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네 번째 접하는 매그레 시리즈. 처음 매그레 시리즈를 읽고 이 고전적인 추리물에 새로움을 발견하였다면 그 이후로는 조금 식상해지기도 했었다. 뭐랄까. 조르주 심농의 추리소설은 거의 일정한 룰이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달까. 그런데 시리즈의 두번째 권인 <<갈레 씨, 홀로 죽다>>는 조금 달랐다. 우선... 무더운 휴가철, 누구라도 의욕이 사라지고 매너리즘에 빠질만한 날씨. 그 때문인지 언제나 냉철하고 의욕적으로 보이던 매그레 반장도 예외는 아니었다는 점. 그래서 파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 벌어진 사건에 그다지 별 흥미를 느끼지 못했다는 점이다. "두 개의 우연!"...38p "이미 몇 차례 느낀 바 있는 느낌이 다시 한 번 매그레의 어깨를 짓눌러 왔다. 고통과 기괴함, 비극과 옹색함이 뒤섞인 기이한 분위기 말이다."...69p 단순한 살인사건일 것 같았던 사건이 뭔가 자꾸 어긋나고 증거는 벽에 부딪히고 거기에 이해할 수 없는 피해자의 행동까지 더해져 매그레 반장은 다른 작품에서의 객관성이 잠시 흔들린다. 하지만 그가 누구인가! ^^ 주인공이며 아주 뛰어난 형사이다. 매그레 반장은 상황 증거와 실물 증거, 그 무엇보다 우선 피해자의 의식을 따라간다. 다른 작품보다 더욱 돋보였던 점이다. 사실이 무엇이냐, 진실이 무엇이냐를 떠나, 피해자가 정말로 원했던 것은 무엇일까...를 생각할 수 있는 반장의 힘! 매그레 반장의 매력은 바로 이런 부분에 있다. 음산하고 기이한 갈레 씨의 죽음이 이토록 "외로움"을 드러내며 승화시킨 것은, 매그레 반장 덕이다. 자칫하면 한낱 사기꾼으로 전락할 수 있었던 사람을 그저 가정을 지키려고 노력하고 자신의 온몸을 받쳐 부인을 위해 사용하려 했던 아름다운 로맨티스트의 결말로 만들어주었다. 하지만 갈레 씨가 결국 홀로 죽었듯이... 인간이란 원래 외로운 존재였으니 그의 진심은 매그레 반장과 독자만이 알 것이다.
"어린이 자연학교" 시리즈 세번째 권이 나왔네요. 앞의 두 권, <뿡! 방귀 뀌는 나무>나 <톡! 쏘는 물고기>도 그랬지만 이번 <<퉤! 침 뱉는 들판 동물>> 또한 다양한 들판 동물들의 재미난 습성들을 종류 별로 즐길 수 있어 좋습니다. 나무들도 자신들을 보호하고 번식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는데 이리저리 움직일 수 있는 동물들이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천적으로부터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혹은 자신의 번식을 위한 영양 섭취로, 다양한 환경에서 서식할 수 있도록 진화한 동물들은 "의미 있는" 다양한 습성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들판 동물들의 다양한 종류만큼이나 다양한 그들의 습성에는 어떠한 것들이 있을까요? 그 어떤 다른 생물들보다 들판 동물들은 아마도 우리가 관찰하기 가장 쉽고 자주 볼 수 있는 생물일 거에요. 벌이나 전갈처럼 톡! 쏘는 동물들이 있는가하면, 칠성무당벌레나 노래기, 홍줄노린재처럼 뿡! 방귀 뀌며 고약한 냄새를 풍기는 것들도 있죠. 모기나 거머리, 진드기처럼 쩝쩝! 피 빨아먹는 동물들도 있고요~. 들판에는 정말로 다양한 곤충과 벌레들에서부터 작은 동물들과 너무나 무서운 살무사에 이르기까지 정말로 다양한 동물들이 살고 있습니다. 이들은 생태계를 잘 유지하며 서로 먹고 먹히는 관계에 있죠. 때문에 자신을 지키기 위해 독특한 습성을 가지게 된 동물들도 있고 위협하거나 먹이를 얻기 위해 발달한 습성도 있을 거에요. 책 속에는 단지 그런 습성들만 설명하고 있지 않습니다. 그 동물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져요. 그들이 지닌 대략적인 생태라든지, 그들이 우리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활용되는지까지 말이죠.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어휘에는 동물들이 들어간 말들이 많습니다. 특히 속담이 그렇죠. 속담 속에 들어간 그 뜻을 보면 그 동물의 습성을 알 수 있기도 해요. 이런 모든 사소한 듯 보이는 지식을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곤충들의 경우, 이름이 다 다르고 살아가는 모습들이 다른 것을 보면 정말 신기해요. 그들은 각자 자신들이 가진 무기를 최대로 활용하여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다음에 들판에 나가면.... 꼭 한 번 다양한 곤충들의 방귀 냄새를 맡아보고 싶어집니다. ㅋㅋ 아~ 물론... 살무사는 싫네요.^^
방학이라 책 읽기가 쉽지 않다.
