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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하트 ㅣ 라임 청소년 문학 20
김선희 지음 / 라임 / 2016년 4월
평점 :
중2는 외계인이란다. 그들만의 언어가 있고 문화가 있어 다른 사람들과는 소통이 전혀, 되지 않기 때문이다. 학교에서 선생님들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상책이라며 무관심하고, 집에서 부모와는 끝도 없는 갈등을 일으키며 자기네들끼리만 소통하는 존재들. 세계에서 가장 무섭다는 대한민국
중2병이다.
<검은 하트>의 주인공들은 그런 중2 학생들이다. 여자 아이들은 짙은 화장에 자신들의 몸매를 뽐내며 "여자"임을 강조하고 남자
아이들은 힘을 과시하기 위해 매일 같이 난투극을 벌인다. 선생님들은 이런 난장판 속에 소리를 질러가며 아이들을 단속하기 바쁘다. 어른들에겐
욕이지만 이 아이들에겐 욕이 아닌 언어를 구사하며 자신들 만의 문화를 만끽하는 이 책 속 등장인물들 중 나, 진익이는 동기의 강요에 의해
"우주로탈출프로젝트"라는 밴드에 강제 가입하게 된다.
진익이네 집은 짜장면 집을 한다. 할아버지의 주인 대부터 계속 이어져 온 역사 있는 "동구반점"의 장손이다. 진익이는 태어날 때부터 이
동구반점의 가업을 잇는 아들로 태어났다. 하지만 진익이는 태곳적부터 정해진 듯한 이 자신의 운명이 너무나 싫다. 태어나 먹은 그 어떤 음식보다
많았던 짜장면 냄새와 맛 만큼이나.
<검은 하트>의 얼개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진익이네 집 "동구반점"의 미래와 진익이의 미래. 역사가 오래된 만큼 시설도
낙후되어 점점 손님이 떨어지는 현상을 극복하고자 하는 집안 사람들과 이 동구반점의 굴레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진익이의 의지이다. 또 하나는 전국
일진 연합 짱 "검은 하트"로 의심되는 김요정에 대한 아이들의 행동에 고뇌하는 진익이의 결정이다. 함께 밴드를 하고 과외를 하며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며 조금씩 호감을 쌓아가던 여자아이가 자신들을 괴롭히던 검은 하트라는 사실과 그런 김요정을 대하는 밴드 멤버들의 행동에 당황하는 진익이의
결정이다.
"너도 희망을 가져. 너도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어. 원하는 대로 살 수 있어, 원하는 대로......"...93p
"중요한 건 과거나 미래가 아니라 현재야. 지금, 여기, 바로 내 눈앞에 있는 너."...131p
진익이는 집과 학교의 사건들로 인해 잠깐 방황하지만 결국 자신의 길은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자신이 옳다고
믿는 것, 그것을 행동으로 옮길 때 비로소 어른이 되는 것이 아닐까. 다양한 경험을 통해 아이들은 조금씩 성장한다. 급성장 시기의 키가 크는
것처럼 진익이의 생각도, 행동도 그만큼 쑥쑥 자랄 것이다.
내가 만난 중 2들은 참 착했다. 미디어에서 떠들어대는 것처럼 전혀 소통 불가능한 외계인이나 손도 대지 못할 정도로 무시무시한 폭탄들이
아니다. 모범생들만 만나서 그런 게 아니다. 어쩌면 이들은 자신들을 진심으로 이해해주고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들을 찾고 있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진익이에게 그나마 소통할 수 있었던 외삼촌이 없었다면 진익이는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모르는 상태로 우왕좌왕 하며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른다. 외삼촌 자신도 아직은 자신의 길을 찾지 못한 상태였지만 적어도 진익이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주었기에 서로가 성장할
수 있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