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마 동물들과 같이 하는 신나는 계절놀이 똑똑 모두누리 그림책
마리옹 비예 지음, 손예린 옮김 / 사파리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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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신나는 그림책을 만났습니다. 아기자기 귀여운 동물 캐릭터가 가득한 예쁜 그림책이에요.

아이가 받자마자 괴성을 질렀다죠. ^^

처음 이 책을 선택했던 이유는, "계절 놀이"라는 제목 때문이었어요.

만 3세, 이제 사계절을 알 때가 되지 않았나~ 싶은데,

올 봄 새록새록 피어나는 새싹과 봄꽃을 보고 "이제 봄이야~" 하고 이야기해 주었더니

매일매일 "이제 봄이야?" 하고 물어요.

처음엔 봄에 대해 알았구나~ 생각했는데 아직도 뜬금없이 "겨울이야? 봄이야?" 묻는다는 거죠. ㅎㅎ

"이제 여름이야~" 했더니 왜 봄이 아니냐고, 그럼 겨울이냐고 헛소리를 잔뜩~!

 

책으로 확실하게 사계절의 이야기를 알려줘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아이가 좋아하는 동물 캐릭터에 아주 밝고 아기자기한 그림도 맘에 들었죠.

그런데, 이 책 생각보다 훨씬 더 재미있는 책이에요.^^

 

 

그림책은 꼬마 동물들의 숲 속 마을, 추운 겨울 아침에 시작합니다.

꼬마 동물들이 유치원에 가요.

유치원으로 향하는 길, 친구들이 함께 만나 인사하네요.

어떤 친구는 장감 한 짝을 떨어뜨리고, 어떤 친구는 롤러 블레이드를 타고 가고,

어떤 친구는 킥보드를, 다양한 모자를, 목도리를 두르고 가요.

 

<꼬마 동물들과 같이하는 신나는 계절 놀이>는 숨은그림 찾기 같은 책이에요.

그런데 숨은 그림 찾기만 있는 게 아니라 자신의 의견을 말하거나 상황을 이해하거나 갯수를 세거나 활동을 유도하도록 하하지요.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깜짝 놀라고 아이는 선물 받는 기분인가봐요. ^^

 

 

사실 처음엔 페이지마다 미션을 수행하느라 바빠서 그림책을 큰 그림으로 보지 못했어요.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계절 말이죠.

그런데 책을 한 번 다 읽고난 아이가 "또!" 하고 외치더라고요.

얼마나 재미있었는지 연달아 5번이나 읽었죠.^^

좀 크고 나서는 같은 책을 연달아 읽은 적은 거의 없었거든요.

저도 그렇게 5번이나 읽으면서 큰 그림을 보게 되네요.

 

우선, 책을 읽는 독자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동물 캐릭터와 유치원 등교라는 점이 좋았어요.

자기 이야기와 동일시시키며 즐길 수 있거든요.

유치원에서 하는 활동들, 봄이 오면 하게 되는 바깥 놀이 등 말이죠.

 

네, 크게는 봄-여름-가을- 겨울로 되어 있어요.

유치원 친구들의 1년을 함께 따라가는 거죠.

유치원 생활뿐만 아니라 소풍 등 다양한 장소에서의 활동 등을 통해 봄, 여름, 가을, 겨울에 하는 활동을 익힐 수 있습니다.

 

저희 아이는 앨범 사진 보는 걸 정말 좋아해요.

하루하루 지내며 잊혀지는 추억들이 사진을 보면 다시 되살아나고 그렇게 곱씹는 게 정말 좋은가봐요.^^

이 그림책을 읽으면서도 그랬답니다.

우리도 그때는 이랬어~ 하면서요.

 

그림책은 훅 읽고 쌓아두거나 내팽개쳐두는 게 많은데 이 놀이 그림책은 두고두고 읽으며 즐길 수 있는 책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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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와 딸의 7일간
이가라시 다카히사 지음, 이영미 옮김 / 까멜레옹(비룡소)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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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일에 가끔 보게 되는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최근 반복해서 보게 되었던 영화가 있다. 바로 <아빠는 딸>. 워낙 한국 영화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데다 몸이 서로 바뀐다는, 약간은 고리타분한 설정에 '나는 절대로 저 영화는 보지 않겠구나...' 생각했다. 그러다 비룡소의 청소년 브랜드 까멜레옹의 책 <아빠와 딸의 7일간>이라는 제목을 보니 감이 딱 왔다. 이 소설이 원작이구나... 하고. 영화도 그렇고 책 표지도 그렇고 무척 한국스럽다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일본 작가의 작품이다.

