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는 왜 쓰는가
제임스 A. 미치너 지음, 이종인 옮김 / 예담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사실 제임스 A. 미치너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은 이름이지만 대표작이라든가 어떤 류의 글을 쓰는 작가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저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으로만 날카로운 평론을 쓰는 작가인가...하는 생각만 했다. 잘 모르는 작가의 책이지만 <작가는 왜 쓰는가>라는 책을 골랐던 것은 어쨌든 이 책이 "책에 대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책은 언제 읽어도, 얼마나 읽어도 좋다.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과연 객관적인 시각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에 대한 책이라면 더욱 좋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1. 떠오르는 한 작가에 대하여"는 사실 작가인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책에 관련된 주변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혹은 소설가답게 미치너의 글은 술술 읽힌다. 날카롭고 비판적인 평론이기 보다는 젊은 시절의 미치너가 만났던, 그 중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과거를 회상하듯 재미나게 풀어낸다. 의외였다. 그리고 즐거웠다. 영문학을 하는 젊은 문학도에겐 아주 풍성한 환경이 제공되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열심히 찾아다니는 노력 덕분인지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엄청난 독서가나 애서가들이 가득했다. 뭐랄까, 내가 그저 꿈꾸던 아름다운 미래의 한 장면(아름다운 저택에 커다란 서재를 꾸미고 그 서재엔 내가 갖고 싶었던 책들로 가득 꾸며놓고 책을 사랑하는 지인들과 함께하는 삶)이 미치너에겐 몇 번의 강렬한 만남으로 그에게 남아있다. 어쩌면 그가 편집자로서, 소설가로서 살아가게 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평생 작가로서 지켜온 한 가지 일관된 고집이 있다면 그건 좋은 책의 제작에 아주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것이다. 책이라면 마땅히 겉모양이 멋지고, 지도가 정확하고, 활자가 읽기 쉽고, 장정이 훌륭한 그런 전통에 따라 만들어지기를 바랐다. 나는 책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여러 주 동안 들고 다니며 동반자가 되기를 바랐고 책을 읽는 행위가 유쾌하고 즐거운 경험으로 기억되기를 바랐다. 나는 소설, 에세이, 또는 논픽션을 쓴 것이 아니라 바로 책을 썼다."...70p

 

글을 쓰는 작가가 이런 식으로 생각할 것이란 생각을 한 번도 못해봤다. 작가들은 그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뿐이라고만 생각했다. 어쩌면 이런 생각은 미치너에 한정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편집자를 거쳐 작가가 된 사람이므로. 그럼에도 이런 문장을 읽으니 왠지 독자로서 굉장히 이해받는 기분이었고 그런 책을 만들어준 모든 이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2.다른 작가들에 대하여"는 작가가 만난, 아는 네 명의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비롯하여 마거릿 미첼, 마커스 굿리치, 트루먼 커포티가 그들이다. 너무나 유명해서 잘 아는 작가이든, 그렇지 않은 작가이든 미치너를 통해 듣는 그들의 이야기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므로 신선하다. 그가 말하는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들었던 의견과는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 그 또한 그가 편집자 출신이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좀 다른 시각(독자나 편집자로서의 의견)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3.나이 들어가는 한 작가에 대하여"는 미치너 자신이 쓴 시와 소네트를 담고 있다. 2장까지는 다른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기에 3장은 미치너 본인에 대한 맛보기라 할 수 있다. 사실 2장까지의 글을 읽으며 미치너라는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면서 그의 작품을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는데 이 3장을 통해 짧지만 그를 조금은 느껴보는 시간이 된다. 물론 이 정도의 작품으로 미치너를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1, 2 장의 에세이를 통해, 3장의 시를 통해 미치너와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인다. 꼭 시간을 내어 그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작가는 왜 쓰는가>는 수많은 작품을 독파하고 작가들을 이해한 제임스 A. 미치너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을 다양한 작가들과 작품들을 통해 깨달은 바를 적은 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미치너 자신에 대한 책에 대한 사랑, 열정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랬기에 이 책이 무척 소중해졌다. 미치너가 많은 작가들에 영향을 받고 힘을 얻기 위해 때마다 꺼내 읽었던 것처럼 나 또한 책장 한쪽에 예쁘게 진열해 놓고 가끔 꺼내보는 책 중 한 권을 만나 무척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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