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작 - 잠 못 드는 사람들 / 올라브의 꿈 / 해질 무렵
욘 포세 지음, 홍재웅 옮김 / 새움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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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어두워지고 있는 거리 한 연인이 거리를 배회하고 있다. 이제 17살밖에 되지 않은 이 연인은 뱃속의 아이까지 있어 힘들고 지쳐간다. 그러나 이 낯선 도시의 그 어느 한 명도 이들을 거둬주려 하지 않는다. 지치고 힘든 이들은 이제 결정을 내려야 했다. 누군가 이들을 편히 쉬게 해주지 않는다면, 이들 스스로 지낼 곳을 찾아야 한다. 


<3부작>은 21세기 사뮈엘 베케트로 불리는 노르웨이 작가 욘 포세의 중편 연작 3부작이다. [잠 못 드는 사람들], [올라브의 꿈], [해질 무렵]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은 아슬레와 알리다, 그리고 그들의 아기 시그발에 대한 이야기이다. 17살 어린 연인의 배회로 시작된 이야기는, 아슬레의 기억으로, 알리다의 기억으로 회상된다. 그들이 세상에 그들밖에 남지 않게 된 이유, 그럼으로써 서로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말이다. 세상의 단 하나 내 편을 지키기 위해 아슬레는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가족을 지켜야만 했다. 그런 행동이 남들에겐 옳지 못하건 나쁜 일이건 상관없이.


사실 내겐 너무 벅찬 이야기였다고 고백해야겠다. 


처음 이야기가 시작되고나선 마침표 하나 없는 이 소설에 당황했다. 중간 중간 쉼표가 주는 의미로 간신히 문장을 이해하고 이야기를 만들어갔다. 차츰 적응되고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야기 속에 빠지게 되는 욘 포세의 서사가 감탄스러웠다. 설마...설마 하던 이야기가 두 번째 이야기 [올라브의 꿈]에서 드러나자 많이 불편해졌다. 주인공이, 그래선 안됐던 것 아닌가...하는 느닷없는 도덕성에 빠졌다가 그럼에도 가장으로서 최선을 다하고자 했던 올라브, 아슬레가 안타까워지기도 하면서 가슴이 저릿해졌다. 작가는 바로 그런 것을 의도한 건 아니었을까. 세상의 잣대로 유무를 따지기 전에 한 사람의, 한 연인의, 한 가족의 사랑을 이야기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때문에 3부 [해질 무렵]에서 그 모든 사랑의 증표 팔찌가 알리다에게 돌아가고 바이올린이 제자리를 찾은 것처럼. 


1부에서 긴박한 어린 연인의 이야기에 숨막혔다면, 2부에선 과연 어떤 결과가 될지 가슴 졸이고 3부에선 전체 속의 이 연인 이야기에 경건해진다. 


삶이란, 좀처럼 이해할 수 없다. 그저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갈 뿐이다. 절대로 내게 일어나지 않을 것 같던 일도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나고 마치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상황에 적응해 살아간다. 어렵고, 어렵고, 어려운 시기가 지나가고 내게도 볕이 들까 싶다가도 더 큰 절망이 찾아온다. 그래도... 살아간다. 나중에 훨씬 나중에 이 삶을 돌아보게 된다면 그 모든 절망과 실패와 고통도 내 삶의 자양분이 되기를 바란다. 돌고 돌아서 모든 것이 제자리를 찾는다고 이야기하는 작가의 말대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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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 길을 잃었어 I LOVE 그림책
조쉬 펑크 지음, 스티비 루이스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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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사자가 등장하는 그림책이 몇 권 있지만 대부분 그 사자들은 원래 사자들이 상징하는 그 모습대로일 경우가 많다. 그 사자들보다 훨씬 다정하고 친근한 사자를 만났다. 그것도 허구의 사자가 아닌, 실제 존재하는 사자들의 이야기로. 




<도서관에서 길을 잃었어>에는 뉴욕공공도서관 건물 앞을 지키고 있는 실제 돌사자가 등장한다. 이름도 책 속 그대로 "인내"와 "용기". 1930년대 뉴욕 시장이 경제 대공황에서 잘 살아남기 위해 필요하다고 여겼던 자질인 인내와 용기로 이름 지어주었다고 한다. 


이 귀여운 돌사자들의 이야기는, 어느 새벽 먼동이 트면서 시작된다. 막 잠에서 깨어난 돌사자 용기는 짝꿍 인내가 아직 돌아오지 않은 것을 발견한다. 그리고 찾아나선다. 햇살이 널리 퍼져 날이 밝기 전에 인내가 돌아와야 했으니까요. 더이상 기다리지 못하고 도서관으로 뛰어들어간다. 인내는 매일 들어가 무얼 하는지 모르겠지만 용기는 처음 들어가는 도서관. 너무 넓은 이 공간에서 어떻게 인내를 찾아야 할지 알지 못한다. 작은 조각상도 만나고 벽 속 초상화와 대화도 나누면서 용기는 도서관 탐험에 나선다. 




