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나라의 어린이 푸른숲 역사 동화 8
김남중 지음, 안재선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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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그리 흔하지 않았던 시절부터 우리가 자주 접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 있다. 할머니나 어머니에게서 듣던, 아주 옛날부터 내려오던 이야기. 바로 전래동화이다. 책이 아주 흔해지고 다양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가득한 지금도 전래동화는 유아 때부터 꼭 읽혀야 하는 책이다. 1, 2학년 교과서에는 거의 대부분 전래동화가 차지하고 있다. 왜일까? 우리 전통을 잘 알아야 하기 때문에? 우리의 이야기이니 다음 세대에도 전해주어야 하기 때문일까? 물론 그런 이유도 있다. 전래동화 속에는 아이들이 폭~ 빠져들만한 이야기 속에 우리 옛 생활풍습이나 전통들이 자연스레 담겨있기 때문에 전래동화를 많이 읽고 자란 아이들은 우리 것을 훨씬 더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전래동화가 전해주는 교훈! 바로 권선징악이다. 나쁜 사람들은 벌을 받고 착한 사람들은 상을 받는다는, 어떻게 보면 너무나 당연하고 기초적인 도덕 관념을 일깨워주기 때문에 우리는 전래동화를 어릴 때부터 읽힌다.

 

하지만 그렇게 믿고 있던 당연한 것들이 조금씩 그렇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사회를 조금은 비판의 눈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는 사춘기 때부터일 것이다. 그리고 사회에 발을 내디디고 세월이 흐르면, 어쩌면 그 당연하지 않은 것들 사이에 녹아있는 자신을 발견하고 씁쓸해하는 어른들도 많을 것이다. 우리 역사 속 숨겨진 혹은 좀 더 깊은 이야기들을 꺼내어 아이들이 마치 자신이 겪는 것으로 착각할 만큼 또래의 주인공을 앞세워 이야기를 풀어내는 "푸른숲 역사 동화" 시리즈의 <새 나라의 어린이>는 그런 많은 생각들을 하게 해주었다.

 

아이들에게 역사의 흐름 중에서 가장 싫은 기간이 어디냐고 물으면 거의 모두가 일제강점기라고 이야기한다. 그리고 1945년 광복을 맞고 나면 우리나라는 아주 큰 발전을 이루었으니 그 광복을 기점으로 우리는 훨씬 자유로워지고 훨씬 좋은 세월을 만났을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물론 그렇기도 하다. 하지만 긴 터널을 지난 후 다시 제자리를 찾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세월이, 얼마나 많은 이들의 희생이 있었는지를 아이들은 모른다. 어른인 나는 아이들에게 어떻게 그 진실을 이야기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중학생도 부모님들에게 영향을 많이 받아 왜곡된 역사를 진실로 알고 있는 아이들도 많다. 그래서 "푸른숲 역사 동화"가 소중하다.

 

노마는 광복 후 당숙네 가게에서 힘들게 일하며 징용됐던 형을 기다린다. 형만 오면 돈을 많이 벌어 이 힘든 생활을 접고 행복한 나날이 올 것이라 생각하는 것이다. 하지만 당연히 벌을 받아야 했던 친일파들이 버젓이 거리를 활보하고 오히려 높은 관직에 앉아 일본군들이 물러가고 미군들이 차지한, 그 후 새로운 대통령이 구성한 정부의 손과 발이 되어 상을 받고 있다. 그저 형과 함께 예전처럼 살고 싶었던 노마는 친구들의 복수와 정신대에 끌려갔던 순희누나의 복수를 다짐했던 정식이 형이 친일파였던 야마다에게 복수하지 못하고 오히려 매를 맞고, 대신 처벌해 줄 것 같았던 반만특위 조차 친일파들에 의해 와해되는 모습을 바라보며 아직 일제강점기의 잔해들이,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일들이 얼마나 많은지 깨달으며 조금씩 성장해 나아간다.

 

야마다를 신고하겠다는 정식이 형에게 노마가 누군가 할 거라고 조금만 기다리자고 했을 때, 정식이 형은 다른 사람이 할 거니 나는 안해도 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옳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는 거라고 한 말이 기억에 남는다. 친일파 일만 국한된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옳지 못한 일을 보았을 때, 나의 안위를 위해 눈 감지 않고 나 먼저 나서 그것이 옳지 못하다는 것을 밝힌다면... 모든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한다면, 우리나라는 훨씬 더 살기 좋은 나라가 될 것이다. 내 목숨 먼저 구하겠다고 가장 먼저 배에서 빠져나오는 그런 사람들로 인해 수백 명의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그런 나라가 아니라 모두 함께 힘을 합쳐 앞으로 나아가는 그런 멋진 나라가 말이다.

 

그저 국밥 한 그릇만 있으면 행복하다던 노마가, 이제 몇 년 후의 자신을 위해 노력할 다짐과 행동처럼 우리 아이들을 위해, 아이들이 꿈꾸는 세상을 위해 조금 더 책임있는, 먼저 나서 행동해 주는 그런 어른들만 있는, 그런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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