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까짓 개 라임 청소년 문학 26
윤해연 지음 / 라임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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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한국 청소년 소설을 읽을 땐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나 어릴 적엔 따로 청소년 분야라는 것이 없었으니 마치 신세계를 보는 듯했다고나 할까. 어쩌면 그렇게 청소년들의 심리를 잘 집어내고 있는 걸까. 요즘 청소년들은 이렇게 자신에게 공감해 주는 책이 많으니 얼마나 좋을까 등등. 하지만 다양한 청소년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한국 청소년 소설을 꺼려 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뭐랄까. 모두 다 비슷한 느낌. 중2들은 항상 사춘기고 가정엔 항상 문제가 있고 결국은 모든 걸 다 극복하고. 물론 그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겠지만 그래도 뭔가 책이니까 달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다 똑같고 비슷한 내용이 아니라 같은 주제라도 좀 다르게 표현하면 안되는 걸까 하는 마음.

 

<그까짓 개> 표지를 처음 보고서도 그랬다. "흠~ 한국 작가네. 또 비슷한 내용일까."라고. 그래서 그렇게 길지도 않은 180 페이지 남짓한 책을 2주나 들고 있었다. 100 페이지 정도를 넘어갈 때까지는 읽다 내려놓고 읽다 내려놓고를 반복했기 때문이다. <그까짓 개>에도 온 세상 사람들이 무서워한다는, 중 2가 등장한다. 주인공이다.

 

봉필중은 갑자기 어려워진 가정이 모두 아빠 탓이라고 생각한다. 엄마의 잔소리도 마음에 안 들고, 동생 봉필서도 싫고, 바보라서 계속 챙겨야 하는 옆집 형도 싫다. 그리고 지금은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데려 온 누런 털의 똥개, 참치가 제일 싫다. 싫어하는 개의 산책도 시켜야 하고 밥도 주어야 하고 똥도 치워야 해서 더 싫다. 그런 참치에게 봉필중이 싫어하는 동생 필서는 온갖 정성을 기울인다. 학교에선 좋아하는 아이가 자신에게 수학을 가르쳐주지만 그 아이에겐 남친이 이미 있다. 게다가 자신의 표정 때문에 그 남친에게서 경고도 듣는다. 한마디로 봉필중에게 제대로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소설은 그저 봉필중의 하루하루를 나열하듯 묘사한다. 읽다 보면 봉필중이라는 아이를 대강 파악할 수 있도록. 그 외의 인물들은 그저 배경인 것처럼, 봉필중을 이해하는 코드인 것처럼 자리한다. 하지만 이상한 건 그런 봉필중에게 어떤 사건이 일어나지 않는다는 거다. 그러다가 일어나는 사건은, 봉필중에게서가 아니라 봉필서와 참치에게서다. 참치가 쥐약을 먹고 죽었기 때문이다. 이때부터, 이 사건부터 봉필중 위주의 인물들은 하나로 엮이면서 필중에게 의미 있는 존재가 되어간다.

 

자신의 불행이 모두 아빠 탓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빠의 진실을 알게 되고, 그렇게 싫어했던 필서와 참치를 통해 "가족"이 어떤 존재인지 뒤늦게 깨달아 간다.

 

"그까짓 개 아니라고. 나한테 참치는 그까짓 개가 아니란 말야. 넌 내가 죽어도 그렇게 말할래? 그까짓 놈이라고?"...151p

 

가족이란, 그저 함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신경써 주고 책임져 주는 존재이다. 서로가 서로에게 책임지는 것. 그냥 다 알겠지 무시하는 사이가 아니라 오히려 더 마음을 전해야 하는 존재인 것이다.

 

처음엔 비슷한 한국 청소년 소설이라는 편견으로 시작했다가 가슴 따뜻하게 한숨 지으며 마지막 장을 덮을 수 있었다. 형 보다 잘난 동생의 이야기 뿐이 아니어서, 그저 중 2의 방황이나 허세가 아니어서, 진심으로 깨닫고 반성하고 앞으로 나아갈 줄 아는 주인공이어서 좋았다. 이런 책이라면 마음껏 추천해 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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