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뒤의 약속 을파소 중학년문고 1
박상률 지음, 박영미 그림 / 을파소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난 서울에서 태어난 도시 아이였지만 그래도 산과 들을 마음껏 뛰어다니며 놀 시간과 공간이 있었다. 또 빈 옆집의 다락방을 우리의 아지트로 삼아 친구들과 이런저런 상상으로 빠져드는 놀이도 할 수 있었다. 어쩌면 그때가 내 유년시절의 가장 행복한 시간이 아니었을까. 지금 내 아이를 보면 그런 시간과 공간을 마련해주지 못하는 부모로서 정말로 미안하다. 아이가 나중에 커서 자신의 어린 시절을 돌아본다면 과연 무엇이 생각날까. 적어도 나처럼 마음껏 뛰어놀았던 기억은 없을 것이다. 때문에 대신 아이의 마음을 적셔줄 깨끗하고 따뜻한 감성동화를 만나면 정말 반갑다. 

<<십 년 뒤의 약속>>은 내 어린시절, 혹은 지금 시골에서 자라고 있을 아이들의, 그리고 국토 개발을 한다며 이리저리 들쑤신 개발지역의 아이들이 느꼈을 여러가지 것들을 담은 다섯 편의 감성동화이다. 대체적으로 분위기가 착 가라앉아 있다. 아이들의 밝고 신나는 마음보다는 조금은 어둔 마음을 비추고 있기 때문이다. 다섯 편 중 네 편은 특히 "이별"을 그리고 있어 정말로 마음이 안타깝다. 



너무 더웠던 어느 오후, 꼴망태를 채울 곳을 찾던 아이들은 더위도 식힐 겸 아기들의 무덤이 모여있는 애기골로 향하고 갑자기 내린 소나기로 친구들에겐 감추어두었던 무서움과 공포를 직시하게 된다는 <어느 여름날 오후>가 첫 이야기이다. 아주 짧은 동안의 이야기를 햇볕이 쨍쨍 내리쬐는 여름 한낱의 이미지와 등골이 서늘해지는 애기골의 묘사로 읽으면서 저절로 몸을 움츠러들게 된다. 그러니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그곳을 찾아간 아이들이야 오죽할까. 아이들의 심리가 굉장히 잘 느껴진다. 

나머지 네 편은 분위기가 비슷하다. 동물과의 교감과 마을의 개발로 인해 이별해야만 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 이별이 "죽음"이든 "헤어짐"이든... 또 사람과의 이별이든 동물과의 이별이든 아이들에게는 견디기 힘든 경험이다. 때로는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아빠의 수술비를 마련하기 위해 소 순둥이를 팔아야만 하는 이야기 <아빠의 수술비>) 헤어짐이 너무나 슬픈 지곤이의 이야기나 댐 건설로 마을을 떠나야 하는 슬구와 까치 꾸치의 이별을 담은 <슬구와 꾸치의 이별>, 역시 댐 건설로 마을을 떠나며 헤어지게 되는 민구와 수경이의 이야기<십 년 뒤의 약속>, 공장의 폐수 오염으로 병을 앓아 시름시름 죽어가는 <수지의 가을>까지... 



아이들의 마음을 잘 대변하고 있으면서도 중요한 무게와 주제도 지니고 있다. 민구와 수경이는 과연 십 년 뒤의 약속을 지킬 수 있을까... 수지는 병을 고칠 수 있을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또, 꼭 그랬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시골 이야기가 많아 요즘 아이들이 접해보지 않은 새로운 단어들이 눈에 띈다. 왠지 동화를 읽으면서 마음이 차분해지고 가슴이 짠~하다. 아마도 그래서 이런 이야기를 "감성동화"라 부르나보다. 마음껏 뛰어놀며 배우는 수많은 것들을, 감정들을 이렇게 경험해보지 못한 이야기를 읽으며 대리 만족하고 경험할 수 있기를 바란다. 무엇보다 "나"를 위한 생각보다는 더 크고, 더 배려할 줄 아는 생각을 품는 마음을 배울 수 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