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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1 : 도원결의 ㅣ 주니어김영사 삼국지 1
이정범 글, 이승현 그림, 나관중 원작 / 주니어김영사 / 2013년 4월
평점 :
<삼국지>라는 책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긴 책을 읽어보지는 못했어도 대강 어떤 내용인지, 어느 나라의 이야기인지,
주인공이 누구인지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다. 그만큼 유명한 책이고 많은 사람들에게 읽혀지고 권해지는 책이기도 하다. 도대체 왜! 이 책이
주는 무엇이 사람들의 감성을 건드리고 읽게끔 하는 것일까?
우선은 <삼국지> 속 주인공들의 우정과 의리, 정의와 지혜가 주는 감동이 있을 것이다. 또한 난세였던 중국의 가장 혼란스러운
역사 속에 여러 과정을 거쳐 조금씩 그 영역을 확장해 나아가는 모습이 재미를 주는 것이 아닐까. 때문에 여성들 보다는 남성들이 더욱 흥미롭게 이
길고도 쉽지 않은 책을 읽고 아이에게 추천해 주는 것 같다. 사실 10권의 어른 책을 읽는 것도 쉽지가 않다. 최근엔 청소년용이나 어린이용으로
다양하게 나오는 것 같지만 워낙 방대한 양이다 보니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조절하는 것 또한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에
주니어김영사에서 나온 어린이용 <삼국지>는 흥미로울 만한 부분을 더욱 확대하고 지루한 설명 등은 축소시켜 아이들이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재구성하였다. 내용에 흥미를 더할 만화 같은 일러스트도 한 몫 단단히 하는 듯 하다. <삼국지>를 읽을 때에 주의해야 할 점은
아무래도 중국의 역사를 배경지식으로 깔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이 <삼국지>는 그 역사에 대한 설명과 줄거리가 적절히
분배되어 있어 이해하는 데에 전혀 어려움이 없다.
한나라 말 황건적이 곳곳에서 나타나 나라가 어지러워 있을 무렵, 우리의 주인공 세 명이 만나게 된다. 단지 이 어지러운 나라가
평화로워졌으면 한다는 목표 한 가지로 세 사람은 의형제를 맺는다. 지금 같으면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 아닌가! 내 것을 챙기기에도 급급한 이
세상 속에서 나라나 다른 사람의 행복을 위해 목숨을 내놓으려 한다는 것이나 그런 목표 하나로 아무런 의심 없이 전혀 모르던 사람들과 형제와 같은
의리와 우정으로 맺어지다니 말이다.
세 명의 주인공 중 단연 으뜸은 유비이다. 가끔 실수도 하고 언제나 욱! 하는 장비는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해 주는 캐릭터이지만 그와
반대로 거의 완벽할 것 같은 인성을 뽐내는 유비 말이다.
" 장비야, 그래도 사람은 의리를 지킬 줄 알아야 한다." ...136p
" 그래도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는 법이다."...153p
" 사람이란 몸을 굽혀 제 분수를 지키며 하늘이 주신 때를 기다릴 줄 알아야 한다. "...165p
유비는 중요한 순간마다 명언 같은 말을 남기며 관우, 장비와 다른 장수들을 다스린다. 한 순간, 눈 앞의 이익이 아니라 정의와 의리, 더
먼 곳을 내다보며 결정을 내리는 유비가 조금은 답답할 수도 있겠지만 언젠간 그러한 기다림이 더욱 유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것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다.
<삼국지> 속에서는 옳은 말만 하는 좋은 유비 같은 사람만 등장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배신을 밥먹듯 하는 여포나
뛰어난 책략을 가지고 있지만 너무나 냉정하고 비열한 조조 등을 통해 정의와 반대되는 감정을 느끼게 될 것이다.
" 지난날 십상시, 동탁, 여포, 이각과 곽사 등이 그랬던 것처럼 조조는 차츰 독재자로 변해 권력을 누리기 시작했다."...150p
뛰어난 지략을 가지고 있지만 점점 권력에 물들어가는 조조의 모습은 액튼경이 말한 "절대 권력은 절대적으로 부패한다."라는 말을 떠오르게
한다.
이처럼 옳은 것과 옳지 못한 모습이 함께 나오는 이 <삼국지>를 읽으며 아이들은 진심으로 우정과 의리, 정의와 불의, 지혜와
간사함 등을 저절로 깨닫게 될 것이다. 어린이용이라 결코 두꺼운 책은 아니지만 조금은 복잡한 역사와 함께 다양한 인물들을 이해해야 하기에
아이들에겐 조금의 독서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끝까지 읽고 나면 훨씬 더 많은 것을 얻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