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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너럴 루주의 개선 ㅣ 가이도 다케루의 메디컬 엔터테인먼트 3
가이도 다케루 지음, 권일영 옮김 / 예담 / 2008년 6월
평점 :
절판
이제야 무언가 모든 것이 완성된 듯 보인다. <<제너럴 루주의 개선>>과 한 짝이라는 <<나이팅게일의 침묵>>을 읽을 때에는 그냥 그런가보다...하고 넘어갔지만(어디까지나 내 성격 때문이다. 조금 치밀한 분이라면 이거 뭐야?..라고 생각하실지도.) 이 책을 읽고서야 <<나이팅게일의 침묵>>까지 온전히 이해가 된다.
두 책은 원래 한 권이었으나 너무 두꺼워지는 바람에 편집자의 의도로 분책되고 각각의 사건으로 분리된, 하지만 절대로 떼어놓을 수 없는 책이다. 마치 트럼프를 섞듯이 그렇게 나뉜 듯 처음에는 너무나 똑같은 장면이 되풀이되어 뭐하러 이렇게 또 설명하고 있나..하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하지만 묘하게도 두 책은 두 개의 사건으로 분리되고 다시 만나면서 그렇게 같은 시간의 다른 두 사건을 이야기하고 있다.
이 책의 주인공은 누가 뭐래도 "제너럴 루주"인 하야미 선생. 응급 의료틈 ICU를 이끄는 신의 경지에 이른 "환자"만을 생각하는 의사이다. 때론 이렇게 철두철미한 고결성이 목적을 위해 위태로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바로 그 점에 대한 이야기므로 소설에서는 살인이 일어나거나 미스테리가 펼쳐지거나 하지 않는다. 때문에 작가의 역량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된다. 이 책이 "추리소설"이냐...고 물으면 아마도 "아니다"라고 대답할 것 같다. 의학 메디컬 소설이라는 이름이 더 어울리겠지. 작가가 실제 의사인만큼 완벽하리만치 대학병원과 의료 시스템, 의사, 간호사들의 생활을 잘 알고있고 각각의 등장인물들을 통해 잘못된 시스템을 적나라하게 까발린다.
"수익이라고? 구급 의료에서 수익이 날 리 없잖아. 폭풍처럼 사고는 느닷없이 일어나 질풍처럼 사라져버리지. 재고관리 같은 건 애당초 할 수가 없어. 소아과도 마찬가지야. 산부인과도, 사망 시 의학검색도. 현재 경제 시스템에서는 의료의 근간을 이루는 분야가 푸대접 받고 있어. 우리가 하는 일은 경찰관이나 소방관과 마찬가지야. 사고가 없으면 무위도식하는 거지. 그렇다고 국가가 경찰관이나 소방관에게 이익을 내라고 요구하던가? 경찰과 소방서에 세금이라는 경제 자원을 분배하는 걸 국민이 거부하나?"...328p
미스테리 요소는 떨어지지만 그 어떤 전작들보다 다양하고 재미있는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면서 잠시도 시선을 뗄 수 없게 만든다. 우선 전작 두 편에서 언급되던 얼음공주 히메미야의 등장! 시라토리가 언급했듯 히메미야는 마치 다구치 선생과 쌍을 이루는 것처럼 빈 듯 꽉 찬 캐릭터다. 그녀의 엉뚱함과 행동이 얼마나 웃음을 자아내던지...ㅋㅋ 또 주인공인 의사로서 완벽해 보이는 하야미 선생의 등장으로 비록 권좌에서는 밀려나지만 위대한 영웅은 이런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다구치 선생은 여전히 시라토리에게 휘둘리고 사토는 의료 현장에서의 "융통성"을 제대로 알게 된다.
다음 편을 암시하는 히메미야 덕분에 빨리... <<나전미궁>>으로 넘어가야겠다. 그녀의 멋진 활약,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