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마워, 한글 우리 얼 그림책 3
박윤규 글, 백대승 그림, 김슬옹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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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훈민정음 상주본이 불탔을지도 모른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개인이 보관하고 있다가 집에 불이 나 제 때에 구하지 못한 거지요. 주인은 상주본이 해를 입었는지, 아예 없어졌는지 묵묵부답이었다가 조금 불에 탔다는 이야기를 꺼냈다고 합니다. 왜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한 보물이 개인에게 있었는지, 그것으로 싸움을 벌이고 제대로 보관하지도 못했는지 묻고 싶은 것이 너무도 많지만 그보다는 빨리 상주본이 나라에 귀속되어 제대로 대접받기를 바라는 마음이 훨씬 더 많이 들었습니다.

 

훈민정음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아주 소중합니다. 우리 말을, 우리의 소리를 그대로 표현하고 적을 수 있게 해 준 소중한 우리 글이기 때문이지요. 요즘엔 인터넷 용어나 청소년들의 은어, 줄임말 등으로 많이 훼손되는 것도 안타까운 일이지만 점점 더 소중히 할 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아진다는 사실이 더 안타깝습니다. 아이들에게 바르게 가르쳐야겠어요. 그래야 우리 한글이 얼마나 소중한지, 얼마나 고마운지 알 테니까요.

 

<고마워, 한글>은 그렇게 "한글"에 대해 어떻게 생겨나고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왜 세종대왕께서 만드셨는지 등등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그림책입니다. 그림과 글이 함께 있어 그림책이라고 하지만 그 내용이 방대하고 자세해서 한글에 대한 백과사전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습니다.

 

 

글을 몰라 좋은 책도 소용 없고, 억울한 일을 당하는 백성들을 위해 세종대왕은 새 글자를 만들기로 합니다. 다른 이들에게 알리면 한자를 내세우며 반대할까봐 알리지도 못한 채 정의공주와 세자에게만 의논하며 자연의 소리를 담은 우리 말을 잘 표현할 수 있는 글자를 연구하게 되지요.

 

 

어디에서 소리가 나오는지에 따라 나무, 불, 흙, 쇠, 물로 나누고 그에 따른 입 모양을 본 떠 자음(닿소리 글자)를 만들게 됩니다. 그 후 소리를 만들기 위해 하늘, 땅, 사람의 뜻을 담은 모음(홀소리 글자)를 만들어 합하니 우리 글은 어떤 소리도 표현할 수 있는 훌륭한 과학적인 글자가 되지요.

 

 

 

책에는 세종대왕께서 만드신 훈민정음의 이야기 뒤에 조금 더 한글에 대해 알아볼 수 있도록 자세한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집현전 학자들조차 반대 상소를 올렸던 이야기며, 세종대왕께서 한글을 보급하기 위해 지은 책들(예로 용비어천가). 더욱 많은 사람들이 쓰도록 하기 위해 고안한 다양한 방안들까지. 그리고 조선 후기의 다양한 작품들 설명을 보면 세종대왕께서 하신 노력들이 결실을 맺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이렇게 편하게 한글을 쓰게 된 건 자연스러운 과정이 아니라 우리 선조들의 노력이 깃들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자칫하면 한자에 밀려 사용하지 못하게 되었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우리 한글이 얼마나 소중하고 고마운지 저절로 깨닫게 되지요. 이런 한글을 마음대로 줄이고 변형시키면 될까요? 언어는 쓰는 사람들에 의해 변하는 것이라고 하지만 요즘 변하는 한글의 모습을 보면 안타깝기 그지 없습니다. 아름다운 순우리말을 두고 외래어를 마구 사용하고 편하다는 이유로 알아들을 수 없는 용어로 사용한다면 언젠가는 한글이 한글이 아니게 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조금 더 바르게 사용해야겠어요. 아이들과 깊이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주제가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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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늦은 오후의 성찰
정성채 지음 / 싱긋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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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가족들이 회사와 학교에 가고 조금은 한가한 시간이 오면 커피 한 잔을 옆에 놓고 신문을 펼친다. 한 장 한 장 넘기며 세상 돌아가는 일에 관심도 가져보고, 내 일에 도움이 될 만한 기사들은 열심히 스크랩도 하고, 요즘 즐겨 읽는 연재 만화도 꼭 챙겨 읽으며 나름 힐링의 시간을 갖는다. 물론 옆에는 이제 갓 돌이 지난 막내딸이 가끔 방해를 하기도 하지만 그 시간엔 그녀에게도 활발히 호기심을 충족시킬 때라 하루 중 그래도 나만의 시간을 가질 때이다. 사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시간은 점심과 저녁의 딱 한중간인 오후이다. 햇살이 뒤로 넘어가며 부드러운 빛을 보낼 때, 조금은 나른한 몸으로 진한 커피 한 잔을 옆에 두고 나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책을 읽을 수 있다면 더할나위 없다. 지금의 나에겐 엄청난 사치이지만.

