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랑 떨어지기 싫어! - 부모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분리 불안 해소법 마음을 챙겨요
코넬리아 스펠만 지음, 캐시 파킨슨 그림, 마술연필 옮김 / 보물창고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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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째는 늦둥이 티를 아주 많이 냅니다. 애교도 많고 사랑 표현도 먼저 자주 해주고 엄마 옆에 쭉 있기를 좋아하죠. 그렇다고 엄마에게 의존만 하거나 하지 않고 낯선 이에게도 인사를 건네고 친구도 잘 사귀어요. 그래서 사실 처음 어린이집에 보낼 때에는 걱정을 좀 덜 했지요. 첫째 때 많이 힘들었던 기억이 있어서 사회성 좋은 둘째라면 잘 적응할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왠걸~ㅠㅠ 한 달이 가고, 두 달이 가고 세 달이 가도 영~ 적응을 하지 못하는 거예요. 들어가서 1분이 지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아주 잘 지냈지만 현관 문 앞에서 헤어질 때에는 정말 세상 떠나갈 듯 대성통곡을 해대니 선생님도, 저도 참 많이 힘들었지요.

 

저희 둘째 이야기만은 아니지요? 금방 엄마랑 떨어져서 잘 지내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못한 아이들도 많지요. 어릴수록 더 심할 거구요. 아이가 이렇게 잘 못 헤어지면 엄마 탓인가 자책도 하게 되고 영영 이럴까봐 고민도 하게 되고 그렇지요. 아이가 적응할 때까지는 정말 인내의 시간이 되는 것 같아요.

 

<엄마 아빠랑 떨어지기 싫어!>는 이렇게 분리불안을 겪는 아이들을 위한 그림책입니다.

 

 

철저하게 아이의 입장에서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그러니 아이가 읽으며 자신이 공감할 수 있으니 훨씬 설득력 있게 다가갈 것이고 읽어주는 부모는 아이의 감정이 어떤 것인지 알게 되니 조금 더 기다려줄 수 있는 용기가 생기는 거죠.

 

 

엄마랑 아빠랑 얼마나 헤어지기 싫은지 그때의 감정은 어떤지, 엄마 아빠가 돌아왔을 땐 또 얼마나 기쁜지를 이야기 하죠.

 

그리고 아이를 이해시키기 위한 설명으로 이어집니다.

다른 사람들도 늘 함께 있지는 못하다는 사실을 알려주죠. 각자 해야 할 일들이 있으니까요~

중요한 건 언제나 다시 만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거예요.

그러니 그동안 다른 일들을 해보면 좋겠다고 대안도 제시해 주죠.

그러다 보면....

 

 

엄마 아빠는 꼭 돌아온다는 사실 말이에요.

영영 놓고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잠깐 놀고 있으면 꼭 데리러 온다는 사실을 아이가 알게 되면 아이는 조금씩 적응하게 된다고 해요.

 

저희 둘째는 무려 6개월이나 걸렸네요. 그러고 나서도 엄마가 일 때문에 바빠 조금 늦게 데리러 가는 날이 많아지면 바로 티를 내며 아침마다 가기 싫다고 또 전쟁이 시작돼요. 아마도 관심을 아주 많이 받고 싶은가 보다 이해하고 더 많이 사랑한다고 얘기해주고 안아주고 하면 또 안정되지요.

 

<엄마 아빠랑 떨어지기 싫어!>를 읽어주니 "엄마, 나랑 똑같네?" 해요. 자기도 아나 봐요. ㅎㅎ 그러더니 주먹을 불끈 쥐며

"난 할 수 있어. 엄마 없어도 잘 놀 수 있어." 하더라고요. 이러니~ 어찌 안 사랑할 수 있겠어요? 아이는 부모의 사랑을 먹고 삽니다. 가끔 아이의 소중함을 잊고 귀찮다고, 힘들다고 잠깐 제껴둘 때가 있어요. 그럴 때마다 아이가 부모를 다시 일깨워주는 것 같아요.

아이가 분리 불안이 있다면  책을 함께 읽으며 꼭~ 안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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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학 수업
알퐁스 도데 외 지음, 유혜영 엮음, 정마린 그림 / 시간과공간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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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보면 굉장히 따분한 제목이다. 사랑을 어떻게 수업으로 배우나. 자신이 여러 번 겪어도 알 수 없는 것이 사랑인데 말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세계 명작 소설로 참사랑을 배운다"라는 부제목 중 "세계 명작 소설"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유명한 장편 소설은 그런데로 자주 접할 수 있는데 단편 소설은 일부러 찾아 읽지 않는 한 쉽게 접할 수가 없다. 그 훌륭한, 많은 작가들의 단편 소설을 찾아 읽기란 정말로 힘든 일이기에 이렇게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엮은 책들은 정말 고맙다.

