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거 마더 - 예일대 교수 에이미 추아의 엘리트 교육법
에이미 추아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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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우리 집에선 '호랑이 엄마'이다. 물론 호랑이띠 인 것이 한몫 했고 평소엔 조용하다가 내 기준에 부족하다 싶으면 가차없이 몰아치는 성격 때문이다. 그래서 그 별명과 같은 책 제목이 어찌나 익숙하고 반갑던지! 왠지 저자가 하는 말들이 내 기준들과 비슷할 것 같았고 때문에 이 책으로 위안받고 확신을 얻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글쎄... 나는 이 책의 저자 의견에 100% 동조하지는 못하겠다. 물론 상당 부분 그녀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되는 부분도 있었고 할 때는 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내 기준으로 보았을 때 그녀는 너무나 기복이 심하고 자기중심적으로 보인다. 이건 어디까지나 겉으로 보이는(그녀가 책에서 표현한대로) 면에서만 그렇다. 내가 생각했을 때, 에이미 추아는 자신의 모든 것을 이 책에 써 넣지는 않은 듯하다. 만약 그녀의 사실적인 일상 모두를 오픈했다면 우리는 좀 더 그녀를 이해하고 그녀의 교육법이 옳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니까 그녀는 이 책에 그녀가 정말로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와 자신이 아이들에게 올인한 삶만을 산 것이 아닌, 자신의 인생에서도 자신감과 열정을 충만하게 표현하면서도 아이들에게 쏟은 관심에 대해서 설명했다면 훨씬 더 호소력 있었을 듯하다. 

"뭐든 잘하기 전까지는 아무것도 재미없다는 게 중국인 부모들의 사고방식이다. 뭔가를 잘하려면 노력해야 하는데 아이들은 스스로 노력을 잘 하지 않기 때문에 부모의 결정이 아이의 선호보다 우선해야 한다. 아이들은 반항하기 마련이므로, 부모가 불굴의 의지를 발휘해야 할 때도 있다"...40p

그렇게 생각해본 적은 없지만 내 안에 잠자고 있던 무의식적인 기준이다. 이 문장은 이 책 중에서 가장 공감한 부분이 되겠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아이가 아이로 남아있을 때의 이야기이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새로운 습관을 들이기 싫어하는, 그저 천방지축 날뛰고 싶은 10살 이전의 시기까지는 나 또한 부모가 많은 영향력을 행사하며 아이들을 지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 아이들의 자의식이 커질대로 커진 후라면 이야기가 다르다. 아이들은 무조건 부모와 반대로만 하려고 할 것이고 부모가 그것을 억누르려고 한다면 아이는 엇나가기만 할 뿐이다. 

책에서는 저자가 자신의 아이들을 너무나 몰아치기 때문에 조금 불편하다. (실제로 몰아치고 있는 나조차도 불안하다) 저자는 자신의 방법에 100% 확신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전 세계를 논쟁에 빠뜨렸다는 이야기가 사실일 것 같다. 자, 왜 이렇게 되었을까? 저자가 아이들과 보낸 평온하고 행복한 일상을 모두 빼놓고 서술했기 때문은 아닐까? 행간을 잘 헤아려본다면 저자는 자신의 일을 가진 사람이므로 하루종일 아이들에게 올인할 시간이 우선 부족하다. 또 직접 책을 읽어주며 침대에서 함께 뒹군 행복한 일상은 단 몇 줄로 묘사되고 있다. 때문에 한쪽으로 너무나 치우친 이야기에 불안감을 느끼는 것이다. 

에이미 추아의 어머니가 지적하듯 아이들은 그 생김새나 개성만큼이나 각각 다르고 그러므로 아이르 다루는 기술도 각각 달라야 한다. 소피아에겐 수월했지만 룰루에겐 거듭된 난항을 겪었듯이. 타이거 마더법으로 키워야만 아이를 훌륭하게 키울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단, 이런 방법도 있으므로 잘 맞는(대체적으로 순응적이고 수동적인) 아이들에게 적용하면 훨씬 더 큰 아이로 만들 수 있다...정도로만 받아들이는 것이 옳을 듯하다. 