 

영화에 대한 설명을 보았기 때문인지 처음 소설 도입 부분이 영 지루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었고 왠지 그 다음 내용도 알 것 같았고 작가가 이 작품을 왜 썼는지도 알겠고 딱히 새로울 것이 전혀 없었다고 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소설을 줄줄 읽고 있었고 나름 다음 계획을 세우고 있었고 감탄하고 마지막엔 감동하기까지 했다. 어쩌면 뻔한 결말에 만들어진 감동일지 몰라도 그걸 다 아는데도 눈물짓게 하는 작가의 힘은 칭찬할 만하다. 마지막 장을 덮고 생각해 본다. 분명 다 아는 내용이었고 결말까지 예측했는데 나는 왜 감동 받고 있는 건지.

 

작가는 호러서스펜스 대상을 수상하며 작가로 데뷔했다고 한다. <아빠와 딸의 7일간>도 몸이 바뀐다는 설정이 어떻게 보면 무섭고 끔찍한 상황이다. 그런 상황을 다른 스위치 작품들처럼 때론 코믹하게, 때론 진지하게 풀어냈지만 기본적으로 작가는 사람의 심리를 잘 묘사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책을 읽어나가며 가장 많이 생각했던 건 남편에게도 이 책을 읽혀야겠다...라는 것이었다. 딸아이가 사춘기에 들어서며 나와는 다르게 자주 부딪치는 경우가 많았고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말을 자주 했기 때문이다. <아빠와 딸의 7일간> 속 아빠와 딸도 그렇다. 어떤 계기가 있었던 건지 정확하게 생각도 못하는 사이 아빠 교이치로와 딸 고우메는 대화 한 마디 하지 않고 지낸지 오래이다. 그런데 불의의 사고로 두 사람의 몸이 바뀌고 아빠는 고등학생 딸로, 딸은 샐러리맨 아빠로 일주일을 살게 된다. 평소 대화를 하지 않았으니 서로에 대해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상황을 잘 헤쳐가기 위해 이 둘은 몇 년간 하지 않던 대화를 하게 되고 서로의 생활 속에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다.

 

아마도 내가 어느 정도의 내용을 알면서도 이 소설에 푹 빠질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이 두 사람의 심리 묘사 때문이었을 것이다. 너무나 생생한 사춘기 딸의 상황과 정말 어찌할 수 없을 정도로 답답한 샐러리맨의 하루하루가 너무나 생생히 묘사되기 때문이다.

 

서로를 이해한다는 것은, 어떤 인간 관계에서도 가장 기초적인 방법인데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소홀해질 때가 있다. 아니면 당연히 이해해주겠지...하고 말이다. 하지만 그런 오해들이 쌓이고 쌓여 단절을 만들어낸다. <아빠와 딸의 7일간>은 어느 한 쪽이 옳다거나 어느 한 쪽의 상황만을 이해해달라고 하지 않는다. 30년이라는 세월이 주는 세대차이와 각자의 위치를 설명하고 조금씩만 이해하고 들여다보자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다시 각자의 위치로! 그래서 의미있는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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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는 내 친구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46
로사나 보수 지음, 유지연 옮김 / 지양어린이 / 201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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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인데 표지가 정말 특이합니다. 아이들 그림책이라는 느낌보다는 아름다운 작품을 보는 것 같습니다. 보통의 밝고 화려한 이미지가 아니라 무채색의 강렬한 이미지처럼 보입니다. 나무 기둥 아래로 뿌리처럼 보이는 것은 자세히 보면 나뭇잎입니다. 그럼, 어쩌면 저 나무는 뒤집혀 있는 거겠군요. 그래서 표지를 펼쳐보니(이 그림책은 아래에서 위로 넘겨보는 그림책입니다.) 뒷표지에서야 나무의 뿌리가 드러납니다. 그러니 뒤집힌 것이 아니라 제대로인 나무였네요.

 

나무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책일까, 나무를 요리조리 뜯어보는 그림책일까 한참을 상상하다 페이지를 폅니다.

 

   

 

무채색 표지에서 화려하고 감각있는 일러스트로 바뀝니다. 원색인 듯 아닌 듯한 색감에 감탄사가 절로 나오네요.

이제서야 책을 천천히 파악해 봅니다.

 

그림책 한 장 한 장에는 글이 많이 없습니다. 나무 이야기도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러니 처음엔 어리둥절~

그런데 천천히 살펴보고 생각해 보면 모두 나무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우선 큰 글씨로 그 장의 주제가 씌어있어요.

