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크로드를 중심으로 다양한 인물들을 탐구하는 "실크로드로 배우는 세계 역사" 여섯번째 책이 나왔습니다. 그 주인공은 바로 해상황 장보고네요. 신라인들을 인신매매하던 해적들을 소탕하고 남해를 호령하던 그 위대한 장군 말이지요. 하지만 막상 책을 읽어보니 단순하게 제가 알던 이야기와는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신라의 골품제 때문에 평민으로서 자신이 원하는 장군의 꿈을 이룰 수 없어 궁복이는 큰 꿈을 품고 당나라로 떠납니다. 신분제는 태어날 때부터 정해진 것으로 바꿀 수가 없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것을 그냥 인정하고 살아가죠. 하지만 궁복이는 달랐습니다. 언젠가 자신에게 다가올 기회를 위해 결코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하죠.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던 기회가 오자 절대대로 놓치지 않습니다. 정말 대단하죠.
처음에 그가 꾼 꿈은 다른 사람들로서는 생각도 하지 못할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당나라로 가 "장군"이 된 그는, 당나라에서 사는 신라인들을 보고, 산둥지방을 오고가는 많은 이국의 상인들을 보고 또다른 꿈을 품습니다. 안정된 삶을 포기하고 또다른 꿈을 향해 달려가는 그의 모습이 정말 대단해 보여요.
"당시 사막을 통한 실크로드가 점점 쇠퇴하고 바닷길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장보고는 산둥반도의 적산포(현재 중국 스다오)에 법화원을 세우고, 신라 사람들의 힘을 하나로 모았습니다. "...17p

실크로드 시리즈는 단순하게 한 인물의 위인전이 아닙니다. 당시의 시대상황과 더불어 세계 정황도 함께 알 수 있죠. 사막 길을 뚫어 유럽과 아시아를 잇던 실크로드는 바닷길이 뚫리자 조금씩 쇠퇴해 갔습니다. "낙타 2천 마리가 가지고 오는 물건의 양을 배 한 척이면 모두 실어 올 수 있으니"(...56p) 점점 사막보다 바다 실크로드를 이용하게 된 것이죠.
장보고는 이런 세계를 바라보는 눈이 아주 탁월했던 것 같습니다. 당나라의 신라방을 모두 연결하고 고향으로 돌아온 그는, 청해진을 건설하고 국제 교역항으로 키웁니다. 일본으로 가는 길도 만들었던 그로 인해 한반도가 바다 실크로드의 중심으로 우뚝 설 수 있었습니다. 때문에 그의 마지막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너무 잘나면 주변의 시기를 사는가 봅니다. 장보고가 그렇게 배신 당하지 않고 끝까지 청해진을 지켰다면 지금 우리나라는 조금 다른 역사를 거쳐 세계에서 다른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 않았을까요?

뒷쪽의 <실크로드로 배우는 세계, 문화, 역사> 페이지를 통해 당시의 세계 정세와 통일신라의 상황을 잘 알 수 있습니다. 알아두면 좋을 배경지식이 잔뜩 있습니다. 나중에 완도에 가게 되면 장보고 기념관을 한 번 가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