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는 살아있다 - 어머니가 남긴 상처의 흔적을 찾아서
이병욱 지음 / 학지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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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를 키우며 항상 드는 생각은 내 기분에 따라 행동하고 말했던 것들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는 건 아닐까 하는 것이다. 나 스스로를 돌이켜 봐도 엄마에게 받은 상처가 있으니 분명 내가 아이들에게 주는 상처 또한 존재할 것인데, 내가 괜찮다고 해서(사실 정말 괜찮지도 않다) 내 아이들도 괜찮으리란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항상 인자한 엄마가 되는 것이나 아이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엄마가 되는 것은 쉽지 않다. 그저 노력할 뿐.

 

<어머니는 살아있다>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이병욱이 역사적으로 발자취를 남긴 많은 사람들의 삶을 따라 그들의 어머니에 대한 기억을 탐색하는 책이다. 엄마와 아이는 수많은 과정을 통해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며 아이가 홀러서기를 하고 그런 연습을 통해 사회적으로, 인간적으로도 독립하게 되지만 그런 과정이 수월치 않아 삶에 영향을 받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 자신을 돌아보고자 하는 책이다.

 

책은 총 9장으로 구분되어 있는데, 엄마에게서 받은 영향보다는 결과적으로 어떻게 되었는지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독신을 고수하거나 구도의 길을 걷기도 하고, 오히려 정의로운 사회를 추구하고 예술적 승화를 통해 이겨낸 사람들도 있는가 하면 동성애로 도피하거나 세상에 복수한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이 목차는 편의상 나누었을 뿐 막상 읽다 보면 여기나 저기에도 속하는 사람들도 있어서 큰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는다.

 

우선 이 책을 읽으며 좋았던 점은 내가 잘 알지 못하던 분야나 업적의 사람들을 많이 알게 었다는 사실이다. 한 명을 깊이 파내려가기 보다는 짧게, 짧게 한 사람의 인생을 서술하고 어머니나 부모님의 영향, 결과 등을 설명하고 있어 이 책에는 정말 많은 이들이 담겨있고 평소 접해보지 못했던 사회주의자들이나 남성들에게 가려져 있던 여성 위인들, 거꾸로 악명을 떨친 사람들 등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었다. 또한 내가 원래 알고 있었던 삶 이외에 숨겨졌던 일화 같은 것도 알 수 있어 무척 흥미진지하게 읽었다. 특히 평소 좋아하던 작가 잭 런던의 한국인 비하 발언이나 간디의 달리트 거부 문제 등을 통해 이미지가 바뀐 인물들도 몇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표현 방법에 있어 "~일지 모르나", "~일 수 있다.", "~인 것 같다" 는 서술이 계속되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라는 저자에 대한 신뢰도가 좀 떨어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몇몇 인물을 집중 탐구하여 정확히 어떤 부분에 영향을 받아 어떤 식으로 결과가 나왔는지가 아니라 너무 많은 인물들을 수박 겉핥기 식으로 설명하다 보니 내심 '그 정도는 나도 알겠다' 같은 마음이 슬며시 생겨났던 것이다. 비슷한 사례끼리 묶어 그 이유를 철저히 파헤치는 쪽이 더 전문적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의 두 아이 모두 이른바 "껌딱지"이다. 조금은 무뚝뚝한 내 성격 때문에 애정을 충분히 느끼지 못하는 건가 하는 자책감도 가끔씩 든다. 하지만 <어머니는 살아있다>를 읽다 보니 우선 아이들 뒤에서 언제나 든든히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배경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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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으로 보는 서양철학
임정환 지음 / CIR(씨아이알)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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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다닐 때 철학은 정말 끔찍한 과목 중 하나였는데, 나이를 먹어가니 철학의 중요성을 새삼 깨닫는다. 그래도 책으로 읽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 듯하다. 우선 익숙치 않았고 읽어도 잘 모르겠는 느낌이 많이 들어 좌절감만 안겨주었달까. 그럼에도 철학 분야를 포기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살아감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들을 다루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몇 권의 개론서도 실패하고 <행복으로 보는 서양철학>을 선택한 이유는, 너무나 광범위한 주제보다는 "행복"이라는 하나의 주제로 철학을 이야기하는 것이 마음에 들어서이다. 철학자 한 사람, 한 사람의 주장을 하나하나 이해하기 힘들기 때문에 차라리 정말 훑어본다는 느낌이면 어떨까 싶었고 옳은 선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철학 개론서를 시도할 때마다 중세를 넘어서 본 적이 없어서 우선 이 책을 끝까지 읽어 현대 철학까지 온 사실에 무척 뿌듯했다.

