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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소년, 학교에 가다 ㅣ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0
톰 앵글버거.폴 델린저 지음, 김영란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7년 1월
평점 :
2020년이 되면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난다고 연일 미디어에서 난리다. 물론 하루아침에 "땡~"하고 일어나는 일은 아닐 게다. 이미 우리
생활 속에는 사물인터넷이라고 불리는 것들이 다가와 있다. TV CF 속 개인 인터넷 비서라는 물품을 보며 언제 이렇게 세상이 변했나 놀라기도
한다. 그러니 내가 어릴 적 읽었던 로봇과 함께하는 세상이 그저 아주 먼 미래의 일이 아니라 내가 살아있을 때 함께하게 될지 누가 알겠나.
<로봇 소년, 학교에 가다>는 그런 로봇과 함께 하게 될 미래의 이야기이다. 하지만 로봇 이야기를 읽으며 느낀 건 이제 아주 먼
미래의 이야기만은 아닐 것이라는 사실이다. 상상으로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라 이 세상 어딘가에서 벌어질 것 같은 이야기였기 때문에 더 그렇게
느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아이들에게 더이상 아주 먼 이야기가 아니라고, 이제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 볼 때가 왔다고 알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될
것 같다.
맥스는 컴퓨터 시스템이 관리하는 학교에 다니고 있다. 교장 선생님은 사람이지만 그 외 모든 시스템을 관리하는 교감 선생님은 학교 건물
전체와 학생들을 관리하는 컴퓨터이기 때문이다. 좀 더 효율적으로 좋은 학교를 만들기 위한 방법이었다. 어떻게 하면 아이들을 공부에 집중하게 할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학교 전체의 등급이 올라갈 수 있는지 모든 데이터를 수집, 분석하여 새로운 교칙이나 구조를 만들어내는 일도 한다.
그리고 이 바바라 교감 덕에 이 학교는 점점 더 좋은 등급을 받게 되고 부모나 다른 선생님들은 이 바바라 교감의 말을 맹신하게 된다.
그런 학교에 새로운 인공지능 로봇이 전학을 오게 된다. 나라에서 아주 많은 돈을 들여 만든 로봇으로 어떻게 쓰일지는 알 수 없지만 아이들
사이에서 잘 적응할 수 있는지, 다른 환경 속에서 어떤 것들을 배울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온 것이다. 그렇게 인공지능 로봇 퍼지와 맥스가
만나게 된다. 처음엔 워낙 로봇에 관심이 많았던 맥스의 호기심에 의해 이후엔 퍼지를 도와주기 위해 함께 하게 되는데 그렇게 될수록 맥스는 바바라
교감에게 벌점을 받게 되고 학교에서 쫓겨날 위험에 처하게 된다.
<로봇 소년, 학교에 가다>라는 책을 읽으며 "퍼지 논리"를 처음 알게 되었다. 논리 회로를 결정짓는 것이 아니라 비슷한 근사한
확률로 비결정한다는 것. 스스로 상황을 판단하고 가장 옳은 결정을 내리도록 만들어진 인공지능 로봇 퍼지는 인간적인 결정뿐만 아니라 감정 같은
것도 느끼게 되면서 점점 사람처럼 변해가고 그런 퍼지에게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지지하게 된다.
인공지능 로봇의 능력이 어디까지일까를 생각하다 보면 무서워진다. 인간보다 뛰어난 능력을 갖춘데다 창의력이나 감정까지 갖게 되다면 결국
로봇이 인간을 삼켜버리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로봇 소년, 학교에 가다>는 진지한 물음을 던지거나 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제 로봇과의 공생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되었고 그렇다면 옳은, 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방향을 생각해 보아야 한다. 퍼지처럼 착한
로봇이 있다면 매일이 즐거울 수 있겠지만 그렇지 못한, 안 좋은 쓰임새로 만들어진다거나 오류로 인해 인간의 삶이 망가진다면 결국 그건 인간에게
해가 되기 때문이다. 가볍게만 읽지 않고 곧 닥칠 우리의 미래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책읽기를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