그래도 아이와 함께 나란히 앉아 선풍기 바람 맞으며 함께 책을 읽는 시간은 소중하다.
알찬 방학이 되기를~!
또다른 코지 미스터리 시리즈를 만났다. 역시 잔혹함과 섬뜩함이 우선시되는 스릴러 추리물보다는 알콩달콩 로맨스가 가미되며 마냥 즐거운 코지 미스터리가 내겐 훨씬 재미있다. 마치 독서의 바다 한가운데에서 시원한 섬을 만난 느낌이랄까? ^^ 특히 리타 라킨의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는 그 주인공의 독특한 캐릭터 덕분에 매력이 훨씬 더하는 것 같다. 어릴 적 매주 빼놓지 않고 보았던 외화 중에는 미스 마플이 나오는 애거서 크리스티 작품을 드라마화 한 외화가 으뜸이었다. 우아하고 교양있으며 조용조용 움직이는 것 같아도 모든 것을 꿰뚫고 있어 언제나 시원하게 사건을 해결하는 멋진 할머니! 탐정 글래디 골드는 바로 이 미스 마플의 캐릭터를 따 온 인물이란다. 하지만 아주 오래 전의 완벽한 듯 보이는 미스 마플과는 사뭇 다른 캐릭터가 창조되었다. 일흔이 넘는 나이라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정력 넘치고 활기차며 여전히 로맨스를 갈구하는 글래디 골드 옆에는 그녀와 어울리는 4인조 조수들이 함께 한다. <<내 남편 살인사건>>은 이 탐정 글래디 골드 시리즈의 네 번째 작품이다. 순서대로 읽지 못해서 조금 아쉽기는 하지만 특별히 앞의 내용과 연관이 있지는 않다. 뭐... 이들의 로맨스의 흐름이 조금 걸리는 정도?ㅋㅋ 일흔 넘은 할머니들의 로맨스라니...정말 멋지지 않은가! 3편에서 글래디 골드의 로맨스가 삐걱거렸던 모양인지 4편에서는 글래디 골드의 멋진 보이 프렌드 잭이 화해를 위해 모종의 비밀스런 음모(?)를 꾸미며 시작된다. 두 사람의 앞날을 위해 글래디 골드가 과거에 남겨둔 남편의 의문 살인사건을 해결하고자 하는 것이다. 아무 말없이 떠난 잭 때문에 사랑에 상처 받은 글래디와 실연의 아픔으로 움츠린 글래디의 동생 에비, 그리고 이들 옆에서 언제나 떠들썩한 삼인조. 한 권의 책이지만 뉴욕으로 떠나 약 50년 전 사건을 파헤치는 잭과 플로리다에서 그들 본연의 임무를 다하는 글래디 일당의 이야기로 소설은 나뉘어져 있다. 귀여운 할머니들의 활약상은 기분이 좋고 잭의 노력 또한 감동적이다. "15분 후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내 삶의 원동력은 호기심이니까."...262p 나도 그나이가 되면 이런 왕성한 호기심을 보일 수 있을까. 글래디의 삶이 정말로 행복해 보인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미술관 연쇄 도난 사건. 게다가 작품들은 단지 각자의 의미를 지닌 것을 벗어나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 도대체 그 연쇄 도난 사건의 뒤에서 무언가를 전달하고자 하는 "두뇌"의 의도는 무엇일까. 1권에서는 과학과 철학 분야를 넘나들며 사건의 해결 뿐만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설명이 두두러졌었다. 때문인지 평소 그런 분야의 지식에 열악하고 그다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로서는 조금 벅찬 내용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사건이 진행되고 사건 해결에 대한 직접적인 단서들이 드러나며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헤르마프로디테에 대한 존재는, 오래전 한 소설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남성과 여성의 성을 동시에 지닌 사람도 있구나..하는 놀라움과 단지 돌연변이로 인한 결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하지만... <<거짓의 미술관>>을 읽으면 그런 단편적인 생각을 뛰어넘게 된다. 그들이 한 명의 사람으로서 살아온 시간, 시간들을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흑과 백이 아니면 잘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그들이 받았을 고통 말이다. 또한 신체적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양성의 모습을 지닌 그들로서 한 쪽의 성만을 강요당하며 겪었을 정체성의 혼란은 어쩔 것인가! 헤르마프로디테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랄프 이자우의 선택이 참으로 대단해 보인다. 작가는 단지 이런 강력한 주인공에서 그치지 않았다. <<거짓의 미술관>>은 두 권의 두꺼운 양에서 보여지듯 거대한 과학과 철학 문제를 다룬다. 나날이 발전해 가고 있는 유전학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 "정말 우리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야 할까? 많은 동시대인들은 윤리적, 도덕적 가치를 포기하지 않고는 '진화의 왕관'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 그 대가가 너무 높은 건 아닐까? "...186p <<거짓의 미술관>>이 다소 과장되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잘 모르고 혹은 모른 척하는 사이 어딘가에선 누군가의 완벽하고자 하는 욕심으로 말도 안되는 일을 벌이고 있을지 누가 아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