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지 : 작은 마을이나 집단을 무대로 비교적 폭력 행위가 적으며 약간 유머러스하고 즐거운, 주로 범인이 누구냐는 수수께끼가 메인이 되는, 뒷맛이 깔끔한 미스터리. 이 코지에 가장 잘 어울리는 추리 작가가 바로 와카타케 나나미라는 작가가 아닐까 싶다. 이미 "일상 미스터리의 여왕"이라고 불리는 이 작가의 책은, 하지만 정말 다양하다. 읽을 때마다 다른 책의 분위기에 깜짝 놀란다. 한 작가의 분위기가 어떻게 이렇게 책마다 다를 수가 있을까 감탄스럽다.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의 매력은 한 사건을 풀어나가는 사이, 사건과 연관된 사람들의 미래 사건이 겹쳐지는 구성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이도지 케이의 최후의 사건이 여섯 개로 나뉘며 그 간극 사이의 틈을 메우는 것이 다이도지가 경찰을 관둔 후의 이야기다. 하지만 이 이후의 사건들은 그 앞의 사건들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되어있으며 그 사건이 해결되며 비로소 앞의 사건을 이해할 수 있다. 미래가 과거를 이해시키다니,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와카타케 나나미라면 가능하다. 다이도지 케이의 부인에게 일어난 사건(자세히 알려주지 않는다.)과 그가 경찰을 떠나기 전에 마지막으로 맡았던 사건(자유기고가 후지노 유키 사건), 그리고 그 이후에 일어난 사건들은 분명 모두 어떤 식으로든 관계가 있다. 과거 또는 현재를 읽어나가며 현재 또는 미래를 이해하는 것은 쉽지가 않지만(특히 이름 같은 거 잘 못 외우는 내게는 더욱 그렇다.) 이러한 사건들이 쌓이고 해결되면서 다이도지 케이라는 주인공의 이미지를 그려나갈 수 있다. 어쩌면 그는 관료 시스템이라는 틀 안에서는 어떤 복수도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고. "저쪽에서 제 앞에 나타나 심판의 기회를 제공한다면.... 그럼 이야기는 다름니다만."...285p 특별히 읽는 재미가 더 있었던 이유가 있다. 내가 와카타케 나나미에게 푹~ 빠져버리게 만들었던 하자키 시리즈의 하자키 섬과 쓰노다 고다이 작가, 고다마 부동산의 고다마씨가 등장한다는 점.^^ 이렇게 소소한 재미를 발견해도 꺅~~~ 소리가 질러진다는 사실! <<다이도지 케이의 사건 수첩>>은 하자키 시리즈처럼 완전히 즐겁고 명랑한 소설은 분명 아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이도지가 쓴 <죽어도 안 고쳐져> 속의 멍청하고 얼빠진 범인들의 이야기나 실제 다이도지와 얽히게 되는 바보같은 범인들은 여전히 웃음이 나게 하는 면이 있다. 작가의 매력은 과연 어디까지인가!
책을 읽다보면 반복해서 인용되는 고전 작품이 있다.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 또한 그런 작품이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많은 작가들이, 많은 작품들 속에서 이 작가의 책을 언급하는지 무척 궁금했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고전으로 알려진 명작을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모르는 많은 것들을 이해해야 하고 불분명한 것들까지도 수용해야 하는 작업이니. "의식의 흐름" 기법의 원형을 제시한 작품이라니 책을 읽기 전부터 두려움이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부분은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흥미를 끄는 주제. 긴긴 더운 여름밤이면 아이들도, 어른들도 무언가 섬칫하고 오싹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듣기를 원한다. 아마도 그건 지금이나 옛날이나 같았나 보다. <<나사의 회전>>은 그렇게 시작된다. 누군가에게서 들었다는 '유령'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서 나타난 유령의 이야기처럼 흥미를 끄는 것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누군가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며 읽어주는 한 가정 교사였던 여자의 글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모를 잃고 백부에게 맡겨진 어린 남매의 가정교사가 된 '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에서부터 생활에서 느껴지는 천진난만한 성품, 품위에 이르기까지 천사같은 이 아이들에게 전폭적인 믿음과 신뢰를 느끼며 생활해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남매 중 오빠인 마일스는 학교에서 거부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도대체 이렇게 착한 아이가 '왜?' 퇴학을 당한 걸까? 그리고 '나'에게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한 남자와 한 여자. 어찌보면 이 작품의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이해하려하면 할수록 끝도없는 미로 속에 숨겨진다. 과연 유령들은 실재했던 것일까. 가정교사의 히스테릭한 환상 속의 존재들은 아닐까. 그렇다면 보지도 않고 묘사한 그 인물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천사같은 모습의 영악하고 어른을 뛰어넘을 정도의 계략을 가지고 있던 두 남매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만약 두 유령이 실재한다면 도대체 그들은 왜 아이들을 장악하려 했던 것일까. 그들에겐 죽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작가는 그 어느 것도 하나 시원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작품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은 순전히 독자의 몫이다. 어느 한 쪽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가정교사 '나'를 믿자니 그녀는 그녀의 용기와 담력을 보여준 것보다 훨씬 더 나약한 모습으로 아이들의 백부를 대하고 있었고 우유부단한 행동을 계속 함으로서 사건을 악화시켰다. 그런가하면 유령들의 모습은 너무나 단호하게 아이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듯 보이며 묘사된다. 그들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보인다고 할까. 유령이 등장하지만 책을 읽으며 오싹한 공포를 느끼지는 않았다. 단 그들이 내뿜는 악의 이미지와 음산하고 우울한 이미지만은 잘 전해진다. 어쩌면 작가는 유령이란 그런 존재들이라고 말해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악이 어린 아이들에게, 혹은 나약한 한 가정교사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떤 것들인지를 알려주려 했던 것은 아닐까. 분명한 사건들보다는 그런 이미지들이 쌓여 이 한 권의 책을 구성하고 있으니 말이다.
