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이로그 조작사건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2
팀 콜린스 지음, 김영아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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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이로그'? 처음엔 브이로그가 도대체 뭘까... 했다. 요즘 청소년들 사이엔 내가 모르는 단어가 수두룩 하니 그저 그런 종류 중의 하나려니. 그런데 읽다 보니 익숙하다. 우리가 VJ라고 부르는 건가 보다. 브이로그(Vlog:Video + Blog)라니, 상상도 못했다. 알고 보면 쉬운 말인데 처음 접한 낯선 단어는 무척 생경하다. 그런 생경한 단어였지만 책은 무척 가독성이 높다. 순간순간 변하는 장면들과 눈에 보일 듯 전해지는 올리비아의 감정들이 바로바로 와닿는다.

 

올리비아는 막 전학왔다. 이미 자기들끼리 무리를 이룬 틈에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기가 무척 힘들다. 그럼에도 해야 하는 학교 생활인지라 올리비아는 이런 사막 같은 학교 생활을 돌파할 다른 취미를 찾기로 한다. 그 취미는 학교에서 가는 뉴욕 비행기값을 댈 수 있을 만큼의 수익을 내야 한다. 그리고 그 뉴욕 여행을 통해 올리비아는 다시 예전과 같은 패밀리(영국에선 몰려다니는 친구들을 이렇게 부르나 보다)를 만들어 활기찬 학교 생활을 만들 계획이다.

 

올리비아의 브이로그는 이렇게 시작된다. 하지만 자신은 수익을 낼 유명 인터넷 스타가 되기 위한 얼굴과 목소리가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올리비아는 기획력에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각본은 자신이 짜고 자기 대신 내새울 인물을 찾는다. 데스티니의 브이로그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실시간으로 달리는 댓글 반응을 보며 올리비아는 잘 나가는 브이로그를 위해 최선을 다하지만 정말 이대로 괜찮은 걸까?

 

최근 계속해서 VJ들의 도덕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었다. 억을 넘게 버는 VJ들이 생겨나면서 다른 이들보다 더 돋보이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리기 위해 선정적인 기획을 하고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이다. 과격하고 수위가 높을수록 인기가 많다고 한다. 이런 동영상들을 어린 아이들까지 보게 되면서 사회적 문제가 되기도 했다. 돈을 위해서라면 정말 아무것도 상관이 없는 걸까?

 

올리비아는 처음엔 아무 생각이 없었다. 원래 인터넷에는 거짓이 많고 보는 사람들도 그런 것을 바탕으로 본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거짓이 가해지고 형편없는 상품 광고에 대한 후회까지 하게 되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된다.

 

요즘 아이들(초등생 포함이다)은 아주 쉽고 아무렇지 않게 자신의 일상이나 이야기 하고 싶은 것들을 동영상으로 찍어 올리는 것 같다. 인터넷이 가까운 아이들이다 보니 이런 것도 쉬운가 보다. 하지만 이런 활동을 하기 전에 자신이 정말 하려는 것이 무엇이고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 한 번이라도 생각을 해보기나 할까?

 

<브이로그 조작사건>은 재미와 교훈을 모두 잡은 소설이다. 올리비아의 싪와 새로운 도전을 통해 어떤 모습이 옳은 것인지를 간접적으로 보여준다. 사실 대세에 끼느냐, 끼지 않느냐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보다 나만의 가치관을 형성하는 것이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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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 - 500년 전 루터는 무엇을 이루고 무엇을 남겼는가
박흥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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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종교개혁 500주년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최근 종교개혁 관련 도서가 쏟아져나오고 있다. 내가 마르틴 루터를 선택한 이유는, 종교개혁의 중심에 그가 있기 때문이다. 세계사를 흐름으로만 접하다 보면 그 안에 들어가 사건들이 왜 일어났는지 자세히 알기가 쉽지 않다. 인간 중심이 아니라 사건 중심으로 접하게 되고 온전히 공감했다기 보다는 '그렇구나~'하고 이햏는 수준이다. 인물에 대해 알게 되면 공감하게 된다. 더 나아가 원인과 결과를 통해 장단점을 비판의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면 더욱 좋을 것이다.

