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먼지 폭풍 - 사막화로 인한 자연의 재난, 더스트볼
돈 브라운 글.그림, 이충호 옮김 / 두레아이들 / 2016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디선가 더스트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이 TV 다큐 프로그램이었는지, 아니면 책에서였는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미국을 덮쳤던 어마어마한 먼지 폭풍이었고 그로 인해 삶의 터전이었던 땅은 쑥대밭이 되었고, 살아남은 몇몇 사람들에 의해 그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냥 그렇게 거의 기억되지 않은 채로 잊혀졌다. 아마도 우리가 직접 겪은 이야기가 아니어서, 우리에게 닥쳐올 이야기가 아닐 거라고 생각해서, 아주 먼 옛날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 한 권의 책이 있다. 그림책처럼 조금 큰 사이즈이지만 얇다. 무엇보다 "그래픽 노블"의 형태이다. 누구나 쉽게 읽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 책이라는 뜻이다. 만화와는 다르지만 만화 같은 느낌이라 훨씬 더 감각적이고 쉽게 와 닿는다. 이렇게 읽은 더스트볼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무시무시했다.

 

 

"먼지 하나는 아주 작아요. 먼지 다섯 개가 모여도

이 문장 끝에 있는 마침표 안에 다 들어가고도 남아요."... 4p

 

이렇게 시작하는 <공포의 먼지 폭풍>은 첫 장부터 위협적이다. 그림은 신문의 만평에서 자주 본 듯한 그림이지만 드넓은 황야를 배경으로 도망가는 듯한 사람과 동물들, 그 뒤에 덮쳐오는 시커먼 괴물 같은 먼지 폭풍은... 너무 무시무시하다.

 

1935년 4월 14일 미국 남부 평원을 덮친 이 먼지 폭풍, 검은 괴물 이야기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책은 미국 로키 산맥 동쪽의 평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부터 설명한다. 강수량이 적어 나무가 자라기는 힘들지만 풀이 가득했던 평원에이. 아메리카 들소의 서식지가 되고, 인디언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던 시절의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19세기 백인들이 이 평원 지역을 개척하려고 몰려오고, 그들은 이곳을 소를 키우는 목장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곳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소들, 목장 주인들은 이 땅을 농부들에게 팔아버리고, 농부들은 이 땅을 일구지만 거친 땅과 혹독한 날씨에 삶은 녹록치 않다. 그리고 1931년의 가뭄... 오랜 가뭄으로 흙은 바스라지듯 모래로 바뀌었고 이런 모래들은 자꾸만 솟아오르며 먼지 폭풍을 만들어냈다.

 

 

어느 하루 갑자기 커다란 먼지 폭풍이 인 것이 아니다. 가뭄이 심해지고 조금씩 먼지가 솟아오르고 조그만 먼지 폭풍에서 조금 더 큰 먼지 폭풍까지 가끔, 그리고 조금씩 더 자주 생겨났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하루하루를 연명하기 바빴다. 어째서 이 먼지 폭풍이 왜 생겼는지, 어떻게 해야 없애야 하는지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고나서야 미국 정부는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내가 어릴 때에도 오존층의 파괴 등 환경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그렇지만 봄이 되어 마스크를 쓰고 입을 막고 눈을 가늘게 뜨고 다녀야 할 지경은 아니었다. 몇 년 전부터 매년 봄이 되면 두렵다. 밖에 나가지 않고 그냥 집에만 있어도 미세먼지 경보가 뜬 날은 벌써 목이 칼칼하고 어김없이 붓는다. 재작년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는 이런 미세먼지와 황사에 대해 더욱 예민해졌다. 공기청정기를 들여놓아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매일 청소해도 다음 날이 되면 또다시 먼지가 수북하기 때문이다.

