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평전
이창호 지음 / 벗나래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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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보고 싶은 뮤지컬이 한 편 있다. <영웅>이라는 뮤지컬로 안중근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다. 이제 중학생이 된 딸과 함께 꼭 보러 가야지...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역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위인전, 역사책 보다는 소설책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다른 방식으로라도 우리 과거를 알려주고 싶어서다. 아니, 내가 그 작품을 보고 가슴 뜨겁게 감동받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 이후, 우리 역사 속에 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자주 접할 수가 없다. 교육을 위해 편집되고 짧아진 이야기가 아닌, 인간 그대로의 모습을 담은 위인들의 이야기가 훨씬 매력적이다. 고은 시인님의 <이중섭 평전>을 읽은 후론 앞으로 자주 우리 위인의 평전을 찾아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가감없이 펼쳐진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역사와 더불어 한 "인간"으로서, 자신이 맡은 바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모습으로서 최선을 다하여 감동을 준다.

 

<안중근 평전>은 그렇게 찾아온 책이다. 3.1 운동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모르고, 광복절이 어떤 날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우리 역사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얼마 전엔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몰라 곤혹을 치른 걸그룹 멤버가 있었다던데, 아이들과 부모가 이렇게 역사에 관심을 갖고 함께 책을 읽으면 그런 일도 없을텐데 말이다.

 

이창호의 <안중근 평전>은 어마어마한 자료집이다. 저자는 평전을 서술하며 자신이 참고한 책을 바로 밝히고 있는데 그 다양함과 양이 엄청나서 저자가 이 "안중근 평전"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저절로 알 수 있었다. 원래 위인전은 역사 속 인물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역사 이야기가 함께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안중근 평전>은 그 역사 이야기가 너무 많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책을 읽으며 이 책이 한 사람의 평전인지, 역사책인지 헷갈릴 정도였기 때문이다.

 

안중근의 어린 시절은 무척이나 호방했던 모양이다. 앉아 글을 읽기 보다는 밖에서 말을 타고 사냥을 하고 화살을 쏘면서 노는 것을 훨씬 좋아했단다. 뤼순 감옥에서 조목조목 이토 히로부미의 죄목을 밝혔던 안중근을 생각하면 무척 의외이다. 하지만 청년이 되며 신문을 찾아 읽고 세상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시했던 점을 생각하면 안중근은 정세에 밝고 몸을 움직이는 것만큼이나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는다. 그런 행동력이 안중근을 영웅으로 만들었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조금은 성급하고 욱 하는 성질이 보였던 것도 같다. 워낙 정의심과 의협심이 강해서 잘못된 점은 두고 볼 수가 없었던 청년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 국가, 세상에 그냥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고 다짐한다.

 

"안중근의 마음속에는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이제 교육구국사업이나 애국계몽운동으로는 나라를 되찾을 수 없으니 다른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143p

 

안중근이 어린 시절 동학농민 운동과 관련 있었다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읽었던 적이 있지만 사실 확실히는 몰랐었다. 또 계속해서 독립운동을 하고 처음부터 총과 무기로 일본을 처단하려고 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안중근 또한 교육이 나라의 근간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다만 급변하는 일본과 조선의 관계 속에서 교육 만으로는 일본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안중근이 어떻게 하얼빈까지 가게 되었는지, 누구와 만나고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등 그의 행로에 대해서는 드러난 것과 드러나지 않은 것이 있다. 일본의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 거짓을 이야기하기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저자는 다양한, 많은 자료를 통해 실제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를 추적하듯 서술한다. 그리고 안중근의 입장에서 그 사실을 복원해 본다.

 

며칠 전 어린이  TV 프로그램의 CF를 보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위인전 도서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었는데 그들 중 대부분은 아직 살아있는 유명인이었다. 그렇다. 위인이 아니라 유명인이다. 물론 그들 또한 우리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해냈고, 하고 있다. 그들이 성공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있었을 것이고 그런 노력은 본받을 만하다. 그렇지만... 과연 아이들에게 우리 위인들의 이야기 대신 그런 유명인의 이야기를 읽혀야 할까? 단지 인기가 더 많다는 이유로? 그런 교육이 계속 되니 안중근 의사의 얼굴도 모르는 20대들이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역사 교육을 다시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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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하트 라임 청소년 문학 20
김선희 지음 / 라임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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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2는 외계인이란다. 그들만의 언어가 있고 문화가 있어 다른 사람들과는 소통이 전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며 무관심하고, 집에서 부모와는 끝도 없는 갈등을 일으키며 자기네들끼리만 소통하는 존재들. 세계에서 가장 무섭다는 대한민국 중2병이다.

