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리 피오리나, 힘든 선택들
칼리 피오리나 지음, 공경희 옮김 / 해냄 / 200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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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 피오나 자신이 쓴 자서전(?)이다.--물론 자신이 썼는가 하는 것은 나도 모른다.구술 정도는 분명히 했을거라고 생각하지만--

본인의 어린시절부터 2005년 휴렉 패커드에서 잘릴 때까지의 이야기들.

그녀 자신이 어떻게 그런 길들을 걸어 왔는지 소상하게--다른 말로 하면 지루하게--밝히고 있다.그녀 특유의 솔직함과 직선적인 태도, 정직함을  장마다 뚝뚝 흘려 가면서...

 

칼리 피오리나가 처음 휴렉의  CEO가 되었을때의 소동을 난 기억한다.

'유리천장'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말로  헤드 라인을 장식하면서 그녀에 대한 매력적인 기사들이 신문이며 잡지를 도배 했었다.

그때 뭐랄까.그녀를 우러러 보는 듯한 글들속에 중세시절 마녀를 바라보는 듯한 시선을 읽어 내고 불쾌해진 나는 그녀가 그 엄청난 일을 잘 헤쳐나갈 지 걱정이 됐었다.

그리고 그 우려는 2005년 그녀가 잘렸다고 난리를 피워대는 기사속에서 현실화되는 듯 보였다.

그 과정들 하나 하나가  본인의 입을 통해 재조명되는 이 책은 그래서 무대위의 뒷애기를 듣는 것같이 흥미롭다.

무엇보다 피오리나 자신이 인기를 좋아하거나 바란적도 없는 그저 워커 홀릭이었을 뿐이란 사실이 우스웠다. 세상사람들은 그녀를 철녀나 독한 여자,능력은 없지만 인기 덕분에 사는 여자로 묘사를 했었는데...

사실 그녀는 일로 승부를 내고,  성과를 내며, 일을 해결해 나가는 것에 모든 것을 걸고 사는 사람에 불과했다.

거기에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을 통해 문제점을 직시하고, 앞으로나가기 위해 최선을 다한 똑똑한 사람이라서 CEO가 된 것이었을 뿐.

다른 말로 하면 능력이 탁월해서 말이다.

난 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두렵다.

미국의 기업을  주도하는 CEO들이 바늘구멍 들어간 틈도 없을 만치 똑똑하고 실리적이란것에 주눅이 들어서...

 

언젠가 남동생과 남녀의 차이에 대해 토론을 한 적이 있었다.--토론이라기 보단 일방적으로 듣기만 한 것이지만--

그 때 동생은 여자는 남자를  당할 수 없다면서, 그 이유는 남자는 해야 한다면 눈썹하나 까딱하지 않고 거짓말을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여자는 그것을 절대 알아차리지 못한다면서(동생 왈,여자들은 동물적인 감각이 부족해...)

여자가 정치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운 것도 그 때문이라나?

피오리나가 해고당한 이유를 난 거기서 찾는다.정치적인 면에서 그녀는 둔했다.

다시 말하면 나이브했다고나 할까.

그래도 능력 하나 만으로 이 여자가 당차게 일을 벌려가는 모습을 보자니 짠하면서 자랑스러웠다.

 

그녀가 성공한 이유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을 것이다.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읽으시라.(따라서 생략함)

하지만 이 책은 별로 성공적인 책이라고 하긴 어렵다.

대부분의 지면을 본인이 다닌 회사의 의사결정과정들을 다뤘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지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로 출근을 하면서 보다  정확하고 빠른 의사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대해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라면  도움이 될 지도 모르겠지만서도,보다 인간적인 자서전을 기대한 사람들에겐 한없이 도움 안 되는 정보들로 넘쳐 날 수도 있는 책이다.

