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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짜 사촌 케이트 ㅣ 레인보우 북클럽 23
케이트 세러디 지음, 김영선 옮김, 김민하 그림 / 을파소 / 2010년 9월
평점 :
품절
19세기를 끝내고 20세기로 넘어가는, 혹은 1900년대 초의 이야기들은 굉장히 매력적입니다. 특히 그 시대의 여성작가들이 쓴 유년시절의 이야기들은 사회성과 정치성, 문화적인 숨은 이야기들이 가득~하죠. 아마도 많은 것들이 변화하고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마크 트웨인의 <톰 소여의 모험>이나 <허클베리 핀의 모험> 같은 동화들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지만 진 웹스터의 <말괄량이 패티>나 캐럴 라일리 브링크의 <말괄량이 서부 소녀 캐디> 같은 책들이 훨씬 더 재미있게 다가오는 건 아무래도 우리들이 "여자아이들"이기 때문일 겁니다. 그 시대에서는 아직까지 "여성"이라는 이름에 묶여 있어야 하는 제약들이 많았던만큼 그러한 악습들을 타파하려는 어린 여주인공들의 패기가 얼마나 신나고 명쾌하고 발랄한지!
그 리스트에 케이트 세러디의 <괴짜 사촌 케이트>를 하나 더 얹겠습니다. 게다가 이 동화는 그저 여자아이들의 명랑, 쾌활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을 넘어 진정한 가족의 모습과 드넓은 헝가리 시골의 풍광, 전통, 역사까지 두루두루 만끽할 수 있습니다. 또 어쩌면 케이트는 기존의 여자아이들의 모습을 대표한다기 보다는 요즘의 과잉보호 받고 자기 멋대로 행동하며 너무나 이기적인 아이들의 모습을 대표한다고 할 수 있겠네요. 케이트와 얀치의 모습을 통해 아이들은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보게 되지 않을까요?
케이트는 이른바 "도시 여자아이"입니다. 그러므로 헝가리에서도 아주~ 시골에 살며 한 번도 읍내에 나가보지 못한 얀치에게는 그야말로 환상적이고 신비한 여자 사촌인 거죠. 연약하고(홍역에 걸린 적이 있대요.ㅋㅋ) 자신과는 다른 존재 자체에 대한 호기심으로 얀치는 케이트를 기다립니다. 몸이 약한 케이트에게 시골 공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큰아빠가 얀치네 집으로 보내기로 했거든요. 하지만.... 막상 도착한 케이트는 얀치의 상상을 산산조각 깨어놓습니다. 물론 연약해 보이기는 하지만 얌전하고 세련된 도시의 이미지가 아닌, 그야말로 제멋대로에다가 말도 안듣고 신경질적인 이상한 여자아이였기 때문이죠. 그리고 이 둘의 시골 생활이 펼쳐집니다.^^
아마도 케이트에게 필요한 것은 시기적절한 사랑과 관심, 훈육이었을 것입니다. 엄마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 오냐오냐 키운 아빠의 잘못이죠. 시골에 온 케이트에게 끝도없이 펼쳐진 들판과 양, 소, 돼지, 오리 등등의 동물들과 학교에는 한 번도 다닌 적 없지만 엄마, 아빠의 일을 잘 도와드리고 언제나 성실한 얀치의 모습은 굉장히 새로운 환경이었을 거에요. 케이트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합니다.
케이트를 변하게 한 요인은 무엇이었을까요? 작은아빠와 작은엄마는 케이트에게 특별히 더 잘해주거나 더 못해준 것도 없습니다. 포근히 안아주는 자연과 가족의 관심이, 하루하루 바쁘게 돌아가는 시골의 일상이 저절로 케이트의 응어리진 마음을 풀어주었을 것입니다. 케이트는 자연 속에서 학교에서 배운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것들을 깨닫고 시골의 일상 속에서 인생을 배웁니다. 주변 어른들에게서 헝가리의 역사와 전통을 이야기로 배우고 그렇게 조금씩 '나'보다는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갖게 되는 거죠.
"나는 철없고, 심술 궂고, 비실비실한 아이를 여기로 보냈어요. 그런데 이제 보니 튼튼하고 행복하고 바쁜 꼬마 농부가 되어 있네요. "...233p
진정한 사랑과 행복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 주는 동화책입니다. 무엇보다 다른 어떤 책에서도 잘 배울 수 없는 "헝가리"라는 나라에 대해 많은 것들을 알 수 있어요. 그들의 전통 옷차림새나 풍습(부활절 전통과 미쿨라스 데이), 광활한 헝가리의 시골 모습과 1년동안 농부들의 모습 등등을 말이죠.
미국 개척 시대의 아이들 이야기와는 다른, 헝가리의 모습에 색다른 매력이 느껴집니다. 무엇보다 아이들은 모두 부모의 관심 속에서 즐겁게 뛰어놀며 자연 속에서 많은 것들을 배운다는 사실을 또 깨닫게 되네요. 작가의 또다른 책들도 찾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