 

<검은 하트>의 주인공들은 그런 중2 학생들이다. 여자 아이들은 짙은 화장에 자신들의 몸매를 뽐내며 "여자"임을 강조하고 남자 아이들은 힘을 과시하기 위해 매일 같이 난투극을 벌인다. 선생님들은 이런 난장판 속에 소리를 질러가며 아이들을 단속하기 바쁘다. 어른들에겐 욕이지만 이 아이들에겐 욕이 아닌 언어를 구사하며 자신들 만의 문화를 만끽하는 이 책 속 등장인물들 중 나, 진익이는 동기의 강요에 의해 "우주로탈출프로젝트"라는 밴드에 강제 가입하게 된다.

 

진익이네 집은 짜장면 집을 한다. 할아버지의 주인 대부터 계속 이어져 온 역사 있는 "동구반점"의 장손이다. 진익이는 태어날 때부터 이 동구반점의 가업을 잇는 아들로 태어났다. 하지만 진익이는 태곳적부터 정해진 듯한 이 자신의 운명이 너무나 싫다. 태어나 먹은 그 어떤 음식보다 많았던 짜장면 냄새와 맛 만큼이나.

 

<검은 하트>의 얼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진익이네 집 "동구반점"의 미래와 진익이의 미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시설도 낙후되어 점점 손님이 떨어지는 현상을 극복하고자 하는 집안 사람들과 이 동구반점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진익이의 의지이다. 또 하나는 전국 일진 연합 짱 "검은 하트"로 의심되는 김요정에 대한 아이들의 행동에 고뇌하는 진익이의 결정이다. 함께 밴드를 하고 과외를 하며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며 조금씩 호감을 쌓아가던 여자아이가 자신들을 괴롭히던 검은 하트라는 사실과 그런 김요정을 대하는 밴드 멤버들의 행동에 당황하는 진익이의 결정이다.

 

"너도 희망을 가져. 너도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어, 원하는 대로......"...93p

"중요한 건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현재야. 지금, 여기, 바로 내 눈앞에 있는 너."...131p

 

진익이는 집과 학교의 사건들로 인해 잠깐 방황하지만 결국 자신의 길은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때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닐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조금씩 성장한다. 급성장 시기의 키가 크는 것처럼 진익이의 생각도, 행동도 그만큼 쑥쑥 자랄 것이다.

 

내가 만난 중 2들은 참 착했다. 미디어에서 떠들어대는 것처럼 전혀 소통 불가능한 외계인이나 손도 대지 못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폭탄들이 아니다. 모범생들만 만나서 그런 게 아니다. 어쩌면 이들은 자신들을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들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익이에게 그나마 소통할 수 있었던 외삼촌이 없었다면 진익이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우왕좌왕 하며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외삼촌 자신도 아직은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한 상태였지만 적어도 진익이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었기에 서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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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포의 먼지 폭풍 - 사막화로 인한 자연의 재난, 더스트볼
돈 브라운 글.그림, 이충호 옮김 / 두레아이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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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선가 더스트볼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것이 TV 다큐 프로그램이었는지, 아니면 책에서였는지는 잘 생각이 나지 않지만 미국을 덮쳤던 어마어마한 먼지 폭풍이었고 그로 인해 삶의 터전이었던 땅은 쑥대밭이 되었고, 살아남은 몇몇 사람들에 의해 그 이야기가 전해진다고 말이다. 그리고 그것은 그냥 그렇게 거의 기억되지 않은 채로 잊혀졌다. 아마도 우리가 직접 겪은 이야기가 아니어서, 우리에게 닥쳐올 이야기가 아닐 거라고 생각해서, 아주 먼 옛날 이야기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 한 권의 책이 있다. 그림책처럼 조금 큰 사이즈이지만 얇다. 무엇보다 "그래픽 노블"의 형태이다. 누구나 쉽게 읽고자 하는 마음이 생기는 책이라는 뜻이다. 만화와는 다르지만 만화 같은 느낌이라 훨씬 더 감각적이고 쉽게 와 닿는다. 이렇게 읽은 더스트볼에 대한 이야기는 정말 무시무시했다.