 

그렇다. <사랑학 수업>은 "사랑"을 주제로 하는 세계 유명 작가들의 단편 소설 17편을 엮은 책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알퐁스 도데나 기 드 모파상, 너새니얼 호손, 오 헨리와 같은 기라성 같은 작가들과 우리나라의 현진건, 일본 소설가인 하야마 요시키, 러시아 작가인 안톤 체호프, 알렉산드르 푸시킨, 이반 투르게네프 같은 작가들의 작품도 포함된다. 전 세계, 다양한 나라 작가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기쁨과 유명한 작가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작품이 아닌 아직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부분도 정말 만족스러웠다.

 

구성도 뛰어나다. 1부는 "내 사랑의 셰프는 나!"라는 주제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한다. 다양한 사랑을 이야기 하는 작품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의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2부는 "이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별을 잘 받아들이지 못해 죽음에 이르는 이야기에서부터 이별을 잘 받아들이고 새로운 운명을 찾아나가는 이야기까지 역시 다양한 시각을 보여준다. 3부는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기적, 사랑"으로 남녀 간의 사랑 이외의 사랑을 이야기 한다. 각 단편 소설 뒤에는 아빠와 딸의 대화 식으로 작품의 여운을 좀 더 즐길 수 있는 간단한 페이지가 있다. 단편소설을 읽다 보면 채 끝나지 않은 여운을 다 추스리지도 못한 채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 페이스 조절이 안타까울 때가 있었는데 이 이야기 페이지를 읽으며 그 조절이 가능하고 한 번 더 머릿속에서 정리가 가능했다.

 

"소녀가 나고 자란 따뜻한 남쪽 나라를 떠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추운 북쪽 나라로 간 것처럼 사랑은 '내가 살아온 세상'과는 다른 '그가 사는 세상' 속으로 뛰어드는 거야."...140p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 세계뿐만 아니라 나와 전혀 다른 세상까지도 껴안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 것만 주장하다 보면 언젠가 그 균열이 점점 커져 두 세계를 다시 떼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쉽지 않다. 때문에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평소에는 한 작가의 작품들을 읽으며 작가의 분위기를 익히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에 <사랑학 수업>을 읽으며 새로운 분위기의 작가들을 발굴(하야마 요시키)하는 기분도 들었다. 특히 러시아 작가들의 단편은 본격적으로 읽어본 적이 별로 없어서 한 편 한 편 아주 소중하게, 즐거운 독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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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 - 할 말은 하고 사는 사노 요코식 공감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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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노 요코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첫째를 키우며 알게 된 <100만 번 산 고양이>라는 그림책을 읽으면서부터이다. 아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처음 읽고 왠지 눈물이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림책이지만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었다. 단지 그 한 권이었다. 단 한 권의 그림책 작가였는데 이름을 외워버렸고 아주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다. 믿고 읽을 수 있는 작가.

 

언제부터인가 사노 요코의 이름으로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그림책 작가라서 그림책만 있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옛날에 읽었던, 좋아했던 그림책 생각이 났다. 그리고 알고 싶어졌다. 그녀가 쓴 이야기들. 마음 속 생각을 다른 형태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마침 제목도 <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이다.

 

이 정도로 솔직할 줄은 몰랐다. 30년 전의 글이라는 사실도 놀랍다. 40대의 내가, 40대의 작가가 쓴 30년 전 글을 읽는데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 그저 나랑 비슷한 시대에 살던 다른 친구의 글을 읽는 것 같다. 무지무지 솔직한. 그래서 사노 요코의 글을 읽다 보니 나 또한 이렇게 자유롭게, 아주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솟아나기도 했다.

 

당시로선 평범하게 살았다...고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다. 이혼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럼에도 작가는 자신의 삶을 위해 열심히 산 듯 보인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같은 거 게의치 않고, 자신을 위해, 자신의 아이를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말이다. 그렇게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에게 당당했던 것도 있지만 주변 친구들을 소중히 하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잘 쌓아온 덕도 있는 듯하다.

 

사노 요코는 가식이 없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도 굉장히 비판적이다. 어린 시절의 나르시시즘이나 젊은 시절의 교만함 같은 것도 추억과 함께 소환하여 마구 씹어댄다. 같은 40대인데도 내공이 다르다.

