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빨강 머리 앤
루시 M. 몽고메리 지음, 황의웅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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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루시 몽고메리 자신이 쓴 간략한 자서전.
감수성이 강한 아이었던 어린 시절, 그리고 기자 시절의 따분함과 지루함,앤을 창착해 냈을 때의 이야기등이 씌여져 있다.
본격적인 자서전은 아니다.
그저 요즘 월간 잡지에 "난 이렇게 그 책을 썼다"라는 코너가 있다면 그런 코너에 적합할만한 분량과 강도.
그녀 자신의 연애 생활이나 기타 친구에 대한 사생활에 대한 것이 없다는 것도 특히나 자서전이라는 말을 하기 어렵게 한다.
역쉬 그녀의 최고의 작품은 빨강머리앤이라니까...라는 것을 확인하게 해 준 책.
감상에 젖어,어린 시절의 추억을 아련하게 떠올리면서 이 책을 집어 드셨다면 후회할 것이 거의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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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주의 예술가 뒤러 1
에르빈 파노프스키 지음, 임산 옮김 / 한길아트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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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러가 사람들과 인생을 해석하는 방식들과 그의 일생에 대해 알게 되지 않을까 해서 집어든 책이다.
그런데 그보단 뒤러의 그림의, 그림에 의한, 그림을 위한 책이었다.
뒤러의 그림만 대체로 주구 장창 설명하고 있는 책이었는데, 미술전문가용은 아니더라도 미술대학생 정도의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 읽어야 될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다행인것은 참을성 있게 읽어 내려갔더니 뒤러의 작품의 특징들을 알아 볼 수있었다는 것이다.
난 그림을 잘 모른다.
그저 신이 내게 주신 눈으로 아름다움을 가려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는 사람에 불과하다.
그래서 그의 그림에 대한 내 조잡한 감상을 쓰는 실수를 범하지는 않겠다.
미술에 관심이 많은 분들은 독일에 르네상스를 가져 왔다는 이 성실한 천재의 그림을 한번 들여다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한다.

 "젊었을 때 나는 변화와 신기함을 열망했다.나이가 든 지금 자연의 타고난 용모에 이끌린다.
그리고 그러한 단순성이 곧 예술의 최종 목표라는 점을 이해하게 되었다."
                                                               -----뒤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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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테 콜비츠 역사 인물 찾기 2
카테리네 크라머 지음, 이순례.최영진 옮김 / 실천문학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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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의 삶은 무엇으로 결정이 되는 것일까 ?

그건 각자가 세상을 해석하는 눈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케테 콜비츠의 그림을 보면서 들었다.(1867년~~ 1945년 사망)
20세기초의 유럽의 격변기를  판화로, 포스터로, 조각으로 남긴 콜비츠.
사람들은 그녀에게 사상가나 혁명가란 이름을 붙여주고 싶어 하지만,그녀에 대한 내 인상은 그보단 단지 <어머니>었단 것이다.
이 세상의 아들과 딸들이 행복하고 건강하며 불의가 없는 세상에서 살게 되기만을 바라던, 자식들에 대한 사랑이 이 세상에 대한 책임과 연민으로 확장된 지성적이고 인간적인 예술가.
착하고 예쁘고 아름다운 그림이 아닌 인간의 진실한 모습이 담긴 그림을 그려낸 여자.
특징적인 것은 그녀가 자신 앞에 놓여진 것이 무엇이건 간에 직시한  사람이었다는 것일 것이다.
죽음이건 ,혁명이건, 우울이건, 농민들의 고달픈 삶이건, 전쟁이건 간에 좁은 새장속에서 눈을 가리고 살던 여자가 아니었고,그래서 그녀의 그림을 보다 보면 눈을 돌리고 싶어질 만큼 고통스럽다.
보거나 들을 수 없다면 표현할 수 없다는 것을.
그녀의 정신이 바로 그녀의 그림이었다.

