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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 - 할 말은 하고 사는 사노 요코식 공감 에세이
사노 요코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17년 4월
평점 :
절판
사노 요코라는 작가를 처음 알게 된 건 첫째를 키우며 알게 된 <100만 번 산 고양이>라는 그림책을 읽으면서부터이다. 아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는데 처음 읽고 왠지 눈물이 나서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림책이지만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기 보다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는 어른을
위한 그림책이었다. 단지 그 한 권이었다. 단 한 권의 그림책 작가였는데 이름을 외워버렸고 아주 좋아하는 작가가 되었다. 믿고 읽을 수 있는
작가.
언제부터인가 사노 요코의 이름으로 에세이가 출간되었다. 그림책 작가라서 그림책만 있는 줄 알았는데 말이다. 옛날에 읽었던, 좋아했던 그림책
생각이 났다. 그리고 알고 싶어졌다. 그녀가 쓴 이야기들. 마음 속 생각을 다른 형태로 전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적인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마침
제목도 <아니라고 말하는 게 뭐가 어때서>이다.
이 정도로 솔직할 줄은 몰랐다. 30년 전의 글이라는 사실도 놀랍다. 40대의 내가, 40대의 작가가 쓴 30년 전 글을 읽는데도 전혀
위화감이 없다. 그저 나랑 비슷한 시대에 살던 다른 친구의 글을 읽는 것 같다. 무지무지 솔직한. 그래서 사노 요코의 글을 읽다 보니 나 또한
이렇게 자유롭게, 아주 솔직하게 내 이야기를 털어놓고 싶다는 생각이 불쑥 솟아나기도 했다.
당시로선 평범하게 살았다...고 생각하진 않았던 것 같다. 이혼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그럼에도 작가는 자신의 삶을 위해 열심히 산 듯
보인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 같은 거 게의치 않고, 자신을 위해, 자신의 아이를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말이다. 그렇게 살 수 있었던 이유는
자신에게 당당했던 것도 있지만 주변 친구들을 소중히 하고 친구들과의 관계를 잘 쌓아온 덕도 있는 듯하다.
사노 요코는 가식이 없다. 자신을 바라보는 눈도 굉장히 비판적이다. 어린 시절의 나르시시즘이나 젊은 시절의 교만함 같은 것도 추억과 함께
소환하여 마구 씹어댄다. 같은 40대인데도 내공이 다르다.
나는 아직도 남의 시선을 의식하고, 남 앞에서 허세도 부리고, 작가의 말마따나 가식적으로 웃느라 입꼬리가 아플 때가 있다. 이제 좀 그렇게
살지 않아도 될 나이가 아닐까... 가끔 생각하면서도 남 앞에 서면 언제고 다시 돌아가 그런 바보같은 미소를 짓고 있거나 나의 실제 성격과 다른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사노 요코처럼 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나만의 방식대로 남의 시선 의식하지 않고 편안하게, 나 자신을 드러내면서
말이다. 그녀의 다른 수필집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또다른 곳에서, 다른 시간에 어떻게 살아왔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