 

<미완의 개혁가, 마르틴 루터>의 작가 박홍식 교수도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종교개혁의 전반적인 주제를 깊이있게 다루거나 루터를 심도있게 연구하기 보다는 루터가 어떤 계기로 종교개혁의 중심에 서게 되고 어떤 일들을 하였으며 어떤 생각을 했는지를 통해 "비판적인 시선으로 분석하고 평가하는 긴요한 과제(...23p)"에만 집중하겠다고 말이다. 교회의 입장도, 세속사의 입장도 아니다. 일반인이 쉽게 읽고 루터와 종교개혁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나름 세계사를 공부해 온 사람으로서 이 책은 무척 유용했다. 대략적인 흐름만 알고 있다가 안으로 쑤욱~ 들어간 느낌이다. 교황과 교회의 면벌부 판매를 보다 못한 루터가 교회에 95개조 반박문을 써 붙이고 교황과 교회에 반기를 들었다. 아무리 교회 중심의 시대에서 조금씩 벗어나던 때라고 하더라도 이런 일은 있을 수도 없는 행동이다 그걸 알고 있었는데도 인간 루터가 왜 그런 결정을 했는지에 대해서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것 같다. 그저 무너져가는 교회 상황을 두고볼 수가 없었고 반박문을 통해 반기를 들었고 제후들의 보호를 받으며 개혁 시도를 했었다는 사실에만 집중했었다. 하지만 루터는 사실 처음부터 반기를 들 생각은 없었다는 점(교회 문에 반박문이 정말 내걸렸을까..라는 의문에서부터 이 책은 시작된다.), 신실한 목회자로서 교회 내부에서부터 변화되기를 바랐다는 점이 무척 인간적으로 느껴졌다.

 

'오직 성경', '오직 믿음', '오직 은혜'라는 용어로 루터는 기존의 교회에 맞선다. 루터의 중심에는 성경 중심의 믿음이 있다. 교황 한 사람이 좌지우지하는 시스템이 아닌, 누구라도(물론 목회자와 귀족들만 속한다) 성경을 해석할 수 있고 개인개인이 성경을 통해 하느님과 만날 수 있다고 주장한 것이다. 처음엔 가톨릭으로부터 독립할 생각이 아니었더라도 가톨릭과 맞서게 되면서 점차 자신만의 교리를 세워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했다.

 

루터에게 가장 아쉬운 점은 농민 혁명일 것이다. 자신들을 지지해준다고 생각한 농민들을 뒤로 하고 철저하게 제후들 편에 선 점 말이다. 덧붙여 이 책을 통해 새로 알게 된 사실은 급진 개혁자들인 자신의 종료들 조차도 뒤로 하고 그 시대의 제후들 편에 섰다는 점이었다. 루터가 종교개혁의 다양성을 막은 것은 정말 안타까운 일이다. 하지만 개신교의 대략적인 형태를 만들어가고 죽을 때까지 신앙에 최선을 다하며 사역한 점은 실로 놀랍다.

 

작가는 이 책을 통해 현대의 종교계도 바라본다. 역사는 되풀이되고 우리는 그 역사를 통해 잘못된 점을 바로잡아야 한다. 과거에 있었던 일을 반성하지 못하고 같은 역사를 되풀이하는 것처럼 바보 같은 일이 있을까. 인간 루터를 통해 500년 전의 역사를 통해 지금의 우리를 되돌아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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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칠한 재석이가 폭발했다 (양장) 까칠한 재석이
고정욱 지음, 이은재 그림 / 애플북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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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5번째란다. <까칠한 재석이가 사라졌다>에서 시작한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가 "돌아왔다"에 이어 "열받았다, 달라졌다"그리고 <까칠한 재석이가 폭발했다>로 돌아왔다. 몇 년 전부터 청소년 소설 분야에서 이름이 보이기 시작하더니 어느새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만화 같은 표지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고 자극적인 제목도 한몫 한다. 이 시리즈가 뜨고 나서 알게 된 몇몇 정보 때문인지 오히려 나는 이 책이 쉽게 손에 잡히지 않았다. 왠만한 한국 청소년 소설 주인공들이 이른바 일진이라는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고나 할까.

 

5편째나 되어서야 까칠한 재석이를 접하게 되었다. 앞편을 읽지 않아서 살짝 걱정됐는데 본편이 시작되기 전에 전편 줄거리가 소개되어 있어 좋았다. "말보다 주먹이 앞서고 가진 거라곤 큰 덩치와 의리뿐"이었던 재석이는 여러 사건을 거치며 환골탈태하여 이제는 작가 지망생으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아가는 재석이가 되었다.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는 각 편마다 청소년들의 문제들을 하나씩 소환하여 문제를 풀어가는 식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번 5편 폭발했다에서는 왕따 문제를 다룬다.

