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루레이] 네버 렛 미 고
마크 로마넥 감독, 앤드류 가필드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장기기증을 목적으로 사육(?)되고 있는 클론들의 이야기를 아름답고 서정적으로 풀어낸 영화다. 영국 헤일셤 기숙학교에서 생활하고 있는 캐시, 루스, 토미는 어렸을적부터 서로를 의지하던 친구들이다. 세상의 다른 모든 아이들처럼 꿈 많고, 호기심 많고, 두려움도 많던 그들은 이것 저것 간섭이 많은 선생님들의 태도가 이해되지 않는다. 하지만 평생 태어나 살아 본 곳이 헤일셤뿐인 그들에겐 선생님들의 말이 곧 하나님의 명령과 같다. 학교 울타리 넘어로 넘어가면 끔찍하게 살해될 거라는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아이들을 보면서 신입 선생님은 그들에게 현실을 일러주려 하나, 곧 해고되고 만다. 다른 무엇보다 예술을 중요시 하던 헤일셤 학교에서는 그림을 갤러리에 전시하는 것이 가장 큰 영예다. 그림 그리는 것에 취미가 없던 토미는 그런 선생님들의 의도가 무엇일지 짐작이 되질 않는다.

 

분노를 잘 다스리지 못하던 토미는 자신을 잘 감싸주는 캐시에게 마음이 끌린다. 하지만 적극적으로 다가오는 루스의 매력에 끌려 버린 토미는 헤일셤 학교에서 나온 뒤 그녀와 커플이 된다. 자신이 가장 사랑하는 둘이 커플이 된 것을 막연하게 바라만 보던 캐시는 간병인이 되서 이곳 저곳을 떠돌게 된다. 장기 기증을 하기 위해 병원에 온 복제인간들을 돌보던 캐시는 두번째 장기 기증을 위해 병원에 입원한 루스를 10년만에 만나게 된다. 자신의 명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알고 있는 루스는 오래전에 헤어진 토미를 찾아 보자고 캐시에게 제안하는데...

 

볼때도 우울했지만, 보고 나서는 더 우울했던 영화다. 처음 헤일셤 교정에서 아이들이 노래를 부르면 노는 과정을 보다가 그들이 복제인간이며, 그렇기에 그에 합당하는 사육을 당하는 중이라는걸 알고는 눈물이 나오려 했다. 다른 아이들과 다를게 없는 아이들라는게 분명했으니 말이다. 자신들의 운명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지 못한 채 자신들을 키워주는 선생님들을 무조건 따르는 모습이 짠하기만 했다. 어른들이 어떤 흉계를 꾸미는지 알지 못하는 그들은 그저 선생님의 말대로 한다. 어떤 결과가 될지 짐작도 못한 채 ... 왜냐고? 왜냐면 그들은 선생님들이 다 자신들을 위해서 그런 것일 거라고 미뤄 짐작할테니 말이다. 아이들의 천진한 생각으론 자신을 돌보는 어른이 실은 자신을 이용하고 있다는걸 알아차리기 불가능했다. 그걸 알기에 그들의 처연한 모습에 가슴이 미어지는 듯했다. 아이들이란 의례 그런 법이니 말이다. 

 

영화속이지만, 클론임을 알게 된 그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알기 위해 원본을 찾아 헤메는 모습이나, 사랑이 진실함은 증명할 수 있다면 삶을 연장해준다는 말에 희망을 갖고 교장 선생님을 찾아가는 모습들이 참 안스러웠다. 그림을 그리게 한 것이 영혼을 들여다 보기 위한게 아니라, 영혼이 있는지 알기 위한 것이었다는 말에 어쩔 줄 모르던 장면은 또 어떤가. 이용 목적으로 타인을 사물시 하는 것의 극한을 보는 듯해서 참 불편했다. 우리 인간은 그렇게 오만할 수도 있는 존재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동물은 감정이 없는 동물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속에서 그런 싹이 보이는게 아닐까 싶다.

 

불편한 영화였다. 시점은 과거지만 미래를 다루고 있는 영화일 수도 있고, 아니면 단순히 현재 내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라면 타인을 사물시하는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세태에 대한 고발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랑마저도 이렇게 쓸쓸한 것이 된다면 말이지, 그건 삶이 삶이 아닐 것이란 생각이 든다. 바라건대, 내 자신에게 그런 오만함만은 없었음 하는 바람이다. 그런 오만함이 있다면 알아차리는 지혜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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