<<타이거 마더>>는 자녀 교육 분야보다는 "에세이"쪽에 더 가깝다. 중국이민자 2세대의 가족 이야기...로 읽자면 정말로 재미있다. 가족 간의 상충, 타협, 사랑 등을 통해 저자도, 아이들도 함께 자라는 모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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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 - 살아남은 동물들의 비밀
최형선 지음 / 부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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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흥미롭습니다.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 온 인간에서부터 각자의 환경에 맞춰 살고 있는 동물들과 심지어 뿌리를 박고 초연히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내는 식물들까지... 지구에 사는 많은 생물들이 지구의 변화에 맞추어 자신이 살 길을 마련하고 계속해서 진화되어 왔죠. 혹은 사라지거나. 

<<낙타는 왜 사막으로 갔을까>>는 "동물" 들의 이야기만 하고 있습니다. 그저 바라보면 너무나 당연하게 보이는 것들이 사실은 치열한 싸움과 지혜를 숨기고 자신에게 알맞는 형태로 맞추어져 살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정말 놀랍습니다. 물론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변화는 아니겠지만 이들의 변화는 필사적입니다. 때로는 자신의 단점을 극대화시켜 극복하기도 하고 남들과 경쟁하지 않는 먼 곳으로 떠나 개척하는가 하면 새로운 변화를 찾아내어 맞추어갑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남습니다. 

크게 여덟 동물의 이야기가 실려있어요. 치타와 줄기러기, 낙타, 일본원숭이, 박쥐, 캥거루와 코끼리, 고래까지. 이 동물들이 그냥 선택된 것은 아닙니다. 지구상에서 지역적으로 주요한 생태계를 대표하고 하늘과 땅, 바다에 사는 우리가 잘 아는 동물들입니다. 전혀 의아하지 않으면서도 지구를 대표한다고 할 수 있는 동물들. 이들은 지구에 출현하고 어떻게 오랜 시간을 버티며 살아올 수 있었을까요? 

 

각 동물들의 설명을 읽다보면 동물들의 기본적인 생태에서부터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어떻게 지금이 모습이 되었는지의 진화 과정을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들의 모습 하나하나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을 생각하면 정말 신기하기만 합니다. 표범과 구분할 수 있다는 치타의 눈 밑 검은 줄은 야행성이 아닌 주행성인 그들의 활동에 눈이 부시지 않게하기 위함이라든가 포식자가 많은 초원을 떠나 그들만의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사막을 선택한 낙타의 이야기들은 감동적이기까지 해요. 

"환경은 생물의 외모를 바꾸는 결정적 원인이지만, 내면과 행동 양식에도 영향을 미친다. "...122p
"경쟁은 세분화를 일으키는 힘이다. 처음에는 뒤범벅인 채로 다짜고짜 일어나던 경쟁이 차츰 치열해지면 무엇을, 언제, 어디서, 어떻게 할지를 낱낱이 나누어 가며 자신의 강점을 찾으려는 힘은 더 강하게 작용한다. "...158p

때로는 이 동물들의 이야기에서 배울 점도 보게 됩니다. 연륜 있는 기러기를 앞에 세워 그들 무리를 안전하게 도모하는 줄기러기나 세대 간 혹은 계급 투쟁에 집중하지 않고 서로의 관계를 도모하는 사회성을 보여주는 일본 원숭이들의 행동을 보면서 말이죠. 이렇게 환경과 자신들의 무리를 잘 맞춰가며 사는 동물들도 인간의 개입에는 속수무책입니다. 쌍봉 낙타는 이제 거의 멸종에 이르렀고 아프리카 코끼리의 상아는 거의 드러나지 않는 단계까지 갔다고 합니다. 환경에 순응하는 동물들을 인간들이 개입하여 멸종에까지 이르게 한 거죠. 