고객을 감동 시키고 고객의 마음을 읽어라!!!가 기업의 목표라면 그녀의 이 책은 평균작에 가깝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뭐...모든 분야에서 다 성공을 할 수는 없는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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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공포, 광우병 그리고 숨겨진 치매 - 미국산쇠고기를 둘러싼 무서운 음모와 충격적인 진실! 미스터리소설보다 더 흥미진진한 광우병 다큐멘터리!
콤 켈러허 지음, 김상윤.안성수 옮김, 김현원 감수 / 고려원북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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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1.우선 쉽게 읽힌다. 주제를 잘 전달하는 능력을 가진 숙련된 기자가 쓴 기사처럼 가독성이 높다. 광우병이란 무거운 주제를 다루면서도 심각하지도 굳이 유머를 집어 넣으려 애를 쓰지도 않았는데 한번 잡으면 쭉 읽게 할만큼 집중력이 돋보였고 ,흥미를 유발하게금 서술하는 태도도 인상적이었다.

글 쓰는 법을 어디서 배웠을까 궁금할 정도다.

저자 본인도 과학자고 ,이 책을 집필하게 된 과정도 광우병의 연구하면서 심각성을 알리기 위해서라고 하던데, 과학에 문외한이 들어도 소설을 읽듯이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는 것을 보면서 감탄을 했다.

다른 이들의 눈에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그리 쉬운게 아니란 것을 알기 때문에...

 

2.영어 제목이 <BRAIN TRUST>다.이 책을 다 읽고 났음에도 왜 이 제목을 붙였을지 깨닫지 못하고 있다.--이건 내 탓이다.--

한국 제목엔 광우병이란 단어가 들어가 있으니 이 책이 광우병에 관련된 것을 쓴 것이란 것은 쉽게 짐작이 될 것이다.

이 책은 50년대 뉴기니에서 처음 발견이 된 인간 광우병이 과학자들에 의해 주목을 받게 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그것이 단백질을 보충하려는 인간 식육(정확히는 시체 식육)에서 시작된 것이란 것을--그래서 육식에서 제외된 여자들과 아이들이 주로 걸림-- 알게되자 과학자들은 인간 광우병과 다른 종의 유사한 병들간의 공통점을 알아내기 위해 연구를 시작한다.

그래서 질병을 옮기는 박테리아나 균들과는 달리 열이나 화학약품에도 죽지 않는 '프라이온'이란 단백질이 그 매개체라는 것을 밝혀 내는데...

 

3.90년대 중반 영국에서 인간 광우병으로 (CJD) 사람들이 죽어 나가기 시작하자 사람들이 공포에 휩싸였던 것을 기억해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심각하단 느낌을 가지기엔 먼 나라 이야기였다.일본에서 광우병이 발견 되었단 뉴스에도 "하옇든지 일본 사람들 호들갑 떠는 것은 알아줘."였고...

이 책에서 저자가 밝히고 있는 프라이온에 대한 설명은 타임지나 뉴스위크지를 통해 대강 익히 들어온 이야기었다.단지 새로운 사실이라면 이 질병이 확산 되고 있으며, 사실 맨처음 확산 경로를 걷게 된 것이 뉴기니의 인간 광우병을 다른 종에 접종 시켜 보려는 과학자들의 연구에서 그 감염 동물들이 탈출을 해서 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는 것과 근자에 와서 폭발적인 발병률을 보이고 있는 치매가 사실은 감춰진 인간 광우병일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숨은 어떤 세력이 그것을 조용히 감시하고 있다는 --지난 35년간(!)--것까지.

광우병에 대해서 숨겨진 모든 사실들을 다 알려주는 좋은 논문을 읽은 듯한 느낌이었다.

그리고 아무런 해결책이 생각나지 않더라 하는 것도 좋은 논문을 읽은 것과 비슷했다.

 

4.작가는 아직 늦지 않았다고 역설을 한다.2010년 광우병의 잠복기가 끝나면 사람들이 본격적으로 앓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그때가 되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면 너무 늦을 것이라고.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읽고 난 뒤의 가장 크게 드는 감정은 허탈감과 무기력감이었다.

광우병이란 질병의 무시무시함에 놀라서도 아니고, 그 질병의 확산 속도에 놀라서도 아니다.

단지 이런 질병에 대처하고 감당할 만큼 인간이 인간적이냐는 것에 대한 무기력감이었다.

자신이 죽지 않는한 인간은 감출 수 있을 때까지 감출 것이고 은폐할 것이다.

무고한 생명이 극심한 고통을 겪다가 죽어 나가겠지만, 그게 뭐 대수겠는가?

