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안 하기 게임 일공일삼 65
앤드루 클레먼츠 지음, 이원경 옮김 / 비룡소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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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는 그랬다. 아기 때에는 잘도 어울려 놀다가도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동시에 생기는 뭔지 모를 그 막! 남자와 여자라는 선을 그어놓고 '그들보다 더!'라는 경쟁심 구도를 펼치는 거다. 언제 그 유치한 막이 호기심으로 바뀌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동화책 속 '쿠티'라 불리는 이 요상한 대결 구도는...ㅋㅋ 시대와 나라를 막론하고 그 나이 때라면 누구나 경험하는 것인가 보다. 우리 아이 또한 마찬가지다. 무한한 애정과 배려심으로 인기를 한 몸에 받았던 유치원 생활을 청산하고 초등학교에 입학하자, 쉬는 시간마다 남자 아이들은 도망다니고 여자 아이들은 때리러 다닌단다. 서로가 재미있어 미소가 가득~담고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새로운 놀이 방식이냐고 물어보면... 사뭇 진지한 태도로 어디까지나 악을 물리치기 위한 한 방편이란다. 뭐, 그들만의 세계가 있겠지.ㅋ

<<말 안하기 게임>>도 그렇게 탄생했다. 유난히 '쿠티'를 오랫동안 유지해 온 레이크턴 초등학교의 5학년 아이들은 그 어느 때보다도 수다스럽고 왁자지껄하여 "왕수다쟁이들"이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이들의 시끄러움은 남과 여로 구분되는 경쟁 의식으로 한층 더 빛을 발한다. 학년 선생님들도 이미 포기했지만 교육계에 오래 몸담아 자신의 성과를 인생의 훈장으로 여기는 교장 선생님은 도무지 포기할 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이 5학년들의 수상한 게임이 시작된다.

"어쨌거나 남자애들은 여자애들처럼 수다 떨지 않아. 절대로!"...24p

계기는 사소했으나 여자 아이들이 모욕당한 것으로 생각한 여학생 대표 린지는 그대로 듣고 있을 수만은 없었고, 그렇게 남과 여로 갈린 이들은 48시간 동안의 "말 안 하기" 게임에 돌입한다. 그러니까 이건... 자존심이 걸린 대결이다.  하지만 그저 반은 어쩔 수 없이, 반은 장난으로 시작 된 이 게임은 그렇게 수다쟁이였던 아이들에게 조금 색다른 경험과 생각을 하게 만든다. 

"고요. 데이브는 고요가 참으로 놀랍다고 생각했다."...57p
"생각하기. 그리고 조용히 하기. 낯선 느낌이었다. 그리고 좋은 느낌이었다."...110p

그동안은 생각이라는 것을 함과 동시에 입을 열고 내뱉었던 말들을 이제는 조용히 그저 생각만 할 수 있게 된 것. 선생님의 물음에 단 세 마디로 대답할 수 있다는 규칙은 아이들에게 절제를 알려주었다. 내가 혹은 주위에서 떠드느라 제대로 들을 수 없었던 수업들도 말을 하지 않으니 더욱 집중할 수 있게 되고 하고 싶은 말들도 한 번 더 생각할 시간을 갖게 된 것 등... 조금도 참을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이 게임은 아이들을 변화시켰고, 심지어 말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말을 하는 것만큼이나 재미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내가 감동받았던 것은... 선생님들의 반응이다. 처음엔 반발하던 선생님들도 조금 시간이 흐르자 아이들의 게임을 적극 받아들이고 말 없이 할 수 있는 수업을 고안해낸다. 이만큼 아이들의 창의성을 받아주는 선생님들이 과연... 얼마나 될까. 학교는 "질서"와 "규칙"을 배우는 곳이지만, 그만큼이나 아이들의 "재능"과 "창의성"을 끄집어낼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질서와 규칙을 알려주기 위해 아이들을 억압하기만 해서는 발전은 없다. 아이들의 게임을 적극 받아들이고 적극 이용할 줄 아는 선생님들 아래서 배운 아이들이었기에 이들은 이러하게 놀라운 게임을 하게 된 것 아닐지. 

