감을 느낀다. 그러던 그의 평온한(?) 일상은 공원에서 만난 한 여자와의 조우로 겉잡을 수 없이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데...


읽고 나면 서늘하고 착찹한 기분을 감출 길이 없던 추리 소설이었다. 탁월한 심리 묘사에 허술한 듯하지만 실은 교묘하게 늘어놓은 복선 장치, 자신의 범행이 발각되지 않을거라 확실하는 사이코패스의 밉살맞는 자신만만함이 의외의 곳에서 무너지는 과정이 영화 <태양은 가득히>를 연상하게 하는 잘 쓰여진 책이긴 하나, 읽고 나면 기분이 더럽다는 점에서 추천하기가 꺼려지는 작품이다. 야간 시력이라는 우리나라 책 제목보다 원제가 더 적합하지 않는가 한다. I can see in the dark. 자신이 어둠이 속해있기 때문에 누구보다 어둠을 잘 볼 수 있었던 한 남자의 고백담. 흥미로웠던 것은 그가 주변 사람들이 자신의 정체를 눈치채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을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할 것이라는 확신과 달리,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섬뜩한 기운을 느끼고 있었다는 점이었다. 인간은 도대체 자신을 어디까지 좋게만 인식하는 것일까, 우리 자신에 대한 너그러움의 한계는 없는 것일까를 생각하게 해주던 에피소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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