동물원 안에서 바라보던 많은 동물들의 "진실"을 배웠습니다. 여덟 동물들에서 시작하여 연관되는 많은 동물들까지 실제로는 지구상의 모든 동물들의 진화를 엿본 느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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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미 밥상 - 세상에서 가장 건강한 선물
최혜숙 지음 / 미호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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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에 잡곡을 섞어 먹던 밥을 현미와 현미 찹쌀로 바꾸어 먹은 것이 어언 2년째다. 특별한 계기(남편의 동맥경화)가 있었고 때마침 TV에서 "현미"가 얼마나 몸에 좋은지를 집중적으로 방영하고 있었다. 전혀 거리낌없이 현미로 바꾸었으나 사람들이 싫어하는 현미의 단점(입 안에서의 껄끄러움)을 전혀 느낄 수 없었고 오히려 8시간을 불려야 한다는 사실을 자꾸만 잊어버려 끼니 때 밥이 없는 사태가 자주 발생했다. 아마도 그래서 우리 가족은 진짜 현미 밥상의 특효를 잘 느끼지 못하고 있나보다.

 <<현미 밥상>>은 백미 대신 현미로 바꾼 밥을 좀 더 맛있게, 매 끼니마다 빼놓지 않고 먹기 위해 택한 선택이다. 내가 지은 밥을 먹은 친구는 "정말 맛있다"고 했으나 정말로 우리 가족의 몸이 좋아지는 지는 잘 느끼지 못하겠다. 그렇다면 뭔가 문제가 있는거다. 그 문제점을 찾고 좀 더 건강한 밥상을 만들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라는 문제에 대한 답을 얻기를 바랬다. 역시, 사람은 배워야 한다.ㅋ

 <<현미 밥상>>에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그냥 요리책이 아니다. 정말로 건강해지기 위해서 선택한 "현미"로 어떻게 현명하게 건강한 밥상을 차릴 수 있는지를 도와주는 똑똑한 책이다. 우선 왜 현미가 건강한 밥상인지를 알아야 하고, 그저 백미 대신 현미로 바꾸는 것 말고도 필요한 밥상 위의 혁명들을 자세히 알려준다. 밥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이다. 제철 재료를 이용한 최소한의 조리로 최소한의 양념을 가미한 밥상. 이러한 국과 반찬이 현미와 어우러졌을 때 현미 밥상은 가장 빛난다.



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믿고 있던 것들에 대한 기초 지식을 다시 쌓고나면 본격적인 현미 밥상을 위한 요리들을 소개한다.

 

  

 우선은 현미 밥을 짓는 방법부터... 무조건 8시간 이상을 부려야 한다는 말만 듣고 실행해왔던 나는 조금 충격을 받았다. 사실 내가 하던 행위는 현미를 발아시키는 과정이었고 사실은 그렇게 불리지 않고 밥을 했어도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동안 8시간 못 불렸다고 다른 밥을 먹어왔던 나의 어리석음에 고개가 절로 숙여진다. ㅋㅋ 현미 밥을 짓는 좀 더 디테일한 방법들을 알게 되자 마구 희망이 솟는다. 그 외에 단조로운 현미 밥을 벗어난 다양한 맛난 현미 밥 짓는 법을 알 수 있다.  

 
 

밥이 있으면 맛있는 국과 찌개, 반찬이 있어야겠지. <<현미 밥상>>에서는 신선한 재료들로 몸에 좋지 않은 소스를 배제한 깔끔한 국, 찌개, 반찬류를 선보인다. 보기만해도 침이 꿀꺽~ 넘어간다. 요리 과정도 어려워보이지 않고 간을 하거나 양념을 하는 재료들도 무척이나 간소화되어 있어 정말 담백하고 몸에 좋을 것 같다.

 손님을 초대할 때는 어떨까. 사실 우리 가족들끼리 먹을 때에는 현미 밥을 열심히 먹지만 그 껄끄러움을 싫어하시는 분들이 계셔 손님상에까지 올리지는 못했다. 책에서는 손님상을 위한 다양한 레시피 궁합까지 곁들여 다양하게 현미 밥상을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단지 현미 밥에만 국한되어 있지 않고 현미 떡이나 현미 가루를 이용한 다양한 디저트류도 소개하고 있어 무척 신선하다.