 

 

"먼지 하나는 아주 작아요. 먼지 다섯 개가 모여도

이 문장 끝에 있는 마침표 안에 다 들어가고도 남아요."... 4p

 

이렇게 시작하는 <공포의 먼지 폭풍>은 첫 장부터 위협적이다. 그림은 신문의 만평에서 자주 본 듯한 그림이지만 드넓은 황야를 배경으로 도망가는 듯한 사람과 동물들, 그 뒤에 덮쳐오는 시커먼 괴물 같은 먼지 폭풍은... 너무 무시무시하다.

 

1935년 4월 14일 미국 남부 평원을 덮친 이 먼지 폭풍, 검은 괴물 이야기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를 설명하기 위해, 책은 미국 로키 산맥 동쪽의 평원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부터 설명한다. 강수량이 적어 나무가 자라기는 힘들지만 풀이 가득했던 평원에이. 아메리카 들소의 서식지가 되고, 인디언들과 함께 평화롭게 살던 시절의 이야기 말이다. 하지만 19세기 백인들이 이 평원 지역을 개척하려고 몰려오고, 그들은 이곳을 소를 키우는 목장으로 만들어 버린다.

 

 

이곳 환경에 적응하지 못한 소들, 목장 주인들은 이 땅을 농부들에게 팔아버리고, 농부들은 이 땅을 일구지만 거친 땅과 혹독한 날씨에 삶은 녹록치 않다. 그리고 1931년의 가뭄... 오랜 가뭄으로 흙은 바스라지듯 모래로 바뀌었고 이런 모래들은 자꾸만 솟아오르며 먼지 폭풍을 만들어냈다.

 

 

어느 하루 갑자기 커다란 먼지 폭풍이 인 것이 아니다. 가뭄이 심해지고 조금씩 먼지가 솟아오르고 조그만 먼지 폭풍에서 조금 더 큰 먼지 폭풍까지 가끔, 그리고 조금씩 더 자주 생겨났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저 하루하루를 연명하기 바빴다. 어째서 이 먼지 폭풍이 왜 생겼는지, 어떻게 해야 없애야 하는지 생각해 보지 않았을까. 어마어마한 피해를 입고나서야 미국 정부는 대책을 세우기 시작했다.

 

내가 어릴 때에도 오존층의 파괴 등 환경에 대해 이야기가 나오곤 했다. 그렇지만 봄이 되어 마스크를 쓰고 입을 막고 눈을 가늘게 뜨고 다녀야 할 지경은 아니었다. 몇 년 전부터 매년 봄이 되면 두렵다. 밖에 나가지 않고 그냥 집에만 있어도 미세먼지 경보가 뜬 날은 벌써 목이 칼칼하고 어김없이 붓는다. 재작년 둘째가 태어나고 나서는 이런 미세먼지와 황사에 대해 더욱 예민해졌다. 공기청정기를 들여놓아도 안심이 되지 않는다. 매일 청소해도 다음 날이 되면 또다시 먼지가 수북하기 때문이다.

 

