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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초난난 - 남녀가 정겹게 속삭이는 모습
오가와 이토 지음, 이영미 옮김 / 21세기북스 / 2011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별 넷과 별 다섯 중에 고민한다. 객관적인 시각을 유지하자면 고민없이 별 다섯이다! 그런데... 주관적으로 생각하자면 단지 내가 한 가정의 엄마이고 아내라는 이유 때문에 별 넷과 다섯을 왔다갔다 한다. 왜냐구? 난 불륜 이야기가 싫다.ㅠㅠ 아무리 내가 하면 사랑, 니가 하면 불륜이라고 한다지만 그것이 순수한 "사랑"이라 하여도 결국은 가정을 파탄내고 한 어린 생명에게 마음 가득히 상처를 입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 책, 재미있게 읽었다.
<<초초난난 : 남녀가 정겹게 속삭이는 모습>> 제목 자체가 참 정겹다. 제목과 표지가 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말해주는 듯하다. 소설은 큰 사건(사건만 보자면 결코 작지 않지만) 하나 없이 담백하게 마치 제목처럼 속삭이듯이 그렇게 시오리라는 엔티크 기모노 가게의 주인의 일상 이야기를 하고 있다.
어릴 적 가족에게 일어난 일로 가족에게서 멀어져 홀로 가게를 운영하는 시오리에게 한 손님이 찾아온다. 신선한 만남이었고 그렇게 그들은 서로에게 끌린다. "그"가 가정이 있는 남자만 아니었다면 이런 사랑, 정말 해보고 싶고 부럽다...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 그들은 일상 속에서 서로에게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아주 조금씩 그 일상을 나누며 서로를 인식해 간다.
"사랑"이란 그런 거다. 한 눈에 반해 불처럼 확~ 타오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함께 맛있는 밥을 나눠먹고 함께 많은 이야기를 나누며 조금씩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이다. 그런 일상적인 시간을 함께 보내면서 전혀 어색하거나 불편하지 않고 그저 같은 공간에 함께 존재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만족스럽고 꽉~ 찬 듯한 느낌을 가지는 것. 이렇게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담백한 사랑을 이들은 아슬아슬한 관계 속에서 나눈다.
<<초초난난>>을 읽는 즐거움은 비단 이들의 순수한 사랑 이야기 때문만은 아니다. 오히려 그보다는(내겐 이들의 사랑이 무척이나 거슬렸으므로...) 이들이 함께 한 시간 속에서 나누는 그 모든 표현들. 함께 먹는 맛있는 밥, 반찬, 디저트... 그리고 함께 한 아름다운 일본의 풍광들, 시오리의 가게가 무대가 되기 때문에 묘사되는 아름다운 기모노들, 일 년 남짓한 계절을 지내오면서 묘사되는 아름다운 주변 풍경(다양한 꽃, 나무, 날씨, 신사에서 개최되는 축제, 마츠리 등등)의 묘사 때문이다. 마치 일본에 직접 가서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만큼 세세하게 묘사한 이런 표현들 덕분에 이 소설이 너무나 아름답게 다가왔다. 나도 가서 바라보고, 느껴보고, 먹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물론 이제는 그럴 수가 없겠지만....
참으로 일본스러운 소설이다. 너무나 일본적인 모습이어서 어쩌면 거부감을 느끼는 분들도 계실지 모르겠다. 하지만 반대로 그러한 그들만의 전통을 잘 이어온 일본이 부럽기도 하다. 우리에게 참으로 우리다운... 으로 표현되는 것들을 일상에서 찾을 수나 있을까. 소설을 읽고있으면 소곤소곤..하는 속삭임에 나도 몸이 노곤해지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