다양한 상황에서도 말을 하지 않을 수 있도록 노력하면서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배웠다. 자신의 의견을 조리있게 말 할 수 있게 되었고, 자신들을 지키기 위해 자신이 희생하거나 상대방을 배려할 줄도 알게 되었다. 무엇보다... 보기만해도 으르렁 거리던 남자 아이들과 여자 아이들이 서로의 오해를 풀고 그 자체로 서로를 바라보게 된 것이 가장 큰 수확이 아닐런지. 

<프린들 주세요>를 읽으면서도 굉장히 놀라운 재치와 상상력을 알 수 있었지만 이번 <<말 안하기 게임>>에서도 아이들의 눈높이를 잘 유지하면서도 놀라운 소재를 정말 재미있게 풀어놓은 작가에게 감탄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작가 리스트에 또 한 명 오르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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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꿈 하나 맡아 드립니다 독깨비 (책콩 어린이) 11
고마쓰바라 히로코 지음, 김지연 옮김, 기타미 요코 그림 / 책과콩나무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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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정말 좋아서요.^^ 신간 소개에서 보자마자 기억해 두고 있었습니다. 나쁜 꿈도 아니고, 좋은 꿈을 맡아 준다니 왠지 자고 일어나서 잊어버릴 좋은 꿈도 오래 기억될 것 같고... 이루고자 하는 꿈도 잊지 않고 오래오래 기억될 것 같은, 정말 기분 좋은 제목이잖아요? 일본에는 "맥"이라는 동물이 나쁜 꿈을 먹는다는 전설이 있나봅니다. 얼마 전 TV에서 소개된 맥은 아주 비싼 희귀 동물이라죠. 커다랗고 순진~하게 생긴 그 얼굴이 생각나서 정말 그런 동물이라면 나쁜 꿈을 먹어줄 것만 같은 생각이 드네요. 

옛날부터 나쁜 꿈을 꾸면 곧장 맥에게 달려가 먹이로 주었다는 사람들. 하지만 시골에서 살던 사람들이 점점 읍내나 도시로 떠나면서 맥들은 자꾸만 배가 고파졌어요. 먹을 꿈이 점점 없어졌기 때문이지요. 사람들은 나쁜 꿈을 꾸어도 도시에서부터 올 수가 없었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나쁜 꿈을 잊으려 했어요. 그리고 배고픔을 참을 수 없게 된 맥들은 자신들의 조상들이 살던 먼 대륙으로 떠나버렸죠. 그렇게 맥 아저씨와 맥 할아버지, 할머니만 두고서요. 하지만 맥 아저씨조차 배고픔을 참을 수 없어 도시로 나갈 결심을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꿈 은행"이 생기게 돼요. 

"여기는 은행이잖아요. 보통 은행은 돈을 보관해 줄 뿐 아니라 돈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돈을 빌려 주기도 하거든요."...17p

사람들은 각자가 원하는 바가 모두 달라요. 누구에겐 비가 오는 꿈이 나쁜 꿈일 수 있지만, 또다른 누군가에겐 비 오는 꿈이 아주 좋은 꿈이 되기도 하죠. 보편적인 잣대를 떠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맞춰 꿈에 이자를 더하는 일이 쉽지만은 않았지만 맥 아저씨는 요령을 터득해요. 그러니까... 좋은 꿈에 아주 조금만 이자를 얹어주는 거죠. 그것만으로도 사람들은 아주 행복해했으니까요. "꿈"이란 건 현실과 달라서 사람들은 많은 욕심을 내지는 않는다는 것을 읽는 중에 깨닫게 되었어요. 기분 좋은 꿈은 자기자신을 아주 행복하게 하니까 그 꿈을 한 번 더 꾸거나 조금 더 꾸는 것만으로도 아주~ 기분 좋은 일이라는 것을요. 