 

소설 공모전을 열심히 준비하던 재석에게 병조가 도움을 청한다. 초등학생 5학년인 사촌 동생 준석이가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있고 그 뒤엔 조직적인 일진이 버티고 있다는 얘기였다. 초등학생들이니 워낙 이 동네에서 유명한 재석이가 간단히 한 마디 하면 되겠지로 시작된 이 도움은, 초등학생뿐만 아니라 중학생, 고등학생까지 연결된 조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점점 커진 사건에 재석이와 친구들은 좀 더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아보려 한다.

 

"교실은 어느새 어른들의 세계와 닮은, 권력이 절대 기준인 사각의 링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렇게 가해자도 피해자도 모두 고통받고 있었다."...101p

 

솔직히 말하면, 소설이 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자극적인 영화 한 편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랄까. 물론 왕따는 존재한다. 그 문제는 언제부터인가 스멀스멀 파고들어 이제는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지경이 아닌 것처럼도 보인다. 소설이 영화처럼 느껴진 이유는 사건이 순수한 왕따 문제만 다룬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있는 일진 아이들의 모습까지 그렸기 때문이다. 왕따는 그리 간단하지 않다. 왕따 뒤에 단순히 일진이 존재한다고 해버리면 일진들만 소탕하면 되어버리기 때문에 좋지 않은 접근처럼 느껴졌다.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의 첫인상과 달리 책을 펴들고 깜짝 놀랐던 건 바로 작가의 존재였다. 아이들 동화책 읽어줄 때 가장 좋아했던 분이 고정욱 선생님이었는데 재석이 시리즈의 작가가 고정욱 선생님이라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동화 작가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청소년 분야까지 진출하신 사실에 깜짝 놀랐다. 하지만 이번 작품을 읽으며 "실망"이라는 말을 내뱉어야겠다. 아이들에 대한 편견이나 교훈을 들이미는 듯한 분위기가 읽는 내내 느껴져서 불편했다. 글쓰는 방법을 소개하는 부분도 새로운 시도처럼 보이기는 했지만 원래 문제였던 소재에서 자꾸 벗어나는 느낌 또한 지울 수 없다.

 

분명 아이들은 어렵고 진지한 작품은 읽지 않는다. 어쩌면 그래서 "까칠한 재석이" 시리즈가 베스트셀러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쉽고 자극적이기 때문에. 하지만 정말 의도한 대로 교훈을 깨달으며 읽을런지에 대해서는 의문이다. 그저 재미만을 위해 훅 읽고 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기우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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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41 달기지 살인사건 - 달기지 알파 1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51
스튜어트 깁스 지음, 이도영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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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읽던 SF 동화 속 우주의 이야기는 마냥 신기하기만 했었다. 이미 인류가 달에 착륙한 후였지만 달은 아직도 신기한 곳이고 닿을 수 없는 곳처럼 보였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막내에게 "푸른 하늘 은하수~" 노래를 불러주고 밤에 산책하다 함께 하늘을 올려다 보면 저 위에 떠있는 달은 아직도 토끼 한 마리가 살고 있을 것만 같다. 인류에게 달은 이런 곳인가 보다. 인류가 정복했다는 달은 아직도 인류에게 미지의 장소이다. 그래서 달에 사는 이야기가 계속 만들어지나 보다.

 

<2041 달기지 살인사건>이라니, 제목부터 화끈하다. 지금으로부터 20년쯤 지나면 달에 기지가 생기나 보다. 그런데 그런 기지에서 살인사건까지! 책이 시작되면 "달기지 알파"의 전개도가 나온다. 앞으로 벌어질 사건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한 배려이다. 그리 넓지 않은 곳이다. 달을 연구하기 위한 기지로서 연구 박사 가족을 위한 숙소와 체육관, 연구동, 식당이 주위에 배치되어 있고 중앙에 기지에서 살아가기 위한 온실(별 효과는 없지만)과 가족의 아이들을 위한 학교와 다목적실로 이루어져 있다. 모든 것들이 갖추어져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구를 떠나 달기지라는 낯선 곳에서 살아야 한다면, 흥분과 걱정이 뒤섞일 것 같다. 하지만 일단 도착하고 나면 마냥 신나지 않을까? ... 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달기지 알파"에선 아니다.

