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두껍질 속의 에디 ㅣ 저학년을 위한 꼬마도서관 12
안네 가우스 글.그림, 함미라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에 초등학교에 다닐 때, 우리 반 한 여학생은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예쁘장한 얼굴에 초롱초롱한 눈을 반짝 빛내고 있었지만 그 뿐, 입을 열거나 하지 않았어요. 반 아이들은 처음엔 그 아이가 참 신기하다, 생각했지만 그것도 잠깐 그 후로는 그 아이에게 신경을 쓰지 않았죠. 그렇게 그 아이는 늘 혼자가 되었어요. 어느 날 집에 오다가 그 아이가 우리집 근처에 산다는 걸 알게 되기 전까지 말이죠~. 오래전 일이라 자세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어느 날 저는 그 아이에게 귓속말을 했던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어요. 놀라웠던 건 내 귓속말에 대한 아이의 반응이었죠. 제게 귓속말로 답말을 해 주었거든요~^^ 그 후 아이와 전 종종 친하게 지내는 친구가 되었어요. 그 아이네 집에도 놀러가고 말이죠.

 

요즘도 아이들 중 다른 사람들에게는 말을 하지 않는 아이들을 보곤 합니다. 그리고 한 TV 프로그램을 통해 그 아이들이 선택적 함구증에 걸렸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죠. 어릴 적 기억이 있어 그런지 전 그런 아이들을 만날 때에도 자연스럽게 말을 걸게 되는 것 같아요. 제대로 된 대답이 돌아오지 않아도 말이죠.

 

<호두껍질 속의 에디>는 바로 이런 선택적 무언증에 걸린 아이들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호두껍질로 자신을 단단하게 싸놓고 외부로부터의 자극에 자신을 보호하는 아이, 에디의 이야기죠.

 

"에디는 호두껍질 속에 있으면 안전한 느낌이 들었어요. 호두껍질 속에 있으면 아무도 말을 걸거나 손을 대지 않았거든요. "...8p

 

하지만 친절한 마법사 아줌마를 만나 그 호두껍질을 깨고 나와보도록 노력하게 됩니다. 마법사 아줌마는 절대 혼자가 아니라고, 네 옆에 내가 있을 거라고 안심시켜주며 아주 친절하게 대해 주었어요. 아무리 에디가 의심하고 뒤로 물러서도 참을성을 가지고 계속 지켜봐주셨죠.

 

마법사 아줌마는 마법에 필요하다며 에디에게 이런저런 심부름을 시킵니다. 처음엔 딸기, 그 다음엔 밀가루, 우유나 달걀, 설탕까지요. 매일매일 마법사 아줌마의 심부름을 하며 에디는 조금씩 말을 한다는 게 그렇게 무섭지 않다는 사실과 별 것 아니라는 점, 심부름을 하고 나면 무척 뿌듯하다는 점까지 깨닫게 되죠.

 

 

에디가 호두껍질을 깨고 나올 수 있게 된 건 에디의 노려과 함께 마법사 아줌마의 끈질긴 노력도 한몫 했을 거에요. 아이가 아무리 힘들어하고 괴로워해도 아무것도 모르는 척 든든히 뒤에서 지켜봐주었기 때문일 겁니다.

 

작가 안네 가우스는 자신의 아이를 치료하면서 느꼈던 점을 <호두껍질 속의 에디>로 표현했다고 해요. 부모로서 힘든 점을 함께 나누고 싶었던가 봅니다. 그리고 아마도 그랬기 때문에 이 책이 더욱 가슴에 와닿는 걸지도 모르겠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명당은 마음속에 있다 ㅣ 만화 최창조의 풍수강의 1
최창조 지음, 김진태 만화 / 고릴라박스(비룡소)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난 풍수를 어느 정도 믿는 편이다. 아마도 부모님 영향을 받은 듯한테 어릴 때 이사할 때면 어느 방향으로 이사할지 의논하셨던 부모님을 통해 자연스레 받아들인 것 같다. 그래서 요즘도 가끔 풍수 관련 책을 보며 집안 물건들을 옮겨보기도 하고 색깔에 신경쓰기도 하는 등 적극적이지는 않지만 생각날 때마다 조금씩 실천해 왔다. 현대 문명이 갈수록 발전하여 물질의 편리함과 발전에 맹목성을 보이는 사람들은 풍수가 미신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주 오래 전부터 조상님들을 통해 내려온 것을 보면 완전히 미신이라고 볼 수도 없다.