 

책은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 철학에 이르기까지의 주요 철학자들을 중심으로 각자가 주장한 행복론에 대해 설명한다. 그 과정에 철학자의 주요 이론과 개념들을 두루 살펴볼 수 있다. 저자가 직접 공부한 내용을 책에 담았기 때문에 일반인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며한 부분과 현대에 적용시킬 수 있도록 현대의 예를 든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여러 번 실패했던 나도 공부하는 기분으로 천천히 읽고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각 철학자들이 주장한 행복론들을 쫓아가다 보니 공통된 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아마 저자도 그런 목적으로 현대 사회에서 행복해지기 위한 방법으로 옛 철학자들을 통해 배우도록 하고 싶었을 것이다. 우선 덕을 쌓아 실천하는 것, 혼자 잘되는 것이 아닌 함께 더불어 사는 방법이라는 공통점을 통해 우리가 이 사회에서 어떻게 행복에 이를 수 있는지 다양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

 

러셀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도 인상깊었다. 아이들의 창의성을 위해 다양한 자극, 경험이 당연시 되는데, 러셀은 오히려 이런 자극들이아이들에게 더 큰 쾌락을 찾게 만든다고 했다. 일상의 지루함도 참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말에 왜 그렇게 공감이 가던지!

 

이것이 끝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것을 시작으로 좀 더 다양한 주제의 좀 더 많은 철학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고 싶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실천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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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둥치는 밤 하트우드
미셸 르미유 글 그림, 고영아 옮김 / 비룡소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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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예쁜 책이다. 꽤나 두껍지만 가로로 긴 판형과 어두운 배경 안 단순한 듯한 일러스트가 자리한다. 살짝 들춰보니 길지 않은 한, 두 문장과 일러스트로 이루어진 책이다. 금방 읽을 수 있을 것도 같지만 너무 후루룩 읽어버리면 이 책이, 작가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부 알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조심히 한 장씩 넘겨 천천히 읽어 본다. 나무가 몇 그루 있는 아주 넓은 들판, 혹은 농경지 언덕 위에 집 한 채가 있다. 나무가 휘어있는 걸로 봐서 바람이 꽤 부는 것 같고 그런 어스름한 저녁이 이 책의 배경이다. 이 모든 것은 일러스트로 표현된다. 글 한 글자 없이. 다음 장을 넘기면 한 아이가 욕실에서 잘 준비를 하고, 부모님께 굿나잇 인사를 하고 잠자리에 든다.

그리고 이제서야, 이 책은 시작된다.

"도무지 잠이 안 와!
수천 가지 질문이 머리 속에 맴도는걸."...(본문 중)

너무 피곤해서 언제 잠들었나 싶게 깊이 잠들 때가 있는 반면, 아무리 자들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을 때가 종종 있다. 그런 날엔 나 또한 이런저런 생각들로 한동안 잠 못 들기도 한다. 최근 있었던 문제들, 사소한 고민들, 내일 있을 일들에 대한 시뮬레이션도 해 보고 미래에 대한 생각도 하면서.

<천둥치는 밤>의 주인공은 청소년이다. 잠이 오지 않는 밤 떠오르는 것들은 평소에 궁금해 하던 것들. 하늘의 끝은 어디인지, 다른 별에도 생명체는 살고 있는지,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에서부터 땅에서 채소처럼 우리가 솟아 자란다면 어떨지 같은 엉뚱한 궁금증까지 다양한 질문을 떠올린다.

청소년 시기에 가장 많이,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잘 나오지 않는 질문이 "나느 누굴까?"라는 것이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싫어하는 것은 무엇인지, 내가 진정 바라는 나는 어떤 사람인지 말이다.

책 속 주인공 또한 그런 원천적인 질문들로 자신을 들여다 보고 솔직하게 생각을 이어나간다.

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천둥이 치면서 아이는 자신의 감정으로 생각을 이어나간다. 누군가 보듬어 주었으면 하다가도 혼자 있고 싶을 때도 있고 행복하다가도 화가 날 때가 있다고. 아이의 생각은 멈추지 않는다.

지금은 잠자리에 누워 현실적인 문제들에 대해 많이 생각하는 편이지만 나의 청소년 시절을 돌이켜 보면 나 또한 침대를 뒤척이며 이런저런 상상을 하거나 미래에 대한 불안, 나 자신에 대한 감정에 끝도없이 생각을 이어나갔던 기억이 난다. 그런 면에서 <천둥치는 밤>은 청소년들에게 무척이나 공감가는 책이다. 책 속에 정답은 없다. 그저 아이를 통해 그런 문제들을 떠올리게 하고 '어, 나도 그런데...' 하는 동시에 자기 자신에 대해, 본질적인 질문들에 대해 생각하게 하는 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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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단편선 푸른숲 징검다리 클래식 43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박형규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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톨스토이 단편선을 처음 접한 건 한 TV 프로그램 캠페인 덕분이었다. 전국민이 그 프로그램에서 소개한 책을 사 읽어 매번 베스트셀러를 만들던 때였는데, 나도 역시 거기에 동참했던 것이다. 이미 알고 있었지만 계기가 있지 않으면 잘 읽지 않게 되는 것이 고전 작품이기에 그렇게 만난 톨스토이 단편선이 정말 반가왔다. 하지만 그때 그 작품들을 읽고 바로 마음에 와닿았다고는 말하지 못하겠다. 이미 결혼 후였음에도 아직 내가 철이 들기 전이었나 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후 몇 번에 걸쳐 가볍게 톨스토이 단편선을 읽었고 읽을 때마다 점점 더 깊이 동감하고 깊은 울림을 느끼게 된다. 우화처럼, 아이들이 읽는 동화처럼 쉽고 재미있지만 그 주제, 교훈은 결코 쉽지 않다. 때론 너무 종교적으로 느껴져서 종교가 없는 나로선 꺼려졌던 것도 사실이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것 또한 삶의 방식, 내가 배워야 할 교훈으로 받아들여진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일까. 아이들에게 물어보면 대부분은 자기 자신을 중심에 놓고 생각한다. 남을 우선으로 생각하기 보다는 자기가 우선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한다. 그래서 대부분 대답은 "자유"가 나온다. 물론 자유도 중요하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어울려 살아가기 위해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사랑"이다. 이웃을 나처럼 사랑하는 마음('불을 놓아두면 걷잡을 수가 없다'), 누군가 난처한 상황에 처하면 나가서 도와줄 수 있는 배려심('사랑이 있는 곳에 신도 있다')으로 살아갈 수 있다고 말이다. 


