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의 미술관 2
랄프 이자우 지음, 안상임 옮김 / 비룡소 / 2011년 6월
평점 :
절판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미술관 연쇄 도난 사건. 게다가 작품들은 단지 각자의 의미를 지닌 것을 벗어나 서로가 서로에게 어떤 의미를 부여한다. 도대체 그 연쇄 도난 사건의 뒤에서 무언가를 전달하고자 하는 "두뇌"의 의도는 무엇일까. 1권에서는 과학과 철학 분야를 넘나들며 사건의 해결 뿐만아니라 좀 더 근본적인 의도를 파악하기 위한 설명이 두두러졌었다. 때문인지 평소 그런 분야의 지식에 열악하고 그다지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나로서는 조금 벅찬 내용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2권에서는 본격적으로 사건이 진행되고 사건 해결에 대한 직접적인 단서들이 드러나며 무척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헤르마프로디테에 대한 존재는, 오래전 한 소설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남성과 여성의 성을 동시에 지닌 사람도 있구나..하는 놀라움과 단지 돌연변이로 인한 결과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 하지만... <<거짓의 미술관>>을 읽으면 그런 단편적인 생각을 뛰어넘게 된다. 그들이 한 명의 사람으로서 살아온 시간, 시간들을 깊이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흑과 백이 아니면 잘 받아들이려고 하지 않는 사람들로 인해 그들이 받았을 고통 말이다. 또한 신체적일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양성의 모습을 지닌 그들로서 한 쪽의 성만을 강요당하며 겪었을 정체성의 혼란은 어쩔 것인가!

 

헤르마프로디테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랄프 이자우의 선택이 참으로 대단해 보인다. 작가는 단지 이런 강력한 주인공에서 그치지 않았다. <<거짓의 미술관>>은 두 권의 두꺼운 양에서 보여지듯 거대한 과학과 철학 문제를 다룬다. 나날이 발전해 가고 있는 유전학에서 우리는 어디까지 허용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문제!

 

"정말 우리는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야 할까? 많은 동시대인들은 윤리적, 도덕적 가치를 포기하지 않고는 '진화의 왕관'을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 그 대가가 너무 높은 건 아닐까? "...186p

 

<<거짓의 미술관>>이 다소 과장되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우리가 잘 모르고 혹은 모른 척하는 사이 어딘가에선 누군가의 완벽하고자 하는 욕심으로 말도 안되는 일을 벌이고 있을지 누가 아는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