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60
와타야 리사 지음, 정유리 옮김 / 자음과모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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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이라는 책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청소년 분야 소설 중 상위 베스트셀러를 차지하던 소설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제목이 참 인상적이라 절로 눈에 띄었다고나 할까. 읽어본 적 없어 소설 속 상황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묘하게 뭔지 알 것 같은 느낌이어서 절로 관심이 갔던 책이다. 이번에 그 책이 새로 출간되었다. 새로운 표지로 단장한 <발로 차 주고 싶은 등짝>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쓸쓸함은 울린다."...7p

 

첫 문장이 제목만큼이나 인상적이다. 첫 장의 "나머지 인간"이라는 소제목과 함께 "쓸쓸함"이라는 단어 만으로도 대충 이 책이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겠다. 하지만 놀라운 건 그렇게 알겠는 내용을 전혀 예측할 수 없게 묘사해 간다는 점이다. 다음 내용이 무엇일지 알면서도 궁금하고 몰입하도록 하는 힘이 무섭다. 또 고교 시절이 무려 20년이 훌쩍 넘은 이 나이도 공감하게 만드는 상황 또한 그렇다.

 

하츠는 학교에서 외톨이이다. 중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키누요가 있지만 키누요가 여러 명과 함께 어울리고 싶어하면서 하츠는 어정쩡한 상태가 되었다. 아이들이 하츠를 따돌리는 건 아니다. 단지 하츠는 여러 명과 어울려 가식적인 표정이나 대화를 하고 싶지 않은 것뿐이고 아이들은 그룹을 만들어 함께 지내고 있을 뿐이다. 그래서 하츠는 혼자다. 그런 하츠가 견딜 수 없는 시간은 그룹을 만들어 무언가를 해야 할 때이다. 과학 실험이나 점심 시간 같은 때. 이때는 자신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도 저절로 혼자가 되기 때문에 드러날 수밖에 없고 그렇게 혼자임이 드러나는 순간을 하츠는 참을 수가 없다.

 

과학 실험 시간, 하츠는 자신과 같이 어디에도 끼지 못하고 홀로 남은 니나가와와 한 조가 된다. 견딜 수 없는 시간을 니나가와는 어떻게 지내는지를 들여다 보던 하츠는 여성 모델에게 푹 빠진 니나가와를 발견하게 되고 둘은 그 모델의 이야기를 하며 서로를 인식하게 된다.

 

하츠는 자신을 이해해 줄 수 있는 단짝 한 명만 있으면 된다. 여러 명과 함께 어색한 대화를 하기가 너무 힘들다. 그래서 스스로 아이들로부터 멀어진다. 니나가와는 자신이 좋아하는 올리짱에게만 관심을 쏟는다. 가족과도, 같은 반 아이들에게도 관심이 없다. 하츠도, 니나가와도 모두 관계를 맺는 것이 어려운 아이들이다. 그런 그들이 서로 관심을 갖게 되면서 자신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특히 하츠는 자신과 너무나 비슷한 니나가와를 보며 애처롭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한 감정을 느끼며 그가 자신에게 등을 돌릴 때마다 발로 차 주고 싶어한다. 하츠에게 그것은 "나를 좀 봐 줘" 하는 소통의 표현인 것이다.

 