 

<<명당은 마음 속에 있다>라는 책은 이런 "풍수"에 관련된 이야기를 아주 쉽게, 만화로 풀어놓은 책이다. 단순한 그림체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무엇보다 그냥 지식적인 내용을 풀어놓은 것이 아니라 하나의 스토리를 통해 더욱 궁금해 계속 읽고 싶어지게 만들었다는 점이다.

 

 

젊을 적부터 풍수에 인생을 건 아버지와 대신 생계를 떠맡아온 어머니 아래서 자란 주인공은 풍수에 대해 외면하고 싶다. 하지만 자신도 모르는 새 풍수에 대한 지식을 가지고 어려움을 겪는 회사 사람들을 도와주게 된다. 왠지 주변에 꼭 있을 것 같은, 이러한 스토리에 최창조 선생님의 실제 풍수 지식이 더해진다. 스토리 안에서 읽기 때문에 어렵다는 생각보다는 자연스럽게 이해가 된다.

 

 

내가 가장 재미있게 읽었던 내용은 역사 속의 다양한 풍수 이야기이다. 묘자리나 집을 짓기 위해 옛 사람들 또한 재판을 할 정도로 다툼이 있었다니 무척 흥미로우면서도 사람들의 성정은 잘 변하지 않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풍수란, 땅의 형세나 방위를 인간의 길흉화복과 관련지어 설명하는 학설이다. 즉, 조금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 조금 더 잘 살기 위해 나의 노력과 더불어 다른 기운을 받고자 하는 노력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자신의 노력없이 행운만 바라는 것이 아니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자신의 노력 위에 더하고자 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미신이라고 볼 수도 없다. 다만 너무 과하게 의지하여 풍수에만 매달린다거나 책 속 주인공의 아버지처럼 인생을 건다면 문제가 될 것이다.

 

 

실제로 풍수가들은 자신의 집이나 묘자리를 정말로 좋은 자리가 아닌, 자신들의 마음이 편안해지는 곳으로 정했다고 하는 걸 보면 풍수에 의한 명당은 누군가에 의해 정해지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 있는 것이 맞는 것 같다. 어차피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찾는 장소인데 내 마음이 불편해가면서까지 구할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모든 것은 내 마음에서부터, 내가 편안한 곳, 내게 기쁨을 줄 수 있는 곳이라면 진정한 명당이고, 진정한 풍수를 이용하는 삶이 되지 않을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시간 사용법 ㅣ 라임 어린이 문학 6
낸시 에치멘디 지음, 김세혁 옮김, 오윤화 그림 / 라임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13년 말, 아주 감동적인 영화를 봤다. 어찌된 건지 어두운 곳에 들어가 주먹을 꼭 쥐면 자신이 원하는 시간으로 되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남자의 이야기, <어바웃 타임>이다. 왜 그런 능력을 가지게 됐는지 등의 과학적인 물음 같은 건 설명해주지 않고도 인생에 있어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었던 영화였다. 매 순간을 최선을 다하여 살라는 메세지는 그와 아버지의 마지막 과거 여행을 통해, 잔잔함 속에 얼마나 큰 감동을 줄 수 있는지를 알려주었다.

 

이렇게 먼저 <어바웃 타임>을 설명하고 나니 동화 <<시간 사용법>>이 무척 비슷하다는 생각이 든다. 옛날부터 사람들은 과거로 돌아가 자신의 실수를 되돌리기를 바라고 미래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을지를 궁금해하며 타임머신을 만들기를 바랐지만 아직까지는 현실화되지 못했다. 그래서 그 열망이 다양한 영화나 동화, 소설로 재탄생되고 있나보다.