 

 

<어느 늦은 오후의 성찰>이라는 제목이 나의 눈길을 끈 것은 바로 내가 좋아하는 이 시간 때문일 것이다. 거기에 뒷표지의 "읽기와 쓰기에 대한 소회"라는 소제목이 더욱 좋았다. 딱 읽고 싶은 책이다...라는 느낌!

 

책을 읽을 때 나는 항상 작가 소개를 빼놓지 않고 읽는다. 또한 본문에 들어가기 전에 작가들이 써놓은 머리말 등도 꼭 읽는다. 작가가 정말 하고 싶었던 말은 그런 데 있을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작가의 글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한 전초작업이랄까. 그런데 <어느 늦은 오후의 성찰>은 책 한 권의 가장 큰 교훈과 감동이 이 "들어서며"에 있는 것 같았다. 내가 평소 생각해 오던 것들과 같음을 확인하는 것 같아 그랬을까.

 

"세상 모든 글은 자기를 쓰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기 밖의 어떤 대상이나 관념을 객관적으로 다루는 것이 아닙니다. 자기를 소거하고 이루어질 수 있는 글은 그 어디에도 없습니다. ...(중략) ... 자기의 반영과 투사가 글입니다. 매끄러우면 매끄러운 대로, 논리적이면 논리적인 대로, 투박하면 투박한 대로 자기를 드러내야 하는 실존의 작업입니다."...7p

 

어떤 소설을 읽을 때에도 그 작가의 수필을 찾아 읽는 수고를 하는 이유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같은 작가의 경우는 소설보다 수필로 작가를 더 좋아하게 되기도 했다. 정성채 작가의 수필은 그의 앞의 문장들처럼 그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읽는 내내 그가 생각하고 행동했던 대로 그대로 따라가며 생각도 해보고 상상도 해보았다.

 

책은 크게 세 파트로 나뉘어져 있다. 제 1장은 어느 늦은 오후의 성찰, 제 2장은 먹고사는 언저리에서, 제 3장은 깨달음이 불편할 때인데 제 1장과 제 2장이 작가가 생활하며 깨닫고 생각했던 것들을 풀어낸 글이라면 제 3장은 우리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작가의 생각이 담겨있다.

 

 

작가는 좀 더 잘 보이려고, 자신의 치부를 숨기려고 하지 않는다. 그저 담담히 자신의 행동이나 생각했던 것들에 대해 천천히, 조금씩 풀어놓는다. 지인들의 이야기를 통해 반성하고 어떤 사건들을 통해 깨닫고 더 깊이 사유하게 된 것에 대해 조곤조곤 이야기 해 준다. 어떻게 이렇게 많은 생각들을 하나도 놓치지 않고 풀어낼 수 있는 것인지. 그가 작가라서가 아니라 그만큼 깊은 생각과 자기 자신에 대한 성찰, 그리고 자신을 온전히 드러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나는 시간이 없어서...라는 핑계는 할 수가 없다. 꼭 어떤 장소, 어떤 분위기가 되어야만 나 자신에 대한 성찰을 할 수 있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그치지 않고 계속하는 것, 포기하지 않고 도망치지 않고 나 자신을 돌아다볼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언젠가 작가처럼 한 권의 책이 아니라 단 한 편이라도 나 자신을 고스란히 드러낼 수 있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오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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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반에 알뜰 시장이 열려요 - 정치.경제 쉬운사회그림책 2
이기규 글, 심윤정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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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라는 과목을 아이들은 의외로 어려워 한다. 아마도 나와 우리 가족을 벗어나 우리 주변 이야기와 나라, 세계에 관련된 이야기이기 때문이 아닐까. 집에서만 보호받으며 자란 아이들은 "나"를 중심으로 생각하고 우물 안 개구리처럼 그 밖으로 주의를 기울이려고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수업하는 아이들에게 항상 하는 이야기가 있는데 신문을 읽기 싫으면 오전에 가족과 함께 뉴스를 보라는 이야기이다. 나 이외의 바깥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뉴스는 정말 중요하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보며 시간을 보내는 것보다 훨씬 유익한데도 요즘 가족들은 다함께 앉아 뉴스 대신 웃음을 유발하는 프로그램들만 보는 것 같다.

 

사회를 우리 주변을 이해하는 과목이 아니라 외워야 하는 과목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더욱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사회 과목을 잘 들여다보면 모두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는 것들이다. <쉬운 사회 그림책> 시리즈는 이렇게 우리 주변에서 사회가 어디 숨어있는지를 보여주는 그림책 시리즈이다. 두번째 권은 <<우리 반에 알뜰 시장이 열려요>>인데 읽으며 계속해서 감탄했던 것 같다. 알뜰시장이라는 사건을 통해 구석구석 사회를 보여주고 있어서다.