아주 큰~ 사건이 있는 책은 아니지만, 나쁜 꿈은 맥의 먹이로 주고, 좋은 꿈은 맡겨 놓았다가 한 번 더 꿀 수 있다는 그 꿈 은행 이야기만으로도 정말 기분이 좋아지는 책입니다. 어렸을 적 귀신이 나오는 꿈을 꾸고는 잠들지 않으려 노력했던 추억도 생각나고, 좋은 꿈을 꾸며 나도모르게 흐흐흐...하고 웃으며 깨어났던 기억도 나네요. 이 책을 읽는 아이들 모두 우리 동네에도 꿈 은행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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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
제임스 설터 지음, 박상미 옮김 / 마음산책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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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가 참 섹시하다. 책을 읽기 전에도 이 책 전체가 섹시할 것 같은 느낌. 장편인 줄 알았던 책을 들춰보니 모두 10편의 단편이 들어있다. 처음 몇 편은 작가의 스타일에 익숙해지는 데에 할애했다. 뭔가 알 듯 말 듯한 이미지로 다가오는 이 단편들이 조금 낯설었다. 분명 이야기가 있는 소설인데도 읽고나면 남는 건 애매한 이미지다. 주인공들이 벌이는 사건들이 이해되지 않다가 끝이나면 남는 그 이미지로 비로소 이해가 된다고 해야 하나. 그렇게 몇 편을 읽고나자, 공통된 단어들이 남는다. 역시... 표지에서 예상했던 "사랑, 욕망, 관계, 열정".

"누군가를 안다고 생각하겠지만, 저녁을 함께 먹고 카드를 몇 번 쳤다고 생각하겠지만 당신은 실제로 아무것도 모른다. 언제나 놀라게 된다. 당신은 아무것도 모른다."...19p<혜성>

한 사람을 사랑하고, 그 사람에 대해 모든 것을 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어느 순간 깨닫게 된다. 내가 그 사람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그렇게 관계가 어긋나기도 하고 다시 만나기도 한다. 또다른 사랑을 찾기도, 옛사랑을 잊지 못하거나 옛사랑에 대한 기대가 무너짐으로서 실망하고 떠나가기도 한다. 이런 이야기들이 이 작품들 속에 자주 나오는 "시"처럼 흐른다. 

"그의 시는 귀에 거슬리는, 긑도 없이 계속되는 아리아였다. 특별한 건 그 톤이었다. 마치 그늘 속에서 써 내려간 듯했다."...95p

그의 단편들 속에 등장하는 다양한 커플들은 과연 이럴 수 있을까...싶은 관계를 맺고, 헤어지고 일상을 보내는데, 사실 제임스 설터의 소설 속 등장인물들은 작가가 어디선가 들었거나 실제로 아는 이들의 이야기를 소재로 전개시켰다는 사실에 놀란다. 이 이야기들은 그러니까 사실인 동시에 허구이고, 허구인 동시에 사실이다. 그런 리얼리티가 존재한다고 생각하니, 더욱 섬뜩하다. 

