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사랑학 수업
알퐁스 도데 외 지음, 유혜영 엮음, 정마린 그림 / 시간과공간사 / 2017년 4월
평점 :
어떻게 보면 굉장히 따분한 제목이다. 사랑을 어떻게 수업으로 배우나. 자신이 여러 번 겪어도 알 수 없는 것이 사랑인데 말이다. 그런데도
이 책을 고른 이유는 "세계 명작 소설로 참사랑을 배운다"라는 부제목 중 "세계 명작 소설"이라는 말 때문이었다. 유명한 장편 소설은 그런데로
자주 접할 수 있는데 단편 소설은 일부러 찾아 읽지 않는 한 쉽게 접할 수가 없다. 그 훌륭한, 많은 작가들의 단편 소설을 찾아 읽기란 정말로
힘든 일이기에 이렇게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엮은 책들은 정말 고맙다.
그렇다. <사랑학 수업>은 "사랑"을 주제로 하는 세계 유명 작가들의 단편 소설 17편을 엮은 책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알퐁스 도데나 기 드 모파상, 너새니얼 호손, 오 헨리와 같은 기라성 같은 작가들과 우리나라의 현진건, 일본 소설가인 하야마 요시키, 러시아
작가인 안톤 체호프, 알렉산드르 푸시킨, 이반 투르게네프 같은 작가들의 작품도 포함된다. 전 세계, 다양한 나라 작가의 작품을 읽을 수 있다는
기쁨과 유명한 작가의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작품이 아닌 아직 한 번도 접해보지 못한 작품들이 대부분이어서 그부분도 정말 만족스러웠다.
구성도 뛰어나다. 1부는 "내 사랑의 셰프는 나!"라는 주제로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한다. 다양한 사랑을 이야기 하는 작품들을
읽어나가다 보면 진실한 사랑이 무엇인지, 사랑의 자세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된다. 2부는 "이별"에 대해 이야기 한다. 이별을 잘 받아들이지
못해 죽음에 이르는 이야기에서부터 이별을 잘 받아들이고 새로운 운명을 찾아나가는 이야기까지 역시 다양한 시각을 보여준다. 3부는 "세상에서 가장
공평한 기적, 사랑"으로 남녀 간의 사랑 이외의 사랑을 이야기 한다. 각 단편 소설 뒤에는 아빠와 딸의 대화 식으로 작품의 여운을 좀 더 즐길
수 있는 간단한 페이지가 있다. 단편소설을 읽다 보면 채 끝나지 않은 여운을 다 추스리지도 못한 채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 페이스 조절이 안타까울
때가 있었는데 이 이야기 페이지를 읽으며 그 조절이 가능하고 한 번 더 머릿속에서 정리가 가능했다.
"소녀가 나고 자란 따뜻한 남쪽 나라를 떠나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 추운 북쪽 나라로 간 것처럼 사랑은 '내가 살아온 세상'과는 다른 '그가
사는 세상' 속으로 뛰어드는 거야."...140p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내 세계뿐만 아니라 나와 전혀 다른 세상까지도 껴안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내 것만 주장하다 보면 언젠가 그
균열이 점점 커져 두 세계를 다시 떼어낼 것이기 때문이다. 쉽지 않다. 때문에 끊임없는 노력이 필요하다.
평소에는 한 작가의 작품들을 읽으며 작가의 분위기를 익히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번에 <사랑학 수업>을 읽으며 새로운 분위기의
작가들을 발굴(하야마 요시키)하는 기분도 들었다. 특히 러시아 작가들의 단편은 본격적으로 읽어본 적이 별로 없어서 한 편 한 편 아주 소중하게,
즐거운 독서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