 

 

깁은 우울한 금요일을 보낸다. 하는 일마다 자꾸 망가지고 잘못된다. 학교에서 시작된 이 불운은 급기야 친구 애시와 그토록 기다려온 놀이동산으로의 외출에도 영향을 끼친다. 동생을 돌봐주기로 했던 동급생 레이니가 깁에게 화가 나 돌봐주지 않기로 하고 깁은 놀이동산에 동생을 데려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너무 화가 난 깁은 화를 식히러 숲으로 가고 그곳에서 이상한 할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이 괴상한 모습의 할아버지는 깁에게 "어너(시간을 지우는 기계)"를 주고 조심해야 한다는 충고를 한 채 사라진다. 평소 귀찮기만 했던 동생이 떠돌이 개를 쫓다 사고를 당하고 깁은 절망한다. 깁이 할 수 있는 행동은 할아버지가 주신 어너를 사용하는 것. 깁은 시간을 되돌려 자신의 실수를 되돌리고 동생을 구할 수 있을까?

 

 

"다시는 시간을 화살이 날아가는 것처럼 일직선으로 보지는 모할 것 같았다. 나는 이제 시간이 큰 나무의 뿌리보다 더 복잡하게 엉킨 미로처럼 느껴졌다. 과거에 했던 일이나 미래에 할 일 하나에서도 수없이 복잡한 길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98p

"내가 너한테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야. 무슨 일이 일어났느냐보다 네가 최선을 다했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161p

 

나의 실수를 되돌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그렇게 되면 사람들은 오히려 더욱 생각 없이 살게 될지도 모르겠다. 한 번 흘러가면 다시는 오지 않는 이 시간도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내는 사람들도 있으니 말이다. 깁이 느낀 것들, 그저 눈에 보이지 않게 흘러가는 그런 시간을 의식하지 않고 살았기 때문에 자신이 했던 실수들을 바로잡을 수 있는 교훈을 주기 위해 어너가 나타났던 것처럼 우리는 이런 내용의 영화나 책을 읽고 다짐하게 되는 것이 아닐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고마워, 한글 ㅣ 우리 얼 그림책 3
박윤규 글, 백대승 그림, 김슬옹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얼마 전, 훈민정음 상주본이 불탔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개인이 보관하고 있다가 집에 불이 나 제 때에 구하지 못한 거지요. 주인은 상주본이 해를 입었는지, 아예 없어졌는지 묵묵부답이었다가 조금 불에 탔다는 이야기를 꺼냈다고 합니다. 왜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보물이 개인에게 있었는지, 그것으로 싸움을 벌이고 제대로 보관하지도 못했는지 묻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지만 그보다는 빨리 상주본이 나라에 귀속되어 제대로 대접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훨씬 더 많이 들었습니다.

 

훈민정음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주 소중합니다. 우리 말을, 우리의 소리를 그대로 표현하고 적을 수 있게 해 준 소중한 우리 글이기 때문이지요. 요즘엔 인터넷 용어나 청소년들의 은어, 줄임말 등으로 많이 훼손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점점 더 소중히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사실이 더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에게 바르게 가르쳐야겠어요. 그래야 우리 한글이 얼마나 소중한지, 얼마나 고마운지 알 테니까요.

 

<고마워, 한글>은 그렇게 "한글"에 대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왜 세종대왕께서 만드셨는지 등등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그림책입니다. 그림과 글이 함께 있어 그림책이라고 하지만 그 내용이 방대하고 자세해서 한글에 대한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글을 몰라 좋은 책도 소용 없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백성들을 위해 세종대왕은 새 글자를 만들기로 합니다. 다른 이들에게 알리면 한자를 내세우며 반대할까봐 알리지도 못한 채 정의공주와 세자에게만 의논하며 자연의 소리를 담은 우리 말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글자를 연구하게 되지요.

 

 

어디에서 소리가 나오는지에 따라 나무, 불, 흙, 쇠, 물로 나누고 그에 따른 입 모양을 본 떠 자음(닿소리 글자)를 만들게 됩니다. 그 후 소리를 만들기 위해 하늘, 땅, 사람의 뜻을 담은 모음(홀소리 글자)를 만들어 합하니 우리 글은 어떤 소리도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과학적인 글자가 되지요.