 

엊그제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대기 점수가 전세계에서 너무나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이 미세먼지 또한 그냥 생겨난 자연재해가 아니다. 중국의 사막화와 대기오염에 관계된 미세먼지다. 벌써 몇 년째 계속되는 심각한 상황인데도 어째서 대책 없이 이렇게 보내고 있는 걸까. 약 100년 전의 더스트볼 같은 사태를 맞아야 인간은 또 움직일 것인가. 다같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작가는 왜 쓰는가
제임스 A. 미치너 지음, 이종인 옮김 / 예담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사실 제임스 A. 미치너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은 이름이지만 대표작이라든가 어떤 류의 글을 쓰는 작가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저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으로만 날카로운 평론을 쓰는 작가인가...하는 생각만 했다. 잘 모르는 작가의 책이지만 <작가는 왜 쓰는가>라는 책을 골랐던 것은 어쨌든 이 책이 "책에 대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책은 언제 읽어도, 얼마나 읽어도 좋다.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과연 객관적인 시각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에 대한 책이라면 더욱 좋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1. 떠오르는 한 작가에 대하여"는 사실 작가인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책에 관련된 주변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혹은 소설가답게 미치너의 글은 술술 읽힌다. 날카롭고 비판적인 평론이기 보다는 젊은 시절의 미치너가 만났던, 그 중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과거를 회상하듯 재미나게 풀어낸다. 의외였다. 그리고 즐거웠다. 영문학을 하는 젊은 문학도에겐 아주 풍성한 환경이 제공되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열심히 찾아다니는 노력 덕분인지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엄청난 독서가나 애서가들이 가득했다. 뭐랄까, 내가 그저 꿈꾸던 아름다운 미래의 한 장면(아름다운 저택에 커다란 서재를 꾸미고 그 서재엔 내가 갖고 싶었던 책들로 가득 꾸며놓고 책을 사랑하는 지인들과 함께하는 삶)이 미치너에겐 몇 번의 강렬한 만남으로 그에게 남아있다. 어쩌면 그가 편집자로서, 소설가로서 살아가게 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평생 작가로서 지켜온 한 가지 일관된 고집이 있다면 그건 좋은 책의 제작에 아주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것이다. 책이라면 마땅히 겉모양이 멋지고, 지도가 정확하고, 활자가 읽기 쉽고, 장정이 훌륭한 그런 전통에 따라 만들어지기를 바랐다. 나는 책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여러 주 동안 들고 다니며 동반자가 되기를 바랐고 책을 읽는 행위가 유쾌하고 즐거운 경험으로 기억되기를 바랐다. 나는 소설, 에세이, 또는 논픽션을 쓴 것이 아니라 바로 책을 썼다."...70p

 

글을 쓰는 작가가 이런 식으로 생각할 것이란 생각을 한 번도 못해봤다. 작가들은 그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뿐이라고만 생각했다. 어쩌면 이런 생각은 미치너에 한정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편집자를 거쳐 작가가 된 사람이므로. 그럼에도 이런 문장을 읽으니 왠지 독자로서 굉장히 이해받는 기분이었고 그런 책을 만들어준 모든 이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2.다른 작가들에 대하여"는 작가가 만난, 아는 네 명의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비롯하여 마거릿 미첼, 마커스 굿리치, 트루먼 커포티가 그들이다. 너무나 유명해서 잘 아는 작가이든, 그렇지 않은 작가이든 미치너를 통해 듣는 그들의 이야기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므로 신선하다. 그가 말하는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들었던 의견과는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 그 또한 그가 편집자 출신이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좀 다른 시각(독자나 편집자로서의 의견)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3.나이 들어가는 한 작가에 대하여"는 미치너 자신이 쓴 시와 소네트를 담고 있다. 2장까지는 다른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기에 3장은 미치너 본인에 대한 맛보기라 할 수 있다. 사실 2장까지의 글을 읽으며 미치너라는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면서 그의 작품을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는데 이 3장을 통해 짧지만 그를 조금은 느껴보는 시간이 된다. 물론 이 정도의 작품으로 미치너를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1, 2 장의 에세이를 통해, 3장의 시를 통해 미치너와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인다. 꼭 시간을 내어 그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작가는 왜 쓰는가>는 수많은 작품을 독파하고 작가들을 이해한 제임스 A. 미치너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을 다양한 작가들과 작품들을 통해 깨달은 바를 적은 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미치너 자신에 대한 책에 대한 사랑, 열정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랬기에 이 책이 무척 소중해졌다. 미치너가 많은 작가들에 영향을 받고 힘을 얻기 위해 때마다 꺼내 읽었던 것처럼 나 또한 책장 한쪽에 예쁘게 진열해 놓고 가끔 꺼내보는 책 중 한 권을 만나 무척 행복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만들어진 나 - 청소년을 위한 규범의 사회학 ㅣ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21
니콜라우스 뉘첼 지음, 라텔슈네크 그림, 박민수 옮김 / 비룡소 / 2015년 6월
평점 :
절판