청소년기는 특히 친구들과 관계 맺기가 가장 어려운 시기인 것 같다. 어른이 된다고 해서 인간 관계가 쉬워지는 것은 아니지만 적당히 철판을 깔고 적당히 자신을 가려가며 살 수 있다. 친구의 말, 행동 하나에도 하루가 우울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한 이 시기를, 정말 잘 표현하고 있다. 하츠의 의식을 따라가며 자신의 내면에 자리잡은 또하나의 하츠를 찾아낼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같은 반 친구 중에 누구를 떠올릴 수도 있겠지. 어릴 적부터 많은 상을 받으며 책을 써 낸 작가의 필력을 느낄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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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까짓 개 라임 청소년 문학 26
윤해연 지음 / 라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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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한국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땐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나 어릴 적엔 따로 청소년 분야라는 것이 없었으니 마치 신세계를 보는 듯했다고나 할까. 어쩌면 그렇게 청소년들의 심리를 잘 집어내고 있는 걸까. 요즘 청소년들은 이렇게 자신에게 공감해 주는 책이 많으니 얼마나 좋을까 등등. 하지만 다양한 청소년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한국 청소년 소설을 꺼려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뭐랄까. 모두 다 비슷한 느낌. 중2들은 항상 사춘기고 가정엔 항상 문제가 있고 결국은 모든 걸 다 극복하고. 물론 그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겠지만 그래도 뭔가 책이니까 달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 똑같고 비슷한 내용이 아니라 같은 주제라도 좀 다르게 표현하면 안되는 걸까 하는 마음.

 

<그까짓 개> 표지를 처음 보고서도 그랬다. "흠~ 한국 작가네. 또 비슷한 내용일까."라고. 그래서 그렇게 길지도 않은 180 페이지 남짓한 책을 2주나 들고 있었다. 100 페이지 정도를 넘어갈 때까지는 읽다 내려놓고 읽다 내려놓고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까짓 개>에도 온 세상 사람들이 무서워한다는, 중 2가 등장한다. 주인공이다.

 

봉필중은 갑자기 어려워진 가정이 모두 아빠 탓이라고 생각한다. 엄마의 잔소리도 마음에 안 들고, 동생 봉필서도 싫고, 바보라서 계속 챙겨야 하는 옆집 형도 싫다. 그리고 지금은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데려 온 누런 털의 똥개, 참치가 제일 싫다. 싫어하는 개의 산책도 시켜야 하고 밥도 주어야 하고 똥도 치워야 해서 더 싫다. 그런 참치에게 봉필중이 싫어하는 동생 필서는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학교에선 좋아하는 아이가 자신에게 수학을 가르쳐주지만 그 아이에겐 남친이 이미 있다. 게다가 자신의 표정 때문에 그 남친에게서 경고도 듣는다. 한마디로 봉필중에게 제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소설은 그저 봉필중의 하루하루를 나열하듯 묘사한다. 읽다 보면 봉필중이라는 아이를 대강 파악할 수 있도록. 그 외의 인물들은 그저 배경인 것처럼, 봉필중을 이해하는 코드인 것처럼 자리한다. 하지만 이상한 건 그런 봉필중에게 어떤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다가 일어나는 사건은, 봉필중에게서가 아니라 봉필서와 참치에게서다. 참치가 쥐약을 먹고 죽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이 사건부터 봉필중 위주의 인물들은 하나로 엮이면서 필중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간다.

 

자신의 불행이 모두 아빠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빠의 진실을 알게 되고, 그렇게 싫어했던 필서와 참치를 통해 "가족"이 어떤 존재인지 뒤늦게 깨달아 간다.

 

"그까짓 개 아니라고. 나한테 참치는 그까짓 개가 아니란 말야. 넌 내가 죽어도 그렇게 말할래? 그까짓 놈이라고?"...151p

 

가족이란, 그저 함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신경써 주고 책임져 주는 존재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지는 것. 그냥 다 알겠지 무시하는 사이가 아니라 오히려 더 마음을 전해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처음엔 비슷한 한국 청소년 소설이라는 편견으로 시작했다가 가슴 따뜻하게 한숨 지으며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다. 형 보다 잘난 동생의 이야기 뿐이 아니어서, 그저 중 2의 방황이나 허세가 아니어서, 진심으로 깨닫고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갈 줄 아는 주인공이어서 좋았다. 이런 책이라면 마음껏 추천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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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 컬러링 & 판박이 아트북 : 나의 작은 정원 감성 컬러링 & 판박이 아트북
베썬 재닌 (그림)지음, 매리 카트라이트 외 그림 / 어스본코리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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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한 권의 예쁜 컬러링 북을 만났습니다.