이 단편집의 백미는.... 아무래도 가장 마지막에 자리잡은 <어젯밤>이 되겠다. 처음 주인공들이 계획하는 것조차도 놀랍고, 마지막에 이어지는 그 반전이라니! 앞의 9편 만큼이나 어둡고 우울해서 더이상 쳐다보고 싶지도 않던 중에 만난 그 극적인 반전은 책 전체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마치 코믹극의 풍자처럼. 몇 편의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한 권의 단편집으로 그 작가를 판단할 수는 없다. 작가의 또다른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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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할 수 없는 비밀
우르술라 포차스키 지음, 이두나 옮김 / 주니어김영사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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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니어 김영사만의 "독자대상 표시"에는 초등 5학년 이상...이라고 씌여있다. 8살인 우리 아이에겐 조금 이를까? 라는 생각을 아주 조금 했으나... 워낙 아이가 좋아하는 풍의 표지이고, 왠지 비밀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제목에서부터 마음을 빼앗긴 이 책을, "아직 너에겐 이를지도 몰라" 하며 말릴 수가 없었다. 아무리 두꺼운 책을 소화할 수 있다고 해도 아이들에겐 그들만의 정서가 있기 때문에 이해하지 못할만한 것을 억지로 쥐여주면 안된다고 생각했다. 내가 걱정스러웠던 것은... 앞표지에 적힌.."<비밀일기>의 2010년 소녀판!"이라는 글귀. 내 초등학교 6학년 시절 그렇게나 유행했던,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흠뻑 빠졌던 그 미묘한 비밀들을 아직 1학년인 내 아이에게 권해줘도 되는 걸까? 하지만 뭐....^^ 알게 될 것은 언젠가는 알게 될 것이고 이해하지 못한다면 스스로 재미가 없어 내려놓겠지~라는 생각도 했다. 

책을 다 읽고난 후, 아이의 반응은... "꼼짝할 수 없는" 상태였다. 뭐하냐...고 물어보니, 너무너무너무 재미있어 잠시 이러고 있어야겠다나.ㅋㅋ 아이가 꼽은 이 책의 대단한 점은 결과를 알 수 없도록 이렇게 저렇게 꼬아놓아 무지무지무지 흥분되고 긴장된다는 것이란다. 과연 니나는 짝사랑인 시몬과 연결될 수 있을지, 그럼 베프인 비키는 어떻게 되는지, 혹 새로 이사 온 디에몬과 연결될 것인지.... 온갖 상상과 추론 후에도 자신이 생각한 결론보다 더욱 이상적인 해피 엔딩을 맞고 무척이나 행복하단다. 

오호~ 그렇단 말이지, 하는 기대감을 안고 열심히 읽었다. 한 마디로 말하자면... <<말할 수 없는 비밀>>은 그다지 행복하지 못한 가정 환경 속에서 새로운 환경을 맞아 조금씩 성장하여 자신의 자리에서 최대한의 행복을 찾아내는 니나의 이야기이다. 아빠는 금개구리같은 애인과 떠나버리고 큰 집을 놔두고 좁아터진 공동 주택으로 이사오게 된 니나와 엄마는 도대체가 되는 일이 하나도 없다고 여긴다. 게다가 자신이 짝사랑하는 시몬은 자신의 베프인 비키의 남자친구로 둘은 니나 앞에서 시도때도 없는 애정행각을 보이니, 니나는 매일같이 마음이 너무 아프다. 

"현실에서는 그렇게 이상적이지가 않다. 둘이 사귀다가 어느 날 한쪽의 사랑이 먼저 식어버리면 남은 한쪽은 울어야만 하는 게 현실이다. 우리 집의 경우 울어야 했던 건 엄마였고."...92p

니나는 천성적으로 밝고 긍정적인 아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또래의 솔직한 감정 표현대로 아빠에게 짜증내고, 그 애인에게 약도 올리는 깜찍함도 있기는 하지만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여 끝없이 추락하지는 않는다. 니나에게 끊임없이 새로운 남자친구를 소개해주려는 비키에게도, 멍청이 같은 남자애들에게도 니나는 언제난 당당하다. 그리고 결국, 그 당당함이 시몬의 눈길을 잡아끈 것이겠지.^^