4월 18일부터 24일까지...
언제나 책은 가득 쌓여있고.. 욕심은 늘어나고..^^
운동과 함께 건강을 챙기는 한 주가 되기를~
<<배꼽 빠지게 웃기는 벌>>은 매일 얼굴을 찡그리고 다니는 명수에 대한 이야기에요. 하도 찡그리고 다녀서 별명이 "찡그리"라고 하네요. 왜 명수는 찡그리가 되었을까요? 별 걱정없이 신나게 뛰어 놀고 즐거운 생각이 가득할 나이인데 말이죠. 사실 명수네 엄마 아빠는 교통사고로 두분 다 돌아가셨대요. 외아들로 태어나 사랑을 듬뿍 받으며 넓은 집에서 없는 것 없이 풍족하게 자라 온 명수에게는 정말 끔찍한 사고였죠. 그 이후 많은 것들이 달라졌다고 하네요. 부모님도 없이 할머니와 함께 하루하루 돈 걱정을 하며 살아가야 했거든요. 그래서 명수는 다른 아이들처럼 학교가 끝난 뒤 군것질도 못하고 신나게 뛰어놀 수도, 친구들과 함께 학원을 다닐 수도 없습니다. 할머니를 도와 폐지를 주우러 다녀야 하니까요. 그러니 명수 얼굴이 찡그러질 수밖에요. 얼굴을 찡그리다 보니 명수는 곧잘 싸움을 일으킵니다. 엄마 아빠도 없는 외톨이라는 말에 정태와 싸우던 날... 선생님께서는 특별한 벌을 주세요. 그건 바로 "웃음벌". ^^ 서로 마주보고 2분 동안 웃는 벌이에요. 처음엔 어색하게 웃었지만 웃다보니 상대방의 웃는 모습이 웃겨서 정말로 웃게 되고 그러다보니 어느새 아주 배꼽이 빠지게 웃고 있는 거지요. 그렇게 웃고나니 정태와 명수는 조금 기분이 풀렸습니다. 정말 신기한 벌이죠? 선생님께서는 정태와 명수에게 왜 그런 벌을 내리셨을까요? 명태는 하교하고 난 뒤, 할머니와 동네에서 폐지를 줍는 것이 참 싫습니다. 친구들이 보기라도 하면 너무 창피하니까요. 하고 싶은 것도 많고 갖고 싶은 것도 많은데 친구들과는 너무 다른 자신이 참으로 부끄러웠나봐요. "명수 너는 전혀 속상할 게 없어. 할머니랑 폐지 줍는 건 전혀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까 말이야. 오히려 이건 아주 멋진 일이지. 정말로 부끄러운 건 힘들어하시는 부모님이나 할머니, 할아버지를 도와주지 않는 거야."...72p 선생님의 말씀이 옳습니다. 아이들에겐, 혹은 어른들에게라도 그 약간의 자존심 때문에 자기 자신을 부끄러워 하는 일이 참 많아요. 하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지요. 자기 위치에서 해야만 하는 일들이 있어요. 그 본분을 지키고 자기 자신을 존중할 줄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남들과 비교를 하기 시작하면 자기 자신은 점점 초라해지고 하찮은 사람이 되는 거야. 자신이 갖고 있는 행복을 보지 못하고 남과 비교하면 불행이라는 좋지 않은 손님이 찾아오는 거야. 자기가 갖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할 줄 안다면 그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지. "...74p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요?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거라고 선생님은 생각한단다. 행복한 마음으로, 행복한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모든 것이 다 행복하게 느껴지는 거야."...85p 선생님께서는 "웃음벌"을 주셨죠. 웃음으로서 스스로 반성하게 만들고 웃어서 행복하게 하고 다른 이들에게 즐거움도 주는 벌이요. 아마도 선생님께서는 "행복"을 멀리 퍼뜨리고 싶으셨던가 봅니다. 행복은 스스로 만들어가는 것이지요. 내내 얼굴만 찡그리고 어두운 생각만 하고 있으면 행복은 찾아오지 않아요. 즐거운 마음으로 즐거운 생각을 가득 담으면 저절로 웃는 얼굴이 될 겁니다. 그리고 그렇게 웃는 얼굴은 또다른 행복을 전파하게 되겠죠. ^^ 이제 명수는 찡그리라는 별명에서 벗어날 것 같아요. 예쁜 웃는 미소를 보여주는 명수로 말이죠. 자신의 위치를 당당하게 생각하고 행복을 만들어가려는 명수를 보니 읽는 저도 기분이 좋아집니다. "행복은 만들어가는 것!" 좋은 명언을 가슴에 담게 된 동화네요. "마음이 자라는 가치동화" 시리즈의 행복편이었습니다.