한편 톨스토이는 성실한 노동의 중요함도 이야기한다. '바보 이반'이나 '일리야스', '달걀만 한 씨앗'을 통해 욕심과 탐욕으로 인해 얼마나 사람이 망가질 수 있으며 성실한 노동이야말로 사람이 진정 행복한 길일 수 있음을 이야기하고 있다. 


"측은지심"... 가끔 큰딸에게 해주는 말이다. 주변 사람들에게 측은지심을 가져보라고. 나만 억울하고 나만 피해본 것 같고 나만 손해본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공감해주고 배려해 주면 문제가 생길 리 없다. 내 욕심만 챙기지 말고 다른 사람도 돌아보라... 톨스토이는 이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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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제일 큰 상자 지양어린이의 세계 명작 그림책 48
카르멘 코랄레스 지음, 유 아가다 옮김 / 지양어린이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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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어린이집을 통해 산타 선물을 받고 생일 선물도 받고 어린이날 선물을 받으면서 아이는 이제 확실히 자기 것에 대한 욕심이 많아졌어요. 늦둥이라 넘치는 사랑에 아이가 망가질까 조심, 또 조심했는데 워낙 갖고 태어난 성향 때문인지 자기 위치를 너무 잘 알기 때문인지 어느새 아이는 "욕망의 화신"이 되어버렸네요. 세상에 갖고 싶은 장난감과 예쁜 드레스가 너무 많은 거죠. 그걸 다 제 것으로 하고 싶은데 엄마는 맨날 안된다고 하고 기다리라 하니 항상 뾰로퉁입니다. 


가지고 싶은 것이 아무리 많아도 모두 가질 수 없음을, 오히려 가지지 않음으로서 자신을 채울 수 있음을 알려주고 싶었어요. 아직 어린 아이에게는 쉽게 이해할 수도 공감도 안되겠지만 물건을 가지지 않고도 행복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면 되지 않을까 하고요. 


<세상에서 제일 큰 상자>는 마치 우리 둘째처럼 욕심이 아주 많~은 고양이의 이야기예요. 무엇이든지 모으기를 좋아하는 고양이, 레오노라는 바퀴벌레, 깃털, 털실 등 고양이가 좋아할 만한 물건이라면 무엇이든 집으로 가져와 모았어요. 그 중에서도 상자를 가장 좋아했죠. 



정말 많은 상자들을 모았지만 레오노라는 더 많은 상자, 더 큰 상자를 갖고 싶었죠. 그러다 어느 날 정말, 아주 아주 큰 상자를 발견했죠. 이 상자는 세상에서 제일 큰 상자였어요. 그리고 그 상자를 갖고 싶어 머리를 굴리고, 또 굴리죠. 



레오노라는 큰 상자를 집으로 가져오기 위해 집에 있던 모든 물건들을 버리기 시작해요. 그리고 그 큰 상자를 가지러 갔죠. 그런데, 이미 그 상자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네요. 이제 레오노라는 어쩌죠? 집으로 돌아온 레오노라는 불행할까요? 


얼마 전 아빠와 둘째가 이런 대화를 나눴다고 합니다. 아빠 꿈이 뭐냐고. 그러더니 자신의 꿈을 물어봐 달라고요.

"네 꿈이 뭔데?" 물으니...

"응~ 지금 내 장난감들이 베란다에 여기저기 있는데, 일단 저 장난감들을 다 치우는 거야. 어린 동생들 나눠주고.

그리고, 내년 내 생일과 어린이날에 다시 새로운 장난감으로 다~ 채우는 거지."

흠... 

분명... 버리고 채울 수 있다는 교훈이었지만... 이렇게 새로운 것으로 채운다는 결말이 아니었는데... 아직 좀 더 깊은 철학적 교훈은 어려운가봐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이야기 나눠보려고요. 꼭 무언가로 채우지 않더라도 레오노라처럼 뛰어놀 수 있는 넓은 공간을 얻고 "우리"라는 이름으로 재미있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지 않느냐고 말이죠. 그리고 그 자리를 책으로 채웠으면 하는 엄마의 바람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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