"끓어오르는 내 사랑의 감정을 어떻게 주체를 못 해서 그러는 거지, 왜긴......."...178p

니나의 솔직한 속마음에 웃음이 난다. 사랑하지만 우정 때문에 포기하려 했던 시몬에 대한 감정은, 겉모습 뿐 아니라 그 사람 자체에 대한 열정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당차고 발랄하고 긍정적인 아이의 이야기 덕분에 저절로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사실... 우리 아이 말대로 구성이 그렇게 복잡하진 않았다. 어쩌면 지금의 내가 <비밀 일기>를 읽으면 느낄 감정과 같지 않을까. 역시, 아이들에겐 아이들만의 감성이 있다. 그리고 그런 감성을 채워줄 책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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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콤한 작은 거짓말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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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다. 부모가, 선배가, 친구들이 아무리 연애와 결혼은 다를 거라고 언질을 두어도 나만큼은,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곧 결혼은 생활이 되고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면... 역시 결혼은 내가 이미지화 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 현실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열정이 가득했던 사랑은 사라진다 하여도 서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친밀감과 한 가족으로서 한 목표를 갖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유일한 "내 편" 같은 편안한 유대감도 나눌 수 있다. 물론 가끔 아주 사소한 것들로 시작된 틈이 자꾸 벌어져 마주 보기 싫어질 때가 있긴 해도 그런 장애물들을 넘기기 위해서는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주보기 싫다고 그렇게 내버려두다보면 결국 "결혼"은 깨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달콤한 작은 거짓말>>이라는 달콤한 제목이나 표지와는 달리, 참 너무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전혀 달콤하지도, 전혀 작지도 않은 거짓말이다. 오히려 무척이나 씁쓸하고 커다란 거짓말이다. 그런데도 왜 작가는 굳이 이 소설에 이렇게도 달콤한 제목을 붙인 걸까.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축소시키고 아주 사소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루리코와 사토시의 심리 상태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일까? 

"나는 사토시에게 굶주려 있다. 기아 상태."...64p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이 쉽지 않고 나만의 세상을 내면에 갖고 있는 이 두 사람, 사토시와 루리코는 서로의 그런 면을 발견해내고는 편안함을 느껴 결혼했다. 그리고 3년... 이제 두 사람 사이에는 집이라는 "편안함"은 있지만 더이상의 "열정"과 "소통"은 없다. 그저 "의무"만 존재할 뿐. 대부분의 부부들이 겪는 과정인 듯이 보인다. 열과 성을 다하던 남편은 이제 더이상 부인에게 관심을 갖지 않고 그저 집에서의 편안함을 원하고, 부인은 조금이라도 더 남편의 관심을 끌어보려고 노력하지만, 그런 자신이 싫고 허무하다. 그리고 조금씩 서로에게 무관심해져 가고 부부 사이는 아이와 의무만 남게 되는........

사토시와 루리코에게는 아이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까. 이들은 서로에게 비밀을 만들기 시작한다. 루리코는 하루오와, 사토시는 시호와 관계를 맺으며 그렇게 서로에게 말 못할 거짓말을 이어간다. 

"중요한 건, 하루하루를 함께 살아가는 데 있다고 봐. .....(중략).....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나고, 어딜 나가더라도 다시 같은 장소로 돌아온다는 거."...140p

정말일까? 정말로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나고 다시 같은 장소로 돌아오기만 하면 부부라는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부란 세상 누구보다도 더욱 친밀한 관계이다. 물론 부부 사이에도 비밀은 존재할 수 있겠지만 그 비밀이 부부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는 치명적인 것이라면, 옳지 못한 비밀이다. 그런 비밀을 가지고서 부부라는 관계를 유지하며 어떻게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이 부부의 결말이 정말 궁금했다. 사토시는 자신의 불륜을 루리코와의 사이를 더욱 원만하게 만드는 활력소라고 변명하고, 그저 편안함을 얻기 위해 다시 찾아온 사랑을 멀리 쫓아버리고 사토시에게 한층 더 의무를 지우는 루리코가 과연 어떤 결혼 생활로 결말을 맺을지. 그들에게 남은 것은 이혼일까, 바꽃으로 만든 한 상 뒤의 죽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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