 

 자! 그럼 현미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요리의 레시피가 소개되었으니, 끝일까? 아니다. <<현미 밥상>>은 정말 요리조리 쓸모가 많~은 책이다. 이 요리책이 "몸에 좋은 밥상"이므로 그 밥상에 이용할 수 있는 건강한 소스 만드는 법과 가장 눈여겨 보게 되었던 "압력솥"을 이용한 요리들도 소개하고 있다.  

 
 

지금까지 현미 밥을 별 무리없이 먹어오기는 했지만 8시간 불리지 못했다고 외식하거나 간단하게 한 끼를 떼운 적도 많았다. 하지만 "건강"을 위한 밥상을 위해서라면 꾸준한 현미 밥상 섭식이 중요함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된다. 이제 봄이 다가오고 봄을 알리는 제철 나물들도 고개를 내민다. 맛있고 건강한 밥상으로 가족의 건강을 도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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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초난난 - 남녀가 정겹게 속삭이는 모습
오가와 이토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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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 넷과 별 다섯 중에 고민한다.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자면 고민없이 별 다섯이다! 그런데... 주관적으로 생각하자면 단지 내가 한 가정의 엄마이고 아내라는 이유 때문에 별 넷과 다섯을 왔다갔다 한다. 왜냐구? 난 불륜 이야기가 싫다.ㅠㅠ 아무리 내가 하면 사랑, 니가 하면 불륜이라고 한다지만 그것이 순수한 "사랑"이라 하여도 결국은 가정을 파탄내고 한 어린 생명에게 마음 가득히 상처를 입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책, 재미있게 읽었다. 

<<초초난난 : 남녀가 정겹게 속삭이는 모습>> 제목 자체가 참 정겹다. 제목과 표지가 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말해주는 듯하다. 소설은 큰 사건(사건만 보자면 결코 작지 않지만) 하나 없이 담백하게 마치 제목처럼 속삭이듯이 그렇게 시오리라는 엔티크 기모노 가게의 주인의 일상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릴 적 가족에게 일어난 일로 가족에게서 멀어져 홀로 가게를 운영하는 시오리에게 한 손님이 찾아온다. 신선한 만남이었고 그렇게 그들은 서로에게 끌린다. "그"가 가정이 있는 남자만 아니었다면 이런 사랑, 정말 해보고 싶고 부럽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들은 일상 속에서 서로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아주 조금씩 그 일상을 나누며 서로를 인식해 간다. 

"사랑"이란 그런 거다. 한 눈에 반해 불처럼 확~ 타오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함께 맛있는 밥을 나눠먹고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런 일상적인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전혀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고 그저 같은 공간에 함께 존재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만족스럽고 꽉~ 찬 듯한 느낌을 가지는 것. 이렇게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담백한 사랑을 이들은 아슬아슬한 관계 속에서 나눈다. 

<<초초난난>>을 읽는 즐거움은 비단 이들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는(내겐 이들의 사랑이 무척이나 거슬렸으므로...) 이들이 함께 한 시간 속에서 나누는 그 모든 표현들. 함께 먹는 맛있는 밥, 반찬, 디저트... 그리고 함께 한 아름다운 일본의 풍광들, 시오리의 가게가 무대가 되기 때문에 묘사되는 아름다운 기모노들, 일 년 남짓한 계절을 지내오면서 묘사되는 아름다운 주변 풍경(다양한 꽃, 나무, 날씨, 신사에서 개최되는 축제, 마츠리 등등)의 묘사 때문이다. 마치 일본에 직접 가서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세세하게 묘사한 이런 표현들 덕분에 이 소설이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왔다. 나도 가서 바라보고, 느껴보고,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제는 그럴 수가 없겠지만....

