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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바의 눈물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25
세사르 마요르키 지음, 김미화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유독 기억에 남는 사춘기의 한 추억이 있는지. 내겐 사춘기의 시작과 동시에 독서에 푹~ 빠져 살았던 약 1년 남짓의 기간이 있다. 그 1년 동안 흔히 "명작"이라 불리는 좀 더 수준 높은 독서를 시작했고 동시에 지금은 전혀 생각나지도 않는 수많은 SF 전집을 섭렵했었다. 때문에 <<시바의 눈물>>이 왠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내게도 그렇게 함께 이야기 나눌 친구가 있었다면 정말 좋았을텐데...하고.
처음엔 <문스톤>이라는 고전이 생각났다. 아마도 베아트리스 오브레곤의 아름다운 목걸이 "시바의 눈물"에서 비롯된 이야기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막 사춘기에 돌입하려는 하비에르가 이모네에서 방학을 보내는 동안 겪게 되는 이야기. 하지만 현실을 좌우하는 것은 약 70년 전의 보석에 얽힌 사건이고 그 여름은 무척이나 정적이고 조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흥미롭고 평생을 잊을 수 없도록 만들어준 추억이 된다.
"이 이야기는 칠십 년 동안 사라졌던, 아주 값비싼 보석에 얽힌 미스터리에서 출발한다. 시바의 눈물....... 이것이 그 보석의 이름이다. 그 보석을 둘러싸고 처절한 복수가 오갔고, 금지된 사랑이 이루어졌으며, 의문의 실종 사건 이 일어났다. "...7p
사춘기가 시작된 남자 아이들에게 성숙하고 혹은 이제 성숙해지려고 준비하는 여자 사촌들은 과연 어떤 존재일까. 남자 형제들만 있는 집안에서 집안 사정으로 방학동안 외사촌들과 함께 지내게 된 하비에르는 처음엔 피곤함과 짜증스럽던 그 여행이, 조금씩 호기심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으로 변해간다. 자신의 집안 분위기와는 너무나 다른 그녀들의 분위기 속에서 안절부절 못하던 하비에르였지만 무언가 또다른 존재를 깨닫게 되면서 자신과 나이가 같은 비올레타와 동지의식을 느끼며 따분함은 색다르고 모험적인 경험으로 바뀌어 간다. 또한 SF에만 치우쳐져 있던 독서 편식에 비올레타의 명작들이 더해지며 하비에르는 즐길 수 없는 문화가 전혀 없는 이 시골에서 오히려 더욱 풍부한 충격을 받으며 성장해 나아간다.
소설은 내내 독자를 집중시킨다. 수선화향을 풍기는 존재는 도대체 누구이며 왜, 나타나는지. 또 칠십 년 전에 일어났던 사건의 진실은 무엇인지. 또한 하비에르에게는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 등. <문스톤>이 철저하게 보석에 얽히 미스테리를 이야기한다면, <<시바의 눈물>>은 청소년 소설답게 하비에르의 성장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비에르는 여자 외사촌들을 만나 새로운 경험을 하고 새로운 지식을 쌓으며 갑갑하게만 느낄 수 있는 한 시기를 더욱 풍요롭고 지혜롭게 보낼 수 있었다.
인생을 돌아보면, 분명 잊을 수 없는 한 부분이 있다. 그 추억이 나쁜 것일 수도 있고 좋은 것일 수도 있으나 그런 것들이 쌓여 지금의 나를 이루고 있다고 생각하면 모두 소중해진다. 조금 더...라는 후회는 필요치 않다. 미래를 위해 지금에 충실하면 그만이다. 미스테리적 요소에 청소년의 성장기를 더한 아주 흥미롭고 재미있는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