 

 

 

책에는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훈민정음의 이야기 뒤에 조금 더 한글에 대해 알아볼 수 있도록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집현전 학자들조차 반대 상소를 올렸던 이야기며,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보급하기 위해 지은 책들(예로 용비어천가). 더욱 많은 사람들이 쓰도록 하기 위해 고안한 다양한 방안들까지. 그리고 조선 후기의 다양한 작품들 설명을 보면 세종대왕께서 하신 노력들이 결실을 맺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한글을 쓰게 된 건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노력이 깃들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자칫하면 한자에 밀려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우리 한글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지 저절로 깨닫게 되지요. 이런 한글을 마음대로 줄이고 변형시키면 될까요? 언어는 쓰는 사람들에 의해 변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요즘 변하는 한글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아름다운 순우리말을 두고 외래어를 마구 사용하고 편하다는 이유로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로 사용한다면 언젠가는 한글이 한글이 아니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더 바르게 사용해야겠어요. 아이들과 깊이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주제가 될 것 같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어느 늦은 오후의 성찰
정성채 지음 / 싱긋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침, 가족들이 회사와 학교에 가고 조금은 한가한 시간이 오면 커피 한 잔을 옆에 놓고 신문을 펼친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도 가져보고, 내 일에 도움이 될 만한 기사들은 열심히 스크랩도 하고, 요즘 즐겨 읽는 연재 만화도 꼭 챙겨 읽으며 나름 힐링의 시간을 갖는다. 물론 옆에는 이제 갓 돌이 지난 막내딸이 가끔 방해를 하기도 하지만 그 시간엔 그녀에게도 활발히 호기심을 충족시킬 때라 하루 중 그래도 나만의 시간을 가질 때이다.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점심과 저녁의 딱 한중간인 오후이다. 햇살이 뒤로 넘어가며 부드러운 빛을 보낼 때, 조금은 나른한 몸으로 진한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책을 읽을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다. 지금의 나에겐 엄청난 사치이지만.

 

 

<어느 늦은 오후의 성찰>이라는 제목이 나의 눈길을 끈 것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이 시간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뒷표지의 "읽기와 쓰기에 대한 소회"라는 소제목이 더욱 좋았다. 딱 읽고 싶은 책이다...라는 느낌!

 

책을 읽을 때 나는 항상 작가 소개를 빼놓지 않고 읽는다. 또한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작가들이 써놓은 머리말 등도 꼭 읽는다. 작가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그런 데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전초작업이랄까. 그런데 <어느 늦은 오후의 성찰>은 책 한 권의 가장 큰 교훈과 감동이 이 "들어서며"에 있는 것 같았다. 내가 평소 생각해 오던 것들과 같음을 확인하는 것 같아 그랬을까.

 

"세상 모든 글은 자기를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밖의 어떤 대상이나 관념을 객관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를 소거하고 이루어질 수 있는 글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중략) ... 자기의 반영과 투사가 글입니다. 매끄러우면 매끄러운 대로, 논리적이면 논리적인 대로, 투박하면 투박한 대로 자기를 드러내야 하는 실존의 작업입니다."...7p

 

어떤 소설을 읽을 때에도 그 작가의 수필을 찾아 읽는 수고를 하는 이유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작가의 경우는 소설보다 수필로 작가를 더 좋아하게 되기도 했다. 정성채 작가의 수필은 그의 앞의 문장들처럼 그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읽는 내내 그가 생각하고 행동했던 대로 그대로 따라가며 생각도 해보고 상상도 해보았다.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제 1장은 어느 늦은 오후의 성찰, 제 2장은 먹고사는 언저리에서, 제 3장은 깨달음이 불편할 때인데 제 1장과 제 2장이 작가가 생활하며 깨닫고 생각했던 것들을 풀어낸 글이라면 제 3장은 우리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담겨있다.

 

 

작가는 좀 더 잘 보이려고, 자신의 치부를 숨기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히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천천히, 조금씩 풀어놓는다. 지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반성하고 어떤 사건들을 통해 깨닫고 더 깊이 사유하게 된 것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 해 준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생각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풀어낼 수 있는 것인지. 그가 작가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깊은 생각과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 그리고 자신을 온전히 드러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나는 시간이 없어서...라는 핑계는 할 수가 없다. 꼭 어떤 장소, 어떤 분위기가 되어야만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치지 않고 계속하는 것, 포기하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나 자신을 돌아다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언젠가 작가처럼 한 권의 책이 아니라 단 한 편이라도 나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오후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