어렸을 적 너무나도 터무니없는 공상을 해본 적이 있는지... 난 그당시 유행하던 외국 드라마의 주인공들과 내가 읽던 동화 속의 주인공들이 한데 어울려 세상에서 가장 못된 악당을 쳐부수는 공상을 하느라 시도때도 없이 멍~때리던 날이 많았다. 때로는 그러한 공상들이 정말 리얼하게도 꿈속에서 펼쳐져 때로는 자면서 "아하하~!" 웃기도 하고 눈물을 찔끔 흘리며 일어나기도 했다. 정말 신기한 꿈을 꾸면 그 이야기를 친구들에게 들려주기도 했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그건 나의 "꿈" 이야기지, 정말로 있었던 일은 아니다. 여기, 꿈인지 아니면 자신에게 벌어졌으면~ 하는 일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마치 실제로 겪은 것처럼 자신의 이야기라고 떠벌리는, 역사상.... 그리고 세계 그 어디에도 없을 허풍쟁이가 있다. 그의 이야기는 너무나 터무니가 없어 아주 옛날부터 동화책으로 읽혔다.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고 마음껏 공상하게 하는 이야기로서는 그의 이야기를 따를 수가 없기 때문에. 하지만 이 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은 실존 인물이라는 사실! 바로 이 사실이 그의 이야기가 얼마나 더 터무니 없으며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지를 뒷받침한다. 그렇기 때문일까? 왠지 그의 이야기를 읽으면 한 번쯤 우리에게 일어났으면 즐겁지 않았을까~ 싶은 "유토피아"적인 이미지를 담고 있다. 그래서 재미있다. 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의 이야기는 다양한 버전으로 출판되었지만, 이 <<허풍선이 남작 해마를 타다>>는 하인츠 야니쉬의 글로 그가 다른 이에게서 받은 뮌히하우젠 남작의 노트(다양한 이야기가 담긴)를 기본으로 하여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쓴 이야기"와 "빈에서 쓴 이야기"로 나누어 구성되어 있다. 뮌히하우젠 남작의 이야기들은 보통 아주 짧막한 그의 기막힌 이야기들을 담고 있기 때문에 아이들을 위한 동화로서 손색이 없다. 거기에 아름다운 일러스트를 더한다면 그야말로 아이들의 상상력을 부풀릴 최고의 책이 될 것이다. 눈이 내리던 날 눈보라를 견딜 수 없어 한 장대에 말 고삐를 묶어놓고 잠이 들었으나 아침에 일어나니 그 장대는 교회의 탑이라는 사실은 가히 그의 허풍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토록 한다. <교회 탑에 매달린 말> 눈이 그토록 쌓였다는 사실도 믿기 어려운데 아침 햇살에 그 많은 눈이 한꺼번에 녹는다는 설정 자체가 너무나 웃기지 않은가! 게다가 상대방의 진영을 보고 싶어 대포알을 타고 가다가 적의 대포로 갈아타고 다시 자신의 진영으로 돌아왔다는 이야기<대포알을 타다>도 정말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이 말도 안 되는 이야기들은 생각할수록 재미있다. 게다가 남에게 들려주는 경우는, 거기에 또다른 이야기를 첨가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므로 이 이야기들은 지루한 자리에서의 여흥이 되기도 하고 서로 즐거움을 나누는 자리에서의 도약선이 되기도 한다. <하얀 깃털 전투>를 읽어보면 전쟁을 배게 깃털로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남작의 기지를 볼 수 있고, <고래 뱃속의 음악 연주회>는 또다른 유토피아를 생각케 하는 남작의 상상력을 읽을 수 있다. 터무니없지만 기지와 재치, 위트가 담긴 이야기라는 사실이다. 누군가에게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을 유난히 좋아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원래의 이야기에 약간의 상상력이 보태지기도 한다. 그렇다고 그건 "진실"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을까?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볼 수 있을 때에는 주저하지 말고 펼칠 수 있어야 한다. 허풍선이 남작은 그 상상력에 큰 도움을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