사람들은 좋지 않는 소문은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고, 축산업자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할 것이며 , 과학자들은 자신이 무엇을 알건 간에 인간을 위해 나선다는 생각으로 희생을 할 리 만무하고, 정부는 문제가 드러나지 않게 하는데 온갖 힘을 다쓸 테니 말이다.

석유를 위해 ,무기를 팔기 위해 전쟁을 시작하는 세상이다.

이 미쳐가는 세상에서 인간 광우병이 창궐한 들 사람들이 얼마나 경각심을 가질까 ?

알고 싶지 않는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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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즈메리의 아기 밀리언셀러 클럽 57
아이라 레빈 지음, 공보경 옮김 / 황금가지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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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아 패로가 영 수상쩍게  나오는 첫 장면들에 혼비백산해 안 본 영화 '로즈메리의 아기"의 원작이다. 영화속에서 미아 패로의 악마적인 분위기는 가히 인상적이었는데, 도대체 저 여자 내면에 뭐가 있길래 저 역이 저렇게도 자연스러울까 궁금 했던 기억이 난다.

로만 폴란스키에 미아 패로에 로즈메리의 아기라...

환상적인 궁합이다.

악마주의란 것이 현실속에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은 없지만, 이 셋이 "악마적"이란 수식어에 딱 어울리니 영화가 호평을 받았을거란 추측이 아마 틀리진 않을 것이다.

 

줄거리는 원하던 아파트에 입주를 하면서 모든 것이 바라던 대로 잘 풀려 나가는 신혼부부의 이야기다.

그 아파트가 과거 악마의 소굴로 유명했다며 친구 허치는 이사 가지 말 것을 권하지만 ,부부는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 일축을 한다.

그러나 이사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젊은 여자의 자살 사건이 일어나고 ,그들은 곧 자살한 여자를 돌봐 주었다던 노부부를 만나게 되서 본의 아니게 친해지게 된다.

성가실 정도로 친절한 노부부와의 우정이 계속 되는 가운데, 갑자기 신출내기 배우였던 남편은 성공의 가도를 걷게  되고, 로즈매리 역시 임신을 하게 된다.

하지만 끊임 없는 고통과 악몽, 그녀의 임신 사실에 반색을 하는 노부부, 아기에 대해선 관심이 없는 남편과 허치의 갑작스런 죽음등으로 그녀는 뭔가 석연치 않다는 불안감에 사로 잡히게 된다.

과연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빠르게 ,속도감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었다.

유치하지 않는 이야기 전개와 적절히 스며든 의혹과 공포, 타이밍과 아귀가 딱딱 맞아 떨어지는 악몽과 복선들, 끔찍하지만 신빙성있는 반전의 결말이 67년에 나왔다는 이 책을 여전히 빛나게 하고 있었다.

악마주의라.

어찌보면 끔찍스런 영상으로 기선을 제압하는 요즘의 공포 영화보다 더 괴기스러웠다.

인간의 내면을 물고 늘어지는 심리 공포물이기 때문이리라.

개인적으로는 난 악마를 믿지는 않는다.

사람들이 악마적인 사건들이라고 하는 것들이 사실은 정상적인 사람들이 저지르는 사건들에 불과하고, 단지 그것을 어느 만큼 이해를 하느냐에 따라서 해석이 달라질 뿐이라고 생각 한다.

그럼에도 이 책은 설득력이 있었다.

마치 있었던 일을 쓴 듯한 기분이 들게하는 공포소설.

호기심이 많은 분들은 한번 읽어 보셔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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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 세계사 3 : 중동 - 화려한 이슬람 세계를 찾아서 가로세로 세계사 3
이원복 글.그림 / 김영사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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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나 다행인가? 우리가 중동 전쟁의 당사국이 아니란 것이!

객관적으로 사태를 본들 누가 뭐라는 사람이 있길 하나,테러를 당할 염려가 있나 ...

문젠 우리에게 주어지는 정보들이 미국과 이스라엘 시각 위주라는 것.

그런 편향된 정보를 다소나마 바로 잡아 보려한 것이 바로 이 만화책이다.

현 중동 국가들, 즉 이슬람국가들의 역사, 종교에 대한 개괄적인 설명을 곁들이면서 그들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걷어내고 진실을 바라보자는 취지로 만든 것이다.

