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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악몽
미타니 코키 감독, 후카츠 에리 외 출연 / 디에스미디어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승률 완패를 자랑하는, 본인은 괜찮다를 연발함에도 의뢰인 누구도 괜찮아 하지 않는 변호사 에미는 보스가 마지막으로 한번 더 사건을 맡긴다고 하자 긴장을 한다. 왜 자신에게 맡겼냐고 묻자 별거 아니라는 듯 아무도 맡지 않기 때문이라고 대답하는 보스, 찬밥 더운 밥 가릴 신세가 아닌 에미는 울며 겨자 먹기로 사건을 맡기로 한다. 알고보니 사람들이 꺼릴만도 한 사건이었다. 아내 살해범으로 잡혀온 남자가 무죄를 주장하면서 알리바이로 사건 당일 유령에게 가위가 눌려 여관 방에서 한 발자욱도 나가지 못했다고 주장하는 것이었다.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일단 피의자의 말을 믿어 보기로 한 에미는 알리바이를 증명하기 위해 그가 묵었던 여관에 가본다. 그가 묵었던 방에서 밤을 보내게된 에미는 피의자가 말했던 폐전 장수가 진짜 나타나자 깜짝 놀란다. 다짜고짜 증언을 해줄 것을 요청하는 에미, 이에 자신을 로쿠베라고 소개한 무사는 자신은 유령의 처지가 그럴 수 없다고 항변한다.

< 증언을 할 것이냐 말 것이냐를 놓고 설전을 벌이고 있는 두 사람, 피의자가 누명을 썼다는 말에 자신도 같은 처지로 참수를 당한 전력이 있는 로쿠베는 도와주기로 결정을 한다.>
결국 로쿠베를 설득해 법정에 설 것을 승낙 받은 에미는 그를 데리고 도시로 나온다. 이제 남은 문제는 로쿠베의 존재를 사람들에게 인정하게 하는 것, 에미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를 볼 수 없지만, 소수는 그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법정에 선 로쿠베는 기꺼이 증언하려 애를 쓰지만 , 사람들의 관심은 그가 존재하는가 아닌가에 모아진다. 덕분에 살인 사건 심리를 위해 모인 법정은 사상 초유의 유령 증언에 대한 시비로 시끄러워 지게 된다. 이 사태를 흥미롭게 바라보는 판사와 달리, 과학적이지 않은 것은 절대 믿을 수 없다면서 로쿠베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검사는 사사건건 에미에게 태클을 건다. 그의 행동을 주시하던 로쿠베는 에미에게 놀라운 사실을 전해준다. 실은 검사에게도 로쿠베가 보인 다는 것, 이에 안 보이는 척 딱 잡아떼는 검사를 설복하기 위해 로쿠베와 에미는 조금은 치사한 방법을 쓰기로 하는데... 과연 이 재판은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 과연 유령의 증언은 법정에서 인정받을 수 있을 것인가?

< 이 영화에서 가장 크게 웃었던 장면, <매직 아워>의 무라타가 등장해 자신의 근황을 알려준다. 그는 여전히 엑스트라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클로즈업에 집착하는 점에도 변함이 없었다. 크게는 아니라도 조금은 성공했기를 바랐던 팬심으론 안스러웠지만, 오도방정을 떨면서 신나서 연기하는 그를 보려니 흐믓해지는 마음도 없진 않더라. 이 장면은 마지막 클로즈업씬을 패전 무사에게 강탈당한 뒤 황당해 하는 것, 대신 무사는 화면에 나왔다고 기뻐하는 중이다. >

< 나 진짜 여기 있어요~! 를 증명하고 있던 장면. 단역에 그칠 줄 알았던 아베 히로시(에미의 보스로 나옴)가 비교적 비중있는 역활로 나와서 즐거웠다. 키만 큰 줄 알았는데, 이 양반, 연기도 하실 줄 안단 말야. 특히 유머스런 장면을 천연덕스럽게 해내는걸 보면 바라보는 입장에선 흥이 절로 난다.>

<검사를 설득시키기 위해 데려온 복병, 고지식하고 타협이라곤 모를 것 같던 검사는 이 수법에 깜박 넘어가고 만다.>

< 로쿠베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자 그를 강제 소환하기 위해 나타난 저승세계 공안국 조지, 원혼이 되어서 떠도는 것은 상관없지만, 세상을 소란시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나 뭐라나...>

<증언을 위해 최신 스타일로 머리에 힘 좀 준 로쿠베와 그의 마음도 몰라주고 안 어울린다고 일갈하는 에미>

<사건 해결의 열쇠를 쥔 여자, 그녀는 누구일까? 순하게만 보아왔던 다케유치 유코가 아담스 패밀리 일본 사촌쯤으로 나오는걸 보곤 경악함. 생각보단 잘 어울다는 사실에 더 경악함>
일본에 내노라 하는 배우들은 총출동하는 듯 보였던 영화다. 일본 최고의 코미디 황제라는 분이 감독을 하고, 유령을 증인이 되면서 벌어지는 소동들을 소재로 썼으며, 유명 배우들이 단역으로 출연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를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일본에서는 작년 흥행에 대박을 쳤다고 하던데, 뭐, 무리는 아니지 싶다. 기발한 이야기, 배우들의 호연들, 은근히 귀염떠는 무사 유령에 맨날 지기만 하는 변호사, 삐쩍 말랐음에도 단걸 밝히는 보스, 승패에 집착하는 고지식한 검사, 카메오로 등장하는 배우들마저도 다들 워낙 일류들이라 그들을 알아보는 재미가 쏠쏠했다는 점등, 장점이 많은 영화긴 했지만,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별로 재밌지 않았다는 건 어떻게 생각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분명 재밌을 줄 알았는데 실망이다. 굳이 비교해 보자면, 이 감독의 전작인 <매직 아워>에 비해 구성이나 코미디 타이밍이 그다지 완벽해 보이지 않았다. 다소 늘어지는 듯한 점이 지루하게 느껴졌던 데다, 기발한 발상을 박진감있게 전개시키지 나가지 못하던 점은 특히나 아쉽더라. 전작을 능가하는 작품을 만든다는게 쉬운건 아닌가보다. 물론 이 감독의 팬들에겐 전혀 그렇게 생각되지 않을 수도 있을테지만서도, 어쨌거나 감독의 역량은 인정하는 만큼, 이 감독의 다음 작품을 기다려 볼란다. 다음 영화는 또 언제쯤 내놓으실려나? 거기엔 또 어떤 배우들이 우르르 몰려 나오려는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