 

작품은 챕터별로 시작마다 NASA의 달기지 알파 공식 안내서로 시작된다. 환영인사에서부터 숙소 안내, 교육이나 안전성 등 달기지에서의 생활 속 궁금증들을 풀 만한 안내서이다. 하지만 주인공 대시는 처음 NASA에서 발급한 공식 안내서는 모두 "거짓"이라고 말한다. 편안한 숙소는 커녕 잠이 오지 않는 수면 캡슐에서 밤을 지새다 겨우 잠드는 생활에 신선한 음식이라곤 눈씻고 쳐다봐도 볼 수가 없고 화장실 처리는... 가고 싶지 않을 만큼 끔찍하단다.

 

사건은 바로 그 화장실에서 시작된다. '아닌 밤중에' 갑자기 배가 아파서 가게 된 화장실에서 변기에 문제가 생기고 그런 상황에 홀츠 박사님이 들어오면서 대시는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 처한다. 홀츠 박사님은 무척 들떠 있었고 중대한 발표를 앞두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대시는 홀츠 박사님이 실수로 에어로크 밖으로 나갔고 우주복을 제대로 입지 않아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접하게 된다. 모든 이들이 박사님의 죽음을 담담히 받아들이는데도 불구하고 대시는 박사님이 살해당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소설을 끝까지 읽고 나면 별 얘기가 없었던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범인을 밝혀나가는 과정과 달기지에서의 생활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무척 재미있기 때문이다. 사건은 해결되었고 이제 대시는 이곳이 그렇게 싫지 만은 않은 장소가 되었다. 그리고 달기지 알파의 이야기는 계속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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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현 세자의 진짜 공부 라임 틴틴 스쿨 9
설흔 지음, 유준재 그림 / 라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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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일어났다. 왕은 피신했고 45일 간의 항쟁이 있었으나 결국 항복하고 말았다.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고 지도자들은 무지했으며 자신들의 이권만 생각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럼에도 너무나 치욕적인 전쟁이었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했고 백성들은 무참히 짓밟혔으며 왕 또한 두고두고 한이 될 만한 행동들을 해야만 했다.

 

병자호란... 우리가 기억하는 전쟁이다. 역사 시간에 단편적으로 배웠든, TV에서 다큐멘터리나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든 우리는 이 전쟁에 대해 왠만큼 알고 있다. 즐거운 일이 아니기에 다른 일처럼 일일이 기록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므로 이 전쟁에 대해 우리는 많은 생각을 더할 수 있다. 때문에 영화로, 소설로도 다양하게 그려지고 있는 것일 게다.

 

<소현 세자의 진짜 공부>는 정말 독특한 소설이다. 작가 지망생이었으나 지금은 백수인 '나'가 자신을 돌아보며 움직이는 장소마다 나타나는 한 남자와의 대화가 이 소설의 주를 이룬다. 그는 처음에 하급 행정직 공무원 같은 차림새로 나타나 '나'의 앞에 앉아 초코파이를 내밀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만날 때마다 점점 추레해지고 누추해지는 그의 모습과 더불어 '나'가 알 수 없는 남자의 의미로 이름 붙인 '존'이 자신을 소현 세자로 인식하고 그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존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상황과 오버랩되는 것을 느끼는 '나'는 그 옛날과 지금이 그리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은 병자호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다. 강변에서 시작된 만남은, 삼전도비가 세워져 있는 한 호수의 놀이공원과 산성, 현재에 의미 있는 광장에서 다시 강변으로 돌아온다. 존의 과거와 현재의 '나'가 교차되며 존이 말하는 옛 이야기를 더듬어 나가는 방식이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소현 세자와 많이 달랐다. 전에 읽었던 소설 속 소현 세자는 좀 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며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인물로 기억하는데 <소현 세자의 진짜 공부> 속 세자는 내내 자책하고 괴로워한다. 이 소설은 인물 보다는 사건과 사건에 집중해야 한다. 그 옛날 자신들 만의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던 지도층의 분열, 그 사이 고통받던 백성들과 그러던 중 일어난 전쟁으로 치르게 된 수많은 희생이. 지금 여기 21세기 대한민국에도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로 말이다.

 

'나'의 사연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과 "광장에서 배운 공부" 속 상황으로 대강 유추해 볼 수는 있다. 그렇게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운 것 하나 없이 그 역사를 똑같이 되풀이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사실, 청소년 소설로서는 쉬운 책이 아니었다. 무척 관념적이고 무엇 하나 확실하게 밝혀주지 않으니 아이들이 읽기엔 많이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소현 세자의 다양한 인물 해석이나 병자호란의 다양한 시각 등을 고려하여 우리 아이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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