이 책은 쉽게 읽힌다는게 장점이다.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그려낸 콜비츠.
아름다움이 아니라 우리가 지긋 지긋해하면서 외면하고 싶어하는 현실을 그대로 보여 주던 그녀, 보다 나은 세상을 위해  최선을 다해 그림으로 표현을 했던 콜비츠를 대략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이었다.
하지만,작가가  별거 아닌 그녀의 문장에 감탄사를 난발하는 것이 좀 거슬렸다.
콜비츠의  예술과 역사에서 차지하는 가치를 낮춰보려는 것은 아니다.
단지 그녀의 예술이나 글들이 "그렇게  엄청나게" 대단한 것은 아니란 것이다.
애정은 좋다. 그러나 과장은 좋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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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의 책
보르헤스 지음 / 예문 / 199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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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보르헤스가 젊은 보르헤스에게 말한다.
넌 대단한 글을 써보겠단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라고.
또 대단한 글을 썼다는 자부심을 느끼기도 할 거라고,한때는...
불운은 계속 되어 질 것이지만,익숙해 질 것이며
인생을  한탄해서는 안 된다는 스토아 철학자의 말을 두려워 외면했으나,
어느날 이해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거라고도 말한다.
눈이 먼다는 것은 어둠이 아니라 고독이라는 것을 알게 될 것이며,
언제가 날 만났다는 것을 기억해내겠지만,그것이 꿈이었다고 생각 할 것이라고.

                                                                                              <1983년 8월 25일 >

 

보르헤스의 책에 주로 등장하는 장면이다.
보르헤스 둘이 만나서 서로를 탐색하고 의심하며 정보를 주고 받고 거짓말을 하며,지혜를 전해주지만, 전해주는 보르헤스도,그것을 듣는 보르헤스도 그것이 무용하다는 것을 안다.
본인이 남의 말을 듣기엔 자의식이 너무 강한 사람이라는것을 너무 잘 알기에...
자신이 깨닫고 겪으며 경험하기전에는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것을.
그런 사람이 책 속에 파묻혀 살았다는 사실은 아이러니 같지만 ,어쩜 그렇게 올곧게 진실만을 알려 한 사람이기에 당연했던 것이지도 모르겠다.

 다시 횡설 수설하는 듯한 보르헤스의 단편집이다.(17개의 단편들을 모은 것임)
며칠전 본 책과 중복이 되는 것이 있는데다 , 소재나 주제도 중복이 된다는 생각에 짜증을 냈다.
하지만 아름답다는 것이 여전히 내 맘을 울린다는 것은 어쩌지 못했다.
아름답다.
그가 만들어내는 언어들이.
그 언어들이 만들어내는 세상이,상황들이,그리고 사람들이 그렇게 아름다웠다.
자신이 믿고 상상하는 것에 엄격했던 보르헤스.
그가 어떤 사람인지 어렴풋이 감이 잡힌다.
내가 짐작했던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었단 느낌.
기돈 크레머의 탱고 선율이 왜 그리 듣고 싶었는지 책을 덮을때가 되서야 깨달았으니...
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리속을 맴돌던 선율들.
혹시 나중에 이 책을 읽게 되시거들랑  한번 같이 들어 보셔도 좋을 것 같다.
인생의 슬프고 아름다운 순간들을 포착 해냈단 면에서 잘 어울렸으니까...
삶은  척박하고, 파타고니아는 너무 광활하고 지루하며 ,무지의 공간은 끝을 알 수 없게 열려 있어,
인간의 상상력이 아니라면 살아 남기 힘든 곳 ! 아르헨티나...
바로 그곳에서  만들어진 것들이라서 통하는게 있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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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써루의 유라시아 횡단기행
폴 써루 지음, 이민아 옮김 / 궁리 / 200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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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린 시절, 기차가 지날 때면 나는 늘 거기에 타고 있는 내 모습을 꿈꾸었다.>

그래,기행문이라고 하려면 이 정도는 되야지.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하는 책이다.

 책을 펼치면 그가 다녀온 여정을 따라 지도가 그려져 있다.
런던에서 ~~~~쭈르르 내려와서 이스탄불,카불,폐샤와르,델리,실론,방콕을 거쳐 싱가포르 찍고 사이공에 동경, 삿포르로 갔다가 ,하바로브스크에서 다시 시베리아 열차를 타서는 모스크바,그리고 런던까지, 넉달동안 주로 기차, 마지못해 비행기,택시,버스,열차, 다시 마지못해 배를 타고 항해한 것을 기록한 것이다.