 

나는 아직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남 앞에서 허세도 부리고, 작가의 말마따나 가식적으로 웃느라 입꼬리가 아플 때가 있다. 이제 좀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될 나이가 아닐까... 가끔 생각하면서도 남 앞에 서면 언제고 다시 돌아가 그런 바보같은 미소를 짓고 있거나 나의 실제 성격과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노 요코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방식대로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나 자신을 드러내면서 말이다. 그녀의 다른 수필집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또다른 곳에서, 다른 시간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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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이와 신나는 공룡 나라로! 똑똑 모두누리 그림책
캐서린 안홀트.로렌스 안홀트 지음, 문유진 옮김 / 사파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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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키우면서 가장 주의했던 것이 성역할을 구분짓지 말자는 것입니다. 여자 아이라고 소꿉놀이에, 핑크색 드레스만 입히지는 말아야지 하고 말이죠.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둘째는 핑크색을 사랑하고 리본, 레이스 달린 옷만 좋아하죠. 하지만 갖고 노는 장난감엔 선입견이 없어요. 한 가지에 집착하지도 않죠. 두 살엔 캐릭터 인형을 좋아하더니 세 살엔 자동차, 이어 공룡에까지 관심을 갖더라고요. 네 살 어린이날 선물로는 당당하게 아기 인형과 변신 로봇을 신청하더군요.^^

 

<붕붕이와 신나는 공룡나라로!>는 그런 둘째가 아주 좋아할 만한 책이죠~. 좋아하는 자동차를 타고 공룡나라로 여행하는 이야기 책이거든요.

 

신나는 하루가 시작되고, 꼬마 토끼 붕붕이는 침대에서 깡충 뛰어내리며 꼬마 자동차에게 인사합니다.

둘은 아주 친한 친구 같아요~

붕붕이는 꼬마 자동차를 매일매일 구석구석 깨끗이 닦아 주어요.

 

 

그리고 둘은 신나는 모험을 하기로 합니다.

꼬마 자동차의 보라색 단추를 누르고 떠나죠~! 신나는 공룡 나라로!

 

자! 그림책은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꼬마 자동차는 도시를 달리고, 깜깜한 터널도 지나고, 산등성이를 오르내리죠.

그렇게 공룡 나라에 도착합니다.

 

 

붕붕이는 몸집이 작은 공룡과 만나 인사하고, 몸집이 조금 큰 공룡을 만나 인사하고 몸집이 더 큰 공룡도 만납니다.

그림책을 통해 공룡들의 크기를 비교할 수 있습니다.

이미 공룡 이름을 줄줄 꿰고 있는 둘째에게 조금 부족한 게 공룡들 크기였어요.

집에 갖고 있는 공룡 모형들은 모두 같은 크기로 되어있거든요.

그런데 붕붕이가 만나는 공룡들은 공룡이의 크기를 중심으로 아주 작은 공룡, 조금 더 커서 붕붕이만 한 공룡, 붕붕이 보다 큰 공룡으로 서로 비교해 볼 수 있어요.

둘째도 이 그림책을 보고서야 그걸 알겠는지

"엄마, 트리케라톱스가 스테고사우르스보다 더 커?"하고 묻더라고요.

 

그리고 아파트만큼 무지무지 거대한 공룡 브라키오 사우르스까지 만나게 된 붕붕이는 너무 무서워 다시 돌아가기로 해요.

 

이 책의 구성 중 가장 좋았던 부분이 처음 공룡 나라로 가는 과정과 집으로 가는 과정을 반대로 설명하고 있다는 점이었어요.

비록 갈 때는 신나게 붕붕~ 달려갔지만 올 때는 하늘을 슝~ 날아오긴 했지만요.

1 - 2 - 3에서 3 - 2 - 1로 아이들에게 순서 개념을 알려주기 좋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집에 돌아와 다시 꼬마 자동차를 쓱쓱 싹싹 구석구석 닦아주고 잠자리에 드는 모습까지도요~

매일이 모험 같은 날이면 얼마나 신날까요? 아이들에겐 매일이 그런 날이 될까요? 때론 일상에 지친 부모가 매일 같이 신나는 하루를 기대하는 아이들을 실망시키는 건 아닌지 되돌아볼 때가 있어요. 사실 아이들에게 신나는 매일이란 거창하거나 대단한 게 아니라 함께 하는 놀이일 수도 있는데 말이지요.