 

하늘이는 걸어서 5분밖에 안걸리는 학교에 가는 중이다. 큰 도로 건너 있는 학교에 빨리 가기 위해 신호등에 들어서는 순간 신호등은 빨간색으로 바뀌고 막 달리고 있던 하늘이는 깜작 놀란다.

 

 

하늘이는 교통경찰 아저씨를 통해 길을 건널 때 모두가 지켜야 하는 약속에 대해 배우게 된다. 그리고 그 약속을 다함께 지키기 위해 여러 표지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듣고 학교에 들어서자 학교 안에도 여러 표지판을 통해 학생들이 함께 지켜야 하는 약속이 존재한다는 사실도 알게 된다.

 

 

 

하늘이네 반에서는 알뜰시장을 열기로 하고 그렇게 번 돈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을 모으지만 잘 모아지지가 않는다. 선생님께선 다수결의 원칙 이야기를 해주시고 소수의 의견도 존중되어야 함도 알려주신다. 하늘이는 알뜰시장을 통해 또 어떤 것들을 배우게 될까?

 

알뜰시장이라는 하나의 사건이 일어났지만 하늘이는 이 과정을 통해 민주주의와 경제의 원리, 시장의 다양한 모습, 무역과 공정무역까지 정말 많은 것들을 새로이 알게 된다. 그리고 이 책을 함께 읽는 친구들도 자연스럽게 이런 것들을 깨닫게 될 것이다. 하늘이를 따라 이렇게 꼼꼼이 호기심을 채울 수 있게 한 구성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 하나하나로도 쉽지 않은 설명을 필요로 하는 개념이지만 하늘이의 경험을 간접경험하며 배우게 된 이런 개념들은 마치 내가 경험한 듯이 쉽게 느껴지는 것이다. 또 생각보다 많은 내용들을 다루고 있어 궁금한 것들이 있다면 확장독서를 할 수도 있다.

 

사실 아이들이 일상생활을 할 때 부모가 약간의 도움을 준다면 아이들에게 사회란 전혀 어려운 과목이 아닐 것이다. 호기심에 질문을 하고 그 질문에 답을 하여 아이가 알게 된다면 더 좋겠지만 아이들의 성향에 따라 쉽지 않은 일이다. 부모가 먼저 호기심을 불러일으켜주고 관심을 두고 설명해 주는 노력이 다소 필요하다. 그럼 아이들은 따로 외워야 하는 과목이 아니라 내 주변, 바로 내가 생활하기 위해 꼭 알아야 하는 것들이라는 동기부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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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 데이비드 소로 - 생태문학의 고전 <월든>을 쓴 자연시인, 개정판 두레아이들 인물 읽기 3
엘리자베스 링 지음, 강미경 옮김 / 두레아이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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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시골"이라고 부릴 만한 곳에서 살았던 4년간의 기억이 있다. 그리고 그 추억은 내 인생의 오아시스 같은 소중한 경험이 되었다. 연립주택의 경계선에 있던 우리집 앞쪽 길을 건너면 아이들과 발야구나 야구 등을 할 수 있는 넓은 공터가 있었고 그 너머에는 시냇물과 함께 곰사냥이나 뱀 잡는 놀이 등을 만들어 놀 수 있을 만큼 울창한 숲과 산이 있었다. 학교로 가는 길 내내 산을 따라 걸으며 친구들과 신나게 방과 후의 놀이를 만들어냈고 실제로 산 속에 들어가 오후내내 뛰어다니며 놀곤 했다. 그 기억이 얼마나 소중했던지 30대가 지나서까지 종종 그때의 꿈을 꾸곤 했다. 또 가끔 그시절의 나를 추억할 때면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곤 한다.

 

<월든>은 자연의 소중함, 많이 가진 것이 아니라 적게 갖고 누릴 수 있는 최고의 행복 등을 이야기한 헨리 데이비드 소로가 자신의 경험을 녹여 쓴 책이다. 아무도 없는 숲 속에 오두막을 지어놓고 지낸 2년여간의 기록. 쉽지 않지만 그 속에서 최고의 행복을 찾아낸 소로는 가장 행복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싶다.

 

요즘 아이들에게 이런 사람의 이야기나 책을 읽으라고 하면 아이들은 지루하다고 손사레부터 칠 것이 뻔하다. 워낙에 자극적인 것에 물들어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조차 귀찮아하기 부지기수이다. 요즘 같운 사회에서 미디어와 떼어놓고 너 자신을 들여다보라고 하기는 쉽지 않겠지만 적어도 자연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그 속에서 존재할 때 우리가 비로소 "나"임을 알 수 있다는 사실과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는 알려주고 싶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월든>을 읽고 싶었다. 아직은 꿈에 불과하지만 말이다. 그 전에 <월든>을 쓴 작가의 이야기를 먼저 읽고 관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골랐다.