 기차에서 만난 여행객에게 지금 이 책을 쓰기 위한 여행을 하고 있다고 하자 그는 작가를 미친사람 취급하면서 더 이상 상대를 안 해주었다고 한다.
그 사람의 생각으로는 누구나 여행을 하기 때문에 기행문은 불필요한 것이라나?
일면 수긍가는 말이다.
이런 수작 기행문이 가끔 씌여지지 않는다면 전적으로 옳다고 해도 틀린말은 아닐 것이다.
그러니 그 여행객의 무례도 이해해줘야 하지 않을까.
누구나 여행을 가지만 이런 책을 쓴다는 것은 기적이라 할만큼 드무니,자신이 만났던 "그" 미치광이가 이런 수작을 쓸만한 재목인지  짐작 못했다 한들 어디 그게 그의 탓이겠는가 ?

 쉽게 쓴다.
마치 물 만난 물고기가 헤엄치는 것을 보는 것처럼 그의 글쓰기는 자연스러웠다.
작가가 되지 않으려 했다가 나이폴의 (노벨상 수상작가--이 작가의 책도 강추천!) 책을 읽고 작가가 되기로 결심을 했다던데, 어떻게 이런 글솜씨를 가지고도 작가가 되지 않을 생각을 했을지 이해가 안 될 정도다.
풍경을 눈앞에 보여 주듯 묘사하고,스쳐 지나가는 여행지와 여행자들의 특성을 즉시 간파하는 탁월한 통찰력에,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 주면서도 반발을 불러 일으키지 않도록 하는 귀여운 설득력까지.

나서서 고자질도 하고,이간질도 시키는 얍삽함과 고상이나 위선 떨지 않는 솔직함 ,비겁함엔 냉소를 가차없이 날리는 지성,가난한 아이들의 비참함엔 안스러워 하는 연민,그리고  현지인들의 과장과 위선,허풍,불합리와 광기에 네네하면서 넘기지 못하고 꼬박꼬박 토를 다는 삐딱선에다 여행객엔 어울리지 않는 게으름까지 그의 인간적인 모습에 웃고,공감하며,기막혀 하면서 읽었다.

특이한 것은 마치 내가 그와 함께 여행을 한 듯한 기분이 든다는 것이었다.

가난한 사람들의 고난을 보곤 나도 가슴이 답답했고,악취에 코를 움켜쥐었으며,아름다움 경치엔 넋을 잃고,여장 남자 창녀를 만났을땐 혼비백산 해 도망가고,지뢰가 터지는 와중에서도 삶을 이어가는 베트남 사람들의 질긴 생명력에 혀를 내둘렀으며, 모든 인간으로 하여금 탈출을 꿈꾸게 만든다는 싱가포르에선 갑갑함이 절로 느껴졌다.
호의를 베푸는 사람에게 나중에 나쁜 소리를 쓰려면 손이 벌벌 떨릴텐데 하며,부담스러워 하는 그에게 미소도 보내가며  함께 한 여행이었다.
그러니 천천히 지렁이 기는 속도로 읽게 되더라는 것은 어쩜 당연한 것일른지 모른다.
넉달동안 아시아 대륙을 기차로 횡단한것이 아닌가?
그걸 따라다닌 셈이니 ,좀 지치기까지 하더라 하는 건 단지 내 기분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여행의 끝자락에서 그는 더 이상 아무것에도 감동을 못 받겠다고 투덜대며 열차칸안에서 잠만 잔다. 몸과 마음이 너덜너덜해질만큼 지친 것이다.
그는 말한다.
그가 속으로 늘 생각했던 것을 실제로 경험했다고.
상상과 실제는 거리가 있었지만 그게 뭐 대수겠느냐고 반문한다.
사기충천해서 아시아 일주를 나섰던 사내가 드디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자신의 여정을 흐믓하게 회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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