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현 세자의 진짜 공부 라임 틴틴 스쿨 9
설흔 지음, 유준재 그림 / 라임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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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일어났다. 왕은 피신했고 45일 간의 항쟁이 있었으나 결국 항복하고 말았다.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였고 지도자들은 무지했으며 자신들의 이권만 생각했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럼에도 너무나 치욕적인 전쟁이었다. 제대로 싸워보지도 못했고 백성들은 무참히 짓밟혔으며 왕 또한 두고두고 한이 될 만한 행동들을 해야만 했다.

 

병자호란... 우리가 기억하는 전쟁이다. 역사 시간에 단편적으로 배웠든, TV에서 다큐멘터리나 교양 프로그램을 통해 알게 되었든 우리는 이 전쟁에 대해 왠만큼 알고 있다. 즐거운 일이 아니기에 다른 일처럼 일일이 기록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므로 이 전쟁에 대해 우리는 많은 생각을 더할 수 있다. 때문에 영화로, 소설로도 다양하게 그려지고 있는 것일 게다.

 

<소현 세자의 진짜 공부>는 정말 독특한 소설이다. 작가 지망생이었으나 지금은 백수인 '나'가 자신을 돌아보며 움직이는 장소마다 나타나는 한 남자와의 대화가 이 소설의 주를 이룬다. 그는 처음에 하급 행정직 공무원 같은 차림새로 나타나 '나'의 앞에 앉아 초코파이를 내밀고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만날 때마다 점점 추레해지고 누추해지는 그의 모습과 더불어 '나'가 알 수 없는 남자의 의미로 이름 붙인 '존'이 자신을 소현 세자로 인식하고 그의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음을 깨닫게 된다. 존의 이야기를 들으며 자신의 상황과 오버랩되는 것을 느끼는 '나'는 그 옛날과 지금이 그리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소설의 배경이 되는 곳은 병자호란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곳이다. 강변에서 시작된 만남은, 삼전도비가 세워져 있는 한 호수의 놀이공원과 산성, 현재에 의미 있는 광장에서 다시 강변으로 돌아온다. 존의 과거와 현재의 '나'가 교차되며 존이 말하는 옛 이야기를 더듬어 나가는 방식이다.

 

기존에 내가 알고 있던 소현 세자와 많이 달랐다. 전에 읽었던 소설 속 소현 세자는 좀 더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며 긍정적이고 진취적인 인물로 기억하는데 <소현 세자의 진짜 공부> 속 세자는 내내 자책하고 괴로워한다. 이 소설은 인물 보다는 사건과 사건에 집중해야 한다. 그 옛날 자신들 만의 기득권을 차지하기 위해 다투던 지도층의 분열, 그 사이 고통받던 백성들과 그러던 중 일어난 전쟁으로 치르게 된 수많은 희생이. 지금 여기 21세기 대한민국에도 똑같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사실로 말이다.

 

'나'의 사연이 정확히 어떤 것인지는 밝히고 있지는 않지만 가족을 잃은 슬픔과 "광장에서 배운 공부" 속 상황으로 대강 유추해 볼 수는 있다. 그렇게 현재와 과거가 교차하며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운 것 하나 없이 그 역사를 똑같이 되풀이 하고 있는 건 아닌지 반성하게 된다.

 

사실, 청소년 소설로서는 쉬운 책이 아니었다. 무척 관념적이고 무엇 하나 확실하게 밝혀주지 않으니 아이들이 읽기엔 많이 어려울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럼에도 소현 세자의 다양한 인물 해석이나 병자호란의 다양한 시각 등을 고려하여 우리 아이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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