엊그제 발표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대기 점수가 전세계에서 너무나 아래쪽에 위치해 있다고 한다. 미세먼지 때문이다. 이 미세먼지 또한 그냥 생겨난 자연재해가 아니다. 중국의 사막화와 대기오염에 관계된 미세먼지다. 벌써 몇 년째 계속되는 심각한 상황인데도 어째서 대책 없이 이렇게 보내고 있는 걸까. 약 100년 전의 더스트볼 같은 사태를 맞아야 인간은 또 움직일 것인가. 다같이 생각해 볼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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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는 왜 쓰는가
제임스 A. 미치너 지음, 이종인 옮김 / 예담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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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제임스 A. 미치너라는 작가에 대해서는 잘 모른다.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었던 것 같은 이름이지만 대표작이라든가 어떤 류의 글을 쓰는 작가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그저 이름에서 풍기는 느낌으로만 날카로운 평론을 쓰는 작가인가...하는 생각만 했다. 잘 모르는 작가의 책이지만 <작가는 왜 쓰는가>라는 책을 골랐던 것은 어쨌든 이 책이 "책에 대한 책"이었기 때문이다. 책에 대한 책은 언제 읽어도, 얼마나 읽어도 좋다. 좀 더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고(과연 객관적인 시각이라는 것이 존재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의문이지만...)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는 책에 대한 책이라면 더욱 좋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1. 떠오르는 한 작가에 대하여"는 사실 작가인 자신에게 영향을 끼친 책에 관련된 주변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름에서 풍기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혹은 소설가답게 미치너의 글은 술술 읽힌다. 날카롭고 비판적인 평론이기 보다는 젊은 시절의 미치너가 만났던, 그 중 가장 영향을 많이 끼친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과거를 회상하듯 재미나게 풀어낸다. 의외였다. 그리고 즐거웠다. 영문학을 하는 젊은 문학도에겐 아주 풍성한 환경이 제공되었다. 우연의 일치인지, 열심히 찾아다니는 노력 덕분인지 그의 주변에는 언제나 엄청난 독서가나 애서가들이 가득했다. 뭐랄까, 내가 그저 꿈꾸던 아름다운 미래의 한 장면(아름다운 저택에 커다란 서재를 꾸미고 그 서재엔 내가 갖고 싶었던 책들로 가득 꾸며놓고 책을 사랑하는 지인들과 함께하는 삶)이 미치너에겐 몇 번의 강렬한 만남으로 그에게 남아있다. 어쩌면 그가 편집자로서, 소설가로서 살아가게 된 이유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평생 작가로서 지켜온 한 가지 일관된 고집이 있다면 그건 좋은 책의 제작에 아주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다는 것이다. 책이라면 마땅히 겉모양이 멋지고, 지도가 정확하고, 활자가 읽기 쉽고, 장정이 훌륭한 그런 전통에 따라 만들어지기를 바랐다. 나는 책이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 여러 주 동안 들고 다니며 동반자가 되기를 바랐고 책을 읽는 행위가 유쾌하고 즐거운 경험으로 기억되기를 바랐다. 나는 소설, 에세이, 또는 논픽션을 쓴 것이 아니라 바로 책을 썼다."...70p

 

글을 쓰는 작가가 이런 식으로 생각할 것이란 생각을 한 번도 못해봤다. 작가들은 그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뿐이라고만 생각했다. 어쩌면 이런 생각은 미치너에 한정된 이야기일지도 모르겠다. 그는 편집자를 거쳐 작가가 된 사람이므로. 그럼에도 이런 문장을 읽으니 왠지 독자로서 굉장히 이해받는 기분이었고 그런 책을 만들어준 모든 이에게 감사함을 느낀다.

 

"2.다른 작가들에 대하여"는 작가가 만난, 아는 네 명의 작가들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어니스트 헤밍웨이를 비롯하여 마거릿 미첼, 마커스 굿리치, 트루먼 커포티가 그들이다. 너무나 유명해서 잘 아는 작가이든, 그렇지 않은 작가이든 미치너를 통해 듣는 그들의 이야기는 전혀 모르는 이야기들이다. 그러므로 신선하다. 그가 말하는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 들었던 의견과는 많이 다르게 느껴진다. 그 또한 그가 편집자 출신이기 때문으로 여겨진다. 좀 다른 시각(독자나 편집자로서의 의견)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3.나이 들어가는 한 작가에 대하여"는 미치너 자신이 쓴 시와 소네트를 담고 있다. 2장까지는 다른 작가와 작품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있기에 3장은 미치너 본인에 대한 맛보기라 할 수 있다. 사실 2장까지의 글을 읽으며 미치너라는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면서 그의 작품을 읽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득했는데 이 3장을 통해 짧지만 그를 조금은 느껴보는 시간이 된다. 물론 이 정도의 작품으로 미치너를 제대로 이해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1, 2 장의 에세이를 통해, 3장의 시를 통해 미치너와 작품에 대한 호기심이 인다. 꼭 시간을 내어 그의 작품을 읽어보고 싶어졌다.