그전부터 중동과 이슬람에 대해  관심이 있었지만 당최 복잡하기만 해서 포기했었는데 이 책을 보면서 좀 가닥이 잡혔다.

이슬람 종교와 그들의 신앙관, 그리고 화려한 문명과  과거의 평화롭고 영화로웠던 시대등을 저자는 알기 쉽게 보여 주고 있다.

그들은 거만을 떨어도 될 만큼 이성적인 종교와 문명과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정신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아마도 서양의 르네상스가 중동 덕분이었다는 것과  한땐 중동의 찬란함이 서양을 능가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을 듯 보인다.

만화책 치고는 그닥 유머스럽지 않고, 말도 많다는 것이 흠이지만 여기 나온 정보를 다른 책에서 읽으려고 했을 시의 수고를 생각하면 그나마 운이 좋은 것이다.

유대인들과 이슬람인들간의 갈등의 원인이 궁금했던 분들에겐 좋은 길잡이서가 되지 않을까 한다.

읽고 나서 보니  유대인들이나 이슬람인들 모두 어쩜 그렇게도 박복한 민족들이던지...

그들의 피터지는 싸움이 해결이 요원한 것이란 것을 알고 보니 더 안타까웠다.

땅이 얼마나 중요한 것이 새삼 깨달았다.

나라 없는 설움을 겪어보지 못한 나는 그것이 축복이란 것도 모른채 살아가니...

국가적인 불행도 개인적인 불행만큼이나 겪은 자만이 아는 것인가 보다.

일방적으로 중동을 매도하는 것이 어째 마음에 껴려지더라 하신 분들에게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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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천사들의 도시
존 베런트 지음, 정영문 옮김 / 황금나침반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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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셀 프르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를 처음 읽게 된 사람들은 그 책이 줄곧 객적은 연애담과 이젠 몰락해서 존재하지 않는 프랑스 귀족들의' 우린 얼마나 속물이고 허영 덩어리인가 '에 대한 퍼레이드란 걸 깨닫게 되면 당황하기 마련이다. 그보단 심오한 " 뭔가 대단한 것들"이 있을 거라고 미뤄 짐작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언가 다른게 놔와주길 내내 기다리다가 결국 다른 변주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면 허무한 나머지 이게 도대체 왜 걸작이란 거야?"라고 비명을 지른다고 해도 그건 독자탓이 아닐 가능성이 크다.( 물론~~!  어느 정도는 그렇다.)

그래서 그 책이 "레미제라블" 과 마찬가지로 한 시대의 철저한 고증이며, 프루스트 자신조차 그것을 염두에 두고 썼다는 사실, 그래서 세부적인 묘사나 등장인물들이 입고 나오는 옷 하나하나에 고통스러울 만큼 철저한 검증을 거쳤다는 점이 그 책의 다른 면목이라는 것을 눈치채는 사람은 별로 없다. 그저 지루한 나열이 끊임없이 이어지는군 이라고 생각하기 쉽상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다. 그 책은 바로  사진처럼  한 시대의 상류사회를 그대로 드러내 정지시킨 책이란 의미도 있다는 것을 말이다. 잊혀진 시대에 대한 완벽한 고증이자 화석이라고나 할까.

이 책도 일정 부분에서는 그런 면이 있었다. 다만 이 책의 저자 베런트가 탐구한 곳은 베네치아이고,연애담은 없으며, 논픽션이라는 것이 다르다면 다를 수 있겠지만서도....

(당연히 , 예술적 가치의 비교는 논외로 한다.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다들 아실 것이기 때문에...)

 난 사람들의 시선이 어디로 향해 있는가를 보는 것이 언제나 신기하다.

그 시선을 통해 들여다본 사물들이 같은 사물임에도 전혀 다른 모습으로 보여 진다는 것도 ...

올해는 뜬금없이 베네치아 풍년이라--평소 전혀 관심이 없었던 곳이며 지금도 전혀 관심이 없음--얼마전에 "비바 베네치아"를 읽은 뒤 다시 베네치아에 대해 이야기하는 책을 읽게 되었다.

"비바 베네치아"가 서민들의 이야기라면 "추락하는 ..."이 책은 상류사회의 이야기인데 , 짐작이 되실지 모르지만서도, 같은 도시를 대상으로 쓴 책이란 것이 믿겨지지 않을만큼 달랐다.