 

"숨을 쉬고 있어요."  " 소리를 들어요."  "하늘을 날아요." 와 같은 주제들이죠.

그리고 그 주제 아래에 간단한 설명이 이어집니다. 자세한 설명이 아니기에 연관성을 찾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처음 아이와 <나무는 내 친구>를 읽을 때에는 자세한 설명을 해주지 않았어요.

아이가 온전히 이 책을 느끼고 생각하길 바랬거든요. 그러기 위해서는 아주 천천히 읽어야 하고 중간 중간 쉬면서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주어야 합니다. 그러고 나서 아이가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면 약간의 설명도 필요하겠죠. 엄마의 상상을 곁들인 이야기로요.

 

이야기는 점점 확장됩니다.

나무 자체에서 나무 주위에 살고 있는 생물들, 주변 환경과 무늬들까지요.

 

   

 

결국 <나무는 내 친구>는 나무에 대한 책이 아닌, 우리에 대한 책일지도 모르겠어요.

도시에 사는 아이들은 자연에 대해 잘 모르죠. 기껏해야 나뭇잎, 꽃, 개미 정도랄까요?

숲에서만 볼 수 있는 아주 작은 생물들에서 큰 생물들, 다양한 무늬와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수많은 생물들에 대한 이야기가 바로 <나무는 내 친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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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련님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23
나쓰메 소세키 지음, 양억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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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처음 접한 건 대학 입학 후 일본어를 배우면서였다. 어느 정도 중급 이상의 실력이 되자 선생님께서 추천해 주셨는데 첫 독서는 원서였기 때문에 사실 거의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단지 책 속 주인공이 등장인물들을 별명으로 만들어 부르는 것이 너무 재미있어 번역본을 다시 구입하여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번엔 내가 좋아하는 청소년 시리즈 "징검다리 클래식"으로 <도련님>을 읽었다. 대략 10년 만에 다시 읽는 것 같은데 읽을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 나이를 먹어가며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씩 바뀌어서 그럴 것이다. 나이에 따라, 자신이 처한 상황에 따라. 이제 나는 주인공인 도련님보다 두 배에 가까운 나이가 되었고 그러다 보니 도련님의 입장 보다는 키요의 입장에서 바라보게 된다.

 

소설은 "나"의 유년 시절로부터 시작한다. 몇몇의 사건을 통해 "나"가 얼마나 고집이 세고, 호기롭고 때로는 제멋대로이며 하지만 얼마나 정의롭고 순수한지를 보여주는 부분이다. 그 성격 때문에 가족들은 "나"를 "글러먹은 놈"이라거나 "사람 구실도 못할 놈"이라고 제쳐놓았다. 그럼에도 자신을 하늘처럼 떠받들어주는 이가 있는데 바로 집안의 가정부인 키요 할머니이다. 키요는 "성격이 올곧아서 참 좋다"거나 "마음이 너무 깨끗하다"라면서 맹목적으로 "나"를 지지해준다. "나"는 그런 키요 덕분에 아주 엇나가지 않고 가족과는 모두 헤어져도 키요 만은 자신이 보살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도련님>의 주 무대는 됴쿄가 아니다. 어린 시절의 설명은 무척 짧고 본격적으로 소설이 시작되는 부분은 이 도쿄를 떠나 첫 직장으로 선택하게 된 시코쿠 지방의 아주 작은 중학교이다. 아직 스스로도 제대로 독립을 하지 못한 상태라 키요 할머니와 함께 할 수 없었고 얼른 돈을 벌어 자신을 꼭 데려가라는 키요와는 안타까운 이별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 시골 중학교에서 "나"는 무척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나게 된다. 시골이라서 사람들이 순진할 것이라든가 알력 싸움 같은 것은 없을 것이라는 사실이야말로 또다른 편견이다. "나"는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에게 이름 대신 별명을 붙여 부르며 솔직하지 못하고 잔머리를 굴리며 각자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사람들에게 진저리를 친다.

 

"나는 원래가 무던한 성격이어서 어떤 일이 벌어지든 별걱정없이 오늘날까지 버텨왔다. 그런데 여기 와서 한 달도 채 안 된 사이에 세상일이 너무 번잡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딱히 대단한 사건이 일어난 것도 아니지만, 갑자기 나이를 한꺼번에 대여섯 살쯤 먹어 버린 기분이랄까."...133p

 

<도련님>을 두 번째 읽었을 때에는 한창 회사 생활에 지쳐있던 때였다. 그냥 솔직하게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만 다하면 되는 것이 사회 생활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때문에 이 소설을 읽으며 나처럼 첫 사회 생활에 실망하고 다 버리고 떠나버리고 싶었던 도련님에게 가장 많이 공감했었다. 물론 도련님처럼 정의의 복수 같은 것은 꿈두 꿀 수 없었겠지만.