 

<작가는 왜 쓰는가>는 수많은 작품을 독파하고 작가들을 이해한 제임스 A. 미치너가 좋은 글을 쓰기 위한 방법을 다양한 작가들과 작품들을 통해 깨달은 바를 적은 책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그보다 미치너 자신에 대한 책에 대한 사랑, 열정을 담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랬기에 이 책이 무척 소중해졌다. 미치너가 많은 작가들에 영향을 받고 힘을 얻기 위해 때마다 꺼내 읽었던 것처럼 나 또한 책장 한쪽에 예쁘게 진열해 놓고 가끔 꺼내보는 책 중 한 권을 만나 무척 행복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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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들어진 나 - 청소년을 위한 규범의 사회학 즐거운 지식 (비룡소 청소년) 21
니콜라우스 뉘첼 지음, 라텔슈네크 그림, 박민수 옮김 / 비룡소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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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신문에서 한 기사를 보았다. 초등학생 때 높았던 도덕심은 중학생 때 바닥을 친 후 곳등학생 때 다시 어느 정도 회복된다는 기사였다. 때문에 초등학생 때 바르게 도덕성을 쌓아 놓아야만 성인이 되었을 때 조금이라도 더 높은 도덕성을 갖출 수 있다는 요지의 글이었다. 예전엔 유치원에서부터, 초등학교에서도 도덕 교육을 많이 받았다. 횡단보도 건너는 교육이나 길에 함부로 휴지를 버리면 안되는 등 아주 기초적인 것들부터 시작했다. 그런 교육은 그렇게 어릴 때부터 가정에서부터 학교에서도 차근차근 몸으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이론으로 배운 것은 금방 잊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학생이 되어 도덕심이 바닥을 치는 이유는, 사춘기에서 비롯되는 반항심 때문이 아닐까...싶다. 사춘기, 모든 현상과 사건, 사물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기는 때이다. 하지만 그런 의문에 깊이 사유하는 아이들은 그다지 없다. "왜" 해야만 하는지, "왜" 그런지 궁금은 하지만 그냥 넘기는 것이다. <만들어진 나!>는 그런 의문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특히 내 행동에 대한 이유에 대하여.

 

<만들어진 나!>는 "청소년을 위한 규범의 사회학"이라는 부제목을 달고 있다. 이런 제목은 왠지 딱딱할 것 같고, 어려울 것 같다. 그런데 첫 장을 펼치면 나오는 작가의 머리말 페이지를 보는 순간, 무척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양한 서체와 다양한 크기, 뭔가 대단한 입담처럼 보이는 작가의 머리말 덕에 딱닥하고 어려울 것처럼 보이는 이 책이 재밌을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본문 페이지를 넘기는 순간, 그 생각은 사실이었다는 것을 확인하게 된다. 작가는 "규칙"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시작한다. 규칙이란 무엇이고 왜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그리고 그 규칙과 규범을 지키는 순간 그 사회에 의해 바로 "내"가 만들어진다는 것이다. 작가가 머리말에서 이 책은 청소년 독자를 위해 쓰였지만 성인들이 읽어도 무방하다고 했다. 정말이다. 나 또한 한 번도 생각해 보지 못한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나는 한 번도 내가 자유의지가 아닌, 사회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런데 작가는 그렇단다.

 

"규범의 고유한 삶은 규범이 완전히 인간의 영역을 벗어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도 있다. 규범을 만든 것은 인간이지만 인간은 이미 생겨난 규범을 어쩔 수가 없다. 인간이 만든 규범들은 인간과 무관하게 자기만의 삶을 전개할 수 있기 때문이다."...55p

 

처음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진 규범이지만 시간이 흐르면 혼자 살아 움직인다니, 정말 놀랍다. 그리고 작가의 이야기를 따라 생각해 보니, 정말 그렇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 초원에 홀로 떨어져 살지 않는 한, 우리는 언제나 사회 체계 안에서 움직인다. 이 체계는 그 사회 안의 사람들에 의해 형성된다. 동시에 체계가 그 안의 사람들을 형성하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다른 모든 사람을 형성한다."...125p

 

이제 보니 이 책은 단순한 사회책이 아니다. 철학책이다. 우리 사회를 이해하고 나 자신을 이해하여 내가 살아가는 이유를 찾는 책이다. 청소년들은 그들 특유의 귀차니즘으로 이 책을 조금 어려워할지도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내가 어떻게 형성되고 왜 규칙과 규범들을 지켜야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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