참으로 일본스러운 소설이다. 너무나 일본적인 모습이어서 어쩌면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반대로 그러한 그들만의 전통을 잘 이어온 일본이 부럽기도 하다. 우리에게 참으로 우리다운... 으로 표현되는 것들을 일상에서 찾을 수나 있을까. 소설을 읽고있으면 소곤소곤..하는 속삭임에 나도 몸이 노곤해지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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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아트리스와 버질
얀 마텔 지음, 강주헌 옮김 / 작가정신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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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 이야기>의 후속작이 9년만에 출간되었다. 사실 나는 그 작품을 온전히 이해하지도 못했고 무엇이 그토록 감동적인지 잘 몰랐지만 그래도 파이의 말 중 기억에 남는 몇몇 구절들이 있다. 특히 종교적인 그의 입장에 대해서는. 아마도 작가의 표현 방식이 그런 건가보다...하고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후속작은 어떨까. 

<<베아트리스와 버질>>은 <파이 이야기>보다 더욱 더 상징적이고 구조적이며 감추어져 있다. 이 "감춤"은 작가의 의도로 보인다. 내가 무엇을 설명하기 위해 감춘 것이 아니라 내가 표현하고 싶은 것을 보여주기위해 감춤으로서 독자들 각자에게 이해할 수 있는 공간을 부여한 것이 아닐까 싶다. 때문에 당나귀와 붉은고함원숭이라는 두 동물의 등장은 전혀 우화적이지 않다. 그들은 동물들의 대표일 수도 있고, 고통받는 삶을 사는 수많은 사람들일 수도 있으며 작가가 의도했던 어떤 한 특정 집단일 수도 있다. 하지만 아마도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 가장 의미 있는 대상일 확률이 가장 높을 것이다. 

작가가 등장한다. 첫 소설의 흥행으로 인해 다소 고조되어 있던 작가는 두 번째 작품을 구상하고 오랜 시간에 걸쳐 탈고하지만 출판계에 받아들여지지가 않는다. "홀로코스트"라는 어두운 주제로 너무나 파격적인(절대로 팔리지 않을 듯한) 형태를 취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현실에 환멸을 느낀 작가의 선택은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는 것. 그리고 운명의 한 남자를 만나게 된다. 어느 날 그에게 도착한 희곡 하나. 

그러므로 <<베아트리스와 버질>>은 책 속의 책...이라는 "액자 구성"을 가지고 있다. 두 가지 이야기를 함께 이해해야 한다는 부담과 함께 이 의문의 희곡을 작가인 헨리와 같이 생각해야 하는 부담감까지 얹힌다. 도대체 베아트리스와 버질은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가. 헨리를 따라가자니 이 이야기가 비단 "홀로코스트"에서 그치지는 않는 것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 하지만 솔직담백하게 받아들여 이 이야기가 무참히 살육되는 동물들만의 이야기로 받아들이기에도 그 상징과 의미의 비중을 생각하면 조금 애매하다. 때문에 이 작품은 독자가 어떻게 읽고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수많은 대상에 비유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소설은 결국  ’홀로코스트’라는 주제로 돌아온다. 

"나는 홀로코스트를 표현하는 방법에 대해 썼습니다. 홀로코스트라는 사건은 이미 끝났습니다. 우리에게는 그에 대한 이야기들만 남겨져 있습니다. 나는 다른 식으로 이야기할 가능성을 타진한 겁니다."...21p

책 속의 인물 헨리는 얀 마텔 자신의 생각을 대변하는 인물이다. 그가 두 동물을 통해 잊혀져가는 과거를 다시 끄집어내려 시도한 것처럼 헨리 또한 수많은 고민과 함께 홀로코스트를 다른 식으로 표현하려고 고민했다. 어쩌면 작가는 그 역사를 넘어 지금 이 시대 곳곳에서 자행되는 또다른 홀로코스트에 대해 이야기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것 역시 독자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일 것이다. 

"우리가 호러스에 대해 말하는 건 결국 더불어 살기 위한 게 아닐까?"...177p

나 또한 작가가 이 이야기를 고집한 것은 지나갔지만 새로이 기억하고 계속 살아가기 위해, 만족하고 살아가기 위해 이 이야기를 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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