저희 집엔 몇 권의 컬러링 북이 있는데요. 같은 스타일의 컬러링 북은 별로 없습니다.

한 권은 아주 평범하게 그저 예쁘게 색칠만 하면 되는 유명한 컬러링 북이고,

한 권은 명암만으로 동그라미를 칠하면서 그림이 드러나는 아주 독특한 책이죠.

이번 <나의 작은 정원>은 또 새로운 스타일의 컬러링 북이네요.

바로 판박이를 이용해서 완성하는 방법이에요.

어릴 적 즐겨했던 놀이라서 왠지 신나기도 하고 추억이 돋기도 하고 해서 정말 즐겁게 맞이했습니다.

 

워낙 꽃을 좋아해서 집안에 정원을 꾸미는 게 정말 소원이에요.

지금 집은 너무 춥고 해도 잘 안 들어서 집 안에서 화분 하나 키우기도 정말 힘든 편이라

<나의 작은 정원> 표지와 함께 안쪽 페이지를 보고 환호성을 질렀죠.

정말~ 정말 정말 예뻐요.^^

 

페이지마다 주제가 있어요

"봄꽃"에서부터 "나비 정원"이나 "연못 정원", "여름 초원" 등 기본적으로 봄, 여름, 가을, 겨울 순이지만

중간 중간 다양한 정원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아기자기 풀꽃에서부터 일본식 정원이나 지중해식 정원까지 다양해서

그야말로 꽃 좋아하는 사람들이 흠뻑 빠질만 하죠~^^

 

처음 겉표지를 넘기면 겉표지 안쪽에 고이고이 판박이 스티커가 모셔져 있습니다.

서로 붙지 않도록 밑지와 함께 꽃잎 페이지 표시가 있어서

각 페이지에 맞는 스티커를 찾아 원하는 곳에 예쁘게 판박이를 하면 돼요.

조금만 힘을 주어도 바로 붙어버리기 때문에 위치나 이런 것들을 조심하면서 해야 하죠.

 

 

예전에 제가 어릴 적 접했던 판박이는 물로 묻히고 열심히 문지르는 것이었는데

이 판박이 스티커는 정말 간단해요.

그저 슥슥 문질러주기만 하면 종이에 딱 붙죠.

그리 힘주지 않아도 되어서 아주 쉽게 할 수 있답니다.

 

 

 

본 페이지에 들어가면 왼쪽엔 직접 색칠할 수 있는 페이지가 있어요.

오른쪽 페이지는 이미 예쁘게 알록달록 컬러링 되어 있고요.

왼쪽 페이지는 원하는 대로 예쁘게 직접 색칠을 하면 되고,

오른쪽 페이지에 판박이 스티커를 붙이면 되지요.

 

전 색칠충이라...ㅠㅠ 사실 이렇게 섬세한 색칠은 잘 안되더라고요.

예쁜 곳은 큰 딸이 칠한 곳, 어색한 곳은 제가 칠한 곳...^^;

 

 

 

이렇게 비어있는 가지에 예쁘게 판박이를 붙여줍니다.

그럼...

 

 

이렇게 되지요~ 다 붙이지도 않았는데...

정말 넘넘 예쁘지 않나요~?^^

 

직접 색칠하는 페이지 보다 판박이 페이지가 훨씬 재미있네요.

빨리 완성할 수 있어서이기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작업할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해요.

그래서인지 큰 딸도 숙제하는 중간중간에 펴고 조금씩 완성해 나가더라고요.

별 부담이 없이 아주 예쁘게 완성되기 때문에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정말 최고이지요!

예쁜 꽃을 바라보며 마음을 진정시키는 효과도 큰 것 같아요.

 

사실 갖고 있는 컬러링 북 중에 모든 페이지를 완성한 것은 없어요.

그때 그때 기분 따라 꺼내서 시간 되는 대로 하는 편이라서요.