 

이번에 읽은 <도련님>은 도련님의 키요에 대한 애정이었다. 유일하게 자신을 진정으로 믿고 훌륭하다고 칭찬해주며 지지해준 인물에 대한 가슴 깊은 애정이 소설 전반에 걸쳐 표현된다. 그 애정을 자세히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첫 사회 생활을 겪으며 키요를 그리워하고 자신을 걱정할 키요를 생각하며 편지도 쓰고 키요에 대한 고마움도 깨닫게 되는, 도련님의 "성장"이야기였다. 특히 마지막 키요의 마지막까지 잘 돌봐준 도련님의 이야기는 가슴이 찡할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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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투스는 베레니스를 사랑하지 않았다
나탈리 아줄레 지음, 백선희 옮김 / 무소의뿔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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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아름다운 책을 만났다. 분명 앞, 뒤 표지는 다른 책처럼 생겼는데, 책 등이 없다. 제본 하다 만 것처럼, 약간은 끈적한... 책 제본시 사용되는 실이 그대로 보여지도록 그 위에 접착제를 바르고 말려 그 위에 그대로 제목을 찍었다. 처음엔 이대로 괜찮은 건지, 혹 책이 오래 가지 못하고 갈라지거나 두 쪽으로 쪼개지는 건 아닌지 걱정될 정도였는데 그래서 조심히 한 장 한 장 넘기며 읽어나가는 와중에 점점 이 표지에 빠져들게 된다. 제본 실의 보라색이 페이지를 펼칠 때마다 그대로 드러나면서, 앞표지의 보라색과 같다는 사실을 깨달으면서 다시 한 번 감탄하고 참 아름답다고 여기게 되었다.

 

책도 그렇다. 일반 소설들과는 좀 다르다. 언제 시작했는가 싶게 시작되어 어느새 다른 이야기로 넘어가 있고 선뜻 다가가기 어렵게 느껴지다가도 정신 차리면 푹 빠져들게 된다. 경계가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내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지 의아하고 나도 모르게 페이지를 넘기며 읽고 있다 보니 앞부분을 제대로 이해했는가 싶어 다시 앞으로 돌아가 읽곤 했다. 그래도 아마 나는 이 책을 몇 번을 더 읽어야지 싶다.

 

장 라신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처음 들었다. 아니, 어디선가 "라신"이라는 이름을 들었던 것 같기는 하지만 본격적으로 알게 된 것은 이 책을 통해서가 처음이라고 해야겠다. 그러니 그의 삶이나 작품 등에 대해선 문외한이다. 티투스와 베레니스의 이야기도 마찬가지이다. 책 소개를 통해 대강 알지 못했다면, 뒤쪽 옮긴이의 말을 통해 알게 된 그들의 이야기를 조금 알지 못했다면 아마도 이 소설을 2%도 이해하지 못한 채 말 그대로 글만 읽었을지 모르겠다.

 

소설은 현대의 베레니스로부터 시작한다. 티투스에게서 버림 받는 베레니스. 도저히 이 이별의 슬픔을 견딜 수 없던 베레니스는 우연히 라신의 비극시를 접하게 되고 자신들과 같은 이름, 티투스와 베레니스를 발견하고 어떤 숙명을 느낀다. 그리고 그녀는 흡입하듯 라신의 작품들을 읽어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어느새 이야기는 라신의 삶과 작품, 그의 생각, 감정들로 이어진다. 처음부터 끝까지 이 책은 현재형이다. 대화체는 존재하지만 따옴표 없이 물 흐르듯 씌여있다. 문장 하나 하나가 라신의 시구처럼 의미를 함축하고 이미지를 전달하고 아름답게 노래한다. 솔직히 내게는 좀 어려웠다고 고백해야겠다. 몇 번이나 앞에서부터 다시 읽고 싶은 충동을 내리눌러야 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즐거웠던 이유는 처음 알게 된 라신이라는 작가의 노력과 감정이, 그의 삶과 작품을 통해 이별, 사랑의 아픔을 잊으려는 베레니스의 마음이 어느새 전이되었기 때문이다.

 

아직도 배워야 하고 새로 읽어야 하는 수많은 작품들이 많다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는다. 그다지 시를 즐기지 않는 나이지만 사춘기 그 시절처럼 라신의 시를 찾아 소리내어 읊어보고 싶은 욕구가 강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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