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8일부터 4월 3일까지...
숙제가 한가득...
도서관에서 빌린 책도 한가득...ㅋㅋㅋ
힘내자!
책의 앞부분을 읽을 때에는, 조금 실망스러웠다. 왜 그녀는 정당하게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을 더욱 꼬아놓고, 그 또한 그녀의 죄를 그렇게까지 감춰주려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마치 소설의 틀을 위해 억지로 짜 맞춰놓은 것처럼 보였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 중 최고라는 말이 믿기지 않았다. 그럼에도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이들의 속임수가 어디까지 숨겨질지가 궁금해서, 그의 헌신이 과연 빛을 볼 수 있을지가 궁금해서 말이다.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때 즈음 어느 분의 서평에 "이건 추리소설로 위장한 거룩한 사랑의 기록"이라고 평한 문장에 전적으로 동감하며 숨을 참았다. 눈은 다음 줄로 넘어가는데 마음이 쫓아가지를 못한다. 용의자 X의 헌신이 너무나 벅차서 이미 내 볼은 빨개지고 눈에는 눈물이 고였다. 가슴은 마구 두근거린다. 추리 소설을 읽으며 이런 반응을 보인 건.... 처음이다. 사실 추리 소설의 가장 중요한 트릭은 중간에 눈치채 버렸다. 방법은 알아냈지만(작가의 복선으로 알아챈거지, 등장인물들의 세세한 심정을 이해한 것은 아니다.) 동기는 몰랐다. 거의 마지막에 이를 때까지 나는 용의자 X를 거의 이해하지 못했다. 아마도 그렇기에 그의 진심을 알았을 때에는 더욱 진한 감동으로 다가왔을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 감동은 추리 소설에서의 뻔한 반전보다도 더 큰 반전으로 다가온다. 흥분한 몸과 마음을 진정시키려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역시 히가시노 게이고는 무시할 수 없는 작가이다. 큰 재미는 느끼지 못했지만 추리 소설을 읽을 때마다 그 이론을 떠올리게 하는 <명탐정의 규칙>이나 어두움의 끝을 보여주는 <백야행>이나... 최고의 감동을 전해준 <용의자 X의 헌신> 까지! 아직 읽어보지 못한 분들이 계시다면... 꼭 한 번 읽어보시길!
난 서울에서 태어난 도시 아이였지만 그래도 산과 들을 마음껏 뛰어다니며 놀 시간과 공간이 있었다. 또 빈 옆집의 다락방을 우리의 아지트로 삼아 친구들과 이런저런 상상으로 빠져드는 놀이도 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때가 내 유년시절의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지금 내 아이를 보면 그런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주지 못하는 부모로서 정말로 미안하다. 아이가 나중에 커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본다면 과연 무엇이 생각날까. 적어도 나처럼 마음껏 뛰어놀았던 기억은 없을 것이다. 때문에 대신 아이의 마음을 적셔줄 깨끗하고 따뜻한 감성동화를 만나면 정말 반갑다. <<십 년 뒤의 약속>>은 내 어린시절, 혹은 지금 시골에서 자라고 있을 아이들의, 그리고 국토 개발을 한다며 이리저리 들쑤신 개발지역의 아이들이 느꼈을 여러가지 것들을 담은 다섯 편의 감성동화이다. 대체적으로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 있다. 아이들의 밝고 신나는 마음보다는 조금은 어둔 마음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 편 중 네 편은 특히 "이별"을 그리고 있어 정말로 마음이 안타깝다. 너무 더웠던 어느 오후, 꼴망태를 채울 곳을 찾던 아이들은 더위도 식힐 겸 아기들의 무덤이 모여있는 애기골로 향하고 갑자기 내린 소나기로 친구들에겐 감추어두었던 무서움과 공포를 직시하게 된다는 <어느 여름날 오후>가 첫 이야기이다. 아주 짧은 동안의 이야기를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 한낱의 이미지와 등골이 서늘해지는 애기골의 묘사로 읽으면서 저절로 몸을 움츠러들게 된다. 그러니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그곳을 찾아간 아이들이야 오죽할까. 아이들의 심리가 굉장히 잘 느껴진다. 나머지 네 편은 분위기가 비슷하다. 동물과의 교감과 마을의 개발로 인해 이별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이별이 "죽음"이든 "헤어짐"이든... 또 사람과의 이별이든 동물과의 이별이든 아이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경험이다. 