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보면 반복해서 인용되는 고전 작품이 있다. 헨리 제임스의 <<나사의 회전>> 또한 그런 작품이다. 도대체 어떤 책이길래 많은 작가들이, 많은 작품들 속에서 이 작가의 책을 언급하는지 무척 궁금했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고전으로 알려진 명작을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은 내가 모르는 많은 것들을 이해해야 하고 불분명한 것들까지도 수용해야 하는 작업이니. "의식의 흐름" 기법의 원형을 제시한 작품이라니 책을 읽기 전부터 두려움이 앞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부분은 쉽게 페이지를 넘길 수 있었다. 흥미를 끄는 주제. 긴긴 더운 여름밤이면 아이들도, 어른들도 무언가 섬칫하고 오싹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듣기를 원한다. 아마도 그건 지금이나 옛날이나 같았나 보다. <<나사의 회전>>은 그렇게 시작된다. 누군가에게서 들었다는 '유령'들에 관한 이야기를 하던 중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서 나타난 유령의 이야기처럼 흥미를 끄는 것은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리고 누군가가 실제로 있었던 일이라며 읽어주는 한 가정 교사였던 여자의 글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부모를 잃고 백부에게 맡겨진 어린 남매의 가정교사가 된 '나'는 겉으로 드러나는 외모에서부터 생활에서 느껴지는 천진난만한 성품, 품위에 이르기까지 천사같은 이 아이들에게 전폭적인 믿음과 신뢰를 느끼며 생활해 나아가고 있다. 하지만 남매 중 오빠인 마일스는 학교에서 거부되어 집으로 돌아온다. 도대체 이렇게 착한 아이가 '왜?' 퇴학을 당한 걸까? 그리고 '나'에게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한 남자와 한 여자. 어찌보면 이 작품의 줄거리는 매우 단순하다. 하지만 들여다보면 볼수록, 이해하려하면 할수록 끝도없는 미로 속에 숨겨진다. 과연 유령들은 실재했던 것일까. 가정교사의 히스테릭한 환상 속의 존재들은 아닐까. 그렇다면 보지도 않고 묘사한 그 인물들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지. 천사같은 모습의 영악하고 어른을 뛰어넘을 정도의 계략을 가지고 있던 두 남매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만약 두 유령이 실재한다면 도대체 그들은 왜 아이들을 장악하려 했던 것일까. 그들에겐 죽기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작가는 그 어느 것도 하나 시원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러므로 이 작품을 해석하고 이해하는 것은 순전히 독자의 몫이다. 어느 한 쪽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을까. 적어도 나는 그럴 수 없을 것 같다. 가정교사 '나'를 믿자니 그녀는 그녀의 용기와 담력을 보여준 것보다 훨씬 더 나약한 모습으로 아이들의 백부를 대하고 있었고 우유부단한 행동을 계속 함으로서 사건을 악화시켰다. 그런가하면 유령들의 모습은 너무나 단호하게 아이들과 밀접한 관계를 맺는 듯 보이며 묘사된다. 그들이 아이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보인다고 할까. 유령이 등장하지만 책을 읽으며 오싹한 공포를 느끼지는 않았다. 단 그들이 내뿜는 악의 이미지와 음산하고 우울한 이미지만은 잘 전해진다. 어쩌면 작가는 유령이란 그런 존재들이라고 말해주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그런 악이 어린 아이들에게, 혹은 나약한 한 가정교사에게 미치는 영향이 어떤 것들인지를 알려주려 했던 것은 아닐까. 분명한 사건들보다는 그런 이미지들이 쌓여 이 한 권의 책을 구성하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