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평전
이창호 지음 / 벗나래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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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 보고 싶은 뮤지컬이 한 편 있다. <영웅>이라는 뮤지컬로 안중근의 이야기를 하는 작품이다. 이제 중학생이 된 딸과 함께 꼭 보러 가야지... 하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역사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고 위인전, 역사책 보다는 소설책을 좋아하는 아이에게 다른 방식으로라도 우리 과거를 알려주고 싶어서다. 아니, 내가 그 작품을 보고 가슴 뜨겁게 감동받고 싶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어린 시절 이후, 우리 역사 속에 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자주 접할 수가 없다. 교육을 위해 편집되고 짧아진 이야기가 아닌, 인간 그대로의 모습을 담은 위인들의 이야기가 훨씬 매력적이다. 고은 시인님의 <이중섭 평전>을 읽은 후론 앞으로 자주 우리 위인의 평전을 찾아 읽어야겠다고 다짐했다. 가감없이 펼쳐진 그들의 이야기는, 우리의 역사와 더불어 한 "인간"으로서, 자신이 맡은 바를 행동으로 옮기기 위한 모습으로서 최선을 다하여 감동을 준다.

 

<안중근 평전>은 그렇게 찾아온 책이다. 3.1 운동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 모르고, 광복절이 어떤 날인지도 모르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우리 역사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 얼마 전엔 안중근 의사의 얼굴을 몰라 곤혹을 치른 걸그룹 멤버가 있었다던데, 아이들과 부모가 이렇게 역사에 관심을 갖고 함께 책을 읽으면 그런 일도 없을텐데 말이다.

 

이창호의 <안중근 평전>은 어마어마한 자료집이다. 저자는 평전을 서술하며 자신이 참고한 책을 바로 밝히고 있는데 그 다양함과 양이 엄청나서 저자가 이 "안중근 평전"을 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했는지 저절로 알 수 있었다. 원래 위인전은 역사 속 인물의 이야기이기 때문에 역사 이야기가 함께 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안중근 평전>은 그 역사 이야기가 너무 많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있다. 책을 읽으며 이 책이 한 사람의 평전인지, 역사책인지 헷갈릴 정도였기 때문이다.

 

안중근의 어린 시절은 무척이나 호방했던 모양이다. 앉아 글을 읽기 보다는 밖에서 말을 타고 사냥을 하고 화살을 쏘면서 노는 것을 훨씬 좋아했단다. 뤼순 감옥에서 조목조목 이토 히로부미의 죄목을 밝혔던 안중근을 생각하면 무척 의외이다. 하지만 청년이 되며 신문을 찾아 읽고 세상사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주시했던 점을 생각하면 안중근은 정세에 밝고 몸을 움직이는 것만큼이나 생각하는 것을 좋아했던 것 같다.

 

 

어떤 문제가 있을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어떻게든 해결책을 찾는다. 그런 행동력이 안중근을 영웅으로 만들었던 것이 아닐까. 하지만 조금은 성급하고 욱 하는 성질이 보였던 것도 같다. 워낙 정의심과 의협심이 강해서 잘못된 점은 두고 볼 수가 없었던 청년은 자신을 둘러싼 사회, 국가, 세상에 그냥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고 다짐한다.

 

"안중근의 마음속에는 한 가지 확신이 생겼다. 이제 교육구국사업이나 애국계몽운동으로는 나라를 되찾을 수 없으니 다른 방도를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다."...143p

 

안중근이 어린 시절 동학농민 운동과 관련 있었다는 이야기는 어디선가 읽었던 적이 있지만 사실 확실히는 몰랐었다. 또 계속해서 독립운동을 하고 처음부터 총과 무기로 일본을 처단하려고 했는 줄 알았다. 하지만 안중근 또한 교육이 나라의 근간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었다. 다만 급변하는 일본과 조선의 관계 속에서 교육 만으로는 일본으로부터 벗어날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을 뿐이다.

 

안중근이 어떻게 하얼빈까지 가게 되었는지, 누구와 만나고 어떤 계획을 세웠는지 등 그의 행로에 대해서는 드러난 것과 드러나지 않은 것이 있다. 일본의 수사에 혼란을 주기 위해 거짓을 이야기하기도 했기 때문인 것 같다. 저자는 다양한, 많은 자료를 통해 실제에는 어떤 일이 있었나를 추적하듯 서술한다. 그리고 안중근의 입장에서 그 사실을 복원해 본다.

 

며칠 전 어린이  TV 프로그램의 CF를 보다가 깜짝 놀란 적이 있었다. 위인전 도서 시리즈를 소개하고 있었는데 그들 중 대부분은 아직 살아있는 유명인이었다. 그렇다. 위인이 아니라 유명인이다. 물론 그들 또한 우리나라를 위해 큰 일을 해냈고, 하고 있다. 그들이 성공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있었을 것이고 그런 노력은 본받을 만하다. 그렇지만... 과연 아이들에게 우리 위인들의 이야기 대신 그런 유명인의 이야기를 읽혀야 할까? 단지 인기가 더 많다는 이유로? 그런 교육이 계속 되니 안중근 의사의 얼굴도 모르는 20대들이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 우리의 역사 교육을 다시 생각해 볼 때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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