때로는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아빠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소 순둥이를 팔아야만 하는 이야기 <아빠의 수술비>) 헤어짐이 너무나 슬픈 지곤이의 이야기나 댐 건설로 마을을 떠나야 하는 슬구와 까치 꾸치의 이별을 담은 <슬구와 꾸치의 이별>, 역시 댐 건설로 마을을 떠나며 헤어지게 되는 민구와 수경이의 이야기<십 년 뒤의 약속>, 공장의 폐수 오염으로 병을 앓아 시름시름 죽어가는 <수지의 가을>까지... 아이들의 마음을 잘 대변하고 있으면서도 중요한 무게와 주제도 지니고 있다. 민구와 수경이는 과연 십 년 뒤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수지는 병을 고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또, 꼭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시골 이야기가 많아 요즘 아이들이 접해보지 않은 새로운 단어들이 눈에 띈다. 왠지 동화를 읽으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가슴이 짠~하다. 아마도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감성동화"라 부르나보다. 마음껏 뛰어놀며 배우는 수많은 것들을, 감정들을 이렇게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읽으며 대리 만족하고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나"를 위한 생각보다는 더 크고, 더 배려할 줄 아는 생각을 품는 마음을 배울 수 있기를...
이제야 무언가 모든 것이 완성된 듯 보인다. <<제너럴 루주의 개선>>과 한 짝이라는 <<나이팅게일의 침묵>>을 읽을 때에는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갔지만(어디까지나 내 성격 때문이다. 조금 치밀한 분이라면 이거 뭐야?..라고 생각하실지도.) 이 책을 읽고서야 <<나이팅게일의 침묵>>까지 온전히 이해가 된다. 두 책은 원래 한 권이었으나 너무 두꺼워지는 바람에 편집자의 의도로 분책되고 각각의 사건으로 분리된, 하지만 절대로 떼어놓을 수 없는 책이다. 마치 트럼프를 섞듯이 그렇게 나뉜 듯 처음에는 너무나 똑같은 장면이 되풀이되어 뭐하러 이렇게 또 설명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묘하게도 두 책은 두 개의 사건으로 분리되고 다시 만나면서 그렇게 같은 시간의 다른 두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제너럴 루주"인 하야미 선생. 응급 의료틈 ICU를 이끄는 신의 경지에 이른 "환자"만을 생각하는 의사이다. 때론 이렇게 철두철미한 고결성이 목적을 위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바로 그 점에 대한 이야기므로 소설에서는 살인이 일어나거나 미스테리가 펼쳐지거나 하지 않는다. 때문에 작가의 역량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이 책이 "추리소설"이냐...고 물으면 아마도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 같다. 의학 메디컬 소설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겠지. 작가가 실제 의사인만큼 완벽하리만치 대학병원과 의료 시스템, 의사, 간호사들의 생활을 잘 알고있고 각각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잘못된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수익이라고? 구급 의료에서 수익이 날 리 없잖아. 폭풍처럼 사고는 느닷없이 일어나 질풍처럼 사라져버리지. 재고관리 같은 건 애당초 할 수가 없어. 소아과도 마찬가지야. 산부인과도, 사망 시 의학검색도. 현재 경제 시스템에서는 의료의 근간을 이루는 분야가 푸대접 받고 있어. 우리가 하는 일은 경찰관이나 소방관과 마찬가지야. 사고가 없으면 무위도식하는 거지. 그렇다고 국가가 경찰관이나 소방관에게 이익을 내라고 요구하던가? 경찰과 소방서에 세금이라는 경제 자원을 분배하는 걸 국민이 거부하나?"...328p 미스테리 요소는 떨어지지만 그 어떤 전작들보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면서 잠시도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우선 전작 두 편에서 언급되던 얼음공주 히메미야의 등장! 시라토리가 언급했듯 히메미야는 마치 다구치 선생과 쌍을 이루는 것처럼 빈 듯 꽉 찬 캐릭터다. 그녀의 엉뚱함과 행동이 얼마나 웃음을 자아내던지...ㅋㅋ 또 주인공인 의사로서 완벽해 보이는 하야미 선생의 등장으로 비록 권좌에서는 밀려나지만 위대한 영웅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다구치 선생은 여전히 시라토리에게 휘둘리고 사토는 의료 현장에서의 "융통성"을 제대로 알게 된다. 다음 편을 암시하는 히메미야 덕분에 빨리... <<나전미궁>>으로 넘어가야겠다. 그녀의 멋진 활약, 기대된다.