이 책은 1996년 1월 베네치아의 페니체 오페라하우스가 화재로 전소되는 일을 겪은 뒤 그것을 복원하는 과정들을 2004년까지 추척해서 엮은 것이다.

화재로 인한 소송과 마피아 연루설,베네치아를 이용해 사교계로 등장하려는 사람들의 암투들, 몰락해가는 귀족들의 애닮은 사연들,그럼에도 당당하고 거만한 귀족들의 모습들, 우울한 시인의 자살을 둘러싼 이야기까지...

화재 사건과 그 복원을 둘러싼 이야기인것은 사실이지만 이 책은 그보단 베네치아를 움직이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서민은 빼고--의 생생한 이야기라고 보심 되지 않을까 한다. 이 작가가 취재를 하는 과정에서 가장 인상 깊었다던  마르첼로 백작은 이렇게 말한다.

" 베네치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연기를 한답니다.그들은 결코 진실을 말하지 않아요.

우리는 속내와 전혀 정반대되는 것을 말하죠."라고 ...

정말 그들은 달랐다.그게 아마도 피에 공기에 섞여서 자라는 동안 각인 되는 것인가 보다.

왜냐면 외부인들이 그들의 섬세하고 미묘한 뉘앙스를 알아차리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기 때문이다.

베네치아, 많은 예술인들이 살았고 ,썼으며, 묻혔고, 숨은 둥지를 만들었다던 곳.

그래서 가는 곳마다 역사적인 사연이 서려 있다는 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사정을 듣고 보니 치졸하고 , 간사하며, 치고 받고 싸우는데다 , 미워하고 , 경멸하며 , 음모를 꾸미고, 엄살을 떨며 , 편을 가르고, 사람을 내치며, 자신이 더 잘났다고 소란을 떨고, 허영이 판을 치고 , 합리성이 실리를 위해 기꺼이 자리를 내주는데다, 진실은 중요치 않으며 거짓도 중요치 않고  ,그저 돈만이 중요한 사람들이 사는 곳이란 인상을 받았다. 어떠신가? 나는 마치 화려한 무대 뒷면의 진흙탕을 보는 기분이었다.

그들의 사연을 다 듣고 나서도 "그들은 아름다웠다고" 말한다면 바보거나 형편없는 속물이거나 둘다일 가능성이 100%일 것이다.

 

이 책의 말미엔 불사조란 뜻의 페니체가 우여곡절 끝에 성공적으로 재건되서 음악회를 공연하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그것을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엔 마르셀 프르스트의 인간에 대한 연민도, 허영에 대한 역겨움도, 그 추잡함 속에서도 백조처럼 우아한 귀족 사회에 대한 찬미도 들어 있지 않다.

그는 그저 그것을 보았고 기록할  뿐이다.

기자다운 객관성으로 균형감각 있고, 그 누구도 증거가 있기 전까진 비난을 하지 않는 신중한 태도에, 귀족이라해도 주눅이 들지 않는 초연한 모습,그러나 까발릴 것을 몽조리 까발리고 마는 속시원함,통찰력 있는 눈과 소설처럼 인물들을 묘사하고 설명하는 방식들,복잡한 이야기를 단순화시켜 보여 주는 것들 모두가 이 책을 빛나게 하고 있었다. 다만 흠이라면 좀 지루한 감은 있다는 정도?

하지만 베네치아의 8년을 기록하면서 다양한 등장인물들의 모습들이 시트콤의 주인공들처럼 살아 나가는 것을 보는 것은 재밌었다. 게다가 이 등장인물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이다. 살아 있는 사람들을 소설속의 주인공 처럼 보이게 만들다니...존 베런트가  글을 잘 쓰는 사람이라는 것을 새삼 확인한 책이었다.

 

< "그건 터무니없군요. "

"터무니없는 것보다 더 나쁘죠.모순적이고, 위선적이며, 무책임하고, 위험해요. 또 정직하지 못하고, 부패했으며, 공정치 못하고,완전히 미친 짓이죠."그는 의자에 앉은 채로 등을 기대며 다시 말했다.  "베네치아에 온 것을 환영해요."  >-----p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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