 

 

연약한 듯 보이는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사진과 그의 일생은 그의 삶 자체를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형과 성격이 많이 달랐지만 형과 함께 많은 것을 하며 자라고 자연과 함께 하는 법을 알았던 아이. 돈은 자신의 삶을 유지하는 만큼만 벌면 된다고 생각하고 자신의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동했던 진정한 자유인이다.

 

 

 

소로가 월든 호수 옆에 지었던 오두막은 정말 작다. 그 안의 가구들도 삶을 유지할 수 있을 만큼의 도구들이다. 봄, 여름, 가을엔 농사를 짓고 월든 호숫가를 거닐며 자연을 탐구하고 겨울엔 탁자에 앉자 자신을 들여다보고 그것을 글로 풀어내며 지냈다고 한다. 내가 꿈꾸는 가장 행복한 삶이다. 하지만 소로는 자신에게 꼭 맞을 것 같았던 그러한 삶을 딱 2년을 산 후에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

 

 

아주 적은 것들로도 충분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고 시험해 본 소로의 의지가 참으로 대단하다. 그렇기에 더욱 감동으로 다가온다.

 

나 또한 언젠가 자연으로 돌아가 살겠다는 원대한 꿈을 꾸고 있다. 이 꿈이 원대한 이유는, 나에겐 아직 그것들을 실천할 만한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내 아이들에게 나와 같은 추억과 오아시스를 만들어주기를 진심으로 염원하고 있다. 조금 피곤하고 스트레스 받을 때면 드높은 하늘과 넓은 평야, 소똥냄새가 그리운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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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영웅이 되는 법 - 개구랄라의 탄생 푸른숲 어린이 문학 35
강정연 글, 김효은 그림 / 푸른숲주니어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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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에 난 "맥가이버"를 참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현실에서도 일어날 법한 사건들을 너무나 쉽게 해결해 나가는 그의 모습이 마치 영웅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얼마나 좋아했던지 그 유명한 주제가 악보를 사서 열심히 피아노 연주를 연습하고 나면 그날 밤엔 맥가이버와 함께 악당이나 귀신 등을 무찌르는 꿈을 꾸곤 했다. 어린 아이들에겐 어떤 일이든 해결해주는 사람이 영웅처럼 느껴진다. 그것이 정의를 위한 것이고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한 것이라면 더욱 그렇다.

 

<<진짜 영웅이 되는 법>>은 마치 그런 영웅의 이야기인 것처럼 시작한다. 지구의 위험천만한 일들 사이에서 많은 사람들을 지키는 위대한 개굴맨의 이야기. 하지만 그 개굴맨의 한가운데에 있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 가족들의 이야기라 더욱 매력적이다. 개굴맨은 세상의 정의를 위해, 더 많은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가족을 떠났다. 그리고 남은 가족들은 그 현실을 부정하거나 끌어안고 때로는 힘겹게, 때로는 시끌법썩하게.

 

룰루와 랄라는 쌍둥이다. 그리고 이 사랑스러운 쌍둥이가 태어난 날 아빠는 개굴맨의 역할을 다 하기 위해 집을 떠났다. 엄마는 말도 안되는 이 영웅의 이야기를 믿지 않고 자기 아이들의 운명 따위도 거짓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할머니는 개굴맨은 대를 이어 이어지는 것이 운명이므로 제4대 개굴맨이 룰라와 랄라 사이에 탄생할 것이라 믿는다.

 

이 책의 재미와 의미는 바로 여기서부터이다. 룰루는 개굴맨이 되는 운명이 자기에게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황금개구리알을 자신이 찾을 것이라 여기지만, 랄라는 가족을 슬픔에 빠뜨리는 영웅 따위 진정한 영웅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황금개구리알은 랄라에게 나타나 개굴맨이 되기를 원치 않는 랄라가 그 운명을 이어받게 된다.

 

진정한 영웅이란 무엇일까.

 

"저는 어른 개굴맨이 되어도 할아버지나 아빠처럼 가족을 더나지 않을 거예요. 다른 사람들에게만 영웅이고 가족에게는 슬픔이 되는 그런 개굴맨은 되지 않을 거예요. 다른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도 지키는 영웅이 될 거에요."...147p

 

자신에게 지어진 원치 않는 운명을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랄라는 그 운명을 멋지게 받아들인다. 자신만의 방법으로. 그래서 진정한 영웅이 되는 것이다. 개구랄라로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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