유독 기억에 남는 사춘기의 한 추억이 있는지. 내겐 사춘기의 시작과 동시에 독서에 푹~ 빠져 살았던 약 1년 남짓의 기간이 있다. 그 1년 동안 흔히 "명작"이라 불리는 좀 더 수준 높은 독서를 시작했고 동시에 지금은 전혀 생각나지도 않는 수많은 SF 전집을 섭렵했었다. 때문에 <<시바의 눈물>>이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내게도 그렇게 함께 이야기 나눌 친구가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하고. 처음엔 <문스톤>이라는 고전이 생각났다. 아마도 베아트리스 오브레곤의 아름다운 목걸이 "시바의 눈물"에서 비롯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막 사춘기에 돌입하려는 하비에르가 이모네에서 방학을 보내는 동안 겪게 되는 이야기. 하지만 현실을 좌우하는 것은 약 70년 전의 보석에 얽힌 사건이고 그 여름은 무척이나 정적이고 조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흥미롭고 평생을 잊을 수 없도록 만들어준 추억이 된다. "이 이야기는 칠십 년 동안 사라졌던, 아주 값비싼 보석에 얽힌 미스터리에서 출발한다. 시바의 눈물....... 이것이 그 보석의 이름이다. 그 보석을 둘러싸고 처절한 복수가 오갔고, 금지된 사랑이 이루어졌으며, 의문의 실종 사건 이 일어났다. "...7p 사춘기가 시작된 남자 아이들에게 성숙하고 혹은 이제 성숙해지려고 준비하는 여자 사촌들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남자 형제들만 있는 집안에서 집안 사정으로 방학동안 외사촌들과 함께 지내게 된 하비에르는 처음엔 피곤함과 짜증스럽던 그 여행이, 조금씩 호기심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변해간다. 자신의 집안 분위기와는 너무나 다른 그녀들의 분위기 속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하비에르였지만 무언가 또다른 존재를 깨닫게 되면서 자신과 나이가 같은 비올레타와 동지의식을 느끼며 따분함은 색다르고 모험적인 경험으로 바뀌어 간다. 또한 SF에만 치우쳐져 있던 독서 편식에 비올레타의 명작들이 더해지며 하비에르는 즐길 수 없는 문화가 전혀 없는 이 시골에서 오히려 더욱 풍부한 충격을 받으며 성장해 나아간다. 소설은 내내 독자를 집중시킨다. 수선화향을 풍기는 존재는 도대체 누구이며 왜, 나타나는지. 또 칠십 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또한 하비에르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등. <문스톤>이 철저하게 보석에 얽히 미스테리를 이야기한다면, <<시바의 눈물>>은 청소년 소설답게 하비에르의 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비에르는 여자 외사촌들을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지식을 쌓으며 갑갑하게만 느낄 수 있는 한 시기를 더욱 풍요롭고 지혜롭게 보낼 수 있었다. 인생을 돌아보면, 분명 잊을 수 없는 한 부분이 있다. 그 추억이 나쁜 것일 수도 있고 좋은 것일 수도 있으나 그런 것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면 모두 소중해진다. 조금 더...라는 후회는 필요치 않다. 미래를 위해 지금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미스테리적 요소에 청소년의 성장기를 더한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