얼마 전 신문에서 한 기사를 보았다. 초등학생 때 높았던 도덕심은 중학생 때 바닥을 친 후 곳등학생 때 다시 어느 정도 회복된다는 기사였다. 때문에 초등학생 때 바르게 도덕성을 쌓아 놓아야만 성인이 되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높은 도덕성을 갖출 수 있다는 요지의 글이었다. 예전엔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에서도 도덕 교육을 많이 받았다. 횡단보도 건너는 교육이나 길에 함부로 휴지를 버리면 안되는 등 아주 기초적인 것들부터 시작했다. 그런 교육은 그렇게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부터 학교에서도 차근차근 몸으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이론으로 배운 것은 금방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학생이 되어 도덕심이 바닥을 치는 이유는, 사춘기에서 비롯되는 반항심 때문이 아닐까...싶다. 사춘기, 모든 현상과 사건, 사물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기는 때이다. 하지만 그런 의문에 깊이 사유하는 아이들은 그다지 없다. "왜" 해야만 하는지, "왜" 그런지 궁금은 하지만 그냥 넘기는 것이다. <만들어진 나!>는 그런 의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 내 행동에 대한 이유에 대하여.

 

<만들어진 나!>는 "청소년을 위한 규범의 사회학"이라는 부제목을 달고 있다. 이런 제목은 왠지 딱딱할 것 같고,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첫 장을 펼치면 나오는 작가의 머리말 페이지를 보는 순간,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서체와 다양한 크기, 뭔가 대단한 입담처럼 보이는 작가의 머리말 덕에 딱닥하고 어려울 것처럼 보이는 이 책이 재밌을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본문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그 생각은 사실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작가는 "규칙"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시작한다. 규칙이란 무엇이고 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규칙과 규범을 지키는 순간 그 사회에 의해 바로 "내"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작가가 머리말에서 이 책은 청소년 독자를 위해 쓰였지만 성인들이 읽어도 무방하다고 했다. 정말이다. 나 또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나는 한 번도 내가 자유의지가 아닌, 사회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작가는 그렇단다.

 

"규범의 고유한 삶은 규범이 완전히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규범을 만든 것은 인간이지만 인간은 이미 생겨난 규범을 어쩔 수가 없다. 인간이 만든 규범들은 인간과 무관하게 자기만의 삶을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55p

 

처음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규범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혼자 살아 움직인다니, 정말 놀랍다. 그리고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초원에 홀로 떨어져 살지 않는 한, 우리는 언제나 사회 체계 안에서 움직인다. 이 체계는 그 사회 안의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다. 동시에 체계가 그 안의 사람들을 형성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다른 모든 사람을 형성한다."...125p

 

이제 보니 이 책은 단순한 사회책이 아니다. 철학책이다. 우리 사회를 이해하고 나 자신을 이해하여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찾는 책이다. 청소년들은 그들 특유의 귀차니즘으로 이 책을 조금 어려워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내가 어떻게 형성되고 왜 규칙과 규범들을 지켜야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금강 세트 - 전3권
김홍정 지음 / 솔출판사 / 2016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나라의 기틀이 비로소 잡히고 태평성대가 오려나 싶은 때에 일어난 사건이 있었다. 1498년의 무오사화로 그 이후에도 세 번의 사화가 더 있었다. "사화". 사림들이 큰 화를 입은 사건을 일컫는 말이다. 세조가 계유정난을 일으키며 왕이 되었을 때 그를 도운 훈구파들의 세상이었다. 하지만 권력이 유일하며 유지될 수는 없는 법, 조용히 숲에서 자신들을 갈고 닦던 사림들이 하나 둘 정계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훈구파인 공신들은 자신들의 자리에 위협을 받았고 그 자리를 지키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그렇게 일어난 첫 사건이 무오사화였고 조선엔 피바람이 불었다.