 용기는 인내를 찾아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이야기의 힘은 크다. 할머니가, 아빠가, 엄마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잊히지 않는다. 아이들은 이야기를 들으며 마음껏 상상하고 날개를 펼친다. 그래서 아이에게 책을 읽어주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은 중요하다. 인내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용기에게 콕콕 박혀 소중한 마음이 된 것처럼 아이가 들은 이야기들은 아이들 마음 속에 콕콕 박혀 꿈이, 날개가 된다. 


요즘 아이들은 책 읽을 시간도 없고 책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아직 이야기의 큰 힘을 느껴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닐까? 인내가 용기에게 들려주던 이야기를 이제 함께 읽게 된 것처럼 아이들도 먼저 재미있는 이야기의 힘을 느낀다면 책을 가깝게 하지 않을까. 


첫째와 달리 둘째를 키우면서는 책 읽어주기가 무척 힘들다. 노는 것이 책 읽는 거였던 첫째랑 다르게 둘째는 움직이면서 손을 사부작대면서 노는 걸 좋아한다. 그렇다고 억지로 읽히기는 싫다. 많은 에너지를 끄집어내어 아이에게 이야기를 만들어 들려줄 힘도 없다. 그래서 아이와는 자기 전에 꼭 책을 읽는다. 자기 전 하나의 습관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많은 시간이 흐르면 언젠가 꼭 다시 책을 좋아해줄 거라고 믿으면서 말이다. 그래서 아이가 언젠가 읽었던 책을 운운하며 이야기할 때는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아이가 더 많은 꿈을 꾸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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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 시간 특서 청소년문학 11
박현숙 지음 / 특별한서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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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이라는 시간은, 쉽지 않다. 정서적으로도 불안한데 세상을 자꾸 삐딱하게 보게 되니 온 세상이 나에게 싸움을 거는 것 같고 하는 일마다 될 것도 안되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청소년기를 수월하게 보냈다는 사람을 만나보지 못했다. 그 시기를 그렇게 보냈더라도 언젠가는 그 시기 같은 때가 꼭 오더라면서 말이다. 


내 경우 기질적으로 우울하고 끝도 없는 생각 속에 머물렀던 소심한 아이였다. 사춘기가 시작될 즈음, 할머니의 치매와 부모님의 싸움이 나를 더욱 더 움츠리게 만들었다. 저 땅 속 깊이 들어가고만 싶었다.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저 하루하루  버텼던 것 같다. 나와 주변 상황을 차단시키면서. 올바른 해결방법이었다고 생각지 않는다. 지금도 난 어떤 일이 생기면 회피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어려운 사춘기를 보내다보니 아이를 키우면서 훨씬 더 조심스러웠다. 내 아이는 그런 어려움 없이 지나가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6만 시간>은 청소년기의 시간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청소년기는 정말 힘든 시기이다. 앞날의 미래를 위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탐색해야 하는 동시에 그 미래를 위해 무조건 열심히 공부도 챙겨야 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주변 상황은 내 맘대로 따라주지 않는다. 모든 일이 힘들기만 하다. 그 불만과 스트레스는 가끔 엉뚱하게 터지기도 한다. <6만 시간>은 그런 아이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가정 환경에 불만을 품고 그 불만을 다른 아이들에게 복수를 하는 영준이, 집안에서 구박만 받아 자존감도 낮고 자기 주장도 못해 이리저리 치이는 서일이는 요즘 아이들을 대표하는 등장인물이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우왕좌왕한다. 하지만 더 불우한 가정 환경 속에서도 미래를 위해 착실히 일하는 짱구형이나 그저 공부만 바라보다 이제 내 길을 찾아 꾸준히 노력하는 서일이 큰누나 같은 롤모델들도 등장한다. 


"머리에 든 것도 없고. 내가 네 나이에 다른 데만 신경 쓰느라고 놓친 게 아주 많거든. 흐흐. 야, 네 나이 때는 네 아니 때만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말이야. 그걸 놓치지 말고 꼭 잡으라는 거지."...228p


이 6만 시간을 어떻게 보냈느냐에 따라 미래를 많이 달라진다. 그저 공부만 열심히 하라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들여다 보고 탐색하라는 말이다.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6만 시간은 결코 짧은 시간은 아니지만 지나고 보면 너무나 짧은 시간이었기에 선배로서, 엄마로서 우리 아이들이 이 시간을 알차게 보내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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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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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난히 다른 사람이 쓴 책 이야기를 좋아하는 것 같다. 무슨 편집증처럼 책에 대한 책이라면 우선 구매리스트에 올려놓고 보니 말이다. 더러는 구입하여 우리 집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는 책도 있고 여전히 장바구니에 담긴 책도 있으며 어떤 경로든 구해 이미 읽은 책도 꽤 된다. 그런데 이런 책들을 읽으며 나는 항상 같은 생각을 한다. 내 수준이 아직 여기에 미치지 않았으니 난 여기에 나온 책들을 먼저 읽는 게 낫겠다고 말이다. 그럼에도 어느새 또 책 이야기 책을 손에 들고 있다. 


