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친친 할아버지께 라임 어린이 문학 1
강정연 지음, 오정택 그림 / 라임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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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할머니는 15년 이상 치매를 앓다가 돌아가셨다. 한창 사춘기였던 나에게 할머니의 이상한 행동들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게다가 가족들 특히 엄마를 너무 힘들게 하시는 할머니가 잘 이해되지 않았다. 물론 그런 행동들이 할머니의 의지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더이상 할머니의 그런 행동들을 볼 수 없게 되고, 나이가 들어 뒤돌아 보니 좀 더 할머니와의 추억을 쌓았다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근엔 치매로 인한 가족들의 고통을 이해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은 아이들에게도 해당되어 몇 년 전부터 치매 조부모와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룬 책들이 나오기 시작했던 것 같다. 대부분 주제가 무척이나 직접적이어서 아이들이 교훈을 얻기에는 충분하지만 과연 공감할 수 있을까는 의문이었다. 하지만 <나의 친친 할아버지께>는 달랐다.

 

장군이는 자신이 없다. 크고 당당한 몸집과는 달리 언제나 주눅이 들어있고 자신보다 체구가 작은 창식이에게 면박을 당한다. 그럼 또다시 자신감이 사라지고 어깨가 움츠러든다. 그런 장군이가 유일하게 마음을 터놓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사람은 바로 할아버지이다. 집안 사정으로 네살 때 할아버지께 맡겨진 후로 엄마나 아빠에게 받지 못했던 사랑을 받으며 건강하게 자랄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아빠와 살게 된 후로 웃음을 잃어버린 장군이는 편지로 할아버지와 마음을 나눈다.

 

장군이와 할아버지의 관계가 참 예쁘다. 모든 부모가 아이에게 최선을 다하지 않는다는 점은 마음 아프지만 사실이기도 하다. 장군이의 아빠 또한 자식에 대한 애정이 있지만 전력을 다하여 아이를 돌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장군이에겐 할아버지가 있다. 정말 다행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런 아빠에 대해서도 할아버지 덕분에 이해할 수 있다.

 

" '최선'이라는 게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걸 인정하기로 했다. 이해가 아니라 그냥 인정. 나라면 절대로 그렇게 하지 않았을 테지만 그렇게 하는 사람도 있다는 걸 인정."...113p

 

장군이의 할아버지가 알츠하이머에 걸리지 않았다면 더 좋앟겠지만 알츠하이머에 걸렸어도 장군이에게 무한한 사랑과 좋은 가르침을 주시는 할아버지 덕분에 장군이는 자신의 단점들을 극복하고 하나하나 성장해 나아간다.

 

"딱 한 번만, 더도 말고 딱 한 번만 부딪쳐 보거라. 처음 친구 집에 놀러 간 것처럼, 처음 도서관에 들어간 것처럼. 첫 번째 벽만 깨면 그다음은 믿을 수 없이 쉽게 무너진단다. 하지만 그 한 번이 없으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아무것도."...110p

 

장군이가 할아버지께 보내는 편지 한 장 한 장이 참으로 마음을 울린다. 그냥 일기 같은 그 글들 속에 할아버지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스스로 깨달은 교훈들이 담겨 있어 정말 좋았다. 아주 오래간만에 좋은 책을 읽은 것 같다. 아이에게도 꼭 읽혀주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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