 

<금강>은 무오, 갑자사화 이후 중종반정을 통해 새롭게 공신이 된 이들과 신진 사류들의 싸움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시작은 중종의 기묘사화에서부터 임진왜란이 일어난 선조 대까지의 이야기이다. 500여 페이지 3권으로 가히 대하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이었다. 긴 호흡의 소설을 읽는 것이 너무 오랫만이기도 하고 1부 연향편의 앞부분이 다소 산만하기도 하여 이야기의 배경을 이해하는데 조금 많은 시간이 할애되었다. 길고 긴 이야기의 배경이라 작가가 특별히 신경 쓴 듯하지만 읽는 입장에서는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지 말고 그냥 시간순으로 설명했으면 이해하는데 훨씬 더 많은 도움이 되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중종반란 이후 개혁을 위해 등정한 사람은 "조광조" 한 사람을 중심으로 이야기 된다. <금강>에선 조광조라는 큰 이름 뒤에 묻혀 있던 충암 김정에 주목한다. 조광조보다는 기다리고자 했지만 결국 함께 유배되고 결국 사사된 역사적 인물이다. 작가는 이 충암 김정을 필두로 그의 사상적 계승을 어떻게 이어가고 진정 그가 이루고자 했던 나라가 무엇인지를 이야기한다. 그렇다고 충암이 주인공은 아니다. 오히려 그는 책 1부의 시작과 함께 사사되어 사라지고 그 뒤를 잇는 인물들에 의해 그의 사상은 연결된다.

 

책의 1, 2, 3부 소제목은 모두 <금강> 속 주요 인물 중 큰 역할을 하는 여인네의 이름으로 되어 있다. 충암 곁에서 보필하고 그의 동계 사람들의 실질적인 경제를 맡았던 소리꾼 "연향"에서부터 정희중의 아들 금석의 딸로 연향을 이어 상단의 대행수를 맡다 동계를 살리기 위해 희생된 "미금", 연향의 딸로 이 상단과 소리채의 대행수가 되어 창의 봉기를 후원하는 "부용"까지. 이들은 조선에서는 중심이 되지 못했던 여인들이지만 이 소설 속에서는 누구보다 강인하고 누구보다 아름답게 살아 조선이 누구나 꿈꾸는 세상이 되도록 물심양면 돕는다. 그들의 목숨까지 내어주면서까지.

 

"공신들은 그들의 나라를 이룬 것이었다. 그들만의 나라. 그들이 주인이고 그들만이 세상에서 당당히 살 권리가 있는 그들의 나라."... 1부 377p

 

충암 이후 남원의 동계가 된 이 사림, 신진사류들이 꿈꾸는 세상은 임금만의 세상도 아니고, 공신들의 나라도 아닌, 백성들이 주인이 되는 나라였다. 그저 배불리 먹고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가득하고 계절마다 꽃이 피고 그 아름다운 강산을 산책하며 특별한 고민 없이 누구나 편안하게 행복을 누릴 수 있는 나라.

 

"이기는 것이 무엇입니까? 권력을 잡는 것이 이기는 것입니까? 아닙니다. 설령 임금이 되었다 해서 이긴 것입니까? 그렇다면 하루도 쉬지 않고 역성이 일어나야 합니다. 진정 이기는 것은 백성이 천심인, 백성이 하늘이 되는 세상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2부 437p

 

1부의 앞부부만 제외한다면 이야기는 무척 탄탄하게 전개된다. 사건이, 인물들이, 주제가 모두 하나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가 얼마나 오랜 시간 기획하고 구성했는지 알 수 있다. 역사소설은 우리가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역사의 한 부분에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져 풍부한 과거를 상상해볼 수 있는 작품이다. 사실도 있고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으며 등장인물 또한 역사적 인물이 있고 가상인물이 있다. 하지만 <금강>을 읽으며 그 간극을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작가의 심혈을 기울인 시간들이 빛나는 순간이다.