이번엔 위화다. 위대한 작가의 책 이야기는 더욱 재미있을 거라는 편견에 휩싸여 덥썩! 선택했다. <허삼관 매혈기>부터 <형제>나 산문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의 이야기를 익히 들었다. <허삼관 매혈기>는 읽었고 <형제>는 책장에, 산문 <사람의 목소리는~>은 리스트에 있다. 위대한 작가의 산문은 어떤지 나는 항상 궁금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보다 수필집을 더 좋아하는 것처럼 수필을 읽으면 왠지 작가에게 한걸음 더 다가간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렇게 만나게 된 위화의 책 이야기 책. 


음~ 역시... 나에게는 아직 이르다. 공부가 더 필요하다. 치열하게 한참을 더 많이, 읽어야 하나보다. 카프카의 <변신>조차 10번은 읽고 나서야 이제 조금 이해하고 좋아하게 된 내가 푸르스트니 보르헤스니 스탕달이니....하는 위대한 작가의 작품을 읽고 위대한 작가 위화가 쓴 이야기를 조금이라도 이해할 수 있겠느냐...그 말이다. 


또다시 딜레마다. 나는 시간을 내어 다시 처음부터 천천히 좋은 작품들을 정독할 필요가 있다고 말이다. 언젠가 한 친구가 나더러 왜 유명한 작품에만 집착하느냐고 했던 적이 있다. 그냥 읽고 즐기면 되는 것 아니냐고. 그런데 내게 독서는 즐거움보다는 치열함이고 지적 상승이고 만족감이다. 그러기 위해선 조금 더 진중한 독서가 되어야 하는데 내게 갈 길은 아주 멀다는 사실이 안타깝다. 그런 면에서 위화의 <문학의 선율, 음악의 서술>은 좋은 본보기가 되어준다. 깨달음까지 가는 길이 많이 남았으니 어서 시작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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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세이아 생각하는 힘 : 진형준 교수의 세계문학컬렉션 2
호메로스 지음, 진형준 옮김 / 살림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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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만 공부하다 보면 호메로스니, 일리아스니, 오디세이아라는 이름일 익숙하게 듣게 된다. 특히 서양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리스 로마 신화뿐만 아니라 호메로스가 쓴 이 위대한 서사시부터 읽어야 한다고 말이다. 여기저기서 많은 이야기를 주워듣기는 했지만 정말 제대로 이 두 작품을 읽어본 적이 있나... 싶다. 너무 자주 들어서 마치 읽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책들 중 한 권이 바로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가 아닐까. 나 또한 분명 읽은 것 같고, 내용도 아는데 저말 읽었나 하고 생각해 보면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오디세이아>는 토로이 전쟁으로 떠난 오디세우스가 집으로 돌아오지 않은지 20년 후의 이야기이다. 하염없이 기다리던 부인 페넬로페와 이제는 제법 성인 티가 나는 텔레마코스는 아름다운 페넬로페에게 청혼하려는 수많은 청혼자들에게 둘러싸여 곤혹을 치르고 있다. 점점 압박해 오는 청혼자들로 인해 두 모자는 어쩔 줄 모르고 이를 지켜보던 아테나 여신은 드디어 이들의 삶에 끼어들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도대체 왜 오디세우스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겠다. 이야기가 이렇게 되면 당연히 앞의 이야기가 읽고 싶어질테고 (물론 굳이 읽지 않아도 책 속에 설명이 나오니 괜찮긴 하지만~) 그건 또다른 독서의 재미가 된다. 오디세우스는 힘도 세고 영리하고  말주변도 좋다. 그렇게 트로이의 영웅이 된 오디세우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영웅들이 위대한 업적을 세우며 고향으로 돌아간 뒤에도 끊임없이 시련과 고통을 받는다. 그 이야기를 읽어보면 '어쩔 수 없네~'라거나 '인과응보'라는 말이 생각나지만 그래도 오디세우스는 절망하거나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점이 오디세우스의 매력이 아닐까!


다른 영웅들은 너무나 극단적인 면이 있고 죽음 앞에 불사하는 진짜 영웅적인 면모가 있다면 오디세우스는 계속해서 실수를 하지만 본인의 의지로 하나하나 극복해나가기 때문이다. 신들도 무조건 이들을 돕지는 않는다. 많은 애정을 받고 이 가족을 도우려는 신들이 있지만 항상 조건이 붙기 때문이다. 결국 이 시련을 헤쳐나온 건 오디세우스 본인의 선택과 의지에 달렸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고전을 읽을 때 시작은 가볍게, 하나도 이해하지 못할 만한 책이 아닌,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으로 시작한다. 우리에게 낯선 문화라면 더욱 그렇다. 살림출판사의 "생각하는 힘 세계문학 컬렉션"은 진형준 교수의 축역본이다. 줄인 책은 무조건 읽지 않는다...라는 것보다는 쉽고 재미있게 다가가는 것이 더 좋다. 요즘 아이들은 조금이라도 어렵거나 지루하면 아예 손을 대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이 시리즈는 청소년 아이들에게도 아주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무엇보다 가볍고 200여 페이지 정도로 한 번 읽어볼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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