완성을 했다는 것 자체보다는 기분 전환 시키는 데 가장 크게 목적을 두고 있거든요.

 

한창 공부해야 하는 큰 딸이 쉴 때마다 밖에 나가 좀 맑은 공기도 마시고 산책도 하고 했으면 좋겠는데

영~ 움직이는 걸 너무 싫어하다 보니

이렇게 어여쁜 그림이라도 보면서 마음 정화라도 했으면 좋겠네요.

실제로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아주 잘 이용하고 있는 것 같아 아주 흐뭇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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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소년, 학교에 가다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0
톰 앵글버거.폴 델린저 지음, 김영란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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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이 되면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난다고 연일 미디어에서 난리다. 물론 하루아침에 "땡~"하고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게다. 이미 우리 생활 속에는 사물인터넷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다가와 있다.  TV CF 속 개인 인터넷 비서라는 물품을 보며 언제 이렇게 세상이 변했나 놀라기도 한다. 그러니 내가 어릴 적 읽었던 로봇과 함께하는 세상이 그저 아주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내가 살아있을 때 함께하게 될지 누가 알겠나.

 

<로봇 소년, 학교에 가다>는 그런 로봇과 함께 하게 될 미래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로봇 이야기를 읽으며 느낀 건 이제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라는 사실이다. 상상으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이 세상 어딘가에서 벌어질 것 같은 이야기였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더이상 아주 먼 이야기가 아니라고, 이제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볼 때가 왔다고 알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맥스는 컴퓨터 시스템이 관리하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교장 선생님은 사람이지만 그 외 모든 시스템을 관리하는 교감 선생님은 학교 건물 전체와 학생들을 관리하는 컴퓨터이기 때문이다. 좀 더 효율적으로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방법이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공부에 집중하게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학교 전체의 등급이 올라갈 수 있는지 모든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여 새로운 교칙이나 구조를 만들어내는 일도 한다. 그리고 이 바바라 교감 덕에 이 학교는 점점 더 좋은 등급을 받게 되고 부모나 다른 선생님들은 이 바바라 교감의 말을 맹신하게 된다.

 

그런 학교에 새로운 인공지능 로봇이 전학을 오게 된다. 나라에서 아주 많은 돈을 들여 만든 로봇으로 어떻게 쓰일지는 알 수 없지만 아이들 사이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지, 다른 환경 속에서 어떤 것들을 배울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온 것이다. 그렇게 인공지능 로봇 퍼지와 맥스가 만나게 된다. 처음엔 워낙 로봇에 관심이 많았던 맥스의 호기심에 의해 이후엔 퍼지를 도와주기 위해 함께 하게 되는데 그렇게 될수록 맥스는 바바라 교감에게 벌점을 받게 되고 학교에서 쫓겨날 위험에 처하게 된다.

 

<로봇 소년, 학교에 가다>라는 책을 읽으며 "퍼지 논리"를 처음 알게 되었다. 논리 회로를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근사한 확률로 비결정한다는 것.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가장 옳은 결정을 내리도록 만들어진 인공지능 로봇 퍼지는 인간적인 결정뿐만 아니라 감정 같은 것도 느끼게 되면서 점점 사람처럼 변해가고 그런 퍼지에게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지지하게 된다.

 

인공지능 로봇의 능력이 어디까지일까를 생각하다 보면 무서워진다.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데다 창의력이나 감정까지 갖게 되다면 결국 로봇이 인간을 삼켜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로봇 소년, 학교에 가다>는 진지한 물음을 던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제 로봇과의 공생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그렇다면 옳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퍼지처럼 착한 로봇이 있다면 매일이 즐거울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안 좋은 쓰임새로 만들어진다거나 오류로 인해 인간의 삶이 망가진다면 결국 그건 인간에게 해가 되기 때문이다. 가볍게만 읽지 않고 곧 닥칠 우리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책읽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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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트
로버트 레피노 지음, 권도희 옮김 / 제우미디어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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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보니 최근 몇 달 새 디스토피아 작품만 4권째다. 온전히 의도한 것은 아니었는데 읽다 보니 서로에게 영향을 끼치며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중 가장 마지막으로 읽은 <모트>는 판타지 작품인 동시에 디스토피아 세계를 다루는 작품이다. 동물들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며 이 썩은 세계를 바꾸어 나가는 영웅으로 묘사되고 있어 한 인간으로서 씁쓸함을, 동시에 진지함과 판타지를 오가는 즐거움에 무척 재미있게 읽었다.