 

훈구파와 사림파의 싸움은 대단했다. 너무나 많은 피바람이 불어 훈구파의 승리로 끝날 것 같던 이 싸움의 진정한 승리는 결국 사림파였다. 사림은 어느 한 사람을, 어떤 특정 인물들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사상의 연결, 후학으로의 연결이 결국 사림들을 살아남게 했다. 이 세상의 주인이 누구인가. 권력이 있고 명예나 부를 가지고 있다고 주인이 아니다. <금강>은 그 이야기를 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이야기 교과서 인물 : 이이 - 공부와 삶의 방향을 일러 준 위대한 학자 ㅣ 이야기 교과서 인물
이재승 지음, 신슬기 그림 / 시공주니어 / 2016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적 읽었던 위인전은 우리나라 위대한 학자의 비중이 컸다. 자연스럽게 역사와 이어지고 전통 문화에도 익숙해졌다. 요즘의 위인전은 아직 활발히 활동하고 계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많이 담고 있다. 물론 아이들에게 더욱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옛 어른들에게서 배울 수 있었던 인성적인 부분 등은 아쉽다. 아이들은 그런 위인들에게만 집중하다 보니 우리 옛 어른들은 점점 잊는다. 그러니 우리 역사도 이해하기가 점점 어려워지는지도 모르겠다.

 

"이야기 교과서 인물" 시리즈는 초등학교 교과서 속 중요 역사 인물을 선정하여 소개하는 책이다. 역사 속 우리 위인들 이야기이니 자연스럽게 역사도, 우리 전통 문화도 익힐 수 있다. 지혜는 이렇게 생기는 것이 아닌가 한다.

 

<이이>는 5천 원권 지폐의 인물이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학자이자 정치가이지만 어쩌면 우리 아이들은 그저 5천 원 할아버지 정도로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율곡 이이라고 이름만 알고 있어도 다행이다. 그러니 이분이 어떤 분이시며 어떤 일을 하셨는지, 왜 5천 원권 지폐의 주인공이 되셨는지를 모르는 건 당연하다.

 

이 책은 옛날 위인전처럼 위대한 업적을 나열하고 있지 않다. 그분의 일생과 함께 그 중간중간 생각하신 것들과 더불어 학자로서의 불타는 의지와 정치가로서의 올바른 자세를 일화를 통해 알려준다. 중간중간 그당시의 역사를 더욱 파헤쳐볼 수 있는 페이지는 덤이다.

 

"공부는 올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서 하는 것이야. 올바른 사람이 되어 성인에 이르는 것이 목적이지."...27p

 

아이들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한다. 대학에 들어가면 입사하기 위해 공부하고 만약 안정적인 직장에 들어가게 된다면 1년에 책 한 권을 읽지 않는 어른이 대부분이다. 이이는 이런 공부를 하면 안된다고 하셨다. 출세를 목적으로 하는 공부를 해서는 안된다는 것, 무엇보다 올바른 사람이 되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고 그만큼 중요한 것이 실천이라고 하셨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감동받았던 부분은, 이이의 사람 사귐이다. 신분의 차이를 이유로 꺼리지 않았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사람을 사귀지 않았다. 사람을 사귄다는 것은 극히 개인적이고 사사로운 것인데 조금이라고 배울 점이 있다면 주위 시선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이이 자신의 성품이 그러하니 정치를 함에 있어서도 붕당에 따라 행동하기 보다는 각각의 사람 성품으로 그 사람을 평가하였고 미래를 내다보며 준비할 줄 아는 분이셨다.

 

"잘못된 일이 무엇인지를 알고, 끊임없이 노력하여 그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는 정신, 이런 정신이 이이를 위대한 인물로 만들었다. "...75p

 

위인전은 이런 것들을 배우는 책이다. 유명한 사람의 행적이 아닌, 위대한 분의 위대한 점을 배우는 것. 이 시리즈를 읽다 보면 위대한 분들의 훌륭한 점을 배울 수 있고 역사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있게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