 

잠자리 책으로, 공룡 놀이를 하기 위한 책으로, 자동차 놀이를 할 때에도 들고 와서 읽어달라고 하네요.  저는 몇 번을 읽어주면서도 꼬마 자동차 이름이 붕붕이고 꼬마 토끼는 그냥 꼬마 토끼인 줄 알았는데 아이가 그럴 때마다 교정해주더라고요. 결국 아이가 "엄마는, 정말~"이라는 소리를 듣고서야 좀 더 정신차려야겠다고 다짐하는 엄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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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각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3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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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품에서 <금각사>를 소개받았는지 지금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딘가에 적어놨다고 기억해서 열심히 찾아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일본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 지금 주류를 이루는 많은 일본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서 꼭 읽어봐야 한다고 소개하고 있어 오랫동안 위시리스트에 담겨 있었다. 사실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좀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야겠다.

 

이번 <금각사>는 새로운 표지를 입고 출간되었다. 강렬한 빨강과 황토색에 살짝 금빛을 입힌 듯한 금각사 음영이 아주 깔끔하면서 화려한 표지이다. 고전, 명작에 대한 집착 때문에 한 장 한 장 조심히 읽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완전히 이해했다고는 (뒷부분 옮긴 이의 작품 해설을 읽었어도) 말할 수 없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내가 처음 읽었던 일본 문학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떠올린 것만으로도 즐거웠고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언젠가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고 다짐할 수 있어 좋았다. 나는 지금의 나대로 읽는다. 몇 년 후 조금 더 성장한 후 읽으면 또 달라지겠지 기대하며.

 

<금각사>는 실제 금각사 방화 사건을 소재로 하는 시사 소설이며 작가 미시마 유키오 자신의 정신과 고민을 담으려 했다는 점에서 고백소설이기도 하다. 실제 범인의 특징은 비슷하게 설정, 따르고 있지만 작가는 의미를 담고 구조를 만들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주인공 설정을 의도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주인공 미조구치는 태어날 때부터 말더듬이에다 추남이다. 어렸을 때부터 놀림도 많이 받은 탓에 점점 외곬수에 안으로 침참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 안에서부터 자신만은 남들보다 "미"에 대한 높은 인식을 지니고 있다고 믿고 있고 그 미에 집착하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 더욱 우쭐해지기도 한다.

 

"외모는 보잘것없었지만 나의 내부 세계는 누구보다도 이토록 충요로웠다. 무언가 씻어 없앨 수 없는 열등감을 지닌 소년이 자신을 은근히 선택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12p

 

미조구치가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금각사에 대한 상상은 절대 "미"로 연결된다. 실제로 아버지와 금각사에 갔을 때에는 실망했을 정도로. 그리고 그 미는 미조구치가 처음 연정을 품었던 우이코와도 연결된다. 우이코에게 민망할 정도로 무시당한 미조구치는 그 이후 여성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없고 그럴 때마다 금각사가 자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느낀다.

 

미조구치 주위의 두 친구 쓰루카와와 가시와기는 무척 대조적이다. 말더듬이인 특성 때문에 남들과 제대로 대화할 수 없고 이해받지 못했던 미조구치이지만 두 친구에게만은 그런 말더둠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쓰루카와는 미조구치 내면의 어떠한 악도 선으로 바꾸어주는 친구였던 반면, 가시와기는 그 악의 우유부단함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쓰루카와가 먼저 죽고 가시와기와 더욱 깊은 관계를 맺으며 소설은 끝으로 향한다.

 

"가슴이 크게 뛰었다. 출발해야 한다. 이 말은 거의 날개 치고 있다고 해도 좋았다. 내 주변으로부터, 나를 속박하고 있는 미의 관념으로부터, 내 감가불우로부터, 나의 말더듬 증세로부터, 나의 존재 조건으로부터, 하여간에 출발해야 한다."...262p

 

난 미에 대해 별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서 솔직히 미조구치의 집착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내게 그런 결핍의 요소가 처음부터 있었고 그로 인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너무 힘들었다면, 어쩌면 미조구치 같은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고 공감은 했다. 그보다 내가 <금각사>를 읽으며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내면의 "악"이었다. 원인이 무엇이든 쓰루카와조차 생각했던 것처럼 누구나 자신의 안에 악이 존재함을 느끼며 살지 않을까...하는 생각.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 안의 악과 손잡으려 하거나 친해지려 할 때 느끼던 죄책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소설을 소설로서 가볍게 읽을 때도 좋지만 공부하듯 읽는 것도 좋아한다. <금각사>는 내게 아직 공부가 더 필요한 소설이다. 더 많은 내공을 쌓은 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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