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콤한 작은 거짓말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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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누구나 결혼에 대한 환상이 있다. 부모가, 선배가, 친구들이 아무리 연애와 결혼은 다를 거라고 언질을 두어도 나만큼은,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곧 결혼은 생활이 되고 그렇게 하루 이틀이 지나면... 역시 결혼은 내가 이미지화 했던 것과는 다르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그 현실이 모두 나쁜 것은 아니다. 열정이 가득했던 사랑은 사라진다 하여도 서로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친밀감과 한 가족으로서 한 목표를 갖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유일한 "내 편" 같은 편안한 유대감도 나눌 수 있다. 물론 가끔 아주 사소한 것들로 시작된 틈이 자꾸 벌어져 마주 보기 싫어질 때가 있긴 해도 그런 장애물들을 넘기기 위해서는 서로 "노력"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마주보기 싫다고 그렇게 내버려두다보면 결국 "결혼"은 깨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달콤한 작은 거짓말>>이라는 달콤한 제목이나 표지와는 달리, 참 너무한 소설이라고 생각했다. 전혀 달콤하지도, 전혀 작지도 않은 거짓말이다. 오히려 무척이나 씁쓸하고 커다란 거짓말이다. 그런데도 왜 작가는 굳이 이 소설에 이렇게도 달콤한 제목을 붙인 걸까. 결혼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자신의 행동을 축소시키고 아주 사소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루리코와 사토시의 심리 상태를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일까? 

"나는 사토시에게 굶주려 있다. 기아 상태."...64p

다른 사람들과의 소통이 쉽지 않고 나만의 세상을 내면에 갖고 있는 이 두 사람, 사토시와 루리코는 서로의 그런 면을 발견해내고는 편안함을 느껴 결혼했다. 그리고 3년... 이제 두 사람 사이에는 집이라는 "편안함"은 있지만 더이상의 "열정"과 "소통"은 없다. 그저 "의무"만 존재할 뿐. 대부분의 부부들이 겪는 과정인 듯이 보인다. 열과 성을 다하던 남편은 이제 더이상 부인에게 관심을 갖지 않고 그저 집에서의 편안함을 원하고, 부인은 조금이라도 더 남편의 관심을 끌어보려고 노력하지만, 그런 자신이 싫고 허무하다. 그리고 조금씩 서로에게 무관심해져 가고 부부 사이는 아이와 의무만 남게 되는........

사토시와 루리코에게는 아이가 없어서일까? 아니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일까. 이들은 서로에게 비밀을 만들기 시작한다. 루리코는 하루오와, 사토시는 시호와 관계를 맺으며 그렇게 서로에게 말 못할 거짓말을 이어간다. 

"중요한 건, 하루하루를 함께 살아가는 데 있다고 봐. .....(중략).....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나고, 어딜 나가더라도 다시 같은 장소로 돌아온다는 거."...140p

정말일까? 정말로 함께 자고 함께 일어나고 다시 같은 장소로 돌아오기만 하면 부부라는 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까? 아니다.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부부란 세상 누구보다도 더욱 친밀한 관계이다. 물론 부부 사이에도 비밀은 존재할 수 있겠지만 그 비밀이 부부 사이를 갈라놓을 수 있는 치명적인 것이라면, 옳지 못한 비밀이다. 그런 비밀을 가지고서 부부라는 관계를 유지하며 어떻게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을까. 이 부부의 결말이 정말 궁금했다. 사토시는 자신의 불륜을 루리코와의 사이를 더욱 원만하게 만드는 활력소라고 변명하고, 그저 편안함을 얻기 위해 다시 찾아온 사랑을 멀리 쫓아버리고 사토시에게 한층 더 의무를 지우는 루리코가 과연 어떤 결혼 생활로 결말을 맺을지. 그들에게 남은 것은 이혼일까, 바꽃으로 만든 한 상 뒤의 죽음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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