 

최근 읽고 있는 아이들 판타지 동화인 <살아남은 자들>에서도 주인공이 동물인 개이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들> 속에서 인간은 그리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고 망가진 지구는 비록 그 근본적인 원인이 인간에게 있을지라도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고 천재지변인 것처럼 묘사된다. 그리고 단지 이 동물들은 그 자연환경 속에서 살아남고자 하는 것이다. 하지만 <모트>는 다르다. <모트>에선 좀더 그 원인을 사람에게서 찾는다. 지구의 주인인 줄 착각하며 살고 있는 인간들. 그 인간들의 무자비한 잔인성에 화가 난 한 여왕개미에서부터 이야기는 시작된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 이후 개미들의 사회성과 생태에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묘사된 소설은 처음인 것 같다. 무엇보다 실제 개미에서 머무르지 않고 인간에게 복수를 다짐하며 스스로 몇 천 년을 살아오며 진화시켜 온 여왕 개미의 생각을 따라가며 읽는 건 무척 흥미진진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동시에 아주 작다는 이유 만으로 무참히 짓밟히거나 결혼 비행 때 아이들에게 잡혀 날개를 뜯겨 비행 한 번 제대로 못해보고 마는 수캐미들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인간들의 삶, 인간들의 자만심이 이대로도 괜찮은가의 물음으로 시작된 소설은 여왕 개미의 의도로 지능화 된 모든 동물들을 통해 다시 한 번 도약한다. 처음에 동물들은 자신들을 노예화했던 인간들에게 분노를 느끼고 무참히 살육한다. 이어 조지 오웰의 <동물 농장> 속 동물들처럼 동물들의 세상을 만드려고 한다. 그리고 여기서 중심을 잡는 등장인물이 바로 이전 시절의 애완견 세바스찬이며 이젠 동물들의 전쟁 영웅인 모트이다.

 

"우린 점점 인간처럼 되어 가고 있어요. 정확한 겨냥이니 하는 헛소리는 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여왕이 우리에 대해 잘못 안 거예요."...129p

 

다들 이것 아니면 저것 중에 선택하고 있을 때 모트만이 한 발 떨어져 이 상황을 지켜본다. 그가 그럴 수 있었던 이유는, 인간을 제외한 동물들 간의 유대감 보다는 자신이 외로울 때 의지하고 유일한 친구가 되었던 시바를 찾는다는 목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비록 공의로 시작된 행동은 아니었지만 모트는 인간과 동물들 모두를 구할 수 있는 하나의 상징이 되고 모트는 자신의 행복한 삶을 위한 행동을 선택한다.

 

처음엔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앞서 읽었던 디스토피아 작품들이 그리 가벼운 작품들이 아니었기 때문이고, 동물이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가벼운 소설일 거라는 편견을 나도 모르게 갖고 있었나 보다. 하지만 앞부분 세바스찬의 가족 이야기를 읽으며 이미 이 소설이 그리 가볍지만은 않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중반부를 지나면서는 인간에 대해, 조금 더 깊이 생각하게 된다. 인간들이 이대로 자만한 채 살아간다면 분명 미래는 디스토피아로 끝날지도 모른다. 그래도 일말의 희망을 갖고 싶은 건 모두가 그런 건 아니라고 생각하고 그러므로 미래는 조금씩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까 하는 희망을 갖고 살고 싶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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