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각사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3
미시마 유키오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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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작품에서 <금각사>를 소개받았는지 지금은 잘 생각이 나지 않는다. 어딘가에 적어놨다고 기억해서 열심히 찾아봤지만 찾을 수가 없었다.  일본 문학을 이해하기 위해, 지금 주류를 이루는 많은 일본 작가들에게 영향을 끼친 작품으로서 꼭 읽어봐야 한다고 소개하고 있어 오랫동안 위시리스트에 담겨 있었다. 사실은 제대로 이해할 수 있도록 좀 기다리고 있었다고 해야겠다.

 

이번 <금각사>는 새로운 표지를 입고 출간되었다. 강렬한 빨강과 황토색에 살짝 금빛을 입힌 듯한 금각사 음영이 아주 깔끔하면서 화려한 표지이다. 고전, 명작에 대한 집착 때문에 한 장 한 장 조심히 읽기 시작했는데 솔직히 완전히 이해했다고는 (뒷부분 옮긴 이의 작품 해설을 읽었어도) 말할 수 없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이 내가 처음 읽었던 일본 문학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를 떠올린 것만으로도 즐거웠고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언젠가 다시 한 번 읽어야겠다고 다짐할 수 있어 좋았다. 나는 지금의 나대로 읽는다. 몇 년 후 조금 더 성장한 후 읽으면 또 달라지겠지 기대하며.

 

<금각사>는 실제 금각사 방화 사건을 소재로 하는 시사 소설이며 작가 미시마 유키오 자신의 정신과 고민을 담으려 했다는 점에서 고백소설이기도 하다. 실제 범인의 특징은 비슷하게 설정, 따르고 있지만 작가는 의미를 담고 구조를 만들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하도록 주인공 설정을 의도적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주인공 미조구치는 태어날 때부터 말더듬이에다 추남이다. 어렸을 때부터 놀림도 많이 받은 탓에 점점 외곬수에 안으로 침참한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 안에서부터 자신만은 남들보다 "미"에 대한 높은 인식을 지니고 있다고 믿고 있고 그 미에 집착하며 자신을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 더욱 우쭐해지기도 한다.

 

"외모는 보잘것없었지만 나의 내부 세계는 누구보다도 이토록 충요로웠다. 무언가 씻어 없앨 수 없는 열등감을 지닌 소년이 자신을 은근히 선택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닐까? "...12p

 

미조구치가 어렸을 때부터 들었던 금각사에 대한 상상은 절대 "미"로 연결된다. 실제로 아버지와 금각사에 갔을 때에는 실망했을 정도로. 그리고 그 미는 미조구치가 처음 연정을 품었던 우이코와도 연결된다. 우이코에게 민망할 정도로 무시당한 미조구치는 그 이후 여성들과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없고 그럴 때마다 금각사가 자신을 가로막고 있다고 느낀다.

 

미조구치 주위의 두 친구 쓰루카와와 가시와기는 무척 대조적이다. 말더듬이인 특성 때문에 남들과 제대로 대화할 수 없고 이해받지 못했던 미조구치이지만 두 친구에게만은 그런 말더둠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쓰루카와는 미조구치 내면의 어떠한 악도 선으로 바꾸어주는 친구였던 반면, 가시와기는 그 악의 우유부단함을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쓰루카와가 먼저 죽고 가시와기와 더욱 깊은 관계를 맺으며 소설은 끝으로 향한다.

 

"가슴이 크게 뛰었다. 출발해야 한다. 이 말은 거의 날개 치고 있다고 해도 좋았다. 내 주변으로부터, 나를 속박하고 있는 미의 관념으로부터, 내 감가불우로부터, 나의 말더듬 증세로부터, 나의 존재 조건으로부터, 하여간에 출발해야 한다."...262p

 

난 미에 대해 별 생각이 없는 사람이라서 솔직히 미조구치의 집착이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 하지만 만약 내게 그런 결핍의 요소가 처음부터 있었고 그로 인해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가 너무 힘들었다면, 어쩌면 미조구치 같은 인간이 될지도 모른다고 공감은 했다. 그보다 내가 <금각사>를 읽으며 가장 공감했던 부분은 내면의 "악"이었다. 원인이 무엇이든 쓰루카와조차 생각했던 것처럼 누구나 자신의 안에 악이 존재함을 느끼며 살지 않을까...하는 생각. 그리고 나도 모르게 내 안의 악과 손잡으려 하거나 친해지려 할 때 느끼던 죄책감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

 

소설을 소설로서 가볍게 읽을 때도 좋지만 공부하듯 읽는 것도 좋아한다. <금각사>는 내게 아직 공부가 더 필요한 소설이다. 더 많은 내공을 쌓은 후 다시 한 번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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